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노래방 카세트 테이프.

이사를 했습니다.

절묘하게 게시판 이사 시기와 맞물려요. :)

이사 비수기라는 여름 초입인데도 주변 지인 둘이나 역시 이사하셨습니다.

 

짐 정리를 하다가 아무 무늬도 없는 하얀 카세트 테이프를 발견했어요.

틀었죠.

와...... 불독맨션의 데스티니,부활의 네버엔딩 스토리, 시카고의 If You Leave Me Now,리쌍의 러쉬,김동률의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뭐 이런 노래들을 예전 남자친구와 불러놨더군요.

정말 까마득히 잊고 있었는데.

천 일 기념으로 홍대에서 만나 놀다가 노래방을 갔던 날의 기록이었어요.

2002년 겨울이었죠.(몇 월인지 정확히 생각이 안 나서 순간 그에게 전화해서 물어볼 뻔;;;) 

우리는 그 다음 해 6월에 헤어졌어요.

 

그의 고음불가.

나의 웃음소리.

그와 나의 함동 저질 랩.

 

그 노래들을 미소 지으며 듣고 있다가 문득.

사람들이 왜 사진을 찍고 서로 동영상을 촬영하고 노래 부른 것들을 녹음하는지.

알 것 같았어요.

저는 물질적인 기록이 없는 과거를 성찰하는 것과 물질적인 기록이 있는 과거를 자꾸 꺼내보는 것은.

그러니까 전자쪽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후자쪽은 대단히 부질 없는 짓이라고, 미련만 증폭시킬 뿐이라고 생각해 왔거든요.

 

뒤늦게 조금 후회가 밀려옵디다.

이런 걸(노래방 카세트 테이프) 좀 많이 만들어 놓을 걸....... 혹은 사진이나, 동영상도 좀 찍어 놓을 걸 그랬나 하고요.

꽥꽥거리는 그의 "내 삶의 전부라안.......마아랴..... 다시 사랑한다 마알할까아...."에서 어찌나 웃음이 나던지.

 

그리고 잠시 떠나간 날들에 대해 얼마나 뭉클하고 찬란해지던지.

덕분에 세상이 조금 밝아지고 내 인생이 더 다정해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지금부터라도 기록같은 걸 좀 해야 할까봐요.

 

저처럼 사진 찍는 거나 동영상 촬영하는 거나, 그런 식의 순간을 기록하는 것에 완고한 분들 계시죠?

그분들과 오늘의 이 사소한 발견을 나누고 싶습니다.....  ㅎ.ㅎ

 

    • 많이 찍었는데 없어졌어요.
    • 초등학교 4학년 때 국어책에 '청개구리' 라디오 방송 시나리오가 있었는데,
      과제로 친구들이랑 같이 요걸 직접 녹음했었어요.
      그 테입을 제가 가지고 있습니다. 듣다보면 타임머신 탄 기분이 되더군요.
    • 저도 게시판 이사시즌에 회사가 이사를 갔어요. 짐 정리를 하다보니 2006년 막 입사해서 빼곡히 적은 업무 다이어리가 나오더라구요. 버릴까 하다 읽어봤는데 새록새록 그때의 내가 생각나서 박스에 고이 넣어 새 사무실까지 데려왔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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