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사태 이후 좀 혼란스러워요.

최규석의 대한민국원주민에 보면, 집에서 잘 키우던 친구로서의 개가 어느 단계에 이르면 식육으로서의 개로 변하는 점에 대해 아이들이 개의치 않았다고 했는데

저는 그 이후 세대이며, 또 가치관이 달라서 그런지 집 마당에서 강아지들을 키우는 이상 소위 보신탕을 먹지 못합니다.

 

이번 구제역 사태의 원인인 기업적인 사육이 육식 지향의 식단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육식을 줄여볼까 하는데, 그게 어느 선까지 줄여야 할지 의문이에요.

그러다가 왜 사람들은 동물을 죽이지? 라는 생각에 이르렀구요.

 

대학 시절 학회학술운동할 때가 '03년 이라크 전쟁이 막 발발할 때였어요.

(아련한 기억을 떠올려보자면, 사람들이 430메이데이 때 전쟁반대 이런 피켓팅도 하고,

참. 그러고보니 지금은 완전히 사그라든 것처럼 보이는 양심적 병역거부 운동도 활발했지요)

사람들은 평화를 외치면서 석유를 위한 전쟁은 싫다.라고 외쳤지요.

그런데.. 어쨌든 선택적인 전쟁 반대처럼 보였었어요.

 

'어떻든, 정당한 필요에 의해 생명의 목숨을 빼앗을 수도 있다'라는 명제가 바로 성립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과정에서, '인간은 육식을 함으로써, 생명의 우열을 스스로 근본적으로 나눠놓았으니, 그 스스로가 우승열패의 적자생존원리를 부정하는 행위는 우스운 일이다'

라는 19세기말적 중2병 돋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 물론 그래서 독재를 옹호한다거나 우승열패를 옹호한다거나 하진 않았어요.ㅋ)

 

요즘 그런 생각이 다시 드네요.

채식을 할거면 완전히 채식을 하고 싶은데.

채식도 생명을 빼앗는거 같고;;

 

아무튼 혼란스럽습니다.

글도 혼란스럽네요.

    • 육식이 반자연, 반생명, 반환경적이라는 본질적인 증거는 없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라고 할 수도 있지요. 문명화 하지 않은 사회 중 채식만 하는 사회는 없습니다. 오히려 거의 육식으로만 살아가는 사회들(해양이나 극지)이 있을 뿐이죠. 또한 인간의 근연종 중 채식만 하는 종도 없습니다. 육식은 자연스러운 행위입니다. 반면 채식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기 보다는 문명인(중 일부)의 인위적인 선택이고, 완전하고 지속 가능한 채식은 상당수준의, 즉 그 자체로 환경파괴를 수반하는, 문명발전을 전제해야 합니다. 영양학적인 세심한 고려, 다양한 식자재의 유통과 가공, 더 나아가 대규모 농경시스템 작동까지 ...
    • 저희 회사 사장님이 비건채식가이고 칭하이 무상사(음 이건 모르시면 검색을) 좋아하고 그르시거든요. 자연히 회사 방향도 친환경 지향하며 어쩌구 저쩌구 이런저런 자료 친환경 먹거리 환경용품 등등 많이 설파하십니다. 방식이 꽤나 폭력적일 때가 많아 직원들 대개는 질색하고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는 분위기입니다만, 기본적인 취지는 나쁘지 않은 게 사실이어서 입사 후 저도 이런저런 것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어요.

      원글님같은 동기에서 채식을 하게 되면, 먹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동물실험하지 않는 화장품, 리얼레더/리얼퍼를 쓰지 않는 가방, 구두, 옷을 제한하는 식으로 생활이 바뀌어가게 되는 게 필연적이겠죠. 실제로 저희 사장님이랑 친환경사업부 실장님이 그렇게 하고 있구요. 일단 불편해요 많이. 저는 수도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사회생활 하면서 그렇게까지 생활하기는 힘들다고 봅니다. 다만 현재 인류의 육류/미를 위한 동물가공품의 소비가 도를 넘어가고 있다는 문제와 공존의 철학에 대한 경시 등등의 문제를 인식하고 나서, 자기 선에서 어떤 기준을 정하고 그에 맞춰 살아가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봐요. 내가 먹지 않는 동물의 가죽은 입지 않는다든가, 하는 아주 사소한 것들도 마음의 위안이 될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지구에 어떤 종류의 기여를 하게 되겠죠.

      저도 요즘 생각하고 있는 주제여서 말이 길어졌네요. 무튼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 제가 좋아하는 분인데, 모피에 관해 코멘트하신 글(회색박스부터)이 있어 붙여넣기합니다. 이런 정도면 되지 않을까, 하고 저는 나름 지침으로 삼고 있어요.
      http://yahomay.tistory.com/1017
    • 어차피 어떤 생명체건 다른 생명을 담보로 살아가고 있어요. 동물이라고 생명을 빼앗지 않지 않죠. 그게 생명의 순환인데요.
      그러나 탐식이 죄가 될 수는 있지요. 생존을 위해 고기를 먹든 풀을 뜯어먹든 그걸 뭐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그런데 잉여가 욕심을 만들죠. 그게 인류 문명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지금 현대 한국인의 삶에서 굳이 고기를 끊고 다른 걸로 대체한다고 해도 과도한 탄수화물 섭취나, 혹은 인스턴트 등 반조리 식품, 조제 식품에 들어가는 화학첨가물의 섭취 등에서 자유롭기는 힘들거든요. 결국 육식 그 자체를 끊는 것보다는 고기 숭배를 지양하는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싶어요. 뭐든 과한 건 독이 될 수 있지요.
    • 댓글들 감사드립니다.

      가만히 누워 생각해보니, 위의 장황한 글과 다르게 딱 한 문장으로 정리되더군요.

      '나는 고기를 좋아하는데, 이따금 다른 생명을 빼앗은 것을 전제로 하는 육식을 즐기는 내가 무섭다' 라는 거요..
    • 소식을 하시고 육류 섭취를 최대한 줄이시는건 어떨까요.
    • 사람이 잡식성 동물이니 고기도 먹는게 본능에 거스르는건 아닙니다만...
      산업화된 축산에서 소나 돼지에게 먹이는 사료가 굉장히 에너지 비효율적인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구온난화와도 관련있고 세계 빈곤과도 관련있는...
      불편한 진실입니다만, 육식에 대한 책을 한번 읽어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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