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강추] 한 벌목꾼의 삶, 한 인간의 삶 '기차의 꿈'


- 그저께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작품입니다. 오리지널 제작은 아니고 올해 초 선댄스에서 상당한 호평으로 입소문이 난 걸 배급권을 사왔어요.


조엘 에저튼이 연기하는 주인공 로버트는 20세기 초 미국 아이다호 주 그레이트 노던 철도 부근의 벌목꾼으로 사랑하는 여인 글래디스(펠리시티 존스)를 만나 단란한 가정을 꾸렸으며 철이 되면 일자리를 구해 장기간 벌목을 하다가 끝나면 돌아와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심플하고 반복적인 삶을 삽니다.


글 제목에 썼듯이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한 벌목꾼의 삶'이고 이게 다입니다. 뭔가 더 붙일 이야기가 있긴한데 그러면 조금이라도 스포일러가 될 것 같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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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적인 이야기의 주인공으로는 참 심심한 인물입니다. 설정상 성격이나 여러가지 면에서 이렇다할 튀는 부분이 없고 그냥 열심히 일하고 가족을 사랑하는 평범한 일꾼이거든요. 영화는 이 사람의 인생을 최대한 덤덤하게 보여주고 있는데 물론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이 살면서 어떤 사건들을 겪기는 합니다. 그중 평생을 잊지 못할 큰 일들도 있구요. 


이런저런 삶의 풍파들을 겪으면서 어쨌든 늙은 나이가 될 때까지 어떻게든 살아갔던 이 주인공을 통해 거창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결국 한 인간의 삶, 인생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나름의 대답도 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삶의 대부분의 시간을 숲속에서 보내는 인물이다보니 자연의 풍경이 많은데 예고편에서 느낄 수 있겠지만 이를 아주 아름답고 유려하게 담아냈어요. 테마나 비주얼적인 면에서 테렌스 맬릭의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이고 최소한 레퍼런스로 삼았음은 분명하게 보이고 느껴집니다.


다만 맬릭의 여러 영화들처럼 같은 주제를 가끔은 다소 황당하게 느껴질 정도의 어마어마한 야심으로 거창하게 그리지는 않고 '천국의 나날들', '트리 오브 라이프' 같은 영화들의 좀 더 메시지가 직접적이고 날씬하게 축약된 버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예 윌 패튼이 완벽하게 톤에 맞는 목소리로 들려주는 나레이션도 있거든요. 시간, 공간적 배경 때문인지 켈리 라이카트의 '퍼스트 카우'가 연상이 되기도 했구요.


영화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는 직접 감상하면서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저는 평범한 인간, 삶이란 무엇일까라는 것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됐던 것 같아요. 어떻게 살았던간에 우리 모두는 전부 결국에는 혼자인 것인가 그렇다고 외롭기만 한 것인가 등에 대해서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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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빙', '미드나잇 스페셜' 같은 작품들에서 마초 상남자 느낌의 외형과는 달리 부드러운 내면을 가진 남성들을 근사하게 표현하곤 했던 조엘 에저튼이 직접 제작자를 겸했는데 본인의 그런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그런 작품과 역할을 만난 것 같았습니다. 무슨 평소와 색다른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배우와 캐릭터가 완벽하게 어울려요. 현지 평단에서는 '커리어 최고의 연기'라는 말들이 많은데 그런 상찬을 들을만합니다. 영화가 너무 작고 큰 홍보를 안해서 어쩔지 모르지만 오스카 첫 후보에 오르는 모습은 보고싶네요.


작년 '브루탈리스트'에 이어 또 자애로운 아내를 아름답게 연기한 펠리시티 존스도 여전히 좋지만 '로그 원'처럼 조금 더 본인이 원톱으로 극을 이끌어가는 작품으로 봤으면 하는 바람도 있어요. 조연진들도 유명한 이름들부터 이름은 생각이 안나지만 얼굴은 조금 익숙한 그런 배우들까지 잠깐 나와도 그냥 기능적이지 않고 기억에 남도록 역할들이 잘 쓰여졌고 수수하게 훌륭한 연기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또 오랜만에 반가웠던 윌리엄 H. 메이시가 단연 씬스틸러였어요.



간만에 강력하게 추천할만한 작품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소재나 작품 스타일상 일반적인 장르물을 주로 즐기시는 분들께는 지루할 가능성도 있겠으나 그래도 기왕이면 다 보셨으면 좋겠어요. 상영시간도 1시간 40분 남짓으로 비교한 테렌스 맬릭과는 달리 만만(?)합니다. ㅋㅋ 


참고로 4:3 아카데미 비율에서 위아래를 조금씩 더 자른 특이한 3:2라는 화면비 입니다. 북미 현지에서도 아주 제한적으로 극장 상영을 했으니 집에서 볼 대부분의 관객들은 작은 사각형 박스 안의 이미지를 보는 셈이죠. 궁금해서 이 부분만 찾아보니 영화 전체가 주인공이 자신의 삶의 기억을 엽서처럼 돌이켜보는 컨셉으로 구성했고 거기에 가장 잘 들어맞는 게 저 화면비라고 촬영감독과 같이 정했다고 하네요. 뭐 컨셉은 확실한데 그냥 4:3으로 하시는 게 좋았을듯... 보다보면 익숙해지지만 그래도 좀 답답해요.


    • 제목과 대표 이미지가 심심한 듯 수수해서 어 어쩌면 이것도 꽤 괜찮겠다. 하던 차였는데 글 감사합니다. 찜 해두었어요.

      100분 남짓이면 제가 딱 좋아하는 영화길이입니다ㅋㅋㅋ 다음주에 봐야겠어요!!
      • 2시간 넘어가는 길이였으면 좀 부담스러울수도 있었는데 정말 딱 좋았어요. ㅋㅋ 꼭 챙겨보시길 바래요.

    • 이 영화 저도 조만간 보려고 생각합니다. 추천하신 걸 보니 좋게 보셨군요. 글은 영화 보고 읽으려고요.

      • 최대한 말은 아끼려고 했는데 그래도 감상을 말하다보니 조금이라도 스포일링을 할 가능성이 있어서 그냥 보시는 게 아무래도 제일 좋죠.




        영화 정말 좋았습니다. 연말에 뜬금없이 등장한 올해 최고 작품 중 하나였어요. 넷플릭스가 자체제작 영화는 대부분 아쉬워도 이렇게 영화제에서 호평받은 걸 줍줍해오는 능력은 좋아요.

    • '스트레인저' 이후로 조엘 에저튼의 얼굴을 보면 늘 기괴하단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ㅋㅋㅋ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제 머릿 속 인상을 좀 바꿀 수 있지 않겠나... 라는 생각이 드네요. 말씀대로 넷플릭스가 이런 호평 받은 인디 작품들 가성비 챙기며 줍줍해서 올려주는 걸 참 잘 하죠. 넷플릭스도 고맙고 추천글도 고맙습니다. ㅋㅋㅋ 조만간 보겠습니다!

      • 그 작품에서 션 해리스랑 둘이서 같은 헤어스타일에 수염을 하고 공동으로 기괴한 에너지를 뿜어냈었죠. ㅋㅋ 

    • 아... 한글 제목의 '기차'를 이상하게 표기해서  한참 '무슨 꿈'인지 몰랐던 영화네요.   좀 짜증 나는 디자인의 제목들이 좀 있죠.   잔잔하고 좋은 영화 챙겨 봐야겠습니다. ^^

      • 지금 확인해보니 진짜 폰트가 이상하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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