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추억(?)

수학은 참 저한테는 참 특별한 존재죠.

인생을 약간 파란만장하게 해준 존재라고 할지.

 

새콤한 사과님 글을 읽다보니 제 과거가 확~ 떠오르네요.

 

수학 보통 못한다, 못한다해도 저처럼 거의 엽기적(?)으로 못한 사람들은

거의 보지 못했어요. 주변에서.

 

전 수능에서도 한 문제도 안풀고 그냥 보자마자 줄세워서 찍고 자버렸거든요. 5개 맞았던걸로 기억나네요.

 

물론 저 학생은 저보다 월등히 전체적으로 공부를 잘합니다. 수학도 저보다는 잘하네요.

고등학교 때 수학실력은 늘 20점 맞다가-2번으로 쭉 찍어서 4개 맞으면 딱 20점-

과외 몇 달 받고 시험범위 정석을 외우다시피 해서 55점을 받은게 최고점수였는데

그런 식으로 계속하면 다른 과목 공부할 시간이 없다는 생각에 포기해버렸어요.

외워서 내신까지는 조금 오른다쳐도 수능까지 좋은 결과가 나오지는 않더군요.

 

초등학교, 중1까지는 수학이 괜찮았어요. 웃긴게 중1때까지 우리 수학선생님이

문제를 교과서에서 정말 똑같이 거의 숫자도  아마 비슷하게 그런 식으로 냈기 때문에

그 때까지는 지장이 없었죠. 중 2 첫 시험에서 72점이 나왔어요. 계산 실수를 좀 많이 하고

시간이 부족하더군요. 그리고 엄마가 엄청나게 야단을 쳤고 전 많이 초조해지기 시작했죠.

 

중2 여름방학에 목표를 높게 잡아서 수학에 시간을 많이 쓰자 생각에

문제집을 엄청 많이 풀려고 했는데 그 때부터 슬럼프에 빠지기 시작했어요.

 

전 수학에 능력이 지극히 없었던거죠. 다른 과목에 비해서 너무 효율이 낮은거에요.

그런데 수학이라는게 포기할 수 있는 과목이 아니잖아요? 그 때만 해도 SKY가 목표였던 저한테는

수학 포기라는건 있을 수 없는 일이였는데 어쩌겠어요? 공부가 안되더라구요.

 

아마도 그런 압박감이 더 효율성을 떨어뜨렸던게 분명해요. 그 때부터 긴장성 두통에 2년동안 시달리게 되고

중3이 되었을 때는 수학은 28점이 되더라구요. 다른 과목들은 그 때 80~90점대였습니다.

 

그리고 고등학교에 갔을 때 만회해보려고 괴외도 몇번 해보았지만 늘 안되더군요.

이미 마음에 학습된 무기력감이랄까, 패배감이 가득했고 중학교 때보다 훨씬 어려워진 수학에

적응이 안되었죠.

 

우울증에 많이 시달리고 많이 괴로워했던 것들이 기억나네요.

 새벽에도 수학 문제집을 풀어보면서 나는 왜 안될까????  답지를 보지 않고는 한 문제도

내 손으로 풀 수가 없었거든요. 수학문제집에 떨어지던 절망의 눈물이 기억나네요.

학벌을 목숨처럼 생각하고 있던 그 당시에 자존감도 엄청 무너지고. 결국은 소위 명문대에 가지 못했고 수도권에 있는 4년제 대학,

 전공은 제가 원하던 과에 들어갔어요. 한참 뒤에 직업상 필요해서 대학을 다시 편입하긴 했지만요. (학벌때문에 편입한건 아닙니다.

그러기엔 저한테는 시간+경제적으로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는 일이었으니까요.)

 

수학이라는게 내 인생을 그렇게 쥐고 흔들었던 세월이 지금 와서는 억울해요.

그런 것에 휘둘렸던게 어리석다는 생각도 들고.

 

학벌은 우리나라에서 참 중요한 것이고 그 이후에 학벌 때문에 씁쓸한 대접을 받았던 시간들도 많았지만

그렇게 우울해하거나 자학하지 말고 그 때 조금 더 밝은 추억들이 내 청소년 시절에 많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나를 소중하게 생각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그런 후회.

 

* 그리고 궁금해요. 내가 수학 학습 장애였던 것인지, 노이로제가 심했던 것인지

   대충 둘 다였겠지 뭐. 이러지만 말이죠. 지금은 더하기 빼기라도 잘했으면 좋겠어요.

   여전히 숫자가 들어간건 쥐약이란 말이죠;;

    • 저에게도 수학은 특별한 존재에요. '수학 내 친애하는 공포여'라는 책이 있는데 제맘이 딱 그거에요.
      애증의 관계죠. 잘하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듭니다.
      잘하지도 못하면서 가끔 재밌다는 미친 생각도 들구요. -_-
    • Bonny님은 애정이 있으신거죠. 현빈이 '눈의 여왕'에 수학천재로 나왔을 때 그 때 수학자들에
      대한 책을 읽어보면서 수학이 참 매력있는 학문이긴 한가보다라는 생각은 했어요.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에 얽힌 전설적인 이야기들도 흥미있고. 하지만 역시나 전 접근불가지대죠.

      그냥 수학에는 지수와 로그, 미분 적분, 삼각함수같은게 있었다라는 그 제목들 외에는 기억나는 것도 없어요.
    • 학력고사 시절 이과 수학 75점 만점에 73점 이하로 한 번도 안내려갔지만 암기과목은 완전 꽝이었던 친구도 있습니다. 그 친구도 재수하던 해 여름방학 때까지 암기과목은 전부 자 대고 그었었죠. 다행히 지금은 나름 잘 나가는(?) 벤처기업 사장이 되었지요.
    • 그니까 반대로 전 수학을 잘하는 사람이 다른 과목을 못할 때 이해를 잘 못해요. 아니, 왜 그렇게 어려운 수학을 잘하는데
      그보다 쉬운(???) 과목들을 못하는거야? 신기하군. 뭐, 이런.
    • 저한테 영어가 그래요 ㅜㅜ .. 수학은 관련학과 아니면 수능을 끝으로 사실상 볼일 없지만 영어는 평생 따라다니니 ㅜㅜ
    • 아 수학...저에게도 그저 증오의 대상이었어요. 수능 모의고사에서 다른 영역에서 까먹은 점수를 모두 합해서 곱하기 2나 3을 하면 수학 하나에서 까먹은 점수가 되는....그래서 문과로 갔는데 웃기는게 전 또 사회문화 이런 사회계열 과목들보단 과학을 좋아하고 잘했거든요. 손에 잡히는 객관적 실체가 없는 윤리, 이런 거 정말 어려웠어요. 그런 걸 돌이켜보면 전 수학의 추상성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하여간 수능시험 이후로 수학에선 손을 놓고 산지 한 10년 넘어가니까 세상이 다 아름다워 보입니다(응?)
    • 저랑 너무 똑같아서, 도플갱어 아니야? 했다는 ㅠ.ㅠ
      고등학교때 전과목이 8, 90점 대였는데 수학만 2, 30점, 잘 하면 35점이어서
      교무실까지 불려갔었습니다. 담임 선생님 왈, "뭐가 문제냐? 수학 선생이 문제냐?"
      급기야 맞은편에 앉아계신 수학선생님한테 "얘 책임지시라"
      수학선생님 왈, "제가 죽일 놈입니다" ㅠ.ㅠ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수학 잘하는 사람에 대한 엄청난 로망도 생겼습니다.
    • 수학만큼 광범위하게 학생들에게 좌절감을 주는 과목도 없을 거예요.
      그런데 반대인 사람도 있다는 게 나는 믿을 수 엄써.
    • purgatorybside: 도플갱어 ㅎㅎㅎㅎ 수학선생님은 무슨 죄^^;;
      수학선생님들이 농담하거나 딴 얘기할 때만 정신차리고 얘기를 듣고 다른 때는
      멍때리고 공상하고 그랬죠. 나한테는 잘 가르쳐주는 선생님이나 못가르치는 선생님이나
      걍 똑같았어요.
    • 저랑도 똑같아요 ㅠㅠㅠㅠ 정말 수학때문에 인생이 달라졌지요.ㅠ 수능때도 시간이 어찌나 남던지요 하하ㅠ
      다시 태어난다면 수학천재로 태어나고 싶어요. 저도 궁금해요. 제가 왜 그렇게 수학을 못했던건지
    • 문과생에게 수학이란 SKY를 갈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과목이더군요.
      사실 수학은 이과생에게 더 중요한 과목인데..
    • 수학도 문과공부하듯 하면 돼요. (유형을 다 외우다시피) 올림피아드 나갈 거 아니고 수능칠거니까 해야하는 양에도 한계가 있음요. ㅋㅋ 물론 이과머리 지니신 분들은 그들의길로~ 저도 수학을 유달리 못했지만 파다 보면 됩디다. ⓑ
    • 문득 김연아 선수 팬미팅에서 팬이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이 생각나네요..어떻게 하면 점프를 잘 할 수 있나요? 하니까 그냥 하면 되는데요 했다죠..수학이든 뭐든 그런 것 같아요..그냥 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 날라오는 돌 피하는 중입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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