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냄새

출장길에서 올라가는 열차안.

창밖 풍경도 지겨워져 책을 손에 쥐었는데 그도 얼마 지나지 않아 열차는 어느 소도시의 역에 정차합니다. 혼자 자리에 앉아가고 있었는데 그 역에서 타신듯한 한 할아버지께서 승차권을 살펴보시더니 제 옆자리를 채워 앉으시려 하십니다. 서울 아들네라도 가시는 것인지 보자기로 꽁꽁 싼 박스 하나랑 터질듯한 종이 쇼핑백 하나를 머리위 선반으로 올리시는데 버거워 보여서 제가 좀 거들어드립니다. 이내 둘 다 자리에 앉고 저는 다시 책을 읽습니다. 그런데 낯설면서도 익숙한 냄새가 옆자리 할아버지에게서 납니다. 몇 십 년은 찌들어 묵혀진 담배냄새, 매일같이 가마솥에 쇠죽을 끓이면서 밴 시골냄새, 그리고 소똥 냄새. 뭐 이런 냄새들이 칼로 자르듯 구분되어 맡아지지는 않지만 대략 그런 조합입니다.도시인들에게 그리 유쾌한 향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저는 옆에서 괜히 코를 크게 벌리고 할아버지의 냄새를 조금 더 자세히 음미합니다. 사실 옆자리 할아버지의 냄새는 이미 돌아가신 울할아버지의 냄새와 신기하리만큼 닮았습니다. 눈을 감으면 마치 옆에 울할아버지가 숨쉬고 계신 것같습니다. 머리는 이 냄새에 찡그리고 있는데 가슴은 그리워하고 있네요.

제가 사회생활을 시작한지 6년이 되었습니다. 더불어 할아버지를 보내드린 것도 6년이 되어갑니다.
오랫동안 각인된 기억은 수이 지워지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아직도 이렇게 또렷이 남아있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 몇년 전, 돌아가신 외할아버지와 비슷한 분을 보고는 저도 모르게 그 뒷모습을 보며 몇걸음 따라갔던 적이 있었어요. 꼭 꿈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너무 닮아서 발걸음이 저절로 날 끌고 갔는지도 모르겠어요. 다시 발길을 돌리는데 눈물이 날 뻔 했어요. 할아버지가 너무 그리워서요.

      때로 어떤 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진해지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 낯선 누군가가 갑작스럽게 제게 친절을 베풀 때마다 이상하게도 할아버지 생각이 나요. 할아버지가 보낸 전령일까? 나를 지켜보고 계신건가? 하는 생각들요. 돌아가신 지 벌써 8년이 됐는데 아직도 할아버지 생각하면 마음이 간질간질하네요. 할머니, 할아버지- 이 세상에서 최고로 든든한 내편이었어요. 아- 한번만 안겨봤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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