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2세를 만나보신 적 있나요?

저는 재벌가 사람을 직접 본 경험이 두 번 있습니다.

한 번은 사회 초년병 시절, 그룹 교육 후 뒤풀이 장소에서 건배를 하는 장소에서 봤습니다.

국내 최대 기업의 2세 였기에 수많은 보좌진들을 이끌고 바람처럼 나타나서는 '연출된'상황에서

아주 나이스한 '연출된'모습을 선보이고는 바람처럼 가버렸던 기억입니다.

 

근 10년이 지나 중소 규모의 회사로 이직을 하고

대기업을 고객사로 '모시면서' 업무를 보고 있던 차...

제 인생에 잊을 수 없는 두번째 경험을 하고 말았습니다.

 

제가 맡아서 진행하던 프로젝트의 고객이

국내 굴지의 그룹 회장님의 2세 였던 것이지요.

아버지의 회사에서 팀장으로 일하는 그 분께서는

업무적으로는 유능하나, 매너가 아주 XXX 이기로 유명한 사람이었습니다.

 

아직 30대가 채 되지 않은 그(녀)는 40~50 대 임원들에게도 빡빡 악을 쓰고

쌍욕의 직전 단계까지 분노를 쏟아내는 걸로 아주 정평이 나 있었습니다.

하청업체를 대하는 방식은 안봐도 비디오 겠지요.

 

그 와중에 제 밑에 담당자가 작은 실수로 사고를 치게되고..

그(녀)의 호출을 받아 야단 맞으러 들어가는 상황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들어가기 전에 경험자가 주의를 주더군요.

 

"맘 단단히 먹고 가세요. 어떤 상황이 벌어지든 그냥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세요."

 

그분을 만났습니다.

약 30분간의 '초현실적'인 시간이 지나고 넋이 나가 있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함께간 일행의 첫 마디가 

"드라마 작가들이 거짓말하는게 아니구나...쟤들 정말 저러고 사네.."였습니다.

더불어 "웃음 참느라 혼났네.." 였습니다. 저 역시 웃을을 찾느라 혼났어요.

 

어린 티가 팍팍 나는 20대의 그분이 자신의 감정을 추스리지 못해

바락바락 분노를 터뜨리며 저주를 쏟아내고,

주변의 모든 실무자들은 쥐죽은 듯 자기 일을 하는 와중에

함께 끌려간 40대 후반의 간부는 연신 죄송하다며 고개만 숙입니다.

무언가 악담을 퍼부어 대는데 감정적으로 데미지는 없습니다.

현실감이 없어서요.

 

마치 허접한 막장 드라마의 한 장면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에 

화도 안나더군요. 그저 새어 나오는 실없는 웃음을 참는게 힘들었지요.

 

분노를 쏟아내던 와중에 전화가 옵니다. 수화기 너머 나이든 여성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아침에 안 미끄러웠어? 조심히 일찍 들어와 우리 똥강아지~~"

아주 얌전하게 "네~"라고 대답한 그 분은 전화를 끊자마자 이어 분노를 쏟아냅니다. 

 

한국의 수준 낮은 교육을 받은 우리들의 허접함으로 인해

미국에서 학교 다닌 잘난 자신의 회사 이미지에 먹칠을 하게 생겼다며,

니들의 허접함 때문에 한국이 망신 당하는 거라며 악을 쓰던 그녀에게

한국의 국격을 위해 사회 지도층으로써 "인간 대 인간의 예의"를 좀 배우시면 좋을 것 같다

는 말을 차마 하지는 못 하고 그냥 나왔네요. 뒷 감당이 두려웠어요.ㅎㅎ

 

저는 평소 드라마나 영화에서 그려지는 싸가지 없는 재벌 2세에 대한 이미지는 일종의 세뇌라고 믿었답니다.

재벌 2세들이 인간성까지 훌륭해버리면 우리같은 보통 인생들은 살맛이 안날테니...

아랫 것들의 삶의 동기 부여를 위한 위안으로 재벌2세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저의 믿음이 산산히 부서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이 아스트랄한 경험을 기록에 남기고 몇분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맘에

이 바쁜 와중에 바낭질을 하고 맙니다.

    • 근데 인격이 좋든 안좋든 재벌2세(내진 상류층ㅋㅋ)은 하나같이 가족이 상을 당하든 뭔 일이 생기든
      빈틈과 흠이보이는걸 안좋게 여긴다는거..(아주 소소한 인간적인 빈틈조차도..)
      체면치레 엄청 신경쓴다는거 이런 공통점이 있었네요 예전에 블로그 글 본 것도 있고..
      거의 강박적으로 안좋게 말하면 세뇌받듯이 그런걸 지키더라구 거기 글에 쓰여있었습니다.
    • 몰랐는데 걔네가 재벌 2세들이었어요. 나중에 알고보니.
    • 한 번 같이 일한 적 있는데... 싸가지가 없거나 하는 건 모르겠고 좀 어리버리하더라고요. 그 사람에 대한 주변 평가도 어리버리했던 사건사고들에 대한 기억이 주를 이뤘고요.
    • 재벌2세는 아니었고 졸부집 2세 밑에서 일해 본 적 있어요. 흠..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네요.
    • 질문맨//미투 그나마 한 사람은 좀 개념이었는데 나머지 한 사람은...남 무시하는게 생활화 되어있음.
    • 같은 학교를 다니긴 했는데 학년이 달라서 개인적 접점은 없고, 입학선물(?)로 교실마다 에어컨이 깔렸기 때문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 과 후배 중에 있었습니다.
    • 재벌2세는 아니고 재벌3세-그거나 그거나지만-를 업무관련으로 만난 적이 있었는데 본문처럼 악은 쓰지 않았지만 고상하고 침착한 말투로 욕을 하는게 웃겼어요. 나이 든 임원한테 상냥하고 나긋나긋한 어조로 '늙으면 죽어야지 왜 회사 나와?' 하는 식.
    • 취미 관련 모임에서 재벌2세들을 본적이 있는데, 사실 본인들은 나이스하고 돈도 잘쓰고 그러죠. 그 주변에 이권을 바라고 둘러싸고 있는 '인의 장막'들이 더 웃겼어요. 혹시나 다른 누가 친해져서 자기가 누리는 이권 뺏길까봐 기를 쓰는...
      누구는 그 사람네 호텔에 뭐 납품권 땄다는둥, 누구는 그 사람네 어느 건설현장에 뭐 납품한다는 둥.. 원래 그 회사에서 광고 따서 살던 누구는 그 어머니한테 찍혀서 광고 짤리고 쫄닥 망해서 안나온다는 둥...

      요즘 회사 오너 아들이 경영수업 받는다고 회사 인사팀에 소속되어 있는데, 가끔 '젊은층'과 소통한다고 와서 밥사줘요. 그런데, 이 사람은 사람이 참 싹싹하고 인사성도 밝고 그래서 처음엔 회장 아들인지도 몰랐어요.
    • 첫회사는 저랑 같은 그룹이셨나봐요 저도 우리나라에서 젤 유명한 재벌2세(사실은 3세나 마찬가지죠)와 그렇게 조우했었어요.<br />두번째는 첫번째와 같은 그룹인가요?
    • 전 좀 특이하게...재벌들이 제가 일하는 곳에 자주 왔어요. 식당이었어요 ^^ 재벌총수들, 그의 2세들 뉴스에 많이 나오는 분들은 왠만한 분들 많이 봤네요. 식당이니까, 그냥 적당히 좋은 매너로 대해주셨고 특별히 나쁜 기억은 없지만...그중에 C모그룹 회장님은 정말...변태같았어요 ㅠ.ㅜ 서빙하느라 고생한 기억이 새록새록 하네요.
    • 친구랑 사립초등학교 동창이라서 50대 그룹 3세들이랑 미팅해봤어요.
      방학이라 한국에 잠깐 들어온 유학생들이었는데 되게 수줍고 말 없고 재미없기만 했던 기억...
      아 그리고 미팅끝나고 나서 친구가 걔네들 **손자야 라고 해서 알게 됐죠. 딱히 재벌집 자제들 티는 안나던데요.
    • 형편없는 인간의 비율은 계급을 막론하고 어디나 일정하지 싶어요.
    • 형편없는 인간의 비율은 계급을 막론하고 어디나 일정하지 싶어요. 22
    • 24601님과 비슷하게
      운전면허 시험 필기에 일곱번 떨어지고 빼빼로 데이에 결혼하겠다고 결혼식장 잡았다가 부모님에게 장난하냐고 혼나고
      운전 중에 길에서 새끼곰을 보고 주웠는데 강아지로 착각하고 동물병원에 키울거니까 주사 맞춰달라고 데려가고
      그런 분을 뵌적 있어요.
    • brunette/ 왕자에겐 교육이 무소용하다. 왜냐면 이미 오냐오냐해서 망가졌기 때문에. - 토마스 모어 였나요.
    • 열하홉구님 / 빵터졌습니다. 그분 곁에서라면 시트콤이 필요 없겠네요. 그런 케릭터 옆에 하나쯤 있어도 좋을듯;
    • 아닐지 모르지만 두번째 사례는 뭐 유명한 그 여자분이 아닌가 싶네요 ^^;;;
    • 형편없는 인간의 비율은 계급을 막론하고 어디나 일정하지 싶네요.

      저도 그런 사람 상대해 본 적 있는데, 재벌2세가 아니라 우리들과 별반 차이없는 사람이었는데 X막장을 달리더군요.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가 우리같은 '서민'이라서 개막장이었던 건 아닌 것 같거든요.
      그러니 그 재벌2세도 재벌의 자식이라 그런게 아니라 그 사람이 막장이었을겁니다.
    • 이재용이 저희 초소에 관광왔었죠. 군대 있을때

      김용철사건으로 삼성가 조사받고 있을때였는데 보좌진들(다 할아버지급)을 데리고 놀러왔더라구요.

      대대에서 각 소대마다 이재용 온다고 다 연락해주고 우리 소대장은 나가서 인사하고 맞이하고...

      무슨 장성급 오는줄 알았음
    • 전 지금 꽤 유명한 재벌2세, 아니 걘 3세죠. 암튼 걔랑 학교 같이 다니고 있는데, 말 안하면 모를정도로 애가 괜찮아요. 착하고, 인물좋구 겸손하고 똑똑하고. 진짜 우리가 걜 보면 뒤에서 항상 궁실렁대죠. 세상에 신은 없어. 불공평해. 어떻게 저래?하고 말이죠. 다 케바케에요.
    • 두가지 부류겠죠. 괜찮은 애들은 정말 괜찮고, 망나니는 정말 망나니더라구요.
      왜 그런지까진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내 문제도 많은데요 뭘.
    • 이재용 면제인데...장성급ㅋㅋ
    • 아무래도 빠삐용 님이 언급한 사람이 제 친구인 것 같은데, 그거 루머입니다 -_- 그렇게 소문나는 것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피식 웃던 그 친구가 생각나는군요. 빠삐용 님께 구구절절 해명해드릴 수 있을 만큼 자세히 알고 있으나, 그냥 줄이도록 하죠.

      그 친구는 어쩔 수 없는 듯도 한데, 서민;;들의 현실을 모르는 일(어리버리함으로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딱히 사람이 어벙한 건 전혀 아니었습니다.)이 가끔 있었으나.. 하여간 재벌2세 클리셰스러운 사람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위에 말 많이 나왔듯이 케바케인 거죠.

      늘 인간의 성격이나 타입을 결정하는 건, 상황이 아니라 그것에 대해 반응하는 방식입니다. 재벌2세가 모두 본문에 나온 사람이 되는 게 아닙니다. 일반인(?)과는 분명 다른 점이 있더라도, 상식적인 사람이 되기도 하고, 개차반이 되기도 하죠. 똑똑현명한 사람도 있고 무능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들은 무슨 행동을 하더라도 모두.. 남들이 보기에.. '재벌2세라서' 그렇게 된다고 말을 듣는.. 굴레에 빠져서 삽니다. 재벌2세라 그런 거야.. 재벌2세인데 저렇네? 라고 모든 게 말이죠. 잘해도 본전, 못하면 ㅂㅅ취급이랄까요. 뭐 제 소박한 바람은, 그냥 개인을 좀 보고 판단하시길 바랍니다.
    • Good people are all alike; every bad person is bad in its own way.
    • Chekhov님이 여자분이셨군요? 전 여지껏 남자분인 줄 알았어요;;
      이 게시물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걸 알고 갑니다...(빠삐용님이 언급한 사람이 누군지는 알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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