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한 번 묻습니다. 한밤중 창 밖에서 머리 긴 처녀 귀신이 여러분을 노려보고 있으면 기분이 어떨 것 같습니까? 아니면 긴 복도 맞은편에서 귀신이 콩콩거리고 다가온다면? 육체적 위험이 직접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상황에서 귀신쇼가 벌어진다면 어려분은 무서울 것 같나요? 무섭다면 얼마나?
예전부터 생각해온건데, 무섭긴 무섭지만 뭔가.... 그 귀신이 도대체 무슨 해를 어떻게 끼치는건지 묘사한 경우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그게 항상 궁금했거든요. 왜 귀신이 목을 조르려는 듯이 손을 뻗은채 앞으로 내밀면서 점점 클로즈업되고, 피해자(?)는 으아아아아아아악 소리를 지르면서 페이드 아웃되고 끝나죠 대체로. 그리고 기절했다가 다음날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거나, 혹은 죽어있거나(...)
한 십년 전에 한겨울 새벽 산행을 하다가 발이 얼어붙은 경험이 있어요. 한 발자욱도 못 떼내다가 다른 등산객 인기척이 느껴지면서 다리가 풀리더라고요. 눈인사하며 지나치던 그 할아버지가 얼마나 감사하게 여겨졌던지.
난생 처음 말 그대로 공포로 인해 오금이 저려 얼어붙은건데요. 원인이 뭐였냐 하면,
눈쌓인 나뭇가지였어요.; 그게 희뿌윰한 한겨울 새벽에 (아마도 5시 좀 안된 시각?) 지나치는 옆의 시야각을 통해 언뜻 귀신 소복으로 느껴졌던 거죠. 근데 차마 그쪽으로 고개가 돌아가지도 않고 다리가 얼어붙어버린 경험을 했어요. 이후로 귀신을 봤다는 얘기에 코웃음을 치지 않아요. 사실이든 아니든 그게 얼마나 무서운 지를 알게되었기에..
이런 걸 묻는 이유가, 그냥 이야기의 한 도막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어떤 호러 감독이 자칭 실화라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귀신 영화를 만듭니다. 당사자가 겪은 이야기를 최대한으로 충실하게 재현했지만 결과물은 우스꽝스럽고 진부할 뿐이죠. 당사자는 실망해서 고함을 지릅니다. 내가 겪은 건 이런 게 아니었어. 아무리 당신들이 내가 말한 걸 그대로 옮겼다고 주장해도 이렇지 않았단 말이야.
전에 어떤 몰래카메라 비슷한 프로에서 여자를 귀신분장시키고 외진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접근하는 실험을 해본 적이 있지요. 대부분 비명을 지르며 달아났는데 웬 어린아이 하나만 그냥 가만히 서 있다가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하던데... 아무래도 이 장면은 조작인 것 같더군요. ^^
말씀하신 상황은 충분히 이해가 가는데요. 그럴 수 있을겁니다. 영화안에서야 클리세지만 실제로 당하는 사람들은 엄청 무섭겠죠. [주온] 이니 [블레어 위치 프로젝트] 니 하는 영화들이 이러한 체험들을 사람들이 한다는 걸 아니까 만들어진거겠죠.
저는 원래 겁도 많고 무서움도 잘타서 (호러 영화는 밥보다도 좋아하는 주제에) 이런 경험을 당한다면 정말 꼼짝도 못하고 얼어붙을 것 같아요. 그런데 경우에 따라서는 "무슨 일이 있으셨습니까? 차라도 같이 마시면서 좀 얘기를 들려주시면..." 이라는 식으로 의외로 차분하게 반응할 것 같기도...
다른 사람의 주관적 체험을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라디오 방송처럼 체험하게 해줄 수 있는 초능력자의 얘기로 글 써보시면 어떻겠어요. 그런데 그 귀신 체험을 다른사람한테 풀어놨더니 마치 똑같은 사건을 본 증인들이 딴소리들을 하는 것처럼 결국은 각각 다르게 느껴지더라 하는 아이러니칼한 결말... 너무 뻔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