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플레이] 간만에 본 해양 재난-서바이벌 영화. '라스트 브레스' 잡담입니다

 - 올해 영화네요. 런닝 타임은 1시간 33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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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은 나지만 '이래서 흥행에 보탬이 될까?' 싶은 포스터입니다.)



 - 때는 2012년. 스코틀랜드의 근해입니다. 수심 90m 언저리에 매설된 기름 파이프를 보수, 교체하기 위해 잠수부들이 투입되구요. 이때 악천후로 인해 사고가 발생하고, 잠수부 한 명이 바닷 속에 고립됩니다. 비상 산소 탱크 속에 남아 있는 산소는 고작 9분여.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살아 남기 위한, 그리고 살리기 위한 사투가 벌어집니다... 라는 스토리입니다. 간단해서 좋은데, 이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거든요. 그리고 그 실화가 2019년에 다큐멘터리로 한 번 만들어졌는데 이 영화는 그걸 또 극영화로 바꾼 버전입니다. 그러니 큰 틀은 그대로이겠지만 디테일은 여기저기 손을 많이 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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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 해럴슨이 어느새 이렇게 연륜과 안정감 쩌는 '어른' 역할 특화 배우가 되어 있지 뭡니까. 이 분 젊었을 때를 생각하면... ㅋㅋ)



 - 가장 큰 장점은 당연히 사실성입니다. 실화 -> 다큐멘터리 -> 극영화로 번안 과정을 거쳤지만 그래도 어쨌거나 구체적인 배경을 가진 이야기이고 그걸 잘 살려놨어요. 그래서 쌩뚱맞게도 가장 재밌는 건 도입부였네요. 해저에서 일하는 잠수부들이 어떤 장비와 어떤 시설을 활용해서 어떤 식으로 일하는지를 차근차근 보여주는데 이런 게 평소에 아무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그랬어요. 아무래도 헐리웃 액션 영화들 속의 잠수 장면들과는 디테일이 완전히 다르니 말입니다. 문득 '미션 임파서블'의 잠수 장면이 생각 나서 웃기도 하고... ㅋㅋㅋ (물론 액션 영화에 다큐 스타일 사실성을 바라는 건 아닙니다!)


 그리고 이 사실성이 계속해서 큰 일을 합니다. 사실 영화를 끝까지 다 보고 나면 음? 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스포일러를 피해서 말씀드리자면, 바탕이 되는 실화 사건의 내용이 분명 화제가 되고 영화로 만들어질만큼 특별한 이야기이긴 한데, 그걸 영화로 재밌게 만드는 데 필요한 '액션'이나 특별한 활약, 비범한 캐릭터 같은 건 없거든요. 오히려 이게 실화라는 걸 모르고 보면 결말을 보면서 많이 화가 날 수도 있습니다. ㅋㅋㅋ 암튼 그렇게 심심하고 평이해지기 쉬운 이야기에 긴장감과 디테일, 그리고 특별함을 심어 주는 게 이 사실성이었어요. 소재 자체가 특수하니 그걸 자세히 보여주기만 해도 재미가 절로 생겨난달까요. 그런 느낌이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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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렇게 바다 위에 떠 있는 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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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잠수종을 내려서 잠수부들을 투입하면 잠수부들은 종에서부터 길게 이어지는 산소 로프(?)를 달고 움직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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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아무 것도 안 보이는 컴컴한 바닷 속에서 일을 합니다.)



 - 또 뭐 아무리 평이한 이야기라고 해도 어쨌든 간에 90미터 아래의 깊고 컴컴한 바다 속에 혼자 떨어진 동료를 구하려고 노력하는 전문가들 이야기니까요. 양념을 최대한 자제했다고 해도 이 기본적인 상황 + 실화의 무게감... 하면 진지하게 이입해서 보게 될 수밖에 없고. 그래서 마지막엔 감동을 느낄 수밖에 없는. 뭐 그런 영화이기도 합니다.


 덧붙여서 각본과 연출도 괜찮아요. 무난하지만 어쨌든 이런 이야기에 딱 어울리는 기-승-전-결을 잘 갖추고 있고 연출도 오버하지 않지만 모자람도 없이 적절하게 이야기를 받쳐 줍니다. 정말로 특별할 건 없는데, 그냥 아주 적절해요. 그래서 이런 영화를 선택했을 사람들이 기대할만한 부분은 충분히 충족시켜 줍니다. 너무 큰 기대만 하지 않으시면 돼요. 어차피 사건 자체도 그다지 스케일 큰 사건이 아니었으니까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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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야한다!!!!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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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야 한다!!! 가 합체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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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힘껏 지원하는 동료 전문가들의 이야기에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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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부들의 개인사 스토리까지 적절히 깔아 주는데 이게 실화라니 이입하지 않을 도리가... ㅋㅋㅋㅋ)



 - 뭐 더 길게 떠들만한 무언가가 있는 영화는 아니었어요.

 그래도 잘 만들긴 했습니다. 현실 뉴스에서 보면 신기하고 감동적이지만 영화로 만들어서 특별히 재밌을만한 이야기는 아닌 것을 이 정도로 긴장감, 재미, 사알짝 감동까지 느낄 수 있도록 잘 다듬어낸 것만 해도 훌륭한 일 해냈다고 할 수 있겠구요.

 주역 3인방을 맡은 배우들도 다 잘 했고. 휘황찬란할 건 없어도 현실적으로 잘 묘사해낸 볼거리도 충분하구요. 런닝 타임도 짧고 하니 이런 소재의 이야기들 즐기시는 분이라면 적당히 좋은 시간 보낼 수 있을만한, 준수하게 뽑힌 해양 재난 영화... 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관심 가신다면 한 번 보셔도 크게 실망하진 않으실 거다... 라는 말과 함께, 끝입니다.




 + 바로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그래서 이번을 마지막으로 은퇴할 계획이라는 왕고참 던칸옹. 이 분은 잠수종에 남아서 두 잠수부를 지원하는 역할입니다. 일 하러 나간 크리스와 데이브도 나름 캐릭터가 있어요. 크리스는 결혼 약속을 한 애인이 걱정하며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젊은이구요. 데이브는 실력이 뛰어나고 좀 엄격한 선배구요. 

 그리하여 일을 시작한 셋인데요. 작업 중에 바깥 세상 날씨가 격하게 안 좋아져서 이들과 연결된 배가 이리저리 흔들리던 와중에 자동 위치 고정 장치가 고장이 나 버립니다. 그래서 배는 표류하고, 배에 매달린 잠수정도 끌려가고, 당연히 잠수종과 연결된 잠수부들도 이리저리 끌려다니게 되는데. 그러다 크리스의 연결 줄이 해저 시설에 엉켜서 끊어져 버립니다. 이 줄은 잠수부에게 숨 쉴 산소와 체온을 유지할 따뜻한 물을 공급해주는 용도라서 끊어지면 더 이상 버틸 수가 없게 되는 것이기도 하고. 또 이 줄이 잠수종에 연결돼 있다 보니 배에 끌려가는 잠수종에 따라 데이브는 끌려가 버리고 크리스는 홀로 남게 됩니다. 그러면서 데이브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반드시 데리러 돌아온다. 그때까지 지금 이 위치로 돌아와 있어라." 였네요.


 하지만 크리스의 잠수복에 달린 비상 산소통은 고작해야 8분 분량 밖에 안 되는 것이었고. 자동 항법 장치가 고장나 멀리 떠내려가 버린 배를 고치고, 돌아오고, 크리스를 구하기 위해 다시 잠수하고... 등등의 시간을 고려하면 생존은 이미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배의 리더들 중 한 명은 일단 안전하게 시스템을 고치고 시신을 수습하러 오자... 는 식의 이야기를 합니다만. 우리 짱 멋진 선장님은 동료를 그렇게 포기할 순 없으심!!! 이라고 외치며 어떻게든 최대한 빨리 돌아갈 방법을 강구하게 하죠.


 그래서 일단 조종을 완전 수동으로 돌려서 비바람과 높은 파도에 맞서며 크리스를 잃어 버린 위치로 향하고. 위치 고정 장치를 빠르게 재부팅시키기 위해 기술자가 나서 배선을 다 뜯어 고치는 작업도 시도하구요. 그 와중에 무인 탐사정 조종팀 사람들은 탐사정을 움직여 크리스를 찾으려고 하고... 모두가 노력을 다합니다만. 간신히 자기가 데이브와 떨어졌던 그 장소로 돌아온 크리스는 잠수복의 산소가 다 떨어져 집에 두고 온 애인을 생각하며 의식을 잃습니다.


 그렇게 산소 공급이 끊긴지 20여분이 흐른 뒤에야 배는 원래 위치로 돌아오고. 위치 고정 시스템도 작동하게 되고. 잽싸게 데이브가 출동해서 크리스를 건져 올려서는 인공 호흡도 해보고 어떻게든 살려 보려 하는데... 벌써 산소 끊긴지 30분이 다 되어가는데 어떤 인간이 살 수 있겠어요.


 ...근데 살아납니다? ㅋㅋㅋㅋㅋ

 이게 이 실화의 포인트였어요. 살아납니다. 그것도 아주 멀쩡히, 아무런 신체적 정신적 손상 없이 멀쩡하게 살아나요. 구해낸 당사자들도 화들짝 놀라고 이해를 못하지만 암튼 기적이 일어났네요. 그래서 모두 하하 호호 웃으며 감격의 순간을 나눈 후 귀항하게 된다... 까지가 메인 이벤트의 끝이구요. 다음엔 집에 돌아가 애인을 끌어 안고 행복해하는 크리스, 그리고 은퇴해서 다시는 못 타게 될 잠수종 내 시설을 돌아보며 상념에 젖는 던칸의 모습을 보여주다 크레딧이 올라갑니다.


 ...덤으로 정말 마지막엔 실존 인물들 모습이 잠깐 영상으로 나와요. 현실 크리스의 결혼식에 던칸이 와서 앉아 있는 거죠. 그리고 크리스가 "여기 이 결혼에 반대하는 사람이 하나 있습니다. 신랑과 진짜 진한 키스를 나눈 사이거든요." 라고 농담하는 걸 보여주며 장면 전환. 영화 속 사건이 벌어진지 고작 3주 후에 크리스가 복귀해서 다시 똑같은 3인조로 똑같은 장소로 돌아가 자기들이 원래 하려다 못한 일을 마무리 하는 모습을 담은 짧은 기록 필름으로 진짜 끝입니다.


 ++ 그래서 현실의 과학자들은 지금까지도 대체 크리스가 어떻게 살아났는지 과학적으로 설명을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저런 가설을 제시하긴 하는데 딱히 명확한 해답이 되진 않고 있다고 하구요. 어쨌든 이렇게 100% 죽었을 것이 확실한 사람을 그래도 살려 보겠다고 뭉친 뱃사람들 + 잠수부 동료들의 노력이 기적을 일으켰다... 라는 부분은 달라질 게 없겠죠.


 덧붙여 영화와 다르게 던칸은 이 사건 이후로도 10여년을 더 잠수한 후에 은퇴해서 지금도 잠수 관련 일을 하고 있다고 하구요. 나머지 둘도 이후로도 계속계속 잠수 일을 하며 잘 살고 있다고 하네요. 지인짜로 잠수를 사랑하는 양반들...

    • 저도 쿠팡에서 신작이라 뜨길래 영화 소개까지는 봤어요. 볼까말까 주저했는데, 볼만 하셨군요.


      저는 쿠팡 이용일이 이제 이틀 남았네요. 지나간 영화를 보려면 웨이브로 갈 것인가 왓챠로 갈 것인가 그러고 있습니다. 둘은 좀 비슷하면서도 또 한쪽만 들고 있는 영화도 있어서.. 

      • 스스로 봐 놓고 이런 말은 웃기지만 '기대보다'는 많이 좋았습니다. ㅋㅋ




        단순하게 어느 쪽이 더 다양한 영화를 갖추고 있냐고 하면 생각할 것도 없이 왓챠 쪽입니다만. 말씀하셨듯이 웨이브에만 있는 영화들도 꽤 있다 보니 왓챠를 쓰시라는 말씀도 못 드리겠네요. 하하; 뭐 다양하고 방대한 라이브러리를 보유한 서비스라고 해서 그걸 우리가 다 이용할 건 아니고 하니까요.

    • 잘 읽었어요. 글 감사합니다. 읽다보니 예전에 상명'여'대 친구와 '브로드웨이 극장'에서 [어비스] 보던 기억이 나요.


      극장이 제법 컸어요. 그 친구와는 흐지부지 되었어요>_<




      암튼 채이거나 그럴 때마다 이렇게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극복'했어요ㅎ


      (2) Todd Rundgren - Bang The Drum All Day (Official Video) - YouTube


       


      이야기는 예전에 인기있었던 월간지 [리더스 다이제스트]에 나옴직한 소재네요. 잡지는 폐간되었어요.


      서점은 국민학교 때부터 좋은 기억이 많아요. 그때는 거기에 가서 직접 책을 샀잖아요 :)




      저는 물에 겁이 많아서 잠수는 물론 실내 수영장에도 안간답니다.


      몇십년은 된거 같아요ㅠ.ㅠ

      • 옛날식 단관 대형 극장들이 요즘 세상에 안 맞는 건 알지만 그래도 종종 그리워지는 건 어쩔 수가 없지요. ㅋㅋ




        리더스 다이제스트도 추억이네요. 어려서 '다이제스트'가 뭔지도 모르고 읽다가 '다이제스티브' 과자를 접하고 둘은 무슨 관계일까 궁금해했던 추억이... 하하하.

    • 긁어서 읽어보니 정말 믿기 어려운 실화이긴 하네요. 픽션으로 이렇게 각본 썼으면 개연성 제로라고 까일텐데요. ㅋㅋㅋ




      우디 해럴슨은 언제봐도 믿음직하고 시무 리우도 호감이지만 영화를 굳이 찾아볼 정도로 내용 등이 땡기진 않네요. 평가도 그냥 무난한 것 같고

      • 믿기 어렵죠. 정말로요. ㅋㅋㅋ 그래서 화제도 되고 다큐멘터리도 나오고 그랬던 것 같은데, 극영화와는 그렇게 잘 어울리는 소재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그런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 치곤 선방해서 괜찮은 퀄리티로 나왔구요. 다만 확 땡기는 한 방이 있나... 생각해 보면 그런 건 아니어서요. 안 보셔도 큰 아쉬움은 없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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