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셜 네트워크>를 보고 생각난 시.

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이 시에서 화자는 젊은 날을 반성적으로 되돌아보며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라고 하여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생산, 창조하려고 노력했던 젊은 날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또한 내 희망의 내용은 타인이 이룬 것에 대한 질투뿐이었다면서,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라는 대목에서 스스로 삶에 대한 주체가 되지 못한 채

혼돈 속에서 삶을 살아왔음을 깨닫고 있죠.

 

 

하지만 정작 뚜렷한 자존감과 정체성을 지닌 채로 청춘의 시절을 보내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사소한 개인적 감정이나 질투가 엄청난 생산의 동력이 되었던 많은 사례를 돌이켜보면 (소셜 네트워크의 주인공 또한 마찬가지였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아무런 의식이나 생각, 감정을 가지지 못한 상태로 젊은 날의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이들이 더 안타까운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ㅠ-ㅠ 으아 시 좋습니다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다라... 참 재능으로 충만한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기형도 씨는.

      저는 뚜렷한 자존감과 정체성을 지닌 채로 청춘의 시절을 보내면, 그건 그거 나름대로 비극일 것 같아요. 뭐 백지처럼 사는 삶이야말로 개인적으로 괴상한 삶이라고 생각하지만요.
      모름지기 청춘은 방황하는 시절인 것 같습니다. 방황 못해보면 나중에 방황할 것 같아요;
    • 저 시는 얼마나 많은 문청들을 아직도 좌절시키고 있을까요, 정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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