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스포일러] 영화 보신 분들만 읽으시라고 적는, 스포일러 가득 '세계의 주인' 잡담입니다
1.
그러니까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떠올렸던 옛날 영화란 이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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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제가 이걸 고작 석달 전에 봐서 말입니다. ㅋㅋ
여성 주인공의 일상을 차분히 따라가고. 대체로 멀쩡히, 심지어 잘 살고 있는 듯이 보이지만 조금씩 위화감 느껴지는 모습들이 보이며 힌트를 흘려가다가 결국에 밝혀지는 비밀은 어린 시절에 친인척에게 당한 성폭행. 이런저런 과정을 거쳐 마지막엔 희망을 보여주며 마무리되는 이야기... 라는 공통점이 보였거든요.
근데 같은 소재로 같은 의도를 담아 같은 희망을 보여주며 끝내는 작품들임에도 두 영화의 성격이 아주 다르다는 게 재밌었어요.
말하자면 '정혜'는 주인의 친구가 돌리는 서명 용지에 적혀 있는 딱 그런 사람입니다. 성폭행이라는 끔찍한 경험 때문에 삶이 파괴되고,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입은 사람이죠. 그리고 영화 속에서 정혜가 하는 모든 일은 그런 과거를 잊기 위한 몸부림이고... 그렇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주인씨는 저 문구를 보자마자 기함을 하죠. 아닌데? 난 잘 살고 있는데? 지금 내 삶은 괜찮은데? 상처도 언젠간 지울 건데?? 라고 생각하며 실제로 그러기 위해 열심히 살고 있으니까요. '하고 싶은데 아무리 노력해도 잘 안 되는 게 뭐니?' 절친 언니의 질문에 '사랑'이라도 답하는 장면이 이런 메시지를 압축해서 보여주잖아요. 주인은 과거를 극복하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미래를 이루기 위해서 삽니다. 말장난 같지만 이 둘의 차이가 두 영화의 차이를 나타내는 게 아닌가... 싶었어요.
2.
확실히 주인의 세계는 좀 많이 온화하고 건전하며 바람직하긴 합니다. 보통 이런 이야기에서 빌런으로 작동해야할 캐릭터들이 그렇게 행동하지를 않죠. 학폭 사안 때문에 모인 자리의 교사들도, 주인의 남자 친구도, 아빠도, 태권도 학원 관장님도... 모두모두 상식적인 사람들이고 인간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물론 죄책감 때문에 집을 떠나 혼자 유유자적(?)하는 주인 아빠는 좀 많이 거슬리긴 합니다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냥 사람이 약해서 그런 것이지 나쁜 의도나 생각 같은 건 없죠. 심지어 아무 생각 없이 시시덕거리는 주인네 반 남자애들도 그래요. 주인이 남자 친구를 수시로 바꾼다고, 헤프다고 뒷다마를 까며 낄낄거리긴 하지만 주인이 성폭력 피해자라는 걸 놀려 먹는 놈들은 없... 최소한 안 보였잖아요.
하지만 현실에서, 정말로 자기랑 같은 반 친구가 성폭력 피해자라는 걸 알았을 때 그걸 갖고 그 친구를 놀려대고 괴롭힐만큼 완전히 글러 먹은 학생은 많지 않을 거에요. 뭐 어쩌면 속으로는 '그래도 주인은 헤프다!'라고 갈릴레오처럼 중얼거릴 수는 있겠습니다만. 그걸 그 사람의 약점이자 놀림 거리로 생각하며 깐족거릴 정도라면 아마 상위 1% 안에 드는 정말 나쁜 놈이겠죠. 그러니 그런 장면이 영화에 굳이 나올 필요는 없었다고 생각하구요.
그 외의 저 훌륭한 주변 사람들도...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렇게 대단한 일을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저 다들 평범하게 갸륵하고 평범하게 괜찮은 사람들이 상식적으로 행동하는 것 뿐이에요. 아무리 인터넷 세상이 아포칼립스 그 자체라고 해도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인간들 중엔 이런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을 겁니다. 그러니 그렇게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할 것까진 없지 않나 싶었구요.
그래도 너무 착해... 라는 생각이 든다면 주인의 친구들, 만화 그리는 절친 말고 다른 친구들을 보면 대략 충분히 현실적으로 안 바람직한 리액션을 보여주지 않았나 싶어요. 처음엔 과하게 주인을 보호하려들다가 점점 어찌할 바를 모르겠어서 패닉 비슷한 상태가 되고, 그러다 결국엔 뒤에서 안 좋은 이야기를 쑥덕거리고 있죠. 악의 없이 평범하게 별로인. 그런 사례를 잘 보여줬다고 생각했습니다.
3.
굉장히 선명하게, 직설적으로 메시지를 던지는 장면들이 중반 이후로 종종 보입니다.
1) 일단 그 참 보기 고통스러웠던 재판 장면이요. 아니 성폭행 당한 사람이 왜 다음 날 곧바로 이모티콘까지 써가며 밝은 메시지를 보내요? 그렇게 충격적이고 힘들었는데 다음 날 대회에서 상은 어떻게 탔어요? 아니 왜 그러고나서 곧바로 용돈을 왕창 뜯어내려고 했죠? 등등. 이런 류의 사건들 현실 재판에서 종종 등장하는 역한 레파토리들을 컴필레이션처럼 모아서 보여주는 장면이었구요.
2) 마지막의 그 쪽지 나레이션도 그래요. 담고 있는 내용 자체도 '이 작품의 주제는 이거라구요!'라는 듯이 참 직설적인 데다가... 여성의 목소리로 시작했다가 남성의 목소리로 교차하며 들려주는 설정도 참으로 바람직하며 적절하게 건전했죠. 살짝 웃음이 나올 정도로요.
3) 동생이 마술쑈를 하는데 마지막 마술이 '여러분들의 근심 걱정을 싹 사라지게 해주겠다'인 것도. 그 마술이 실패해서 근심과 걱정이 바닥에 굴러 떨어진 것도. 비유나 상징 치고는 너어무 정직하다... 이런 느낌이 분명히 있었습니다만.
1) 그 재판 장면은 주인의 이야기로 다루기는 조금 결이 다른. 현실 세계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이 겪는 고통 중 하나를 실감나게 전달해주는 장면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구요. 또 뒤에서 서포트 해주는 동료들과 손수건 전달 장면으로 충분히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녹여낸 것 같았습니다.
2) 그 나레이션은 이 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 그 중에서 주인과 같은 고통을 겪었던 사람들에게 감독이 보내는 육성 편지 같은 거였겠죠. 그리고 성폭력의 피해자가 여성만 있는 건 아니니까요. 사려 깊고 진심 어린 감정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3) 그런데 이 실패한 마술쑈 장면이 동생의 쓰다 만 편지의 표현으로 이어지잖아요. "사라져 버렸으면". 그래서 이 마술쑈 장면이 그걸로 끝인 게 아니라 편지 장면을 위한 빌드업처럼 연결 되어서 그 장면의 임팩트를 훨씬 강렬하게 만들어 줬던 것 같아요. 많이 울컥했습니다.
4.
세차장 장면, 그리고 주인이 결국 남자 친구를 밀쳐내 버리게 되는 장면. 절친들이 주인에게 거리감을 느끼게 되는 장면.
가만히 따져 보면 그렇게까지 낙관적인 이야기도 아니에요. 영화 속 이야기가 끝난 후에도 주인은 엄마와 그 세차장에 몇 번은 더 가게 될 것이고. 주인이 그토록 원하는 '사랑'을 맘껏 이루기 위해선 앞으로도 더 많은 실패를 겪겠죠. 그 친구들처럼 가깝다가도 멀어지는 사람들도 생길 거구요.
하지만 영화 속 주인의 씩씩하고 열정적인 모습을 보면. 그리고 주변의 든든한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어떻게든 우리의 주인씨는 잘 해 낼 거란 믿음을 갖게 됩니다. 그게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그냥 '이런 것을 알아주세요!' 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런 일을 겪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려는 이야기였다는 거.
물론 저는 그 위로의 직접적인 대상이 될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이게 얼마나 적절했는지, 얼마나 훌륭했는지를 판단할 입장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이 정도로 사려 깊게, 진심으로 건네는 위로를 담은 영화를 전에 또 본 기억은 없기에, 어쨌든 좋은 영화일 거야... 라고 맘대로 생각해 봅니다. ㅋㅋㅋ
그렇습니다. 저는 그렇게 봤어요.
맞아요 마무리도 여운이 남도록 잘 맺었죠. 참으로 선량하게 이야기를 하면서도 할 말은 다 하는,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이전 리뷰에서 말씀하신 비슷한 소재 영화가 무엇인지 궁금했는데 '여자, 정혜'였군요. 비슷한 소재라고 할 수도 있는데 두 영화의 차이가 뭘지 생각해보니, 가장 큰 차이는 '세계의 주인'에서는 가해자가 재판을 거쳐 옥살이를 하게 되었다는 점 같습니다. 이렇게 사건이 정식으로 종결되면 피해자도 어느 정도는 마음을 정리할 수 있죠. 그에 비해 정혜는 시간이 꽤 지났어도 거기서 못 벗어나고 있고요. 당연히 이런 나쁜 놈은 법의 심판을 받아야하지만, 친족 성폭력이라는게 가족 관계로 얽힌 문제다 보니까 법정까지 가는 경우가 드물고, 또 그 과정에서 가족 갈등도 만만치 않죠. 고민시 캐릭터의 모친이 가해자인 부친 편을 들어서 자기 딸을 스토킹하거나 법정에 불리한 증거를 제시한 것만 봐도 알 수 있고요. 그렇게 생각해보니 주인의 외할머니는 가족과 가깝게 지내는데 비해, 아빠가 시골로 잠적한 원인 중 하나는 아마 가해자가 속한 친가와 갈등일 거라는 생각도 드네요.
아하. 저는 그런 생각을 전혀 못했네요. ㅋㅋ 사회적 처벌이 이루어졌는가... 정말로 주인과 정혜의 차이는 그런 부분에서 발생한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클라이막스에 스스로 단죄를 시도했구나 싶기도 하구요. 말씀대로 이 영화에선 고민시의 캐릭터가 정혜에 해당하는 경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어요. 댓글 감사합니다.
글(두번) 잘 읽었어요. 감사합니다. 사진 얼핏 보고 잘못올리셨나보다 했더니 '떠올리셨던' 영화군요.
[여자,정혜]는 아직 못봤어요. 이윤기의 데뷔작이네요'.
"본인 특유의 감성적이고 잔잔한 스타일을 잘 그려내는 감독이다. 그런 영화를 잘 만드는 몇 안 되는 감독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섬세하면서도 고요하고, 외로우면서도 유쾌하며, 일상적이면서도 아련한 연출력을 자랑한다."
로이배티님 덕분에 꼭 한번 더 봐야겠어요. 영화 속의 어떤 소재가 제게 아주 불편한거지만 말이죠.
이건 희소식. 요새 제일 친한 여성분 이름이 '김지수'인데요. 영화 [여자,정혜]의 주인공 이름이죠.
조심스럽게 선물 드렸더니 좋아하시더라고요 :)
'여자, 정혜'도 괜찮은 영화이고 개봉된 시기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습니다만. 놀랍게도(?) 듀나님께선 그때부터도 이미 성폭력의 경험 하나가 주인공의 인생을 너무 싹 다 좌우해 버린다... 는 지적을 적어 두셨더라구요. 하하. 그런 부분을 극복해낸 이야기가 이 '세계의 주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봤습니다.
지수가 예전엔 정말 흔한 이름 중 하나였죠. ㅋㅋ 정작 배우님 본명은 따로 있다고는 하지만 평범하면서도 참 예쁜 이름 같아요. 하하.
네 전 당연히 그 사과와 관련된 기억 같은 게 나올 줄 알았더니 그냥 슥 지나가 버려서 당황했는데, 말씀대로 성폭력 피해자라는 게 주변 사람들의 의도와 상관 없이 낙인처럼 작용하면서 그 사람의 모든 걸 그 경험과 연결 지어서 생각해 버리게 되는... 그런 걸 지적하려는 설정이었던 것 같아요. 참 고민 많이 해서 각본 쓰셨구나... 했구요.
저는 '여자, 정혜' 얘길 올리면서도 그 생각을 못했네요. 하하. 배우님께서 20년만에 속죄(?)하신 걸로... ㅋㅋㅋ
저는 언급하신 한국영화가 설마 '한공주' 일까 싶었는데 2000년대 초라니 또 그건 아닌 것 같고 궁금했는데 얼마 전에 글 올리셨던 '여자, 정혜' 였군요. 이대연 배우가 겹치는 건 그냥 순전히 우연이었겠죠. ㅋㅋ
사실 이 소재로는 최근에 만들어지는 작품들도 트라우마로 인해 열심히 앞으로 나아가려고 노력해도 결국 사회에서 어디선가 소외감 느끼고 고립된 느낌의 피해자 주인공에서 그렇게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고 생각되는데 윤감독님은 무책임하게 긍정/희망적이지 않으면서 현실적으로 적절히 따뜻하게 위로해주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고 그걸 주인공과 주변 캐릭터들, 세심하게 치열히 고민해서 쓰고 연출한 보여주고 보여주지 않는 여러 부분들에서 충분히 성취해냈다고 생각해요.
적어주신대로 세세하게 따져보면 정말 낙관적으로만 보기 어려운 작품도 맞지만 그 쓰다만 동생의 편지에선 눈물이 나다가 마지막 편지 보이스오버에서는 막 가슴도 벅차오르고 정말 주인을 포함한 그 목소리의 주인공들에게 희망적인 미래를 진심으로 믿어보고 싶은 이 소재의 작품으로는 정말 흔치않은 경험을 했어요.
저는 같은 배우라는 걸 위에 첫눈님 댓글을 보고 처음 인식했습니다. 재밌는 우연이에요. ㅋㅋ 아무래도 소재 때문에 한공주도 얼핏 떠오르긴 했는데 그건 너무 구체적인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 닮았다는 생각은 안 들더라구요. 사건이 워낙 극단적이기도 했구요.
성폭력 피해자 입장에서 주변 사람들이 자신의 모든 것을 그 경험과 연결지어 생각해 버리는 게 얼마나 끔찍한 일일까. 라는 생각을 이렇게 진지하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하게 만들어 준 영화는 제겐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그것 하나만으로도 존재 의미가 아주 특별한 작품이었구요.
맞아요. 이런 소재 영화 보면서 이런 감정을 품게 되는 경험이 흔치는 않죠. ㅋㅋ 여러모로 정말로 '좋은 영화'였습니다. 잘 만들었다는 건 말 할 것도 없구요.
이직을 위한 휴직 기간 동안,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이 법원 방청이었습니다. 피해자 분이 증언을 하는걸 두 번 정도 보기도 했고, 결심 공판도 한 번 봤지요. 가해자들의 최후 진술도 보고, 가해자의 혈연들이 가족으로 엮여 있어도 가해자 편을 들거나 해석을 아주 다른 방식으로 하는 것을 보기도 했고요. 법원에 가면 각 법정마다 입구에 하루에 치뤄질 재판들이 스케줄로 싹 적혀 있습니다. 특정 법정에서 비슷한 범죄를 쭉 이어서 하니만큼, 공개 법정인 경우 살짝 들어가 방청할 수도 있습니다. 혹은 어떻게 동네 활동가들에 연락해서 실제 방청에 도와 참여하는 방법도 있겠지요. 한 번 쯤은... 필요한 곳에 가서 앉아 있는 것도 좋은 일이라 이야기 해봅니다. (평일 근무 시간에 이뤄지기 때문에 9 to 6 근무자는 참여하기 어렵지만요.) 영화도 실제와 많이 비슷해서 좋았어요. (비공개 법정 같았는데 대부분 공개 법정으로 진행되어 도떼기 시장 같을 가능성이 더 높지만...)
생존자들 쉼터를 운영하는 활동가 분들 중 한 분이 하셨던 이야기가 가끔 떠오릅니다. 성폭력도 폭력처럼 다루면 안 되겠냐고. 우리가 어디서 맞고 오면, 병원 가는 것도 당연하고, 때린 놈이 잘못 했다는 것도 당연하고, 그게 보통은 평생 정신적 상처가 되는 것도 아니고... 경찰서는 당연한 수순... (그리고 그 외의 그 많은 것들...) 하지만 그게 그렇게 되는게 아니란 것도 너무 잘 알고... 1) 보면서 다시 떠오른 그 말이었습니다.
우와... 정말 특별한 경험을 하셨군요. 그냥 보고 체험하는 게 아니라 피해자분들 돕는 활동이 된다는 건 상상도 못했구요. 대단하십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뭐 똑같이 다루면 안 될 부분이 있으니 이렇게 되는 거겠지... 라고 짐작은 하지만 그래도 현상태에선 피해자분들이 정의 실현을 위해 너무 고통 받아야 하는 게 아닌가 싶구요. 이런 부분들이 개선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학생들에게 '우리들'을 보여줬을 때 가장 많이 나오는 반응이 그거였어요. 아니 왜 선이가 복수 안 해요. 왜 지아랑 보라랑 벌 안 받아요. 아니 왜 영화가 끝나도 선이는 왕따에요. ㅋㅋㅋ 말씀대로 '우리들' 역시 그 살벌함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으론 따뜻한 쪽에 가까운 이야기였죠. 결국 선이와 지아가 잘 풀게 될 거라 암시하기도 했고. 최종 빌런 보라마저도 흠결은 있을 지언정 상처 받고 힘든 아이... 라는 식으로 묘사하기도 했구요.
맞아요. 환타스틱한 사이다 결말 같은 걸 바라는 건 아니어도 세상의 악함이랄까. 그런 게 많이 순화되고 정화되어 긍정적이고 희망찬 쪽으로 묘사되긴 했죠. 없앴다기 보단 화면 바깥으로 꺼내 놨다고나 할까요. 우편함 편지로만 존재를 드러내는 가해자, 변호사 뒤에 숨어 있는 미도의 부모 등등. 아마도 실제 피해 경험을 가진 관객들이 영화를 볼 때 상처 받게될 상황을 고려한 것 같은데. 솔직히 저도 '너무 긍정적인 거 아냐?' 라는 생각은 했습니다. ㅋㅋㅋ
그래도 참 치밀하게, 디테일이 꽉꽉 들어차 있는 이야기여서 다 보고 나서 생각하거나 대화 나눌 부분도 많았고. 또 마지막의 가식 없이 희망찬 마무리도 여러모로 적절했고. 저도 참 잘 봤고 앞으로 감독님 영화 더 자주 볼 수 있길 기원합니다. 제발!!!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