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일상]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혹은 엑스랑 만나기

오늘 오피스의 화제는 단연코 엑스랑 오랜만에 재회하게 되는 상황. 제 얘기는 아니고 동기 아가씨가 아침에 뭔가 상기된 표정으로 와서 "얘기좀 들어봐라" 하고 설명을 시작했죠.


요컨대, 7년전에 만나다가 질척질척하게 헤어진 엑스 보이프렌드 (그 친구를 만나러 독일에 갔다가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계속 울었다는 얘기 등등 디테일하고 함께)가 뜬금없이, 학교는 보스턴에서 다니는데 갑자기 뉴욕에서 만나자고 서로의 친구를 통해 연락을 해왔다는 것. 그래서 미드타운의 바에서 약속을 잡았다는 것. 본인 설명으론 너무 미운 감정도 이젠 사라지고 다시 만날거라곤 상상도 못했는데, 하면서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더군요.


그리고 언제나처럼 이어지는 만담.


아가씨: 나 괜찮아 보여?

토끼: 응 예쁘긴 예쁜데 너 드레스가 너무 페미닌하다.

아: 그게 왜?

토: (저는 주워듣는게 많은 토끼니깐요) 내가 패션 블로그에서 읽은 건데, 엑스 만날 때 추천 아이템은 강한 느낌의 옷에 뱀 모양 반지랑 브레슬렛 이런 거였다고. 근데 넌 너무 귀엽게 입었잖아.

아: 그..그런가?


오피스메이트는 딴청 부리다가 화제를 돌릴려고 애쓰길래 제가 점잖게 한마디 해줬습니다.


9년동안 같은 여자친구 만나고 그대로 결혼한 너는 알지 못하는 어른의 세계얌. 'ㅂ'


뭐 오늘도 개그네요.

    • 오피스메이트가 하도 시니컬하시길래 산전수전공중전 다 겪은 자의 여유인 줄 알았더니
      귀한 집에서 자란 올바른 너드의 그것이었군요

      엑스를 만난다면 뭘 잘해보고 싶은 것과는 별개로 '니가 놓친 물고기는 대어'라고 컨펌 받고 싶을 거 같아요
      누가 헤어짐을 결정했든 그럴 듯;
    • 저에게 이유를 좀 설명해 주세요. ㅜ_ㅜ
      왜 강한 느낌이 좋은건가요. 어른의 세계는 너무 어려워.
    • 뱀모양 반지라... 엑스가 보고선...
      이 친구 요즘 주술에 관심있나 하겠네요.ㅎ
    • 세틀러님 성실한 친구에요. 본인은 안그런척 하지만. 그래서 말해줬어요. 우리나라의 경우, 너같은 성실한 사람들이 40대에 바람나서 블라블라.. (하니까 오피스메이트 눈 반짝 흥미진진)

      아무리 7년전 어린시절이었다고 해도 상대방쪽에서 헤어지자고 했다면 더더욱 지금 너무 잘살아, 하고 보여주고 싶었겠죠.
    • settler / ㅎㅎㅎ 그런 마음은 다들 있는것 같아요. 제 주변에도 오~랫만에 만나는 ex 둘이 남자는 키높이 구두에 평소 안입던 깔끔 정장 여자는 역시 평소에 절대 안입던 미니스커트에 풀메이크업으로 만나는 광경을 목격했어요. 더 재미있는건 둘 모두 평소 그런 스타일이 전혀 아니라는걸 서로 잘 알고있다는거;;
    • 헤어진 남자친구 만나러 갈 때는 최대한 아름다워 보이는 편이 안심되지 않나요. 네가 놓친 게 무엇인지 보여주겠어 라는 자세가 좀 유치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요. 그런 전투복으로 여성스런 원피스만한 것도 없겠고..
    • 레옴님 아니 기혼자 분들이 더하시다니까. 뭔가 나는 너와의 관계에서 독립했어! 하는 걸 보이려고 하겠죠.
      자본가님 동기 아가씨가 한술 더떠서 응 용모양 타투 이런것도 거기에 들어가겠다, 하고 맞장구를..
    • 브루넷님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제가 귀가 얇야서 뱀모양 반지 강추! 이러면 또 고개 끄덕끄덕.
      아마 그 아가씨도 그런의미에서 니트에 셔링 장식 레이스 들어간 원피스드레스 입은 모양이더라고요.
    • 사실 남자입장에서도 엑스걸프랜은 너무 여성스러운 복장보다는 좀 도발적인 옷차림이 더 묘한느낌이 들죠.
      이걸 무슨 심리로 봐야될까요.
      막상 사귀는 때에는 여성스러운 복장이 좋은데.
    • 오 폴라포님 남성입장의 귀한 댓글.
      아까 오피스메이트는 멍하게 있다가 욕먹었거든요. "야, 너 남자 입장의 커멘트좀 해봐라!" 이렇게.
    • 뱀 모양 반지라는 거 뭐 이런 거 아닌가요?

      '넌 나한테 이제 아오안이라 너한테 이성으로 보일 필요를 못 느껴'

      네가 놓친 게 뭔지 보여주겠어는 한 수 아래. ㅎㅎ
    • 첫사랑과 7년 사귀고 그대로 결혼한 저 역시 알수없는 어른의 세계로군요 'ㅅ'
    • 첫사랑 9년연애 결혼..첫사랑 7년연애 결혼..
      이건 뭔가 심리를 안다고 해놓고도 진 기분이다.
    • 안녕핫세요님/ 아오안! 아 그럴수도 있겠어요. (귀팔랑 토끼)
      세호님/ 사춘기소년님 돌아오셔서 댓글 신고 기능을 만들어주셨으면!
    •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Trio Los Tres Diamantes 가 불렀어요 이노래는 Divine Ilusion
    • 폴라포/ 그렇게 직설적으로 말씀하시면 (눈물을 닦으며 뛰어가요)
      가영/ 에스빠뇰 몰라도 뭔가 처량하고 좋아요. 감사합니다.
    • 연애 경험 적은 사람은 알 수 없는 어른의 세계...쿨럭;;;
    • 울버린님 아직 우리의 갈길은 멀어요 콜록
    • 아... 뭔갈 알아버린 기분..!
    • 역시 안만나는게 좋지만...왜..
    • 굶버스/ 저는 이미 안되지만 건투를 빌어요 오홋
      말린해삼/ 아 저도 알고 싶어욧
      사람/ 이제 마음이 떠난 사람이라면 뭐 나 잘살아 과시 정도 아닐까요
    • 뱀모양 반지라고 하니까 갑자기 영화 섹스 앤 더 시티2에서 캐리가 아이라인을 짙게 그리고 에이든 만나러 가는 장면이 떠오르네요. 잔망스러운 캐리..
    • 오피스메이트는 여전히 발랄귀염입니다^^! 차갑고 어려워보인다는 이유로 머리카락과 눈동자 외에는 블랙을 허용하지 않던 한 ex가 생각나네요. 그 앞에서 전 언제나 후드티+캔버스+챕스틱. 헤어지고 부딪힐 모임에 올블랙 바지 정장에 뾰족코 블랙킬힐을 신고 나갔어요. 이제 ex는 건드릴 수 없는 입술에는 립스틱도 바르고. 내가 안어울려서 안한게 아니야, ex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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