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바낭] 오드리 헵번. '로마의 휴일' 짧은 잡담입니다

 - 설마 이 영화 글을 읽으면서 스포일러에 신경 쓰실 분은 없으리라 믿으며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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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 이 영화를 보는 바람에 공주=오드리 헵번. 이라는 인식이 생긴 것인지, 오드리 헵번이 너무 그 시절 '공주' 그 자체여서 그렇게 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뭐 그게 중요한가요. 그냥 제 머릿 속에서 공주라고 하면 이 영화와 오드리 헵번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는 게 중요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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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국민학생 때 안방에서 볼록 티비로 처음 봤을 겁니다.

중학생 때 '시티 헌터' 해적판을 보다가 이 영화를 그대로 차용한 에피소드가 나왔을 때 바로 눈치 챘던 걸 생각해 보면 국민학생 때 본 건 확실하구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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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랫 동안 다시 볼 생각을 안 했고 올해 극장에서 개봉을 해줬을 때도 별로 보러갈 생각이 없었던 건, 이 영화를 안 좋아해서가 아니구요.

반대로 너무 좋은 추억으로 남았던 영화라서 다시 보면 별로일까봐... 라는 걱정 때문이었습니다. ㅋㅋ 그리고 정말로 다시 보면 그때 만큼은 안 좋을 줄 알았어요.

결론적으로 매우 큰 착각이었고, 왜 극장에 안 갔니... 라고 과거의 나를 책망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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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오드리 헵번의 영화였습니다.

대가 감독님과 당대 톱스타 그레고리 펙, 그리고 아름답고 생생한 당시 로마의 풍경에도 불구하고 그렇습니다.

그냥 오드리 헵번만 보여요. 그레고리 펙이 금방 헵번의 자질을 눈치 채고 대접을 해줬다는 게 전혀 특별한 일로 안 느껴질 정도로, 노골적으로 반짝반짝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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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물론 이렇게 그 시절 톱스타였던 양반이 무명의 신인급 배우에게 중심 자리를 양보하고 서포트 하는 연기에 최선을 다했다는 건 훌륭한 일이죠.

그리고 정말로 잘 했어요. 이 영화의 헵번이 그토록 빛날 수 있는 건 그레고리 펙의 과욕 없이 성실한 역할 수행 덕이 크겠구요.

또 그 덕택에 이야기의 끝에 가면 펙이 맡은 캐릭터 또한 참 매력적인 인물이 되고 그렇죠. 그렇긴 한데 어쨌든 이건 헵번 영화라는 거.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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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참 느긋하고 또 순합니다.

둘이서 본격적인 로마 데이트를 시작하기까지 거의 한 시간이 걸리니까요.

그리고 중요한 포인트를 잡아 요약하면 정말 줄거리는 심플하구나... 싶을 정도로, 요즘 기준으론 싱거울 수 있는 얘깁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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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이렇게 계단에서 젤라또를 먹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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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상 파티장에서 춤을 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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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로 자기 경호원을 쥐어 패도... ㅋㅋㅋ 그냥 장면 장면이 다 아련하게 낭만적이고 헵번은 아주 생생하게 눈이 부십니다.

그래서 그냥 좋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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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또 그 와중에 은근 캐릭터들이 좋아요.

헵번과 펙의 캐릭터야 말할 것도 없고 저 사진 작가 친구분도 참 내내 억울하게 귀엽습니다. ㅋㅋㅋ 마지막의 사진 선물은 정말 센스 만점이라 감동적일 지경이었구요.


그리고 감동이라고 말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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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엔 놀랍게도 거의 눈물이 날 뻔 했습니다.

아니 국민학생 때도 그냥 와 재밌다, 좋다 그랬지 눈물은 안 났었는데요. 이것이 늘금인가요. ㅋㅋㅋㅋㅋㅋ


우주 명작 대접 받는 작품은 아니고 그래야 할 영화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관광 로맨스 영화이자 신분 차 로맨스 영화의 원조도 아닐 것이고 그 중에서 역대 최고도 아닐 수 있겠습니다만.

어쨌든 그런 이야기들 중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이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적어도 제게는 분명히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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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정말로... 영화 속에서 움직이는 헵번의 모습은 제가 올린 사진들로 보이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되게 매력적이고 아름다워요.

보신지 오래 된 분들은 그냥 한 번 다시 보시죠. ㅋㅋㅋ 정말 과장이 아니라 런닝 타임 절반이 넘어갈 때까지는 이 분 매력만 뜯어 먹고 있어도 재밌을 지경이었어요.

와. 내가 사실 헵번을 이렇게 좋아했나 보다. 라는 깨달음을 안겨 준 두 시간이었습니다. 하하. 물론 영화도 참 '고전 영화' 느낌으로 아름답고 재밌게 잘 만든 작품이었구요.

그러합니다.




 + 왓챠에 올라와 있는 버전은 이번 재개봉판의 4K 리마스터링 버전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화질이 좋은 편은 아니었거든요.

 아쉽긴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감상에 지장이 있을 정도와는 거리가 멀었으니 이 버전으로 보셔도 나쁘진 않을 거에요. 그래도 아쉽긴 하네요...



 ++ 그래서 홀린 듯이 4K 블루레이를 검색해보고 있는데 4만 4천원... 음. 일단은 좀 더 생각해 보는 걸로. ㅋㅋㅋㅋ

    • 2015년 영화 [트럼보]에서 이 영화 각본 뒷 얘기를 살짝 다루고 있지요. 스토리 담당했던 달튼 트럼보가 그 당시 블랙리스트에 올려졌는데, 공동 각본을 맡은 이안 매클린 헌터가 협의 아래 메인 타이틀에 자신의 이름을 대신 올렸고 그 결과 오스카를 탔지요. 하지만, 얼마 안 되어서 본인도 블랙리스트에 올려졌답니다. 




      현재 메인 타이틀엔 트럼보의 이름이 올라왔고, 그는 사후에 공식 수상자로 인정되었지요. 

      • 진짜 작가가 따로 있단 얘긴 들었는데 이름 대신 올린 양반도 나중에 리스트에 올라갔단 얘긴 처음 들었습니다. ㅋㅋㅋ 시대가 참...


        뒤늦게라도 공식 수상자로 인정된 건 좋은 일이지만 사후에 이루어졌다니 좀 슬프네요.

    • 이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본 게 서너번은 되는 것 같은데 볼 때마다 너무 재미있습니다. 아니, 볼 때마다 더 재미있었네요.


      오드리 헵번의 매력이야 두 말하면 입 아프고, 제게는 진정한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진정으로 로맨틱하고 코믹해요. 저에겐 그냥 우주 대명작입니다. 


      결말은 저도 눈물이 납니다. 주인공들이 맺어지지 못 하는 로맨틱 코미디가 이거 말고 또 있는지 제가 과문해서 모르겠네요.


      저 사진 작가 정말 좋지요. 그레고리 펙 표정만 보고도 모든 걸 눈치채고 이해하고, 두 말 없이 대특종을 포기해 주는 진짜 로맨틱한 캐릭터.

      • 저도 그런 경우가 또 있는진 모르겠지만 이 결말 때문에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라 그냥 로맨스... 라고 말장난을 하고 싶어집니다. ㅋㅋ 사실 웃긴 꽤 웃었는데 웃겨서 웃었다기 보단 너무 흐뭇해서 계속 웃고 있었던 것 같아요. 영화가 너무 낭만적이면서 사랑스럽고 그냥 막 보기 좋지 않습니까. ㅠㅜ




        그렇죠? 옛날에 보고선 그냥 사람 좋은 친구... 정도로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다시 보니 정말 사람 좋을 뿐더러 참 멋진 캐릭터더라구요. 마지막에 공주와 인사하고, 라이터 카메라 보여주고, 사진 선물로 주고... 다 너무 매력 터졌습니다.

    • 로마의 대표 관광지를 잘 활용한 것으로 유명하지만, 이 영화 덕분에 그 관광지들이 더 알려진 것도 사실입니다. 로마야 고대 유적과 바로크 걸작으로 꽉 찬 도시인데, 문화재적 가치는 별로 없는 '진실의 입'을 보러 간 건 순전히 영화 때문이었으니까요;;;; 스페인 계단에서 젤라토 사 먹은 것도 그렇고요;;;;

      • ㅋㅋㅋㅋ 안 그래도 영화 보고 나서 이런 글 저런 글 찾아보니 비슷한 얘기들이 있더라구요. 이 영화로 인해 전통의 최고 명소들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한 장소들이 있다고. 그 대표가 진실의 입이고... 하하. 이제 그 계단에선 아예 취식이 금지 되었다네요. 백년 가까이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하도 그 계단에서 젤라또를 사먹어대서(...)

    • 마지막 장면은 국민학교 때는 못 울었어도 어른이면 울 수 있습니다. 저도 다 커서 볼 때 눈물이...


      오드리 헵번은 외모와 태도 뿐만 아니라 목소리까지 너무너무하죠. 몇 번 봤는데 이 영화는 어느 장면을 봐도 좋아요. 중간에 그냥 아무 장면을 봐도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줍니다. 

      • 아이고 반갑습니다. 하하하. 저만 그런 게 아니었군요. 어려서는 잡아내지 못할 감성 같은 게 느껴지는 기분이었어요. 본문에 사진도 올린 둘이 서로를 바라보는 장면, 그 표정이 한참 나오는데 정말 눈물이 글썽해지더라구요.




        맞습니다. 그냥 저 시절의 오드리 헵번은 모든 것이 다 너무했구요. ㅋㅋ 이야기가 워낙 여유롭고 딱 기승전결과 연결되지 않는 장면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 장면들이 다 보기 좋으니까요. 전형적인 '틀어 놓고 딴짓하기 좋은데 어느샌가 그냥 엔딩까지 집중해서 보게 되는 영화' 중 하나인 것 같아요.

    • 저도 본지가 너무 오래되긴 했는데 덕분에 오랜만의 재감상을 해볼까요? 저는 마지막에 울것인지 말것인지 궁금합니다? ㅋㅋㅋ 




      저는 헵번의 로맨스 대표작 두 편 중에서 남녀 주인공의 이야기나 케미는 '티파니에서 아침을'이 조금 더 취향인데 여기에는 롱덕동이 상대적으로 나아보이게 만드는 어마어마한 백인배우의 옐로우페이스 동양인 조롱하기용 캐릭터가 나와서 참 유감입니다. 이 캐릭터를 싹 들어내도 스토리 전개에 아무 영향도 없는데 꼭 나타나서 좋게 보다가도 기분을 나쁘게 만들어요.

      • 한 번 다시 보시죠! 테스트 해보고 결과 알려 주셔야죠... 하하하.




        그 영화도 보긴 했는데 너무 옛날에 봐서 그런 캐릭터가 나온 건 아예 기억도 안 나요. 안 그래도 이거 본 김에 그것도 다시 볼까 했는데 멈칫하게 되는군요. 시대가 시대이니 어쩔 수 없다고 이해는 하지만 기분 나쁜 건 똑같아서...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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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할리우드 아역배우 출신 중 주디 갈란드랑 같이 유명했던 미키 루니라는 백인한테 이런 분장을 시켜서 미스터 유니오시라는 일본인을 연기시켰죠. 사진만 봐도 감이 오시겠지만 아주 우스꽝스럽고 바보같이 그려진...




    • 한번도 안 해 본 생각인데, 위노나 라이더랑 좀 닮았네요.


      이 영화 이비에스 녹화한 테입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탑골 콤보라서 못 버리겠어요.


      오랜만에 보러 갈까요. 금방 쉽게 볼 수 있다는 게 아직도 적응이 안 됩니다.
      • 제가 무려 위노나 라이더 팬이었던 사람인데도 그런 생각 한 번도 안 해봤지만, 이 댓글을 읽고 스크롤 올려서 사진을 다시 보니 무슨 말씀인지 이해가 됩니다. ㅋㅋㅋ 뭔가 묘하게 분위기가 닮은 구석이 보이네요. 신기하여라.




        저도 예전에 티비 영화들 녹화해 놓은 테이프 몇 개를 되게 오래 간수하고 있었는데 어느샌가 다 사라져 버렸습니다. 사실 남아 있어도 틀지를 못할 거에요. 베타맥스 방식 테이프라서(...)




        한 번 다시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이유는 없고 그냥 제가 너무 좋게 봤으니까요. 하하. 이 감동을 많은 분들과!!!

    •    저 시대의 선남선녀..어찌 저리 잘 생기고 예쁠까요?   

    • 글 잘 읽었어요. 감사합니다. 원래는 감독 프랭크 카프라와 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캐리 그란트였데요.


      그랜트의 고사 이유는 헵번과 너무 나이 차이가 많아서라네요. 결국 이들은 십년 후 쯤 [샤레이드]에서 공연해요.


      둘다 전성기가 지난 나이였지만 영화는 꽤 재미있어요.




      오스카 촬영상은 못받았지만 촬영 감독 두분도 최고셨다나봐요. 촬영 감독 이름 보고


      다시 보니까 뭔가 엄청난 작품 같아 보이더라고요 :)  


      Franz Planer - Wikipedia




      Henri Alekan - Wikipedia




      이런저런 비하인드 스토리여요.


      로마의 휴일 -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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