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갓 파더" 봤습니다

   게시물을 올리기 전에 약간 망설였습니다. 조용해진 게시판에 공해를 만드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살짝 들었기 때문입니다. 일종의 자기 검열인 셈인데요. 평소대로 영화를 보고 나서 

소감을 적는 것 뿐인데, 귀찮은 논쟁이 따라붙을까 껄끄러운 마음이 든다는 게 우습기도 하고, 

한편으로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일종의 과대망상인가 싶기도 하고 해서 그냥 가볍게 써 봅니다.



  스토리는 지극히 평범하고 단순해서 딱히 논평할 것은 없을 것 같습니다. 큰 틀에서 80년대 말~90년대 초에 한창 유행했던 

한국 어린이용 영화의 흔적이 보이는데요, 예를 들어 전유성 감독 심형래 주연의 "칙칙이의 내일은 챰피온" 같은 

겁니다. 잘 짜여진 스토리보다는 주인공의 바보 캐릭터와 개인기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고, 주인공의 바보스러움을

전혀 개의치 않는 착하고 예쁜 여자 주인공과 그저 영화적 갈등을 부여하기 위해 존재하는 기능적이고 단순한 악당도 등장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때깔만 좋아진 '80년대 말~90년대 초 어린이용 영화'라고 잘라 폄하하기는 어렵습니다.다른 부분들이 분명 있거든요.

영화를 보다 보면 각본에 복수의 사람이 관계되어 있다는 점을 확연히 느낄 수 있는데요, 어떤 부분이 심형래가 개입한 부분인지 비교적 쉽게 파악이 됩니다. 

그럭저럭 무난하게 흐르던 스토리의 흐름이 덜컥거리는 지점에는 어김없이 심형래의 슬랩스틱 코미디들이 등장합니다. 거의 대부분이

약 20년 전 그의 전성기 때 유머들의 재활용인데, 다소 시대에 뒤떨어져 보이고 지루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저도 유머 1번지에서

심형래의 연기를 보면서 자지러지게 웃으며 좋아했던 세대이지만, 지금은 피식하는 정도가 한계였습니다. 그리고 심형래의 연기 질이

굉장히 안 좋습니다. 어차피 한국에서 건너간 영어 못 하는 캐릭터라고는 하지만 , 20년 전 "영구와 땡칠이" 수준에서 한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한 '발연기'입니다. 배우에 따라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조연들이 꽤 괜찮은 연기를 보여 주는 것과 대비되어서 더 안타깝더군요.



  그러니까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위화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평범한 서양 코미디 영화 중간 중간에 영구라는 이질적인 존재를 억지로

쑤셔 넣은 듯한 느낌입니다. 저는 차라리 겉도는 영구 캐릭터를 빼 버리고 적당한 바보 캐릭터를 하나 창조해 그 자리에 넣었다면 나름

말끔한 코미디 영화가 나왔을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몇 가지 단상


 1. 원더걸스 불쌍합니다.

 2. "맨데이트"보다는 그래도 "라스트 갓 파더"가 나아요. 제작비 대비 질이라는 측면으로 따지면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단순히 영화 대 영화로 보자면 그래도 "라스트 갓 파더"가 훨씬 낫습니다. "맨데이트"의 왕좌는 아직 굳건합니다.

 3. 제가 본 극장에서도 어린애들한테는 확실히 심형래식 유머가 통하더군요.


    • 칸막이님 글만 읽어본다면, 어른들은 손발이 다소 오그라들지만 아이를 동반한 가족끼리 보기엔 나쁘지 않은 영화라는 얘기로 보이는군요.
      p.s : 도대체 맨데이트는 어떤지경인건가요.


    • 실제 본편은 더 심각합니다.
      잠깐 일본어가 나오는 장면... 참고로 실제 보면 3분이 넘는 롱테이크로 계속 도는 겁니다.
    • 라스트 갓파더 > 맨데이트

      인정!
    • 저는 개인적으로 라스트 갓파더에 관련된 글을 읽을때마다, 비교대상으로 언급되는 맨데이트에 관한 평을 보면서, 대체 이영화는 어떤 영화이길래...라는 생각이 드네요 정말 보고 싶어지는데 안 보는게 낫겠죠?
    • 그런데 어린애들 데리고 가서 보기엔 중간에 '카섹스 유머'가 한번 나와서 좀 그렇습니다. 이 부분은
      심형래가 아니라 다른 각본가가 작업한 부분인 것 같은데, 별로 독창적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웃겨서
      최종 버전에 남겨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심형래의 아동 레벨의 영화 연출과는 또 톤이 안 맞죠. 뜬금없이
      등장하는 성인유머라서요.
    • 이 영화를 아동영화라면서 그 잣대로 봐달라고 예를 드는게 조폭 섹스가 안나오는 착한 영화라고 댓글 다는 사람들은
      정작 영화를 안본 사람들인거 같아요. 어느 게시판에서도 영화에 섹스코드가 나온다니까 영화 안보고 비판한다고 공격받다가
      나중에 영화 보고 온 사람들이 역공으로 그런 장면 나온다고 해서 이런 촌극이;;
      결국 마피아도 조폭 아닌가요. 조폭이나 성적코드를 영구식으로 잘나왔으면 모를까. 또 그런것도 아니고.
      오늘 이동진 기자의 평을 봤는데 공감
      http://blog.naver.com/lifeisntcool
      디워때만큼은 아니더라도 여전히 몇몇 댓글은 답이 없다고 느껴졌네요.
    • 발연기라니... 형래옹.....
    • 어린이들의 유머감각이란.. 도통 이해못할 것이로군요. 난 어른이네, 옴마야.
    • 정말, 어린이들 유머 감각은 어른들과 다르더군요. 방학때라 그런지 세상에, 조조부터 줄줄이 매진행렬이더군요.(8시 30분이었는데)
      심형래 부분에서는 정말 꼬마들 웃음 작렬...ㅋㅋㅋ

      전 그냥 재밌게 봤습니다. 헐리웃 조연들 연기가 워낙 명품인데다 대사들도 괜찮았죠.
    • 이제 궁금한 건... 미쿡 어린이들도 웃을 것인가예요.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5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40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50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7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2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4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28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9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5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31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4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8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7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3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6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