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과 장학금.

0. 곽노현의 교육감의 교복 자율화 이야기가 나오면서, 

몇몇 사이트 반응을 보니... 의외로 교복 자율화 반대하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전 당연히 만장일치 찬성이 대세일줄 알았거든요.(지금 분위기는 반반이네요.)

특히나 정치적 사안이 나올때 왼쪽에 가까운 의견을 내보이던 사이트들에서 이래서 좀 놀랬어요.

이유는 사복을 입게 되면 아이들간 빈부격차가 여실히 보이게 된다는 거죠.





1. 하고 싶은건 교복 이야기가 아니고... 빈부격차 하니깐 생각난 어렸을 때 받았던 장학금이 생각났어요.


중학생 때 가정형편이 어려운 친구들한테 주는 장학금을 받은적이 있어요.


어떤 독지가가 형편 어려운 친구들 도와주라는 거죠.


참 고마운 일이죠.


근데 당시 저는 이게 참 싫었어요.


이유는 아침 조회시간(TV 조회)에 장학금 명목으로 그걸 공개적으로 주는데,


사실 제 성적이 전교 1,2등 하는 것도 아니고, 반에서 7-8등이나 10등 내외를 왔다갔다하는데...


이게 성적 장학금이 아니란건 눈치 좀 있는 애들이면 다 아는 거죠.


당시에 운동장조회, TV조회 2가지를 그날 날씨나 기타 여건을 고려해서 하는데...


하필이면 이건 TV조회를 해서... 운동장 조회면 몇몇은 모르고 넘어갈 수도 있는걸 그냥 클로즈업까지 시켜서 다 알게 됐죠.




그때는 알량한 자존심에 이딴 도움 필요없으니, 쪽팔리게 좀 하지마세요.


애들 보기 창피해~ 이런 마음이 많았어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 장학금 없이도 학교다니는데, 사는데 문제도 없었고요.


다만 제가 선정된게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가정이라, 담임이 가정환경조사서 보고선 특별히 선정해준 덕이 컸죠.


거기다가 어머니가 이 소식을 듣고 받기 싫다는 저를 설득하셨고, 그걸 반항하지 못했고요.

(뭐 어머니 입장에서야 가정형편이 어렵진 않더라도 혼자 버시면서 이런 꽁돈이 생기는 일이라면 땡큐할만한 사안이긴 하죠.)




막상 장학금을 받고 나니 평소 저랑 친한 친구 3-4명만 무슨 장학금이냐고 묻고,


저는 '나도 잘 몰라...' 이러고 그냥 넘어갔었네요.


대충 친구들 눈치보니 뭔지는 다 아는거 같지만, 제가 곤란해하니 깊게는 물어보지 않고요.






결론은 제가 먼 미래에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는 수준의 사람이 됐을 때,


저는 제 위신 안 세워줘도 되니, 몰래 도움주라고 하고 싶어요.


물론 저 처럼 쓸데없는 자존심 따위는 없는, 좀 더 대범한 친구가 장학금 수혜자가 될 수도 있지만요.


만에하나 천에하나 저 같은 스타일의 학생이라면 작은 상처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 굶은버섯스프/전 매년 새학기 시작되고 '가정환경조사서'내고 나면 담임과의 1:1 면담이 대기하고 있어서 마음이 편치 않았죠.
      이게 담임도 두 종륜데...
      -모든 학생을 다 1:1 면담을 하면서 저 같은 한부모 자녀를 좀 더 길게 면담하는 스타일.
      -아예 저 같은 특별한 가정환경의 학생만 따로 불러서 면담하는 스타일...
    • 저도 대학생때만 되도 아따~ 땡큐해부려요~ 모드였겠죠...ㅎㅎㅎ
      하지만 당시는 질풍노도의 시기.
    • 굶은버섯스프/아 그런 스타일들도 있었습니다.

      livehigh/부모님 입장에서 대견한 자식이셨네요.
      근데 그 친구는 성적/집안사정(편모) 모든면에서 livehigh님보다 장학금 타기 적합한 조건(?)이잖아요.
      그리고 제가 받은 장학금은 성적과 관련이 없는거에요. 성적으로 주는건 따로 있었어요.
    • 성적도 장학금 기준 근처 아래고
      집안사정은 장학금 기준 근처 위라서
      이것도 저것도 받지 못했던 억울했던 1人
    • 자두맛사탕님 제일 안됐어요. 그러나 괜찮아요. 평범하기가 그렇게 어렵다잖아요. 그거 좋은 거에요.
    • 도와주고.. 티를 안내면 나름 부작용이 있더라구요.
      저희 어머니는 오빠다니던 학교에 찾아가서 선생님께 수업료 못내는 학생을 돕고 싶다고 말하고 몇명 도와주신 적 있어요.
      그냥 몰래 도와주신거라..
      어머니 오신걸 본 몇명 친구들에 의해 우리 엄마는 치마바람 엄마로 낙인. ㅋㅋ
    • 왠지 지난 날이 떠오르네요.
    • 울컥해서 댓글 달았는데, 찌질해 보여서 좀 지웠습니다.
      그냥 그 장학금을 되게 받고 싶은데, 못 받는 사람도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저희집은 정말 나름 찢어졌는데, 부모님이 양쪽 다 건재하시다는 이유로 저는 모든 장학금 대상에서 벗어났거든요. 가끔 나쁜 생각이 들 정도로 서러웠어요.
    • 대학교 때 성적이 우수하여 장학금 탔는데, 누구였는지 암튼 관계자가 그러더군요.
      *에 살고 ** 하는 거 보니 부잔데, 왜 장학금 욕심내냐고. 아니 가난하진 않았어도 유달리 유복하진 않은 이상 자격되면 타고 싶은 마음은 똑같죠. 근데 유난히 어려웠던 과친구는 장학생으로 유학가고, 저는 순수국내파가 되었으니 역시 엄마아빠 말대로 치열함 없이 살아서 요모냥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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