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귀 귀-어느 길치

 후배 야그.


 초등학교 취학 전에 서울로 이사를 왔으니 서울 사람인 셈입니다. 성수동에 살고, 한양대학교를 졸업했죠.  둘 다 지하철 이호선이 닿고,  몇 정거장 안 됩니다. 졸업 후에서는 서울대로 대학원을 진학했어요. 그 뒤에는 신림역에 있는 어느 곳에선가 근무를 했죠. 10년 정도 이호선 인생입니다. 지금도 역시 신림역 근처에서 근무하고, 강남역에 있는 교회를 다니며, 성수동에 삽니다.


 어느 날 이대앞에서 약속을 잡았어요. 시간이 됐는데 안 옵니다. 전화가 왔어요.


 "언니, 신림에서 이대 가려면 서초동쪽으로 가는 거 타는 게 아니었어요? 거꾸로 탔나봐요."


 말이 안 나옵니다. 저는 이호선을 그렇게 자주 타는 사람은 아니거든요.  학교도 지하철 없는+집에서 걸어가도 되는 곳 다녔고. 그래도 신촌이 서울 북서쪽,  강남은 남동쪽이라는 것 정도 배치는 할 줄 알아요.

 덕분에 한 시간 넘게 기다렸어요. 서울 일주를 하고 온 거죠.  

 이런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강남역 교회에 갔다가 '그럼 강남역에서 한양대는 머니까 가까운 고대 앞에서 만나요.' 라든지...


 보통은 자신의 필요에 의해서 자신이 주로 다니녀야 하는 장소의 거리와 방향을 대충이나마 기억해 두죠. 얘는 그걸 안 하는 거예요.  


 거창하게 동 단위가 아니라 골목 단위가 돼도 늘 이렇게 조합을 안 하고  기억해 두니 길을 못 찾을 밖에요.



 남이 해주니까 필요를 못 느끼는 건지, 아니면 정말로 국밥을 쌀,물,고기,채소가 아니라 국밥으로 기억하는 게 남들보다 많이 힘든 건지는 알 수가 없어요. 제가 아는 건, 이런 식으로 피해 입힐 때마다 조각 케이크 하나씩 사 내라고 하니까 현저히 능력이 좋아졌다는 것뿐.


    • 이런 식으로 피해 입힐 때마다 조각 케이크 하나씩 사 내라고 하니까 현저히 능력이 좋아졌다는 것뿐.
      -> 좋네요! 저도 도입할까봐요.
    • 음 역시 뇌는 쓰면 느는거에요.자발적으로 쓰는게 귀찮아서 그렇지.
    • 제 경험에 의해도, 길치들은 길을 알려는 노력을 안해요. 길치의 체질이 있는게 아녜요.
    • 근데 정말 방향 감각 같은 게 떨어지는 사람은 있지 않아요? 남들 보기에 아주 단순한 일이지만 나는 과도하게 노력을 해야 한다면 안 하게 되잖아요.
    • 간혹 방향감각이라는 자체가 거의 전무한 듯한 사람도 있기는 하더군요.ㅡㅡ;뭐 사람이 다 완벽할수는 없으니.
    • 방향감각이 떨어져도 커버할 수 있는 방법은 많으니깐요.
    • 길 알려고 노력하는 길치도 있어요...;_; 아직 스마트폰도 없고 해서 익숙치 않은곳 갈 일 있으면 나가기 전에 구글맵 꼭 검색해서 중요건물을 외우거나
      프린트 해나가거든요. 문제는 급작스럽게 사전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주소만 던져졌을때. 난감합니다ㅠㅠ 정경 기억 기능도 시원찮은데 패닉하면
      더더욱 그 길이 그 길이 같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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