헝가리계 유태인 역사학자 아서 쾨슬러와 일본 학자 우노마사미 등은 유대인의 80-90%에 달하는 아쉬케나지가 인종적으로 셈족이 아닌 백인계 터키족 카자르(하자르)인의 후손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텔 아비브 대학에서 중세사 교수를 지낸 폴리악도 1944년에 <카자르 왕국과 유태교 개종>이란 연구논문을 발표하여 이런 주장에 동조했다. 이들이 카자르 멸망 후 동구권으로 흩어져 아쉬케나지가 되었다는 것이다. 보통 셈족 유태인들에게는 금발이나 푸른 눈이 없으나 아쉬케나지 중에는 백인과 비슷한 외모를 지닌 이들이 많은 이유라 한다. (한국판 위키에서 인용)
아쉬케나지 유태인의 유래나 기원으로 검색하면 비슷한 글이 많이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중세에 흑해 동편의 카자르 왕국이 기독교/이슬람교의 압력에 시달리다가 족속 전부가 틈새시장인 유태교로 전면 개종했고 왕국 멸망 후 서쪽으로 퍼져나가 동유럽의 유태인들, 소위 아쉬케나지 유태인의 기원이 됐다는 겁니다.
그럴듯하다 싶은 부분도 많습니다. 위의 인용에서 보듯이 아쉬케나지 유태인들의 인종적 특성을 잘 설명해 주는 주장이고, (흔히 유럽 유태계의 기원으로 보는) 중세 스페인에서 추방된 유태인 인구에 비해서 이후 중부 유럽의 유태계 인구가 너무 많다는 모순점을 쉽게 설명해 줍니다. 또 유대인이라는 민족은 혈통적 기준이 아니라 종교적 기준으로 정의된다는 사실하고도 잘 들어 맞습니다.
꺼림칙한 부분은, 이 주장이 반유대주의 음모론의 슬로건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브라함의 자손도 아닌 가짜들이 유대인인 척하면서 세계 정ㅋ벅ㅋ하려고 함!" 이런 식으로요. 또 언어적인 부분이 잘 설명되나 궁금합니다. 아쉬케나지 유대인들이 주로 이디시어를 쓰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고대 유대어 영향을 받은 독일어 방계쯤 되죠? 하자르족 후손이라면 그 언어의 영향이 남아있어야 할 것 같구요. 종교적으로 전면개종을 했다손 치더라도 문화 습속이 쉽게 사라지지는 않는 법이니 관련된 문화적 증거가 논의되지 않는 것도 이상합니다.
저는 흥미로운 가설 이상은 아니라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사실이라고 믿는 분들도 봤습니다. 혹시 이에 대해서 풍문 이상의 논의를 접해보신 분들이 계시면 좀 가르쳐 주세요.
교회나 경전 속에서만 쓰이던 히브리어를 되살려 세라파딤들이 쓰던 라디노어, 아쉬케나짐이 쓰던 이디쉬어를 굳이 안 쓰려고 했던 점도 의심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박노자는 아랍어를 기반으로 하던 세라파딤들의 언어가 더 금지되었던 이유가 아랍인과 평화롭게 공존했던 문화적 기억을 지우려는 이유에서일 것이라고 추측하던데요. 카자르 왕국처럼 의도를 갖고 국교까지 바꿀 정도면 결국 언어 흔적은 지워지진 않을지... 바꾸고 2백년 이상은 유지되었으니까요.
@Pallaksch 초기 시온주의자들이 이 문제를 가지고 갑론을박을 벌였었는데, 결정적으로 이디시를 버린 이유는 슈테틀(게토)의 언어였기 때문이죠. 시온주의자들은 약속된 땅으로 가면서 이디시에 내포되어있는 디아스포라 생활과 피지배에 대한 지긋지긋한 기억도 유럽에 묻어두고 떠나기를 간절히 원했던 것 같습니다. 또한 히브리어를 부활시키는 것은 '조상의 땅에 돌아가는 참에 언어도 조상들의 것으로 돌아가자'는 명분도 있었구요 (히브리어를 쓰던 시대가 이스라엘 민족이 팔레스타인에 거주하던 시기와 100% 일치하지는 않지만, 어쨌건 기본적인 논리는 그랬습니다). 거기에 굳이 다른 음모가 있다고 생각되진 않네요. 세파르딤이 이스라엘 건국 과정에서 비주류가 된 것은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 경제적 자원, 정치적 영향력, 교육 수준 등이 모두 아쉬케나짐에 비해 밀렸기 때문이죠.
하자르 자체가 단일 민족이 아니라 여러 민족의 집합체였기 때문에 인종적 특성을 한 마디로 정의하긴 어렵죠. 지역 특성 상 슬라브족 등코카서스 인종이 다수 포함 되어 있었을 거라고 봅니다. 하자르가 유대교를 수용하면서 그 신민 중 다수가 유대교 신자가 되었을 거고 당연히 코카서스 계열에서도 많은 신자가 나왔겠죠. 혹은 하자르가 수백년을 지속했으니 인종적 특성이 다분히 코카서스 계열에 가까워졌을 거고요. 오스만 터키가 아시아로 후퇴한 후에도 보스니아, 알바니아에 이슬람 교 신자가 존재하듯 하자르가 멸망한 후에도 유대교를 민족적 특성으로 삼는 집단이 존재했을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이들이 키에프 공국이나 몽골 침략을 거치면서 점차 서진해서 중, 동부 유럽의 아쉬케나지 유대인을 형성했다는 것은 제게 거의 정설로 받아들여집니다. 아니면 말씀하신대로 아무리 유대인의 디아스포라가 심하다고 해도 중동부 유럽의 유대인 인구를 설명할 방법이 없어요.
아브라함의 자손이 아니라고 해서 탄압이 더 심했다고 하는 것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게 탄압을 더 심하게 하는 이유가 되었을지도 모르지만 그게 아니라도 언제나 이유는 많았으니까요. 그리고 아브라함의 후손 운운 하면서 혈통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지만 성경대로면 아랍인도 아브라함 자손이고, 성경시대 팔레스타인 인과 유대인 사이에 인종적 차이도 거의 없었다고 하니 결국 혈통보다는 문화적 특성이 민족을 가르는 기준이 될 것 같습니다.
자세한 말씀 감사합니다. ^^ 좋은 참고가 되었어요! 혹 아쉬케나지 유대인들의 자기정체성 의식에 대해서 좀 아시나요? 이들이 자신들의 혈통 문제를 말씀하신 바와 같이 인식하는지가 궁금합니다. 그러니까 학술적인 객관적 접근을 떠나서, 유대인들 스스로는 혈연적 민족 의식과 종교에 기반한 공동체 의식이 짬뽕된 집단의식을 갖고 있을 것만 같아서 말이지요. 주위에 유대인이 있으면 물어보고 싶네요. "네 조상은 유대인이 아니라는데 어떻게 생각하니?" 하구요. 하자르 기원설을 마타도어로 받아들여 기분나빠할지 별 문제 아니라고 생각할지 짐작이 잘 안 가네요.
대중적으로는 잃어버린 유대 10지파의 후예라고 알려져있을 거에요. 앗시리아에 멸망당한 북 이스라엘 민족이 이산 되었다고 하는 건데, 보통 알려진 로마제국 시대 이산보다 앞서서 이미 유대인들이 전 세계로 이산되었다는 거에요. 그런데 이게 기원전 8-9세기 정도 일이니 이걸 아쉬케나지 유대인과 연결 시키는 건 무리가 있지만 , 우리가 단군의 후예라고 하는 것과 별반 차이도 없죠. 사실보다 믿음의 문제니까요.
아슈케나지가 하자르족 후손 또는 슬라브족 후손 또는 기타 등등 얘기는 일부 학자들이 주장하고는 있고 역사언어학적인 증명을 해 보인 학자도 있으나 일반적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주장이고 최근에는 오히려 집단유전학 연구 성과로 비록 다른 겨레의 피가 일부 섞이긴 했어도 뿌리와 줄기는 유태인 혈통이 고대부터 죽 이어져 온 게 맞다고 입증되었으며 유태인은 혈통적이면서도 종교적인 집단이라서 일부 아프리카 출신 유태인은 유태인 주류 사회에서 같은 민족으로 인정받지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