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바낭] 파란 마음이 부릅니다. '린다 린다 린다'

 - 2005년작입니다. 런닝 타임은 1시간 54분. 스포일러랄 게 없어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막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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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영화, 포스터 색감이 20년이 흐르니 더욱 더 추억과 감성을 폭발시키는, 뭐 그런 느낌이 있습니다.)



 - 줄거리랑 아무 관계 없는 학생들이 나와서 학교 축제(문화제라고 하죠?) 홍보 영상을 찍는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이 학교의 여성 5인조 밴드가 당연히 이번에도 공연을 해야 하는데 멤버 한 명이 손목을 다치고, 그러다 다른 멤버 하나랑 갈등이 생겨서 빠지고. 해서 남은 셋이 어찌할까 고민을 하다가 키보드 담당이 기타를 맡고 보컬은 이제부터 요 앞으로 지나가는 첫 번째 학생(...)을 캐스팅해서 공연을 진행하기로 해요. 그런데 첫 번째 학생은 퉁퉁한 남학생이어서 침묵. 두 번째 학생은 밴드 공연 안 한다고 튀어 나간 애라서 스킵. 운명의 세 번째 학생은 또 뜬금 없이 교환학생을 와서 친구 하나 없이 심심한 학교 생활을 하던 한국인 '송'이었어요. 하지만 어쨌든 캐스팅하기로 했으니까. 그리고 일본어가 서툰 송이 자기에게 하는 말에 대충 네~ 네~ 하는 바람에 캐스팅은 완료. 이제 3일 남은 공연날까지 죽어라 연습할 일만 남았습니다. 과연 이들의 사흘은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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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다녔던 고등학교에 이런 동아리실 따위 없었고 이런 활동 해 본 적도 없지만 추억입니다?)



 - ...라고 적으면 좀 훼이크죠. 어차피 안 본 분이 별로 없으실 영화니까 이미 답을 다 알고 계시겠지만, 정말 별다른 일이 벌어지지 않습니다. ㅋㅋㅋ

 그 시절에 한 번 봤을 땐 아무 생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이제 와서 다시 보니 정말 신기한 영화입니다. 극적인 사건이란 게 거의 존재하지 않아요.


 예를 들어 처음에 밴드를 뛰쳐나간 두 멤버 이야기를 보면 얘들이랑 다시 갈등하고 지지고 볶다 화해하고... 이런 게 나와야 할 것 같은데 안 나오죠. 근데 또 이 둘이 계속 슬쩍슬쩍 얼굴은 비춥니다. 심지어 마지막엔 살짝 화해의 제스쳐도 보이는데 그러는 동안 특별한 일 같은 건 아무 것도 없었거든요.


 그리고 영화 속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이 다 이런 식이에요. 핵심 멤버 둘이 이탈한 상황에서 전혀 무경력자를 영입해 공연을 준비하는 얘기지만 이런 상황에서 벌어질만한 클리셰 사건들은 아무 것도 없고 그냥 함께 열심히 합니다. 갈등도 없이 내내 호호 하하 으쌰으쌰하며 훈훈하게 연습하구요. 각 멤버들의 소소한 배경 스토리 같은 게 없진 않지만 모두 다 가볍게 스치고만 지나갑니다. 그렇게 큰 탈 없이 사흘간 연습하고, 축제의 마지막 무대를 훌륭하게 마무리해요. 그리고 곧바로 크레딧이 올라갑니다. 뭐죠 이건. 사실은 고독한 작가주의를 추구하는 예술 영화였던 것인가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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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강한 세 친구도, 갑자기 굴러와 박힌 돌 하나도 모두 심각한 충돌 한 번 없이 내내 둥글둥글 훈훈하지만 그래서 더 좋습니다.)



 - 근데 이렇게 무가당 제로 MSG의 서울식 평양 냉면 같은 이야기가 재밌습니다. 심지어 감동적이구요.

 말하자면 특별한 사건이나 갈등, 기승전결에 집착하지 않고 '인생의 한 부분을 잘라내어 보여주는' 식의 이야기인 것인데요. 이 영화가 선택한 그 한 부분이란 게 바로 학창 시절, 청춘, 그 중에서도 돌이켜볼 때 애상과 낭만이란 것이 작렬하게 마련인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그 시절 가장 중요한 순간... 이라는 게 포인트겠구요.

 또 이것에 (이제 이 얘기도 슬슬 지겨워집니다만 ㅋㅋ) 일본 사람들이 가장 잘 하는 그 '일본식 청춘 감성'을 아주 공들여 빚어 올렸다는 게 또 포인트입니다. 보다 보면 정말 일본식 청춘물 감성의 정수 그 자체구나... 라는 생각이 계속 들어요. 그림도, 음악도, 캐릭터들도, 이야기도 모두 다 그렇습니다. 그래서 기둥 줄거리랑 전혀 관계 없는 소소한 장면들이 런닝 타임의 절반을 채우는 구성에도 불구하고 뜬금 없단 생각이 안 들죠. 중요한 건 사건이 아니라 정서, 분위기, 감성이고 그건 모든 장면들에서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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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은근 슬쩍 포인트를 주는 장면들이 티 안 나게 박혀 있어서 더 좋았구요. 여기선 갑자기 서로 나라 말로 대화를 하는데 소통이 되는 소소한 기적이 일어납니다.)



 - 당시에 크게 흥행은 못 했다지만 이 영화의 개봉 후에 '케이온', '러브 라이브' 같은 작품이 대박을 치고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이 이 영화의 공연 장면을 그대로 가져다 오마주하고... 하면서 한동안 일본 대중 문화 씬에서 여고생 밴드가 대세가 되었던 것이 이 영화의 영향이 없었다고는 못하겠죠. 지금까지도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는 팬들이 많고 그래서 얼마 전에 개봉 20주년 4K 리마스터 버전으로 한, 일 양국에서 재개봉을 하기도 했구요. 


 근데... 충분히 납득이 될만큼 공연 장면이 정말 좋습니다. 밤샘 연습으로 지쳐 잠들어 버린 주인공들을 위해 공연장의 친구들이 차례로 공연을 하며 시간을 끌어주는 장면의 훈훈한 분위기도 좋고. 유일한 초짜인 송이 잔뜩 긴장한 채로 공연을 시작해서는 점점 무대를 즐기게 되는 첫 곡 무대의 전개도 좋고. 비 내리는 학교의 이곳 저곳을 보여주는 가운데 애상적으로 울려 퍼지는 두 번째 곡의 무대도 좋구요. 특별한 클리셰 연출 없이도 지난 며칠간 주인공들이 보내온 시간들, 감정들. 그리고 흘러가 버린 그 나이 그 시절에 대한 향수 같은 것까지 절묘하게 담아낸 멋진 클라이막스였어요. 사족 없이 여기에서 곧바로 끊고 크레딧 올려 버리는 센스도 적절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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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26세였지만 화장기 없는 여고생 모습이 너무 잘 어울리던 배두나씨. 넘나 매력적이신 것.)



 - 배우들이 다 반짝반짝하고 너무들 예뻐서 근황을 찾아봤는데... 원래 키보드였다가 기타를 맡게 된, 멤버 구성상 '대놓고 미인' 역할을 맡은 케이 역할 배우님은 이 영화를 찍고 얼마 안 되어서 오다기리 조와 결혼하고 이후로는 활동이 거의 없으시네요. 성격 좋은 드러머 역할이었던 마에다 아키씨는 대배우까진 못 되셨어도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잘 지내고 계시구요. 과묵한 베이시스트 역할 맡으셨던 분은 이후로 사실상 활동이 없어요. 그러다 2023년에 드라마 한 편에 한 에피소드만 살짝 등장하셨네요. 배두나야 뭐 설명할 필요가 없겠구요. ㅋㅋ

 근데 생각해 보면 배두나는 이 작품에 출연할 때부터 이미 한국에선 잘 나가는 스타였죠. 친구들은 그에 비해 크게 잘 나가던 스타들은 아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유난히 송의 캐릭터가 반짝반짝하긴 해요. 스타의 아우라랄까. 그런 게 보이는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그냥 제가 다른 배우들은 거의 모르고 배두나만 알아서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겠지만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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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장면의 구도 같은 것도 정말 절묘했어요. 그냥 연습 장면인데 구도만으로 온갖 감성이... ㅋㅋ)



 - 암튼... 그냥 안 보신 분은 지금 보셔도 좋을 것 같구요. 보신 분들도 본지 오래 되셨으면 한 번 더 보셔도 좋을 것 같구요.

 그냥 참 좋은 영화였습니다. 진짜로 시작부터 끝까지 미소를 짓고 보게 되는데 이게 그냥 표현이 아니라 실제로 그랬어요. ㅋㅋㅋ

 일본 특유의 '나는 비슷한 일도 못 겪어 봤지만 내 추억인 것 마냥 이입해서 보게 되는 청춘물' 중에서도 이 정도면 탑급이 아닌가... 라고 생각하며 잘 봤습니다.

 그러합니다. 끝이에요.




 + 이 영화의 감독님은 제가 며칠 전에 올린 작년 영화 '고백'의 감독이시기도 합니다. 두 편의 스타일이 전혀 달라서 재밌네요.

 그리고 그 감독이 갑자기 '보컬은 한국에서 유학 온 배두나로 하자' 라고 콕 찝어 아이디어를 내서 이 캐스팅이 성사되었다고도.

 그래서 그런지 엔드 크레딧에서 첫 번째로 이름이 올라가는 게 배두나입니다. ㅋㅋ



 ++ 그 시절엔 왜 몰랐지? 싶은데 이 영화 음악 담당이 제임스 이하였군요. 아니 진짜 왜 몰랐지;;



 +++ 재개봉 행사 덕에 일본과 한국에서 한 번씩 멤버들 다시 뭉치셨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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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만 본 저도 이런데 본인들은 얼마나 많은 감정이 교차하셨을까... 싶습니다.



 ++++ 굳이 영화를 다시 보실 생각까지 없으시면 아래 영상이라도? ㅋㅋ



공연 장면이자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라 스포일러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또 따져 보면 스포일러도 아니고 그렇습니다.

그래도 영화 안 보신 분이면 먼저 영화를 보시는 편이... 하하.

    • 첫 개봉 때 놓쳤다가 저도 재개봉 때 관람했습니다. 갈등이라고 거의 없는 느긋하게 즐거운 영화지만 제가 가장 이해 못했던 부분은 문화제에 옥상 만화방을 만든 밴드부 선배였던 것 같아요. 학교 다닐 나이는 아닌 것 같은데 주변 얼쩡거리면서 문화제까지 참여하는 유급생이라니! 교환학생인데 남학생 고백도 받고 문화제 때 한국 문화 홍보도 하는 배두나도 그렇고 아웃사이더여야 할 것 같은 캐릭터들이 여유 만만하게 학교 생활을 하는 모습이 환타지인지 일본 시골 학교는 그런건지 궁금했습니다.;;;  

      • 그 유급생이랑 다친 원래 밴드 멤버 연기한 배우들은 실제 뮤지션이라고 하더군요. 어쩐지 시간 끌어주는 공연할 때 연주, 노래실력이 보통이 아니다 싶었는데

      • 저도 처음엔 쟤는 뭐지? 했습니다. ㅋㅋㅋ 게다가 술까지 마시고 있잖아요. 나중에 후배가 달라고 하니 한 잔 주기도 하고. 정말 일본엔 저런 사람들이 꽤 있는 건가? 하고 궁금해했네요. 하하.




        등장 인물들이 하나 같이 다 참으로 편견이 없고 자기 고집이 없고 서로 이해하고 그렇죠. 그 순하디 순한 축제 담당 교사도 그렇구요. 아마도 현실성까지 막 생각해가며 쓴 각본은 아닐 것 같긴 합니다. 요즘도 아니고 20년 전 일본인데 설마...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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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포스터를 재현한 화보도 있더라구요. 같이 무대인사 다니고 이런 모습들도 너무 보기 좋고 처음 봤던 당시 추억도 떠올라서 짠하고 그랬어요. 베이시스트 역할 배우는 실제로도 일본에서 유명한 밴드 소속이고 전문배우는 아니라고 하더군요.






      이거 보고 싶은데 VOD나 어디 OTT에도 올라온 데가 없다고 하셨던 걸로 기억하는데 올해 리마스터링 재개봉하면서 결국 올라온 모양이군요. 꼭 재감상을 또 해야겠어요. 저도 워낙 애정이 많은 작품이라




      분명 일본의 '문화제'는 우리의 학생 축제랑은 묘하게 은근히 다른 부분도 많은데 말씀처럼 저희가 겪은 추억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만드는 영화였어요. 캐릭터들과 상황에 이입되도록 잘 만든 영화는 국적, 소재를 불문하고 어떤 보편성을 획득하는게 아닌가 싶었구요.




      4인방이 영화 내내 졸리고 피곤해하면서 일본 청춘영화 특유의 나른~하게 쳐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짜투리 시간에 연습해서 결국 마지막 공연에서 터지는 그 가슴 벅찬 감흥은 뭐라 말로 설명하기가 힘든 것 같아요. 기왕이면 두번째 곡도 공연으로 다 보여줬으면 하는 바램도 있는데 거기서 끊는 게 사실 딱 여운도 남으면서 완벽했죠.




      다른 학생들이나 주변인들도 비중과 관계없이 다 기억에 남아요. 송과 유일하게 친한 꼬마아이라던가 연습실 빌려주는 기타리스트 전남친, 학창시절 밴드 좀 했던 것 같은데 듣던 학생이 지루해서 끊으니까 또 그냥 그러려니 해주는 착한 선생님, "늘 소각장에서 보게 되네요" 고백남 등등 말이죠.




      2000년대 초 혜성처럼 등장했던 당시 배두나는 뭐 외모, 연기력 이런 걸 떠나서 정말 특별한 자기만의 존재감이 있었어요. 저녁에 텅 빈 학교에서 혼자 돌아다니면서 일본어 하고 무대에서 멘트치는 연습도 하는 장면을 개인적으로 참 좋아합니다. "이끄소!" ㅋㅋㅋ 




      • 와 이 사진은 못 찾았는데 정말 좋네요. 근데 베이스 담당님 뭐죠. 이렇게 메이크업 시켜 놓으니 혼자 고교생 같고 친구(?)들 조카 같아요... ㄷㄷㄷ




        요즘 옛날 영화 재개봉 열풍이 저 같은 vod 유저들에게도 참 좋은 일인 게 이런 부분 같아요. 가끔씩 전혀 기대 안 했던 흘러간 영화들이 툭툭 올라오고 그럽니다. 하하. 덕택에 화질도 좋구요!




        맞아요. 많이 안 나오는 캐릭터들에게서도 다 작가의 관심과 애정 같은 게 느껴지죠. 정말 한 없이 선한 영화인데 그게 싱거워지지 않고 이렇게 훈훈하고 보기 좋은 선으로 딱 보여지는 게 참 절묘하다 싶었습니다. 이러기 쉽지 않은데 말이죠.




        맞아요 저도 그 장면 참 좋았습니다. ㅋㅋㅋ 뜬금 없이 혼자 춤 추듯 걸어 나가서 학생들 다 가고 없는 한밤의 빈 매점, 체험 부스 사이를 걸어가는 모습도 좋았고. 무대 위에 올라 이미지 트레이닝(?)하는 부분은 록키 생각도 나고 그러더라구요. 그렇게 연습한 멘트는 결국 한 마디도 하지 못했지만 그 장면 자체가 좋았으니 만족했습니다.

    • '레벨문'의 배두나는 참 안쓰러웠습니다. 차라리 K-pop 데몬 헌터스 개봉 이후, 레벨문이 개봉했다면, '갓' 패션이 주목이라도 받았을텐데 말이지요.

      • 배두나가 출연한 서양 영화, 그리고 그 속 배두나 캐릭터들 중에 사실 멀쩡하고 괜찮은 게 별로 없죠. 하하;; 영화가 망하든 캐릭터가 이상하든 둘 다이든...;

    • 일본 문화/문학에서 줄곧 고등학교 시절을 "청춘"으로 부르는 건 군복무가 없어서인가?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럼 여학생은 뭐여...

      • 왜요 한국에서도 오래 전부터 '이팔청춘'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ㅋㅋ 중3에서 고등학생까지는 청춘에 확실히 들어가는 범주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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