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바낭] 좋아하는 소재였지만... '어브로드' 잡담입니다

 - 2023년작이구요. 런닝 타임은 85분이구요.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 적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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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포스터는 성의가 아주 없지는 않... 죠? ㅋㅋ 그래서 클릭했다가 보게 됐습니다.)



 - 한국인 태민과 민지 커플이 오로라를 보겠다는 일념으로 미국 미네소타까지 먼 여행을 갑니다. 극심한 멀미와 천식 체질로 인해 반죽음이 된 태민과 그를 달래는 민지. 근데 태민이 비행기에서 내린 후 후유증(?)을 극복하고 정신을 차리는 동안에 미리 예약해뒀던 렌터카 회사가 영업 종료를 해버렸고. 결국 민지가 부른 우버를 타고 에어 비앤비 숙소로 향하는데요. 그 안에서 동승하게 된 젊은 여자분은 한국 아이돌 팬이고 특히 태민이 짱짱맨이라며 샤이니 태민의 솔로곡을 틀고 따라 부르고 또 주인공 이름도 태민이니 반갑고 뭐 이런 수다를 떨다가... 맞은 편에서 오던 수상한 늑대 그림의 밴과 사고가 날 뻔하지만 무사히 패스하고 숙소에 도착하는데...


 갑자기 민지가 사라집니다. 짐까지 싹 다 깔끔하게 사라져 버렸고 경찰을 불렀지만 진짜 실종 맞냐며, 갸가 여기 있었다는 흔적이 없는데? 라고 되물어서 사람 환장하게 하구요. 그러다 공항에 연락해서 민지의 존재까진 확인을 하는데, 그렇다면 갸가 사라지게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바로 너! 라며 태민을 용의자로 연행해 버립니다. 미치고 팔짝 뛰겠는 대환장 상황 속에 어찌저찌 경찰서에서 도망친 태민. 민지를 찾고 자신의 억울함을 밝히며 실종의 비밀까지 해결해야 하는 영어 무능력자 태민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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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을 맡은 장성범, 임영주씨. 특히 장성범씨는 꽤 오랫 동안 활발하게 활동 중인 분이십니다. 저도 본 작품이 몇 개 있구요.)



 - 여행길에 동행이 홀연히 사라져 버리는데 아무도 그 동행의 존재를 모르며 그걸 증명할 흔적도 남아 있지 않다. 제가 참 좋아하는 소재입니다. 물론 이 스토리를 택한 거의 모든 영화들이 결국 마지막엔 앞뒤가 안 맞거나 싱겁고 맥 빠지거나... 하는 탈력의 마무리를 들이대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좋은 소재는 아닌 듯 싶습니다만. 그래도 잘만 만들면 그 결말 직전까지는 충분히 재밌게 뽑아낼 수 있는 소재여서 이런 식의 이야기가 보인다 싶으면 일단 그냥 봐요. 이 영화도 그래서 시놉시스만 보고 선택한 거였죠. 듣도 보도 못한 제목에다가 제작진도 수상하고 어디에서 리뷰나 평가를 들은 적도 없고 런닝 타임은 짧고 등등의 여건으로 볼 때 망작일 확률이 90%를 돌파했지만 그냥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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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땅에 홀로 떨어져 누명 쓰고 헤매고 다니는 한국인이 주인공이다 보니 인종 차별 요소도 약하게나마 들어가구요.)



 - 영화의 정체성이 좀 특이합니다. 한국 제작사에 소속된 이탈리아인 감독이 한국 배우와 스탭들을 데리고 미국에 가서 찍어 온 영화거든요. ㅋㅋㅋ 근데 검색을 해 보니 그리 특별한 사연이 있는 건 아니더라구요. 그냥 한국의 작은 영상 컨텐츠 제작사에서 일하는 이탈리아 사람이 한국인이 미국에서 헤매는 스토리의 영화를 찍은 거에요. 끝. 


 근데 이 회사가 전에 SM와 컨텐츠 제작을 함께한 적이 있었고. 그때 이 감독님이 샤이니 태민의 솔로 활동 관련 컨텐츠를 연출하셨고. 그러다 태민이 너무 좋아지셔서 주인공 이름을 태민으로 짓고 영화 속에 노래도 나오게 하고 캐릭터 하나를 아예 태민 팬으로 설정하시고 뭐 그런 건데요.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엔드 크레딧에까지 태민 노래가 깔리는데... 팬심에는 잘못이 없지만 '이게 맞나?'라는 생각을 좀 하게 됩니다. 왜냐면 영화의 완성도가 많이 모자라거든요. 그렇게 허술한 느낌이 낭낭한 가운데 갑자기 감독 개인의 덕질 떡밥이 튀어나오니 영화가 격하게 하찮아 보이게 되는 효과가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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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유 노우 태민?)



 - 이런 영화들이 대체로 그렇듯이 뭐. 어느 하나 콕 찝어 말할 필요 없이 전반적으로 모자라고 부실합니다.

 일단 참 가난한 티가 나요. 가난은 죄가 아니지만 그렇게 제작비가 모자란 느낌이 보는 내내 화면을 뚫고 튀어 나오면 문제가 되겠죠. 뭔가 휑하고 빈 느낌이 영화 내내 들구요. 굳이 미네소타까지 가서 현지 촬영을 했으면 거기 숲이라도 폼나게 활용했음 좋았을 텐데 그런 것도 없고. 두 한국인 배우들은 나름 모자란 각본의 한계 속에서 최선을 다 하는 연기를 보여주는데... 현지인 배우들은 거의 서프라이즈 수준보다 조금 낫달까. 그 정도였구요. 결정적으로 이야기가 많이 부족합니다. 문자 그대로 부족해요. 85분을 채울만한 아이디어가 없거든요. 그래서 별로 무의미한 사건을 아무 임팩트 없이 이어가며 '시간을 때우는' 느낌으로 런닝 타임의 절반 이상이 흘러가 버리고. 결과적으로 재미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긴장감도 없고 절박함도 안 느껴지고... 몽유병 간접 체험 같은 느낌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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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풍광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싶었지만 전혀 그러지 않아서 아쉬웠구요.)



 - 이런 장르의 이야기답게 마지막엔 나름 야심찬 반전을 선보입니다. 그렇긴 한데 이 또한 좀 애매한 부분이었어요.

 일단 그 반전에 담긴 메시지랄까... 그건 나름 나쁘지 않았습니다. 아, 이런 이야기였어? 라는 생각을 들게 하며 지나간 장면들을 돌이켜 보게 하는... 뭐 그런 측면에선 괜찮았는데요. 문제는 그 반전이 지금껏 끌고 온 이야기들 중 대부분을 무의미하게 만들어 버린다는 거였네요. 이런 진상을 보여주려고 했다면 굳이 이런 장면, 저런 장면을 넣을 필요가 있었나... 싶었구요. 또 이 반전 자체가 이미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유명한 기믹이긴 한데, 영화가 도입부에서 던져 준 떡밥이랑 앞뒤가 좀 안 맞아요. 참으로 정돈이 안 된 이야기구나... 라고 생각하며 감상을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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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가장 멀쩡한 부분이라면 두 배우님 연기이겠는데. 그것도 노잼 각본을 구원하진 못합니다.)



 - 그래서 결론은 예상대로(?) 비추천이겠구요.

 뭐 하나를 콕 찝어 언급하기 애매할 정도로 전반적으로 싱겁고 허술한 영화였습니다. 아예 20분 정도를 더 줄이고 티비 단막극으로 만들어낸 걸 봤다면 '와 티비에서 이런 것도 해주고 좋네' 라며 즐겁게 볼 수 있었을 텐데요. 이렇게 극장용 영화의 형태를 갖춘 작품으로서는 여러모로 함량 미달이었어요. 그 와중에 쌩뚱맞은 덕질 요소가 노골적으로 들어가 있는 것도 난감 포인트였구요.

 대략 옛날 옛적에 친구들끼리 모여서 라이브로 구연하는 '무서운 이야기' 정도 수준이랄까요. 딱 그 정도라고 해도 괜찮다면 보셔도 되겠지만 세상엔 이보다 성의 있게 잘 만든 무서운 이야기가 많습니다. 네... 저는 그렇게 봤습니다. 끄읕.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다시 정리하면, 태민과 민지가 미네소타 공항에 내려 우버를 타고 숙소로 이동하며 동승한 케이팝 덕후 여성과 태민 노래를 들으며 수다 다가 교통 사고가 날 뻔 하구요. 숙소에 도착해서 사소한 걸로 투닥투닥 다투다가 결국 둘 다 지쳐서 쉬려고 하는데 누군가 문을 두드립니다. 태민이 확인하러 나가 보니 아무도 없는데 샤워 중이던 민지는 홀연히 사라졌고 집 밖에선 아까 사고가 날 뻔 했던 늑대 그림 밴이 슝 지나가요. 경찰을 불렀지만 처음엔 '너 혼자 온 것 같은데??' 라며 미스테리 분위기를 잡다가, 나중엔 공항에 확인해 보니 민지는 존재한다고 인정함과 동시에 '그렇담 용의자가 너님 밖에 없어요' 라며 태민을 연행해 가요. 그런데 그 곳에서 부보안관쯤 되는 여자분이 쌩뚱맞게 '나가서 그녀를 찾아요!' 라며 태민을 몰래 풀어줘 버리고 태민은 아무 근거도 단서도 없이 혼자 미네소타의 한적한 마을, 숲길을 헤맵니다.


 괜히 쌩뚱맞게 아무 관계도 없는 집에 슥 들어가서는 둘러 보다가 집주인을 마주쳐 달아나기도 하고. 한적한 길을 걷다가 경찰을 피해 숨기도 하고. 그러다 들어간 동네 프린트샵에서 자기가 탔던 우버 차량 사진을 출력해서는 주인에게 들이대며 이 차 모는 사람 아냐고 묻다가 너 왜 돈도 안 내고 맘대로 출력하냐고 혼나고. 근데 그 옆에서 혼자 뭔 작업을 하고 있던 사람이 어제 동승했던 태민 덕후 여자분입니다? 그래서 그 분의 도움으로 또 도망쳐서 돌아다니고... 하다가 그 분이 핸드폰으로 검색해서 찾아낸 우버 운전사의 집으로 갑니다. (편하기도 하지!) 


 하지만 찾아간 기사는 이미 누군가에게 살해 당한 상태이고 그 옆엔 늑대 발자국이 있네요. 그리고 그 순간 타이밍 좋게 쫓아오는 보안관! 믿음직했던 동행 여자분은 보안관에게 끌려 가고, 간신히 도망친 태민은 숨어 있다가 어두워진 틈을 타 복사집으로 돌아갑니다. 그래서 사장에게 아까의 한을 푸는 응징 펀치를 날리고, 사장 서랍에 있던 권총을 꺼내들고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낸 (능력도 좋지!) 늑대 트럭집으로 쫓아가요. 그래서 다짜고짜 쳐들어가 보니...


 민지가 있긴 있는데, 쌩뚱맞게도 그 집 주인인 현지인과 부부 사이인 상황이고? 태민을 알아 보지 못하고 너 대체 누군데!!? 라며 화를 내네요. 그러다 집주인(=민지 남편)과 몸싸움이 벌어지고. 그러다 얼떨결에 집주인을 총으로 쏘게 되고... 또 경찰들이 도착하자 계속 자신을 뿌리치는 민지를 인질로 붙잡고 늑대 그림 밴을 타고 달려요. 그러다 끝까지 저항하는 민지 때문에 몸싸움을 벌이다 차가 급정거를 하게 되는데. 멈춰 서서 옆을 보니... 어젯밤에 자기들이 타고 왔던 우버 차량이 사고가 난 상태로 멈춰 있고. 그 안을 들여다 보면 뭐가 보이겠습니까. 바로 어제의 자신들인데 다만 큰 부상을 입고 의식이 없는 상태에요. 그렇습니다. 이것은 '영혼의 카니발' 스토리였던 것. ㅋㅋㅋ


 그래서 둘은 사실 간밤에 교통사고가 난 후 병원에 입원해 있던 상태구요. 수술은 잘 됐다지만 의식이 안 돌아와서 코마 상태로 누워 있습니다. 지금까지 상황은 모두 태민의 의식 속에서 벌어진 일들, 그러니까 꿈이었던 것. 신기하게도(?) 현실의 보안관도 꿈속 보안관과 똑같이 생겼는데 다만 상냥하구요. 교통 사고를 유발한 늑대 그림 밴을 찾아서 연행해요. 그리고 밴 운전사는 꿈 속 민지 남편이네요. 안타깝게도 꿈 속에서 든든한 지원군이었던 태민 덕후님은 우버 운전사와 함께 사망하셨구요. 마지막으로 주인공들 담당 의사님은 꿈 속에서 태민을 도망시켜 준 부보안관이었습니다. 의식 없는 동안에도 볼 건 다 보신 우리 태민군!


 암튼 상황은 다시 꿈 속. 교통 사고로 기절해 있는 자신들의 모습을 바라보던 둘은 그제서야 기억을 되찾습니다. 그때 멀리서 들려오는 자동차들 소리를 듣고 총을 겨눠 보는 태민이지만 도착한 건 소방차와 앰뷸런스라서 멋적게 총을 거둬 들이고 둘이 소소한 대화를 나누며 씩 웃는데. 그때 하늘에 오로라가 펼쳐지고 둘은 좋은 분위기로 그걸 바라봐요. 이걸로 엔딩입니다.


 + 그러니까 결국 본편의 느슨한 전개와 앞뒤 안 맞는 괴상함은 다 꿈속 논리였으니까 괜찮다! 라는 커버가 가능하구요. 영화 시작 부분에서 사소한 일로도 정색하며 다투던 둘의 불편해진 사이가 이런저런 고생 끝에 다시 훈훈해지는 이야기이다... 라고 의미도 부여할 수 있고. 또 꿈 속에서 태민이 당하는 인종 차별이라든가, 폭력적인 상황들이라든가... 이런 건 백인들 세상으로 여행간 동양인의 내면이라든가. 등등으로 해석도 할 수 있고 그렇습니다만. 영화의 만듦새가 부실하다 보니 다 별 의미 없지 않나 싶었고. 또 아무리 꿈 핑계로 극복 가능! 이라지만 꿈 속 이야기 전개가 '이게 다 꿈이었음!' 이라는 반전과 성격이 안 맞아요. 그래서 그냥 사기 치는 영화라는 생각만... ㅋㅋ 뭐 전 그랬습니다.

    •  편리하지만 화 나는 반전이네요.ㅋㅋ   

      • 그 편리함 때문에 각본 대충 쓰는 사람들에게 유난히 사랑 받는 설정이기도 하지요. 진짜 이 반전 써먹는 작품들 중에 멀쩡한 걸 찾기 힘든...;

    • 그러고보니 이제 티비에서 단막극이나 짧은 시리즈 보기가 너무 힘드네요. 예전엔 꽤 괜찮은 단막극 드라마 방송이 있었는데…

      그리고 전 12월만 되면 매번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다시 보고 싶습니다ㅋㅋㅋㅋ

      오늘도 본문과는 상관없는 뻘 댓글!!!
      • 제가 듀게에 매주 화이트 크리스마스 소감 글을 올리던 게 어언!!! 같은 세월 한탄이 자동으로 다시... ㅋㅋ 그러고보니 거기 나왔던 모델 출신 신인 배우 김현중씨가 곧 결혼하시네요. 이솜씨는 이제 몇 살이나 되신 것이며... 결론은 또 다시 세월 한탄으로! 하하하.

    • 영화소개프로에서 보고 재밌겠다 꼭 봐야지 했는데, 이렇게 친절한 가이드 감사합니다ㅎ 돈과 시간을 절약했네요. 앞부분은 진짜 미스터리했는데말이죠.
      • 아 이거러 보고 싶어하셨다니 반갑습니다(?) 하하. 그래도 제 뻘글이 이렇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다니 제가 감사하네요. 어지간하면 절대 보지 말라고 말리지는 않는 편인데 이건 좀... 그렇습니다. ㅋㅋ

    • 아무리 이런 영화라도 끝까지 봐주시는 관대함과 인내력에 항상 존경심을 품게 됩니다. 전 한 10분 정도 보다가 아니면 도저히 못보겠어서...
      • 전 그렇게 10여분 정도 보고 나면 그 시간이 아까워서 끝까지 보게 되더라구요. ㅋㅋㅋ 또 OTT란 게 뭘 볼까 말까 망설이다 내다 버리는 시간이 많아진다는 특성이 있어서 어지간하면 일단 시작한 건 그냥 끝을 보는 편이지요. 인내력보단 귀차니즘에 가까운 습성입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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