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집> 연구원, 무라야마 잇페이 해고 사건과 관련해

새 게시판에는 처음 글을 올려보네요.


오늘 위안부 할머니들이 모여 살고 있는 <나눔의 집>에서 일하던 일본 청년 무라야마 잇페이가 해고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나눔의 집을 후원하고 있는 친구가 받은 메일 덕분입니다. 한국일보에 잇페이의 해고를 알리는 기사가 실렸고, 나눔의 집에서 해명 메일을 보냈다고 하더군요.

잇페이가 직무유기로 해고되었다는 (나눔의 집 메일 내용을 근거로 한) 소식에 처음에는 '무라야마 잇페이가 비리 청년이었단 말인가?' 하는 놀라운 기분이었습니다. 무라야마 잇페이는 나눔의 집을 방문하여 만난 적이 있습니다. 한국으로 건너와 서울에서도 한 시간이 걸리는 경기도 광주군 퇴촌면 원당리에서 몇 년째 지내고 있는 그의 생각이 어떠한지 궁금했으나 많은 얘기를 나눌 기회는 없었습니다. 개인적인 친분 관계는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저는 무라야마 잇페이를 기억하고 있지만, 그에게 저는 한국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일 것 같고요.

여하튼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는 작은 충격이었습니다. 그러나 잇페이라는 일본인 청년이 한국에서 생활하는 것에 대해 감상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있던 것은 아니라, 아랫글은 차분한 제삼자의 시선으로 읽어볼 수 있었습니다.

한국일보 <위안부 할머니 나눔의집, 일본 연구원 해고 왜?>
http://news.nate.com/view/20110117n01046

나눔의 집 <한국일보 기사 사실왜곡-나눔의 집은 이번 기사 언론중재위원회 제소방침>
http://www.nanum.org/way-board/way-board.php?db=notice&j=dv&number=1171
위 글은 나눔의 집 홈페이지 nanum.org 공지사항에 등록되어 있고, 후원자 메일로도 같은 글이 발송되었습니다.

글 을 읽은 지금은 매우 씁쓸한 기분입니다. 아마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한국일보 기사와 그 기사를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겠다는 나눔의 집의 반박문을 본다면 나름대로 어느 정도 사건에 대한 그림을 그릴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나눔의 집이 불안함에 떨며 급히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반박문은 사실 협박에 가깝고, ("나눔의 집의 운영, 사무, 인사, 회계, 자산, 사업 등 고유 권한을 침해하는 월권행위, 허위사실유포, 사실관계 확대해석이나 음해는 삼가"하라고 말하는 부분을 보세요) 정작 한국일보의 기사 어떤 부분이 사실이 아닌지 전혀 밝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살던 아파트에서 아파트 조합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다툼이 있었는데, 글 앞부분 경고와 18개의 반박문은 그때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붙어 있던 조잡한 폭로전을 떠올리게 합니다. 나눔의 집의 글을 읽은 후에 한국일보 기사를 다시 읽어 보아도, 기사 어떤 부분에서 사실을 왜곡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가 없습니다.

나눔의 집의 글을 읽으며 눈에 자주 띄는 단어가 '불복종'인데, 나눔의 집이 현재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추측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눔의 집이 주장하는 잇페이의 직무유기 및 태만, 지시 불이행, 허위 보고가 전적으로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러니까 오직 나눔의 집의 주장에 근거하더라도 무라야마 잇페이의 처신이 이해되는 면이 있습니다. 저러한 수직적인 구조의 집단에서 어떻게 '나눔'을 이야기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나눔의 집의 글에 대해 저도 그들이 좋아하는 번호 매기기를 하며, 그들의 생각이 얼마나 방어적이고 오만한지 지적하고 싶지만 그러기에는 앞서 말한 것처럼 누가 보더라도 '지나치게' 방어적이고 오만하기에 그럴 필요가 있을지 의문스러워 그만두기로 합니다.

분명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은 나눔의 집에서 무라야마 잇페이를 나눔의 집에서는 이방인으로 대했다는 것입니다. 일본군 위안부의 진실을 알게 된 후 고향인 일본을 떠나 한국인 할머니들과 몇 년간 생활했던 잇페이에 대한 문제를 '나눔의 집 자체 인사와 관련된 문제'이니 '음해'를 삼가라는 나눔의 집. 잇페이의 존재를 나눔의 집에서는 왜 그 한 문장으로 요약해야만 했을까, 단순히 인사와 관련된 문제라면 '18개 항목'의 정리되지 않은 반박문을 급하게 써야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 밤입니다.

각자 읽어보시고 판단해 주시길 바랍니다.

    • 말씀대로 실체적 진실은 이걸로는 알 수 없겠지만요, 저도 언론 대응 관련 업무를 한 적이 있지만, 나눔의 집 해명은 문장과 단어사용이 조악해서 눈에 거슬리네요. 일단 제목이 "제소." 언론중재위에 제소하지는 않죠. 언론에 대해서 굉장히 나이브한 시각도 언뜻언뜻 보여요. 이 부분 "2011년 1월 16일, 한국일보 김혜경 기자에게 사실관계를 정확히 이야기 하였으나 기사화 함" 이건 뭐 좀 안쓰럽기까지 한 언론관이 엿보이네요. 우리가 말해준 게 사실이니까, 당연히 한국일보에선 기사화하지 않을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뭐 그런.
    • 이전부터 이분 기사 읽고 마음이 움직였던 적이 많았는데 정말 안타깝네요. 특히 기억나는게, 할머니들 중에는 원래 직업여성이신 분들도 계시는데 연구하는 과정에서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끌려간 소녀들만 위안부로 대할 때가 많아서 할머니들이 증언을 번복하시는 경우도 있다고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들어달라는 부분이요. (기억나는대로 적어서 확실하지는 않지만 대략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혹시 이분을 어떻게 돕거나 하는 방법 있을까요? 마음이 무겁네요
    • 저도 쾌변님 처럼 느꼈습니다. 반박문에 '소장인 내가 명령해도 항명하고 불복종함'이라는 부분을 보면 이건 군대인가 싶은 생각마저 들거든요. 표현을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나 의문이 드네요. 반박문만 보고 있으면 정말 나눔의 집은 수직적 위계 질서가 엄중하게 서린 곳이란 생각이 듭니다.
    • 어휴... 나눔의 집 반박문 무섭다기 보다는 찌질해요.
    • 이거 참 마음 아프군요.
    • 어제 같은 시각 같은 글을 블로그에 올렸는데 나눔의 집 간사분이 댓글을 다셨더라고요. 조직 내에 규칙과 질서가 있는데, 잇페이 님이 그것을 따르지 않고 조직에 해를 끼쳐왔다고. 물론 기존 조직과 충돌하는 부분이 있었으리라는 것은 모두가 예상할 수 있는 문제인데,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러한 방법을 택해야 했는지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무엇보다 갑자기 자신의 신념을 실천할 터전이면서 삶의 터전이기도 했던 곳을 타의에 의해 잃은 잇페이를 생각하면 화가 나고요.
    • 왜 이런 기사를 보면 못생긴 페미니스트에 관한 기사와 비슷하게 읽혀서. 이런 문제가 있으니 위안부 할머니/과거 잊어버려라라는 .... 아 근데 어느 조직이나 문제는 당연히 매일 있는 거 아닌가요? 왜 사회운동하는 단체들의 문제만 보면 뭐라 그래... 사회운동 하는 사람들도 사람이고 인간이라 그 나름대로 모던한 문화 논리가 있는건데. 나눔의 집의 반박문은 포스트 모던한 사회의 소통 구조를 잘 몰라서 자기 방식대로 말하는 거라서.....
    • Appletango 님의 댓글은 도무지 무엇에 대해 말씀인지 이해가 잘 안되네요. 위안부 할머니/과거 잊어버리라는 주제와는 연결 고리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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