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바낭]깔끔한 단막극 느낌의 스릴러, '고백'(2024) 잡담입니다

 - 글 제목에 적은대로 작년 영화네요. 런닝 타임은 1시간 14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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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영화 쪽 포스터 센스도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라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 어마무시한 눈보라가 몰아치는 가운데 조난 당한 두 남자가 등장합니다. 주인공은 '아사이'라는 일본인인데 다리를 다쳐서 바닥에 널부러져 '날 버려! 너라도 살아!!' 라고 외치고 있는 건 재일 한국인 '지용'이에요. 두 남자는 16년 전 대학생 시절에 산악 동아리로 맺어진 인연인데 그때 '사유리'라는 여성 회원 한 명이 이 산에서 실종된 사건이 있었고 그래서 추모 차원에서 매년 이맘때 쯤 이 산을 오른다는데... 이젠 정말 꿈도 희망도 없구나! 라는 상황에서 지용이 뜬금 없이 고백합니다. 사실 사유리는 내가 죽였어. 목을 졸랐지. 나는 살아 남을 가치가 없어! 너라도 살아!!!

 그런데 그 고백이 벌어진 순간... 사실은 등산객들 쉼터가 바로 지척에 있었다는 걸 눈보라 때문에 못 보고 있었다는 걸 깨닫는 아사이. 아싸 살았구나! 하고 그 안에 들어가 안심하는 둘이지만, 당연히 곧바로 어색한 부위기가 조성되겠죠. 구조대가 오려면 빨라도 내일. 과연 이 둘에겐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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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유리를 죽였어! 목을 졸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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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그런 고백은 왜 한 거냐고!!! 라는 마음으로 하나가 되는(?) 둘입니다. ㅋㅋㅋ)



 - 그러니까 등장 인물이 셋입니다. 막판에 구조대원 몇 명이 나오긴 하지만 당연히 비중은 없구요. 그나마 사유리는 회상 씬에서만 몇 번 등장할 뿐 특별한 역할은 없기 때문에 둘이서 다 해먹는 이야기죠. 그나마도 배경은 텅 빈 쉼터 건물 하나. 런닝 타임이 고작 74분인 게 이해가 되는 구성입니다. ㅋㅋ 확인해 보니 원작이 있고 만화책입니다. 근데 작가님이 나름 거물이세요. '도박묵시록 카이지' 시리즈의 후쿠모토 노부유키가 이야기만 쓴 작품이라는군요. 일단 그렇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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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놓고 코믹한 이야긴 아니지만 보다 보면 스멀스멀 웃음이 새어 나오는 느낌이 괜찮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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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익준의 '지용' 캐릭터는 꽤 훌륭합니다. 별 거 안 하면서도 사람 압박하고 겁나게 만드는 연기를 잘 하시네요.)



 - 당연히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은 이야깁니다. 방금 전에 살인을 고백한 음침하고 어두우며 속을 알 수 없는 남자. 그리고 그 고백 때문에 공포감에 사로잡혀 차츰 정신줄을 놓아가는 평범한 남자. 이 둘이 때로는 혼자, 그리고 대부분의 시간 동안에 둘이서 지지고 볶다가 끝장(?)을 본다. 이게 다에요. 설정과 상황이 워낙 심플하기 때문에 다양하게 꼬아 갈 방법도 없구요. 뭐 애초에 원작이 딱 이 정도 규모와 분량을 컨셉으로 잡고 만들어진 심플한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문제는 이걸 영화로 만들다 보니 장편 영화 한 편의 평범한 런닝 타임을 채울 재료가 부족해져 버렸다는 겁니다. 그래서 대략 10~20분 정도는 살짝 불필요한 반복 같은 느낌이 들고. 그래서 조금은 지루해지는 느낌도 있고 그랬습니다. 고작 74분짜리 스릴러인데!! 작지 않은 단점인 건 분명하겠습니다.


 다만 그래도 기본 설정이 꽤 먹어 줘요. 이게 양쪽 남자 모두의 상황에서 되게 난감하면서도 은근 뒤틀린 개그 같은 설정이잖아요. 곧 죽을 거라 확신하고선 16년이나 성공적으로 묻어 온 범죄를 고백했더니만 살 길이 바로 지척에 있었던 겁니다. 그 심각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슬금슬금 웃음이 나오고, 실제로 그런 뒤틀린 유머가 여기저기 박혀 있어서 소소하게 재미를 줍니다. 또 본격적인 액션이 시작되기 전까지 애매한 분위기를 이어가며 조성하는 긴장감도 꽤 그럴싸하게 좋구요. 분명 이게 터지긴 터질 텐데 지금인가? 아직인가?? 이런 생각을 하며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행히도... 마무리를 위한 아이디어가 따로 있더라구요. ㅋㅋ 중후반에 그 좀 반복 느낌의 구간을 통과하고 나면 지금껏 끌어 온 이야기와 상황 속에서 가능한 반전 같은 게 하나 튀어 나오고. 그 떡밥이 자아내는 새로운 긴장감이 가시기 전에 후다닥 짠!! 하고 깔끔하게 마무리를 맺어 줘요. 그래서 엔드 크레딧이 뜰 때의 소감은 상당히 괜찮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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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여인 사유리짱. 출연 분량은 많지 않아도 꽤 잘 활용되는 편이고. 또 이 어둡고 칙칙한 영화 분위기를 적절하게 전환해주는 역할도 되고 그렇습니다.)



 - 네... 이미 여러 번 말 했듯이 극단적인 소품이고, 극장용 영화라기 보단 조금 힘 줘서 만든 티비 단막극 정도의 이야기이고 그 정도의 스케일을 가진 작품입니다.

 이 짧은 런닝 타임도 끝까지 감당 못하고 늘어지는 부분이라니! 라고 불평하고픈 맘이 없지 않지만 그 부분이 그리 길지는 않았고. 또 막판 전개와 마무리가 맘에 들어서 결국엔 흡족한 기분으로 끝냈네요.

 막 거창한 칭찬을 할만한 부분은 없지만 그냥 부담 없이, 가볍게 즐길만한 킬링 타임용 스릴러로는 꽤 짭짤한 재미를 제공할 수 있는 작품이었어요.

 저는 그렇게 잘 봤으니 관심 가시는 분들은 그냥 한 번 틀어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어차피 크레딧 빼면 70분짜리 영화니까요... ㅋㅋㅋ 그러합니다.




 + 생각해 보면 저 '지용' 캐릭터는 굳이 그럴 필요도 이유도 없는데 그냥 재일... 이라는 설정이라 예전 같았으면 한국 사람들 기분 나빠하고 그랬겠습니다만. 보면서 그런 쪽으로 전혀 아무런 생각이 없었던 걸 보면 그만큼 나라 간의 역학 관계 같은 게 많이 변한 거겠죠. 설마 2024년에 그런 의도로 한국인 캐릭터를 넣었겠어? 라는 생각이 자연스러워졌달까요. 참고로 원작에선 그냥 두 남자 다 일본인이라고.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그래서 등산객 쉼터... 혹은 산장? 에 들어간 후 둘의 분위기는 급격하게 어색해집니다. 일단 지용은 심각한 자신의 다리 부상 때문에라도 표정이 썩어 있을 수밖에 없는데, 방금 전에 충동적으로 뱉어 버린 고백에 대해서도 스스로 고민을 하게 되는 게 당연하겠고. 아사이 입장에선 살인자와 단 둘이 하룻 밤을 지새워야 하는 데다가 그 살인자의 비밀을 아는 게 자신 밖에 없으니 무시무시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밖에 없겠죠. 게다가 이 놈이 핸드폰 있냐고 물었을 땐 없다고 그러더니 잠시 후에 자기가 자릴 비운 사이에 통화를 하고 있고, 자기는 마지막 말 밖에 못 들었는데 그때 들린 말이 '네, 한 명입니다'였단 말이에요. 게다가 자기도 전화 좀 써보자고 하니까 배터리 다 됐다며 거절하고... 그래서 계속해서 아사이는 떠 보고, 지용은 애매한 대답을 하고 하는 식으로 한참을 긴장감 조성하며 흘러가구요.


 그러다 몰래 지용의 주머니를 뒤지다가 걸려 버린 아사이가 당황해서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하는 바람에 분위기는 단박에 살벌해집니다. 등산용 나이프에 도끼까지 들고 우다다 덤비는 지용과 필사적으로 도망쳐다니며 (지용에겐 흉기가 있지만 다리를 다쳤고, 아사이는 겁에 질린 데다가 고산병으로 시야도 오락가락하지만 그래도 몸은 멀쩡하니 기동력이 있고. 이런 식으로 흘러갑니다.) 한참을 보내다가... 중간 다 생략하고, 결국 대치 중에 구조대 헬리콥터가 도착해요. 근데 엄청 시끄러운 헬리콥터 소리 때문에 아사이가 숨어 있던 (그리고 지용이 문을 못 열게 막아 버린) 방을 구조대원들이 눈치 채지 못하는 분위기이고. 어찌저찌하다가 결국 간신히 문을 부수고 나가서 구조대원을 향해 살려달라고, 같이 있는 놈이 살인자라고!!! 외치는 순간... 그 구조대원 차림새의 사람이 지용이었다는 걸 깨닫고 얼어 붙습니다. 이 미친 지용놈이 구조대원들을 다 죽여 버리고 그 옷을 빼앗아 입고 있었네요. 그래서 드디어 아사이도 사망!!!


 하는 순간 잠에서 깹니다. ㅋㅋㅋ 누워서 지용 낌새를 살핀다고 기다리다 잠이 들어 버렸고 그동안은 다 꿈이었던 거죠. 그리고 아사이가 잠에서 깬 걸 눈치 챈 지용이 바로 내뱉는 말이, '난 자수할 거야.'에요. 그동안 죄책감 때문에 고통스러웠다고, 차라리 이렇게 털어 놓고 나니 맘이 편안하다며 이제라도 죄값을 받겠다는 거죠. 그러자 한 순간에 마음이 녹아내리는 아사이인데요. 그때 지용이 던진 뜻밖의 말, '너는 뭐 할 얘기 없냐?'에 당황해서 무슨 얘기? 라도 되묻자 '너 사유리랑 사귀는 사이였지?'라는 답이 돌아오구요. 그래서 '아, 그 얘기였어?' 라며 이런저런 얘길 늘어 놓는데... 이때 지용이 날카롭게 파고듭니다. '그 얘기였어?'라니. 너 무슨 다른 일이 있었던 거야?? 라고 묻고. 여기에서 아사이가 결정적으로 수상한 반응을 보이면서 다시 사단이 나게 됩니다.


 사연인 즉. 아사이와 사유리는 사귀는 관계였고 그러다 사유리가 임신을 했어요. 그래서 아기를 낳고 싶다고 하니 철 없던 양아치 아사이는 짜증내고 사유리를 밀어내며 차갑게 대했고. 그래서 사유리가 지용의 등산 파트너가 되어 버린 건데, 지용은 또 사유리를 좋아하고 있었단 말이죠. 그래서 자길 무시하는 사유리에게 순간적으로 화가 나서 몸싸움을 하다가 목을 졸라 죽이게 된 건데... 사실 이때 사유리는 잠시 숨이 멎었지만 다시 깨어났습니다. 문제는 이 모든 과정을 아사이가 숨어서 지켜보고 있었고. 의식을 찾은 사유리를 보고는... 다시 자신이 직접 목을 졸라 죽였습니다! 그러니까 진짜로 사유리를 죽인 건 지용이 아니라 아사이였던 것. 이걸 계속 마음 속에 묻고 있다가 지용이 별 생각 없이 던진 '너는 뭐 할 얘기 없냐'에 뜨끔해서 어색한 반응을 해 버린 거죠.


 장면이 바뀌면 구조대가 도착해서 산장으로 걸어 옵니다. 산장에 들어와 보니 1층에 사람들 흔적은 있는데 사람이 없고. 2층에서 푝. 푝. 하는 소리만 들려와요. 구조대가 올라가 보니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숨이 끊어진 지용 위에 올라타서는 정신 나간 듯 계속해서 등산 도구로 지용을 푹 푹 찌르는 아사이가 보이구요. 멍한 눈빛으로 지용의 시신을 내려다보다가 '고백한... 니가 나빠.' 라는 말을 내뱉는 아사이의 모습으로 엔딩입니다.

    • 잘 읽었습니다. 현재 Btv+에서는 고백이란 제목으로 한국 영화 2편과 이 영화가 있더군요. 이 영화도 길지 않으니 시간 날때 챙겨보긴 해야 겠습니다만 한동안 도저히 시간적으로 곤란했던지라 말이죠. 그러고보니 Btv+에 SSSS.다이나제논 TV시리즈가 다시 올라왔는데 아마 다른 OTT나 VOD등에도 올라왔을 것 같네요. :DAIN_

      • 앗. 다인님 한참 안 보이셔서 무슨 일 있으신가... 했습니다. 그냥 많이 바쁘셨던 걸까요!!




        전 '고백'이라고 하면 당연히 일본 추리 소설 원작 영화 고백부터 떠올렸는데 요즘 그 영환 또 OTT 같은 데 안 보이더라구요. 허허.




        안 그래도 엊그제 왓챠에 새 컨텐츠로 다이나제논이 올라온 걸 보고 번뇌하고 있었습니다. ㅋㅋ 축약판이지만 이미 끝을 보고 그 후일담까지 다 봐 버렸는데 이걸 다시(?) 봐야 하는가... 일단은 찜만 해놨어요. 몇 달만 일찍 올려주지 좀!!!! ㅋㅋㅋㅋ

    • 글 잘 읽었어요. 감사합니다. 내용이 괴상해요>_< 양익준의 [똥파리]를 보았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은 잘 안나요.


      우연히 TV에서 보았는데 작은 역할이었어요. 말 없는데 분위기 싸한 양아치 역으로 나왔어요. 올려주신 장면 보니까 그 느낌 나네요...


      양익준 - 나무위키




      주제가도 심난하네요ㅠ.ㅠ


      고백(2024년 영화) - 나무위키

      • 좀 고약한 취향의 블랙 코미디 같은 느낌인데 웃음기가 많지는 않고 그랬습니다. 원작 만화책이 많이 진지 심각했었나봐요. ㅋㅋ


        양익준은 비주얼이 살짝 그래서 그런지 주로 어둡고 거칠고 무례하고 그런 역할을 많이 하고 있죠. 뭐 배우로서는 뭐라도 그렇게 트레이드마크 하나 확실하게 있으면 좋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근래에 있었던 사건 같은 걸 보면 원래 성격도 그쪽에 가까운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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