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에 대한 적절한 대가는 과연 얼마일까? (1/2)

    군 관련 이야기는 듀게에서도 참 오래된 ‘떡밥’입니다. 주로 군가산점에 대한 찬반 문제와 징병제-모병제 논쟁이 되겠는데요, 

그 과정에서 항상 나오는 주장이 있었습니다. “군가산점은 지금으로서는 유일하고 가장 현실적인 보상”이라는 주장입니다. 

그 주된 논거는 보통 “군가산점 외의 다른 보상이 가능했으면 지금까지 안 했겠느냐”는 것입니다. 저는 예전부터 이 주장이 

얼마나 사실성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딱히 할 일도 없고 나른~한 오늘 오후, 이 문제를 한번

정리해 보기로 했습니다.



    본론에 들어가기 앞서 분명히 해 두고 싶은 것은 제가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밀리터리에 조예가 깊은 것도 

아니고, 행정이나 경제, 조세제도, 통계 등에도 무지합니다. 따라서 저의 검토는 극히 평범한 지적 능력을 지닌 일반인이 상식적인 

차원에서 시험삼아 해 본 작업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관련 분야에 전문 지식을 갖고 계신 분들은 오류가 보이더라도 너무 비웃지는 

마시고, 친절하게 지적해 주셨으면 합니다.




1. 문제의식: 정말 징병제에선 병사를 싸게 부려 먹는 게 옳은 건가?


    그러면 가장 중요한 문제의식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보통 징병제-모병제 논쟁의 양상은 재원의 문제에 

초점이 맞추어져 진행되곤 합니다. 그 전제는 징병제는 돈이 적게 들고, 모병제는 돈이 많이 든다는 것입니다. 저도 으레 

그러려니 여겼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다른 각도에서도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바로 노동에 대한 합당한 대가라는 측면

인데요. 만약 어떤 사람이 수행한 노동이 70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면, 70에 해당 하는 대가를 받고, 어떤 사람이 수행한 노

동이 100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라면, 마땅히 100에 해당하는 대가를 받는 것이 정의에 부합할 것입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100의 가치를 지닌 노동을 제공하였는데, 5나 10의 대가밖에 지불받지 못 하였다면 이것은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지요. 우리는 

이러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흔히 ‘착취’라는 표현을 사용하곤 합니다.



    어떤 사회이건 간에 인간의 노동에는 그에 합당한 대가가 지불되어야 한다, 이는 좌파와 우파, 남녀와 노소를 막론하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단순하고 기본적인 명제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 착안점은 여기에 있습니다. 병역과 관련한 논의에서 

우리는 누구나 모병제 하에서는 병사들의 노동력에 걸맞는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고 인식하지만, 징병제에서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전제해 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것이 과연 정당한 전제인가 하는 점입니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현역 병사들과 예비역들에게 끝없는 상실감을 안겨 주는 근본적인 원인이 사실은 여기에 있습니다. 징병제를 

운영하고는 있지만 우리나라 병사들도 아예 무상으로 일을 하는 것은 아니죠. 봉급을 받기는 받습니다. 그런데 그 액수가 매우 비상식적

입니다. 통계청 자료를 참조하면 10년 전인 2000년 당시 병장 월급이 1만 8,200원, 이등병의 월급은 1만 3,200원이었습니다. 일급도, 시급도 

아닌 월급 액수가 이러했습니다. 놀라운 일이지요.



    다만 노무현 대통령 시기에 그 자신이 병사 출신이었기 때문이었는지 병사 봉급에 대해 나름 ‘획기적’인 개선조치가 취해져 몇 년간

연 30~40%의 임금상승이 이루어졌고, 2010년 현재 병장의 월급은 9만 7,500원, 이등병의 월급은 7만 3,500원이 되었습니다. 퍼센티지로만 보면 

임금이 매우 크게 상승하였으나 병사 월급 액수는 여전히 사회인들의 일급 수준과 비슷한 정도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참고로 ‘안보를 엄청 

중히 여기시는’ 현 이명박 대통령께서는 경제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면서 현역병의 임금을 깔끔하게 동결시키는 화끈한 지도력을 보이기도 하셨습니다)



    ‘노동에 대한 합당한 대가’라는 앞에서의 기준을 상기했을 때, 저는 모병제가 바람직한가 징병제가 바람직한가를 논하기에 

앞서 과연 징병제 하에서 현역병들에게 지불되어야 할 합당한 임금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논의가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또 그 금액의 부담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가에 대해 검토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대통령 1인의 인식에 따라 

불과 몇 년 사이에 수 배에 이르는 임금 상승이 가능해지고, 또 간단하게 동결되어 버릴 수도 있는 것을 보면, 현재 책정되어 있는 병사 봉급 

액수가 치밀한 분석이나 합의에 의해 나온 필연적인 결과물이 아니라 단지 관성에 따라 주먹구구식으로 설정된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을 

가지게 되었던 것이지요.


  (글이 길어서 나누어 올립니다. 2편에서 계속)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굉장히 섬세하고 신중하게 논의를 전개하고자 하신거 같아요. 덕분에 몇몇 논점들이 잘 부각되었고, 그 논점들에 관해 제 의견을 말씀드려보겠습니다.

      칸막이님께서는 노무현 정권에 들어와서 군인들의 월급이 인상된 것이, 결정권자의 의지로 인해 군인들의 급료가 대폭인상될 수 있을 정도로 국방 예산이 주먹구구식으로 설정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알고 있는 내용은 조금 다릅니다. 물론 군인들, 특히 사병들의 월급이 오르게 된 대의는 칸막이 님께서 말씀해주신 "노동에 따른 합당한 대가"에 따라 그 대가를 완전히 충족시키지는 못하더라도 그에 근접하는 노력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하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만약 그 의견이 옳다면, 즉 다른 국방 관련 예산들이 고정된 상태에서 사병들의 월급만 올랐다면, 당연히 국방비도 그에 맞는 비율로 올라갔어야 정상일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알기로는, 물론 국방 예산이 해마다 증가하긴 했지만 다른 변수와 관계없이 군인들의 월급 인상분 만큼 오르지는 않았습니다. 군인들의 월급을 올려줄 수 있게 된 것에는, 칸막이님이 말씀하신 대의보다는 다른 변수가 더 크게 작용한 것 같습니다.

      제가 알기로 그 변수라는 것은 군의 기계화, 전문화 추세입니다. 재래식 전투에 적합한 병사의 수를 줄이고, 고급 장비를 다룰 수 있는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죠. 그러다보니 전체적인 병력의 수를 줄이는 것이 가능해 진 것 같습니다. 그 수를 줄이는 방식은 다들 아시다시피 군복무기간을 단축한 것이죠. 사병기준 의무복무기간은 노무현정부 내내 줄었고 지금도 계속 줄고 있습니다.(앞으로는 안그럴거 같지만...) 하지만 부사관 및 장교들의 복무기간은 사병들만큼 줄지 않았죠. 즉 군 규모가 줄다보니 남아있는 병사들에게 지출할 있는 비용의 늘어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군 병력이 줄게 되면, 원래 병력만큼의 급료분도 보존이 되지만 그들에게 들어가는 재반 비용도 절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그들의 의식주, 혹은 그들의 무기나 여러 부대 비용에 들어가는 부분을 절약할 수 있게 되고, 그 부분 만큼을 여전히 군대에 남아있는 병력들의 급료의 인상분으로서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이걸 제대로 비교하려면 국방비 내역을 찾아서 국방비 규모에서 인원 관리와 관련해 지출되는 비용을 비교해보면 될 것 같습니다. 만약 그 비용이 군 복무기간이 26개월이던 시점과 비교했을 때 계속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되었거나 소폭 증가했다면 제 주장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좋은 의견 감사드립니다. 말씀하신 부분은 매우 개연성이 있습니다. 저도 노무현의 병사 월급 인상에 대한 의지 외에
      병력 감축으로 인해 발생한 잉여 예산의 전용이 병사 임금 상승으로 이어진 면이 상당 부분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다만,
      그 정도에 대해서는 말씀하신대로 국방 예산의 내용을 꼼꼼하게 살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제 검색 능력이 달려서인지 인터넷으로 통계자료 이용하는 게 만만치 않더군요. 통계청 사이트를 이용하는데 원하는
      자료가 쉽사리 안 걸릴 뿐더러 저희 집 컴퓨터에서 안 열리는 것도 있고요.
    • 칸막이님의 두번째 글과 관련된 코멘트인데... 노무현 정부의 병력 감축 정책은 단순히 군 병력을 줄이는데 초점이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군 병력 규모의 감소는, 군의 전문화, 기계화라는 국방 정책의 일환으로서 이해될 수 있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그 근거로 군복무기간은 계속적으로 줄였지만, 한편으로는 병장만기 전역자들을 부사관과 이상의 급여를 주면서 잡아두려는 정책도 함께 시행했었거든요. 저는 이게 말로만 그런줄 알았는데, 요새 군복무하는 후배 얘기 들어보니까 실제로 일선 부대에서는 부대 간부들이 이러한 형태의 복무를 병들에게 권유하는 경우가 많답니다.(자기는 군생활 잘해서 이런 얘기 많이 들었다며...) 이러한 정책은 군대의 전체적인 규모는 줄이되 전문 인력들을 최대한 확보하고자 하는 시도로 보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두번째 글에서 말씀하신, 부사관이나 장교등 전문화 인력의 수를 크게 줄이는 것은 병사들의 월급을 정상화하는 시도로서 시행하기는 어렵지 않나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 김대중 대통령시절에 군생활을 했는데 그때 이미 부사관, 단기사관, 3사관학교 지원시즌마다 인사과에 불려가 지원을 권유 받은거 보면, 산체님의 말씀이 일리가 있다고 봅니다..
    • 산체 / 네 맞습니다. 그런데 저는 부사관의 수를 줄인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장교의 수를 줄여야된다고 했는데요,
      자료를 찾다보니 우리나라의 병사 수 대비 장교의 수가 미국 등 다른 국가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많은 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장교의 정원 자체도 많은데다 정원 외의 불필요한 보직도 굉장히 많더군요. 이게 아마 군사정권 시절에 생긴
      거품인 것 같은데 지금까지 개선이 안 되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따라서 지금 상태에서도 20~30%의 장교 보직 감소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지적들이 있습니다. 전체적인 군 감축이 진행된다면, 그러니까 "국방 2020"에서처럼 일반병을 36% 정도 감축하게
      된다면 장교는 현재의 50% 정도로 축소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부사관은 지금도 부족하다는 말이 있는 계급
      집단이니, 군의 전문성 제고를 위해서라도 지금 수준을 유지하여 실질적으로 증원하는 형태로 가는 게 옳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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