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의 꿈' 잡담

넷플릭스에서 '기차의 꿈'을 봤어요. 

좋아할 거라는 걸 알면서도 미루다 오늘 봤네요. 영화의 장점을 포함해서 짚을 만한 부분들은 LadyBird 님의 리뷰에 다 들어 있어서 보탤 말이 없어요. 중요 내용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할 얘기들을 다 잘 하신 거 같습니다. 그래도 저 나름의 생각을 조금만 쓸까요...

주인공 역을 맡아 영화 전체를 끌어가는 조엘 에저턴의 연기는 저도 얘기하고 싶어요. 묵묵한 산사나이면서 마음은 부드럽고 선량한 인물 연기를 무척 잘 해서 조만간 수상 소식이 있지 않을까 점쳐 봅니다. 

아래부터는 스포일러가 포함된 주관적 감상입니다. 



아마도 1900년 쯤부터 1968년까지 정도의 시간으로 보입니다. 산 속에 기차 선로를 만들지만 자동차 도로가 생기면서 과거의 선로가 무용해지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러한 시대를 배경으로 여기저기 숲으로 벌목일을 하러 다니는 주인공 포함 떠돌이 일꾼들의 불안정하고 거친 삶을 보여 줍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표현에 있어서나 내용에 있어서 사실적, 현실적 접근을 하는 것이 목표는 아닙니다. 일의 팍팍함과 위험함을 보여 주며 일꾼들의 현실을 다루는 것 자체가 중요한 영화가 아니에요. 


일은 인물의 인생에서 고단함을 담당하지만 주인공이 자연과 밀접하여 살았다는 정체성과 관계 있습니다. 영화의 또 하나의 주인공은 자연 그 자체입니다. 한 개인보다 언제나 큰 자연. 한 명의 개인이 어떤 이해할 수 없는 곡절 속에서 힘듦과 외로움을 겪더라도 그 품에서 의미와 쉼을 구할 수 있는 자연입니다. 그래서 한 그루의 나무부터 시작해서 숲과 주변 동물 등의 자연은 이 영화에서 아주 중요하네요. 자연은 아름답고 때로 무섭고 그리워하는 이의 소리나 형태로도 표현됩니다. 인물이 사는 곳도 호수와 숲 사이의 통나무 집으로 아름다운 자연 속입니다. 행복은 짧았고 긴 시간을 의문과 그리움 속에 지내야 했지만 자기 집에서, 자연 속에서 결국 자신의 시간을 이해하고 안식을 얻는 이야기라고 봤습니다.


그런 이야기이긴 하지만 제가 계산해 보니 이 인물이 홀로 보냈을 기다림과 외로움의 시간이 너무 깁니다! 그 많은 낮과 바람부는 겨울밤을! 바느질로 다 보낼 수는 없는 시간 아닌가요? 이웃도 술집도 없고 티브이는커녕 책도 없는데요... 그런 영화였습니다.






    • 드디어 보셨군요. 역시 좋게 보신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유달리 비극적인 일을 겪었고 그만큼 고통스럽고 슬프고 외로운 긴 시간을 보내야했고 행복은 짧았지만 사실 따져보면 생을 돌이켜봤을 때 행복한 시간이 더 많을 그런 엄청나게 운좋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런 생각도 했습니다. 올해의 클라이막스 씬이라고 해도 될 그 비행 씬에서 전 그래도 그런 행복한 기억들이 있었기에 오히려 주인공이 여태 살아남지 않았나 싶었어요. 이 장면은 두고두고 또 보고 싶어요.

      • 원작 소설의 평이 좋아서 재출간 되면 소설도 읽어 보고 싶어요. 포함하고 있는 비극과 별개로 영화 자체는 아주 순하고 선함을 지향하는데 이런 영화적 표현이 최근에는 좀 드물었던 것 같아서 더욱 잘 본 것 같아요. 저도 영화가 짧기도 해서 되풀이해서 볼 생각이 듭니다. 다시 보면 찾게 되는 것도 많을 영화입니다.

    • 이건 꼭 큰 티비로 봐야지... 하다 보니 계속 미루고 있어요. 자식놈들이 좀 일찍 자줘야 할 텐데 이제 좀 컸다고 취침 시간이 자꾸 미뤄져서 슬플 뿐입니다. ㅠㅜ 그래도 언젠간 꼭 보겠습니다!

      • 조만간 큰 화면으로 꼭 보시길요. 안 그래도 로이배티 님 리뷰 업데이트 시간이 전과 달리 들쑥날쑥했어요. ㅎㅎ 

    • 저도 봤습니다. 화면 속 그림이 참 이뻐서 좋다가도 말씀하신 것처럼 너무 외롭겠다 싶었어요. 초반에 행복한 모습이 생각나서 더 그렇게 보인거겠죠.

      마지막에 나무에 박은 신발 장면이 꽤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리고 주인공 찾아온 멍멍이들 보면서 ‘미국에도 발바리가 있네?’싶었어요. 그 동네 토종견은 다 왕 클거 같았는데
      • 영화가 매우 시적인 느낌이라 또 보면 놓쳤던 게 또 보일 듯했어요. 신발 장면은...잠깐 머문 시간을 어쩌든지 기억해 주고자 하는 몸부림 같기도 하고 자연과 영원히 같이 간다는 믿음의 표현 같기도 하고 그랬죠. 


        멍멍이들 너무 토실하고 귀엽더군요. 어디서 나타났는지. 

    • 여운이 긴, 시적 울림의 영화였습니다.   슬픔이 있을수록, 인생은 깊어지지만 그 사실이 두렵습니다.  

      • 그렇죠. 한 사람의 인생을 응축하여 표현한 영화 같아요. 짧은 상영 시간에 시대 변화와 자연 속의 삶을 다 담았으니까요.

    • 김혜리의 필름클럽에 기차의 꿈 에피소드 올라왔네요. 다뤄주실줄 몰랐는데 선물받은 느낌이에요. 하하

      • 내일 산책하면서 듣겠습니다. 근데 LadyBird 님 감상도 좋습니다.

    • 글 잘 읽었어요.감사합니다. 레이디버드님 글도 읽고요>_< 이상한 이야기인데 저는 우선순위가 어머니와 

      사이좋게 지내는거 다음으로는 옷을 예쁘게 입는거여요ㅠ.ㅠ 그냥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남자 옷은 대중 알거든요.


      주인공이 벌목공(블루 컬러)이잖아요. 이 사람들이 셔츠 입는 디자인과 스타일이 있어요. 이 글에는 사진이 없어서 궁금했었는데 
      레이디버드님 글 첫번째 사진이어요. 아 이름이 있는데 저도 하나 있어요.

      ---
      아 이런게 있었네요.

      • 어머니는 짐작했는데 옷을 예쁘게 입는 건... ㅎㅎ 좋네요. 저도 잘 입고 싶은데 이 나이에도 아직 제 스타일을 못 찾은 거 같아요. 다른 색은 맞춰 입기 고민돼서 옷이 검정과 회색 가끔 브라운이고 그렇습니다. 대다수 한국인처럼. 그래도 등산복은 안 입고 다니네요.ㅎ 없기도 하고.


        번역은 정말 중요한데 그 중요성을 깨닫고 지원도 좀 하는 시대가 되었네요.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15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53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60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90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5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6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36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53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9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33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30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41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72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8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91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