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클럽, 갯 카터
'태풍 클럽' 관련해서 생각이 이어져서 써봅니다.
얼마 전에 왓챠에서 본 '갯 카터' 얘기도 짧게 씁니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태풍 클럽'을 본 직후에 내용이나 장면들의 의미를 생각할 마음은 들지 않았습니다. 상징이 있다거나 주제 전달에 중점을 둔 영화는 아닌 것 같아서요. 그렇다고 내용이 없는 영화는 아니고 기분 나쁜 장면도 포함되어 있고, 좀 복잡했습니다.
'이사'에도 폭력적인 느낌이 있어요. 그런데 그것은 자신을 향해서 또는 아이가 상황에 저항하는 과정의 분위기에 머뭅니다. '태풍 클럽'은 분위기에 그치지 않고 청소년이 실제로 폭력을 행사합니다. 어떤 폭력의 장면은 성적인 성격을 갖고 매우 위태롭죠. 끝까지 간 것은 아니지만 영화에서 전달하는 방식이 매우 거칠어요. 롱테이크라고 하나요, 그 장면은 길게 이어져서 거친 것이 더 투박하고 현실적으로 느껴집니다.
앞선 글에서 저는 영화를 보고 피곤하다는 감상을 가졌는데, 이상하게 시간이 지나면서 특정 장면들이 자꾸 떠오른다고 썼습니다. 그 장면들은 주로 아이들이 비를 맞는 장면이었고, 아주 에너지가 느껴지고 어떤 슬픔도 느껴져서 인상적이었지요. 저는 마치 이 인상적인 장면이 다른 장면과 관계없이 따로 존재하는 것처럼, 내용은 생각하지 않고 좋아할 수 있는 것처럼 썼습니다. '내용은 요약거리도 없고 그저 장면들이 마음에 남는다' 라고요. 오늘 조금 더 생각해 보니 이 장면들이 인상적인 이유는 앞의 다른 장면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그 위험스런 폭력 장면이 있었기 때문에 뒤에 오는 장면들이 돋보이게, 강한 인상을 줄 수 있게 되는 것임을 깨달았어요. 영화가 단순한 사진 한 장도 아니고, 장면들의 영향은 맥락 속에서 존재하는 건데, 저는 그 장면이 왜 인상적인지 깊이 생각하지 않고 따로 존재할 수 있는 양 생각했네요. 불쾌한 장면을 안고 가기 싫었던가 봅니다.
갑갑, 암울, 긴장감, 버려진 느낌. 이런 것들이 쌓이고 이런 감정을 대표하는 것이 그 불쾌한 폭력 장면이었어요.
아이들이 이런 장면들을 찍어도 될까요.
이 영화는 이래저래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들고 받아들이기 어렵기도 하고 복잡하네요.
'갯 카터' (1971)
저는 이 영화를 제목만 알고 있다 며칠 전에 봤습니다. 영화는 좋지 않았습니다. 그냥 형이 죽어서 고향에 간 인물이 복수를 하기 위해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는, 동네 깡패들 얘기였어요. 주인공도 동네 깡패들과 수준이 완전히 같아요. 모두 같은 인간들인데 고향 애들이 조금 더 어설퍼서 숫적으로나 정보로나 우세인데도 영화 내내 제대로 대응을 못하네요. 이 영화가 영국의 매체에서 순위권에 들었다면 뉴캐슬이라는 시들어 가는 탄광 도시의 삭막함이 배경이라는, 지역 고려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1971년 영화라서 감안하고 보려고 해도 좋게 볼 지점이 너무 부족했습니다. 주인공 마이클 케인의 눈매는 때로 신비롭고 트랜치코트와 자켓 맵시가 빼어나지만, 이 영화에서 마이클 케인만 골라내어 좋아하기는 어려웠어요. 그것은 영화가 보통 정도는 좋은 점이 보여야 고려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저에게는 이 영화의 시선이 불쾌한 지점이 많았습니다. 1971년 영화라서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카터의 마지막이 전혀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아무렇지 않게 보도록 한 것이 감독의 의도라고 한다면 너무 잘 포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감독의 포인트가 따로 있어야 말이죠.
제 생각이 편협할 수도 있습니다. 놓친 것을 보충해 주셔도 감사하고요.
스포일러 수준까진 안 적어 주셨지만 그래도 '태풍클럽'을 보고 느끼셨다는 불편함이 어떤 것일지 대충 짐작은 할 수 있겠네요. 칭찬까진 아니신 듯 하지만 영화에 대한 호기심은 두 배로 증폭되었으니 의도 여부와 관계 없이 홍보에 성공하셨습니다? ㅋㅋㅋ
마침 저도 오늘 '겟 카터'를 봤는데요. 다시 보면서 아 이거 오랜만에 다시 보니 요즘 시국엔 좀 위험하고 불편한 게 많은 영화였구나... 했는데 thoma님의 이런 소감이 떡하니!! ㅋㅋㅋ 말씀하신 부분들이 어떤 것일지 대략 짐작이 되는 것 같기도 하구요. 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좋게 보긴 했지만 확실히 위험하달까, 혹은 그냥 구리달까... 그런 부분이 꽤 크다는 데는 공감합니다.
다만 결말은 이야기가 의도한 바가 맞다고 생각했어요. 영화의 첫 장면과 사건의 진상을 연결지어 생각해 보면 카터는 복수자로서의 자격이 없는 인간, 사실상 자기가 죽이고 다니는 인간들이랑 그냥 동류의 쓰레기였을 뿐이니까요. 그냥 자업자득이자 어찌보면 복수의 완전한 마무리라고 볼 수 있는 엔딩이라 생각했네요.
어제까지 이런저런 생각을 했으나 그냥 그런갑다 하고 그만 생각하려고 합니다. 호기심을 가지실 만한 영화이긴 합니다. 기회되면 보시고 후기도...
'겟 카터' 왓챠에서 본 것은 며칠 되었는데 안 좋은 말만 할 거 같아서 쓸까말까하다가 조금 토로(?)했습니다. 엔딩도 다른 영화들에서 몇 번 본 거 같고. 크게 깨달아서 런던 본부로 뛰어가서 다 쏴 죽이는 결말이면 어땠을까 싶네요.ㅎ
이 감독의 영화가 묘하게 불편하게 만드는 면이 있습니다. 전에 본 두 편에 비해 이번 영화가 가장 그랬던 거 같아요. 기회되시면 보시고 제 심정을 나누어 주세요.ㅎ
'겟 카터' 역시 왓챠 이용하시면 보시고 제 심정을 나누어...ㅎㅎ
'태풍 클럽'을 저는 메시지 중점으로 보진 않았는데 이것은 보는 이에 따라 다른 것 같습니다. 강한 인상을 주는 영화임은 틀림없습니다.
나쁜 점이 있어도 좋은 점이 희석시켜 줄 수 있는 영화가 있는데 '겟 카터'는 그게 안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