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네번째로 봤어요. 어흑 언제봐도 기분 꿀꿀해지는 영화.

 

 

 

이 영화는 왠지 명절 때마다 혼자 보고 또 보고 그릏게 되네요. 전엔 공중파에서 해주는 걸 봤는데, 오늘은 스토리온에서.

채널 돌리다 보면 '어 이 영화 하네' 하면서 무족권 채널 멈추고 끝까지 보게 되는 영화들 있잖아요. 언제 마주쳐도 몇 번째건

그냥 보는. 제겐 <박하사탕>이후의 이창동 영화가 그래요. <시>는 차마 또 못 보겠지만.

 

어제 틸다 스윈튼에 버닝, 오늘은 다시 밀양에 버닝. 이자벨 위페르의 <피아니스트>도 그렇고 제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건

무시무시한 파토스를 뿜어내는 여주인공 원톱 영화인 듯하군요. <밀양>은 극장에서 본 것까지 통틀어 오늘로 네 번째 감상.

진짜 보기 힘든 영화예요. 보는 내내 가슴 한켠을 꼬챙이같은걸로 득득 긁어내는 느낌이고. 푹 빠져서 보고있는데 죠지가

기어들어와서 코를 골며 자는 바람에 이번엔 그나마 잔여감이 덜...

 

어제 그림일기 그린 이후로 왠지 계속 그림그리기 모드라(취직하며 봉인해뒀던 덕후기질 발ㅋ현ㅋ) 낮에는 일기장에

틸다 스윈튼을 그려대고 오늘 밀양 보고나서는 전도연을 그렸습니다. 배우 얼굴 그리는 거 재밌네요. 이 기회에 좋아하는

누님들이나 잔뜩 그려둘까봐요.

 

 

    • 전도현 캐리커처 좋네요
    • 이 영화에서 전도연이 보여주는 표정의 깊이는 사실 저 정도가 아닌데 말이죠. 아 근데 전도연 연기만 부각된 감이 있지만 전 봐도봐도 밀양에서의 송강호 연기가 정말 좋아요. 제가 꼽는 송강호 베스트.
    • 그래서 시는 두번 못 보겠다고 했잖아요. 처음 봤을때 30분을 통곡해서리;; 진짜 개물딱지 이창동할배.
    • 저도 밀양에서 송강호 연기 좋았어요. 송강호 사실 별로였는데 그 영화 이후로 좋아보이다가 박쥐로 다시 하락 ㅎ;
    • 이창동 감독님과 작업하는 여배우들은 다 한 단계 이상 성장하기도 하고 인정받기도 하는 것 같아요.

      또 보는 관객들도 영화를 보는 눈이 성장하는 것 같아요. 전 초록 물고기부터 그런 것을 느꼈거든요.
    • 저도 여배우 어시스트 잘 해주는 남자 배우들 연기 좋아해요.
      저는 팬심때문에 문소리가 연기했으면 어땠을 지 상상하게 되곤해요.
      전도연 연기에 실망할 수는 없지만..

      (스포일러 시작)


      (살해범 면회하러갈때 좀 더 심상한/덜 굳은 표정이었으면 어땠을까,
      그래야 살해범이 여유있는 미소를 지으며 하나님으로부터 이미 용서를 받았다,고 할때 엄청난 충격을 받는 주인공의 드라마틱한 심경을
      좀 더 잘 표현할 수 있지 않았을까- 두번째 감상때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 장면에 대한 감독의 의도가 어땠는 지는 모르니까 혼자만의 상상이지만요.)

      다시 보는건 미루고 미루다가 지난 연말에 시도, 지금까지 두 번 본 셈인데 볼수록 고통이 경감되는 종류의 영화는 아닐 거 같아요.
      '시' 역시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이 두 편의 영화를 많이 좋아합니다. 실제적인 고민의 깊이가 느껴져요.

      오늘 그림 더 좋네요. :)
    • 며칠 뒤에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이창동 영화들 상영합니다. <초록물고기>부터
      <밀양>, <박하사탕>, <오아시스>, <시>까지 다 해주네요.
    • 이창동 감독영화는 그때... 그타이밍 아니면 다시 볼 일이 없더라구요. 꿀꿀해져서요.
      그래서 되도록이면 극장에서 찾아보려고 노력해요. 그후엔 다신 안봐요.
      그리고... 언제 시간되시면 현빈, 하지원 인물화도 부탁드려용. 어떻게 표현될지 궁금해져요.
    • mockingbird/ 그르게요 전도연이 최고/최대치의 연기를 보여준건 기꺼이 인정하지만 이상하게도 대체불가능, 이라는 생각은 안 들더군요. 다른 여배우가 해서 그만큼의 성취를 해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다른 해석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긴 해요.

      Wolverine / 일정 맞으면 <시>나 다시 볼까요, ㅎㄷㄷ 이시점에서 별로 용기는 안납니다만. 좋은 정보 감사:)
    • 울버린님 덧글 읽고 상영시간 확인하려고 한국영상자료원 홈 들어갔는데 오류뜨네요. <시> 보고싶어요.

      앗 이제 들어가지네요. 제 컴퓨터 조금 이상한듯. (와 시간대 너무 좋다~ )
    • dong/ 혀...현빈. 저 잘 그릴 수 있습니다 남자&미남 전문이거든요<-
    • 밀양보면서 왜 난 송강호만큼 하지 못했을까, 다음에 누군가를 만나 사랑한다면 그만큼 할 수 있을까 생각했었죠.
    • 아이님 덧글 보니까 갑자기 뭔가 감동이.. 정말 그런 사람에게는 계속 매정하게 대할 수 없을 것 같아요 ㅎㅎ
    • 밀양 송강호 정말 좋아요. 살인의 추억 땟깔덕후라 심심하면 틀어보는데 송강호는 역시 밀양 송강호에요(무슨 특산품같다...)
    • anomy님 최곡ㅋㅋㅋㅋ 맞습니다 송강호라면 역시 밀양 송강호지라
    • 그림 정말 잘 그리시네요. 와 놀랐어요. 저도 밀양에서의 송강호 연기가 가장 매력적이었어요. (밀양 송강호 특산품에 저도 한 표. 크크)
    • <밀양>의 송강호 연기에 대해서는 촬영장 구경 갔던 김영진 평론가가 강연 시간에 들려주신 이야기가 있는데,
      송강호가 <밀양>의 경찰서 씬에서 엄청난 연기를 보여줬대요. 그랬더니 이창동 감독이 내일 다시 찍자고 그러더라나요.
      송강호가 스탭들을 모아놓고는 저게 무슨 뜻인 줄 알겠냐고 했는데, 송강호는 감독이 왜 그랬는지 알고 있었다는 거죠.
      그래서 다음 촬영 때는 거의 연기를 하지 않고 오케이 싸인을 받아냈다는 거죠.
    • 밀양이나 시나 두 번은 절대 못 봐요...
    • 밀양에서 경찰서 씬이 생각이 안나는 걸 보니까 다시 보긴 해야겠어요.
    • 시는 아직이지만 위엣분들이 하신 얘기처럼 이창동 감독의 영화는 힘들어서 두번 보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진지함과 깊이가 좋지만 정말 온 에너지를 다 빼앗아 가버리는 영화. exhausted! ㅎㅎ
    • 이창동 감독이 한 평론가와 대담한 인터뷰를 보니 밀양 송강호(정말 특산물 이름 같아요^^)는
      막상 신애가 필요할 때에는 곁에 없다, 자기 딴에는 잘 보이겠다고 하지만
      정작 좋아하는 여자가 정말 자기를 필요로 할 때에는 도움을 청할 수 없는 사람이고
      신애는 결국 뒷말 수군거리는 이웃과 자길 나름 좋아하긴 해도 다방 레지 부르고 적당히 속물적이고 우직하고
      필요할 땐 도움이 안 되는 밀양 송강호 같은 사람들과 함께 현실에서 살아야한다고 말해서 재밌었어요.

      이창동 감독이 생각하는 송강호는 밀양의 순수(?)한 사나이가 아닌 것 같았어요.
    • 퀴리부인/ 저도 영화보면서 송강호가 순수한 사나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딱 그냥저냥 사는 시골 놈팡이. 우연찮게 순정을 갖게 되었지만 세련되게 사랑을 표현할 능력이라곤 없는 그는 절대로 신애에게 구원이 될 수 없는 존재죠. 제가 밀양 송강호에게 감탄하는 지점은 그 시골때와 속물내, 우직하기만 할 뿐인 사랑을 과한 연기적 포장 없이 리얼하게 체현해냈다는 거였죠. 물론 송강호의 역량이 뛰어나서도 가능했겠지만 위의 울버린님 비화를 들으니 이창동 감독의 제어가 아니었더라면 절대 그런 질감으로 살아날 리 없는 캐릭터인 듯해요. 개물창동...

      +) 그런 맥락에서 밀양 포스터의 카피는 좀 생뚱맞아요:)
    • 퀴리부인 / 네 공감. 순수하거나 순애보 캐릭터는 아닌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우직함 말이에요 그 한결같음이 (전체적으로 모든 것을 제쳐놓는 몰두나 집중이 아닌 분산이라 할지라도 정말 꾸준한) 정말 큰 장점이자 어떤 힘을 발휘하는 대단한 덕목이라는 생각은 들어요. 이나모리 가즈오가 '우직함이야 말로 가장 감사할 능력이다.'라는 말도 한 것 같은데 전 그게 아무나 가질 수 있는 능력은 아니라는 생각을 늘 하거든요. 저에게는 '전혀' 없는 능력이기도 하고. 제가 송강호에게서 본 것은 다름아닌 바로 그런 표상 같은거. 그래서 영화 속 그런 인물(또는 실제로 존재하는 누군가)에게 흔들릴 수밖에 없는지도 모르겠어요. 위에 폴님 덧글에도 공감해요.
    • 퀴리부인/맞아요. 송강호의 극중 캐릭터가 딱 그냥 평균 한국남자들 중 전형적인 속물이쟎아요. (한국 남자=속물,로 오해하시는 분 안 계시길...)
      그래서 더더욱 여주인공이 미덥지 않아 가까워지길 계속 거부하는 것일테고요.
      뭐 맨 처음 만났을때 나누는 대화에서도 그렇고 가짜 상장 만들어서 들고 오는 것, 싫다는데 자기 맘대로 달아주는 것
      교회에서 교통 정리하는 모습 등등 송강호 캐릭터의 대사, 하는 행동 속속들이 속물이라 소름끼치면서 징글징글하더라고요.

      감독님 말씀이 의미심장하면서 고개가 끄덕여지네요. 정작 필요할 때는 도움이 안되는 인간, 그렇네요.
      정말 필요해서 여주인공이 송강호 캐릭터에게 뛰어간 적이 딱 한 번인가 있었는데 도움이 안되는 상황이라 뒤돌아오죠.
      그게 우연이 절대 아니었어요.

      베리티/우직하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랑하는 것, 그건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상대에 대한 사랑을 통해 자신의 뼈를 깎아낼 수 있어야 (즉, 잘못된 점은 고치고 개선해나갈 수 있어야) 사랑이고
      무엇이 진정한 배려인 지 고민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죠.
      나하고 맞지도 않는데 우직하게 백 번 찍는 사람 정말 싫어요.
    • 끙, 그래도 송강호 주변의 여타 속물들과는 다른 사람이죠.
      그래서 '밀양'의 어딘가 그나마 희망적인 엔딩이 나올 수 있는 거구요.
      원래 감독의 의도 따위와는 영화는 다른 생물로 존재하구요.
      저 자신이 한국의 대표적인 속물이라 감정이입이 되어서 그런지 변호하고 싶어요:-)
    • 모킹버드 / 사랑의 감정과 사랑의 소통 방식, 내가 상대를 좋게 평가하는 장점은 각각 다르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제가 어떤 사람의 장점을 본다고 해서 제가 그 사람을 무조건 사랑하는 건 아니잖아요.. 저는 저것들을 뭉뚱그려 이야기 한 것이 아니고요.. 저는 영화 바깥으로 나와 제 개인의 이야기를 한 것이고 모킹버드님은 제 덧글을 영화 속 인물과 영화의 사랑이야기로 풀고계신거고. 모킹버드님이 무슨 말씀 하시는지는 알아요. 저도 백번 찍는 사람은 별로. 스토커인가요. 뭐든 적당히 해야. ㅎ
    • 그런 송강호가 라스트씬에서 머리를 잘라내는 여주인공 옆에서 좀 떨어져 엉거주춤 거울을 들어주잖아요.어떤 사이건 간에 사람인란 결코 다른 사람의 고통을 헤아리거나 덜어줄 순 없는 존재고 그저 그렇게 옆에서 거울이라도 들어주는 정도는 되는거 아닐까 한다...라는 식으로 이창동 감독이 인터뷰중 언급한 기억이 있는데 확실친 않네요.그 부분 읽으면서 왠지 이창동 감독의 예전 인터뷰 중 개인사 부분이 기억났었어요.(아들을 잃었을 때의 ...)
    • 8월/ 직접 머리를 잘라주는 게 아니라 거울을 들어주는 것, 곱씹어보면 그 각각의 행위가 다른 의미가 될 듯하네요. 개봉후 4년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이런 얘기들을 나눌 수 있다니, 역시 밀양은 깊이있는 텍스트:)

      헉..지금 스브스에선 마더하네요 완전 좋아하는 영환데 이거보면 또 김혜자 그리겠다고 난리치겠지-_;;
    • 베리티, 세상...아이/네, 맞습니다. 속물(성)이 객관적으로 나쁘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요? '현실'을 사는 우리 모두 '속물'이 안되기는 힘들죠. 저를 포함해서요.
      그래서 아마도 '내 안의' 속물성이 자기 반성처럼 더 구역질이 났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감독이 굳이 설정했을, 현실적인 인물이 정말 포기도 않고 영화 끝날때까지 '이상주의자' (종교에 허황된 기대를 품었다가 배신당하는) 여주인공을 따라 다니는 플롯을 보면서 허황된 이상주의에 매몰된 우리에게 현실을(어느 정도?) 받아들이라고 설득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감독은 아닌 것 처럼 얘기했지만 종교와 현실에 대한 (노골적인) 은유로 가득찬 영화라 보기가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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