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클럽

'태풍 클럽'(1985)

일이 년 전에는 알지도 못한 소마이 신지 감독의 영화를 올해 세 작품 다 보게 되었네요. '이사'를 본 이후에 '여름 정원'도 '태풍 클럽'도 꼭 마저 봐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우연의 조화로 이번 영화도 극장에서 보았습니다. 

두 영화보다 8년 정도 앞서 만들어졌어요. 두 영화와 비교하자면 설명할 것은 적고 더 거칠고 야성적으로 느껴집니다. 더 거칠고 야성적이라는 건 주인공들이 초등학생이 아니고 중3이라는 점이 관계가 있겠죠. 8년 이른 시기에 만들어졌다는 것도 관계가 있는지까지는 모르겠습니다. 


인물들의 행동은 수위가 높지만 그 나이 때 할 법하지 않은 행동이라고 생각되진 않습니다. 안 그래도 위태위태하던 십대 때의 불안정함이 태풍을 기점으로 통제되지 않고 터져 나오는 것이에요. 그래도 보고 있으면 불편하곤 해요. 힘들다 싶은 수준으로 가는 긴 장면도 있고요. 

저는 청소년들의 좌충우돌하는 영화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어린이들 주인공인 영화도요. 배려가 필요한 다루기 힘든 인간들을 일단 접고 상대해야 한다는 어떤 피곤이 있어요. 좋게 말하면 제 마음이 아파서. 개가 주요 역할로 등장하는 영화를 볼 때의 마음과 비슷한가 봅니다. 나쁜 이유로는 만든 사람들이 거저 먹고 들어가는 측면이 있다는 생각 때문에. 이 시기가 감정적으로 허용되는 범위와 행위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범위가 만들어 내는 틀이 있는데 그게 보는 사람의 반응을 반사적으로 유도하게 하는 것 같다고 생각하니까요. 그 안에서도 영화의 색채와 수준은 다양해서 이렇게 말하면 안 되는 줄 알지만 왜 청소년어린이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지 이유를 찾다보니 이런 생각도 하게 되네요. 아직도 그 시기가 극복이 안 되었나?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어요. 이상, 제 심리 분석은 저 혼자 해 보기로 하고, 그래서 하여튼 이 영화의 아이들 하는 짓이 실제로 고약한 짓을 제외하고도 피곤할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영화의 장면들이 자꾸 떠오르는 것을 느낍니다. 이 글도 그 이유로 쓰고 있고요. 이 감독님의 속에 있는 에너지가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표현되는 과정에서 어딘가로 새어나가지 않고 영화의 에너지로 그대로 이어지고 표현되었음을, 그 에너지가 관객인 저에게 이미지의 형태로 강하게 남게 되었음을 느낍니다. 감독의 이런 추진력과 집중력을 생각하게 됩니다. 

쏟아지는 비 속에서 여러 명의 아이들이 춤을 추는지 몸부림인지를 하는 장면이나 역시 가출 후에 갈 곳도 없이 비를 맞으며 헤매다가 노래하던 어떤 인물, 아침 기차역에 볼품없는 빨간 옷이 담긴 쇼핑백을 끝까지 챙겨 나타나던 장면 등등이 뇌리에 남았습니다. 소마이 신지 감독은 비가 오는 환경과 비를 맞는 것, 물에 젖는 것이 인간에게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는지 너무 잘 알고 영화에 이용하는 분 아닌가, 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영화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별 요약거리도 없어요. 그저 장면들이 마음에 남습니다. 

'이사'도 그랬는데 이 영화도 본 이후에 떠올릴 때마다 영화가 더 나아지는 현상이 있다는 결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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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극장 사업 불황의 여파가 이렇게 많은 분들에게 의도치 않은 좋은 영향을 주고 있긴 한데 이게 웃을 일인지는... ㅋㅋ 근데 또 이렇게 개봉을 하고 나면 본전 뽑기 차원에서 곧 vod로도, 그것도 최신 극장 버전에 기반한 좋은 화질로 올라와 주니 방구석 폐인은 행복합니다... (쿨럭;)




      '이사'를 아주 좋게 보긴 했는데 사알짝 저랑 안 맞는 부분도 느껴지고 그랬거든요. 이미 vod 출시된 다른 영화랑 이 작품까지 언젠가 다 보고 확인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적어주신 것만 봐서는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하하. 글 잘 읽었습니다.

      • '이사'가 살짝 안 맞는 부분이 느껴지셨다는 것도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로이배티 님께 '태풍 클럽'이 조금 더 맞지 않을까 싶은데...이것도 자신은 없네요.ㅎ


        극장이 살 길을 찾는 과정에 오래 된 영화들의 재개봉은 저는 환영이에요. 지방에 사는 그냥 관객 1로서는요. 예전에는 아예 볼 수 없었는데 접근성이 좋아졌어요.(저의 게으름만 극복하면...)

    • 국내개봉했을 당시에 호평은 많이 접했는데 요즘 관객으로서 보기에 과하다 싶은 장면들이 있다고 들은 것 같아요. '이사'는 아주 인상적으로 봤는데 이건 어떨지 약간 걱정이 되기도 하고...

      • 인물 한 명이 많이 불안정합니다. 상담치료가 필요한데 이런 부분은 학교에서 그냥저냥 넘어가요. 오래 전이고 아무리 시골 학교라도 뭔가 허술해요. 영화가 그런 사실적인 부분을 분명하게 하지 않네요. 말씀하신 과한 장면은 본문에서 말한 보기 힘든 그런 장면이었는데 영화에서 이런 것이 얼마나 허용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한편 내용의 전개면에서 이 인물의 과함은 마지막에 어떤 인물의 선택이 나오는 걸 납득시키려는 것인가 생각했어요. 극단적으로 해결하려는 것이 그쪽 문화의 특징 같기도 하고. 


        저는 이 영화의 내용과 장면이 주는 인상적 이미지가 따로 갈 수 있을까 그런 생각도 들었고, 좀 복잡한 마음이에요. 

    • 이 영화를 어떻게든 머리로 이해는 했고 그 충격도 받아들였지만 몇몇 인물이나 장면에 대해서는 여전히 궁금증이 남아있는 상태입니다. 위에서 레이디버드님과 말씀하신 그 인물인 것 같기도 하네요. 남에게 상처입히는 것만으로 '다녀왔습니다, 어서 와라'의 소통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하는 것일까요. 그렇다면 이 인물이 섞이는 태풍은 무엇이며 그 태풍이 지나간 다음에 아예 가버린 인물의 의미는 총체적으로 어떻게 되는 것일지요...




      그리고 가출한 여학생이 보는 그 기괴한 오카리나 부는 괴물(?)도 좀 궁금하네요.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합니다.

      • 저도 잘 모르겠어요. 다만 의미를 단일하게 정해 놓은 영화는 아닌 것 같아요. 


        그 문제 인물의 반복 대사는 고립감과 강박을 표현한다고 생각했어요.


        오카리나 두 인물은 옛날에 도심 중심가에서 볼 수 있던 장애자가 떠올랐는데 여학생의 가출에 비일상성, 기괴함 같은 분위기를 더하기 위한 거라고 봤고 별 의미를 생각하지 않았네요. 오래 전에는 번화가에 나가면 저런 분들이 기어다니거나 그랬죠. 낯선 도심의 이상한 풍경 중 하나.

        • 하기사 '인어공주'라는 멸칭으로도 많이 불렸죠 그런 분을 뭔가 낯설게 본 게 표현이 그리 된 것일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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