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어제 만들었어요/ 모던패밀리와 현대의 가족상 + 듀나인 - 소설가 백민석씨

1. 토요일 밤 추운 회사에서 버릇처럼 듀게에 들어왔는데 접속이 안돼서 슬펐습니다.


회사 가기 전 미술관 수업에 가서 이런 걸 만들었습니다.



미술관에서 노만 락웰 특별전 시작을 기념해서 콜라주 수업이 있었거든요. 수업이라고 해도 전시회 조금 같이 보고 그 다음에 잡지랑 이런저런 도구를 나눠주고 만들어 봐라, 하는 식이었거든요. 지난번에 앤디워홀 특별전 때는 앤디워홀을 테마로 한 스케치 수업이 있어서 그때도 낼름 신청해서 갔더랬는데, 전시랑 연계한 수업을 하는 아이디어는 참 귀여운 것 같아요.


뉴요커 매거진 위에 표지가 찢겨 나간 50년대 잡지를 잘라 붙였는데, 하나 만들어야 할 걸 두 개 만드는 욕심을 부렸더니 듬성듬성하네요. 뚜껑 말고 안쪽에도 막 오려 붙이고 그랬거든요.


2. 주말에 모던 패밀리 에피소드 두 개를 몰아서 봤습니다. 워낙 평판이 좋은 드라마이긴 한데, 정말로 저도 혼자 하하하 하면서 봐요. 세 가족 중에 정말 안 웃긴 팀이 없고요. 감독의 "제작의 변" 비슷한 인터뷰에도 나왔지만 셋 중 가장 전통적인 가족상에 가까운 건 밋첼-캠의 게이 커플이에요. 늘 입양된 딸 릴리 (얘가 쌍둥이라네요, 저 얘 너무 귀여워요)의 교육에 대해 고심하고 투닥거리고. 영재유치원 인터뷰 갔을 때 게이 커플에다가 아시안 아기라서 diversity point (뭐라고 하죠 이걸) 높게 받았다고 좋아하다가, 한쪽이 휠체어를 타는 아프리칸 어메리칸 레즈비언 커플이 들어오는 장면, 이건 정말 촌철살인이었죠. 그리고 어제 본 에피소드에선 집 주인 아줌마가 남편의 짜증에 짜증내면서 "너희 결혼 못하는 건 참 운 좋은 거다" 하고 캠한테 툭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것도 참 쓴웃음으로 웃겼습니다. 반대로 던피 가족은 외관상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핵가족이지만, Gen-Xer 또래 부모의 고민 같은 게 엿보이는 게 재미있어요. 자녀들한테 권위적인 부모가 아니라 친구처럼 대하고 싶으면서도 또 이런 저런 잔소리는 해야겠고, 뭐 그런. 아빠 = 착한 사람 엄마 = 잔소리하는 나쁜 사람의 역할 분담이 이루어지고요. 게다가 명대사(!)도 참 많이 나옵니다. 지난번에 게시판에도 옮겨왔지만 "아 옛날 생각나네 저기 스타벅스 자리에 뭐 있었는지 알아?" 하고 아빠가 묻자 아들이 "글쎄? 오렌지 농장?" 하거든요. 그러니까 아빠가 (웃지도 않고, 이게 포인트) "아니 버거킹! 아직도 버거킹의 흔적이 보이네." 이러는 거. 명대사는 한두 개가 아니에요.


3. 호기심 레벨 급상승의 일요일 아침입니다. 전에 백민석씨의 "내가 사랑한 캔디"를 읽고, 날카로운 문장이 꽤 좋았는데요. 문득 검색해보니 절필 얘기가 있군요. 그것도 블로그 포스팅이 대부분이고 정황 설명은 없는데, 백민석씨 근황에 대해 아시는 똘똘이 듀게분 계시면 좀 알려주시겠어요?

    • 모던 패밀리 겉으로 보면 참으로 작위적인 구성이더군요. 일부러 역대 시트컴 패밀리들을 총집합 시켜놓은듯한 뻔한구성. 그런데 막상 보면 정말 모던합니다.
    • 그러고 보니까 세 가족이 핵가족, 재혼 가족, 그리고 동성 파트너 가족 이렇게 마치 "샘플러" 같은 느낌이에요.
    • 1. 콜라주 참 오랜만이에요~ 그런 미술관에서 하는 수업같은 거 한번도 안들어봤는데 부러워요. 만드신 작품이 감각적이면서도 소박한 멋이 있어서 좋네요!
    • 아이 칭찬 감사합니다. 그냥 광속 가위질한 쪼가리를 풀로 붙이고 그 위에 코팅용 풀을 한번 칠했어요.
    • 평단과 문단에 대한 실망감으로 2003년 절필하고 충남 서산에 은거중이며
      동료 작가들과도 잘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데
      이것도 정황 설명이군요.
    • 은거요? 저는 전직 같은 걸 생각했는데. 아휴.
      첫 작품때 꽤 좋은 평을 받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왜 평단에 실망했을까요.
    • 평단, 문단에 실망했다는 얘기라면, 사람들에게 질린 게 아닐까요.
      그 쪽 동네가 아무래도 자신들만의 리그랄까,,그런 느낌이 많은 곳이라,,,,
    • 그 은거했다는 얘기 앞에 붙어있던 말은, 백민석의 작품에 대해
      평단에서 거부감이 있었다는 거였습니다. 당시 유행하던 엽기적이라는
      수식어가 백민석의 작품에 종종 붙어있을 정도였으니까요.
    • 저도 엽기적이라는 이야기 듣고 그 책을 읽었네요, 그러고보니까.
      재능이 있는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게다가 소설은 조금 도시 분위기랄까, 세련된 느낌이라 서산에 은거, 이 부분이 특히 놀라워요.
    • '내가 사랑한 캔디'는 '엽기적'이라는 말을 들은 소설이 아니었다고 기억해요. 이후의 '백민석'표 작품들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였지요.

      백민석 소설집 중 가장 유명한 것 중 하나가 '목화밭 엽기전'이라서
      더 '엽기적'이라는 수식어가 쉽게 붙지 않았나 싶어요. 실제로 막 나가는 광포한 소설들이었고..

      '믿거나말거나박물지'를 처음 읽었을 때의 즐거운 충격이 선연한 데
      지금 다시 보아도 그때처럼 좋아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저도 그 분의 절필이 퍽 아쉽습니다. 절필에 사적인 이유가 있다고 풍문처럼 들었지만,
      말 그대로 사적인 이유이고 또 풍문이라 제가 쉬이 말할 것은 아닌 듯합니다.

      + 백민석 소설 중 가장 선명하게 제 기억에 남아있는 것은
      폭력적이고 강렬한 이미지로 충전된 다른 소설들이 아니라, 조금 놀랍게도, 자전소설 '이 친구를 보라' 입니다.
    • 하이브리스님 댓글을 읽고 생각해보니, 제가 읽은 게 ..캔디였는지 아니면 목화밭..이었는지 가물가물하네요. 단편도 하나 봤던 것 같은데 그게 뭔지 기억이 안나고. 사적인 이유 루머 혹시 누가 안된다면 쪽지로 받을 수 있을까요. 부담스러우시면 무시하셔도 괜찮습니다.
    • 저도 요새 모던패밀리 봐요 얼마전에 본 에피소드에선 그 아빠가
      내가 뭔 죄를 지었다고 프랑스 영화를 봐야 되냐고 억울해 하는 거 보고 혼자 끽끽 웃었어요
      재밌더라구요 전 글로리아랑 그 아들이 너무 좋아요
    • 아 그 에피소드 어제 봤답니다. 아빠님 (던피, 퍼스트네임 뭐더라) 너무 귀여워요. 목소리도 좋고!
      글로리아 + 매니 조합도 물론 좋아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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