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투리/방언/토박이말

제목이 좀 거창하긴 한데 아래 '사투리를 쓰면 서울사람들이 타박하나'에 관한 글 댓글에 나온 '서울사투리' 얘길 보다가 생각이 났어요.

전 서울에서 나고 자랐고 부모님도 그런데 분명 표준 발음에 어긋난 발음을 합니다. 글쓰는 것과 실제 말하는 게 다르다는 거죠.

 

많이들 얘기하시는 '삼춘', '~하구', '그리구' 이런 식으로 'ㅗ' 모음으로 쓴 걸 'ㅜ'로 발음하는 것도 그렇고

'챙피해', '옷을 대리다' 등  'ㅣ'모음 역행동화 현상도 꼬박꼬박 나타나고 말입니다.

그리고 독특한 억양이 있어요. 경상도 말씨처럼 분명한 오르락 내리락은 아닌데 뭐라고 해야하나,

밋밋하고 탁탁 끊어지는 것 같으면서도 흐느적거린달까, 아무튼 '표준어'라기엔 찜짐한 뭔가가 있거든요.

 

분명히 서울 지역의 언어적 특성이 있어요. 전 그게 방언이라고 생각하지만 의견이 분분한 것 같더군요.

사실 20세기 초의 대표적 서울 중류층인 구보 박태원의 소설을 보면 이게 서울말인가 싶은 말투가 나오는데

저희 식구들도 그 비슷한 말씨를 쓰는데다 서울정도600년 당시에 서울토박이로 인정받은-_- 집 출신인

큰어머니 말씨는 저희집 보다도 더욱 구보씨 소설과 유사하거든요. 그런데 그게 표준어 맞춤법이나 발음과는 다르죠.

 

언어학, 음성학 쪽으로 조예가 깊은 듀게인이 계실 것 같은데 (듀게의 영험함을 믿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명쾌한 정의는 없는 건지 고견을 부탁드립니다 ^^;;;;; (이 얘긴 언젠가 듀게에서도 나왔던 것 같아요...)

 

 

 

    • 전 언어학은 전혀 모르지만 예전 1960년대, 1970년대 초 한국영화에서 성우들이 쓰던 말씨가 서울 방언인 것 같아요.
      지금도 서울 토박이인 중년 이상의 아줌마, 아저씨들이 그런 말투로 말씀하시거든요.
    • 15760221님 말씀에 동감. 서울에 처음 왔을 때 50대 이상의 아줌마 아저씨->어르신들 말씀하시는 게 낯설게 들렸어요. 하나는 와...사투리를 안써!! 라는 놀라움이었고-_-; 다른 하나는 어쩐지 특이한 서울말 때문이었지요. 글로 쓰자니 맛이 잘 안 사는데, 어휘도 어휘지만 억양이 표준어랑은 좀 다르게 들려요.
      아, 그리고 제가 말하는 정확한 표준어 억양은 방송국 아나운서들의 말투를 가리키는 겁니다.
    • 네 그렇죠?! 그 미묘한 억양이 있어요. 저도 부모님보다는 덜한데 분명히 아나운서 말투와 다른 억양이 있거든요. 그래서 가끔 넌 고향이 어디냐, 그래서 서울이라고 하면 그럼 부모님 고향은 어디냐, 음. 서울인데요. 그러면 근데 너 말투에 묘한 억양이 있다, 그런 경우가 있어요. 흠. 이걸로 서울방언의 실체 확인인가요.
    • ㅓ 를 ㅔ 에 가깝게 발음하는 것도 어른들에게서만 들을 수 있는데 이건 이북쪽 사투리 영향인지 서울 사투리인지 정확히 모르겠어요.
    • 저희 할아버지 본적이 시흥군 안양면(!)이고 작은할아버지께서 80년 원효로2가 토박이십니다. 이 분들 말투는 흡사 태극휘에 나온 늙은 진석의 말투와 같죠.
    • 서울말도 물론 "방언"(지역어)입니다. 서울은 대한민국에 속한 한 지역이니까요. 표준어는 어느 나라나 근대 이후에 등장한 "인공적 규범"이죠. 일본의 공통어도 도쿄 방언과는 다르고, 중국의 북경말도 보통화와는 다릅니다.
      다만 표준어의 토대가 서울을 포함한 중부방언이기 때문에 그 차이가 적어서 평소에 그 차이를 잘 인식하지 않을 뿐이지요. 실제 사람들은 다 자기들이 태어난 지역 또는 그 지역말을 쓰는 부모의 영향으로 지역말을 가장 먼저 익히고 나중에 학교가서 배우는 표준어로 이중언어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다른 지방사람은 그렇게 처음 익힌 말과 표준어의 차이가 커서 그 갭을 메우려면 힘이 드는 반면에, 서울말은 그 갭이 적을 뿐더러, 그 차이를 드러낸다고 불이익을 받지 않기 때문에 일부러 고치려 하지도 않지요. 어떻게
      보면 특권방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꼭 서울방언과 다른 지역 방언의 관계가 일방적이진 않아요. 산업화 이후에 지방에서 인구이동으로
      타지역 출신들이 서울에 많이 옮겨옴으로서 본적지로 따지면 지방출신이 더 많아졌습니다. 지방출신들은 말씨에서
      서울말에 동화되려고 노력하지만, 반대로 사회적 접촉과정에서 기존의 서울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기도 하죠.
      서울토박이 어르신들한테 여쭤보면 지금 서울에서 쓰이는 말은 산업화 이전의 서울말과 꽤나 차이가 큰 것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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