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주인' 재관람(스포일러 없음)
'우리들'을 아주 즐겁게 봤지만 '우리집'은 개봉 때 놓쳐서 아직 못 보았고요. '세계의 주인'은 평이 좋다는 것만 믿고 내용을 전혀 모르고 개봉 주에 관람했습니다. 한국영화의 고질적인 문제인 불분명한 음향과 제 가는귀 때문에 못 알아들은 부분이 좀 있었고, 교복입은 남자 고등학생들이 좀 헛갈렸지만 충격적일 정도로 훌륭한 영화였고요. 스포일러를 다 알고 나니 새로운 눈으로 다시 보고 싶어서 2차 관람했습니다.
인권이나 페미니즘 관련해서 한국 영화가 잘 다룬 적 없는 방향으로 용감하게 다가가는데 보는 제가 다 뿌듯하더라고요. 특히 두번째 보니까 주연은 물론이고 등장인물들이 나름 장단점이 있는 입체적인 인간으로 그려지는게 너무 감동적이었요.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내용이지만, 이야기 속 사람들이 그러한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하고 고민하는가를 풍성하게 드러냈달까요.
특히 영화의 중심 갈등이라고 할 수 있는 익명의 편지 화자가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결말 부분은 눈물이 나도록 의미깊게 느껴졌습니다. 사람들 사이의 연대와 지원이 중요한 내용이긴 했지만, 그런 상황에서 용감한 한 사람이 다른 이들에게 얼마나 힘이 되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어요.
고작 세번째 장편 찍는 40대 감독이 이런 걸작을 만들었다니 좀 믿기지 않기도 합니다.
영화 속에서 감정적으로 중요한 장면들에 배경 음악으로 나오는 피아노 곡이 들어본 고전같아서 찾아보니 바하 곡이네요. “Sheep May Safely Graze”라고 아주 아름다운 곡이기도 하지만 제목이 영화 내용과 연관되어서 더욱 다가오는 음악이었습니다.
(여기 피아노 곡의 유튜브 실황을 첨부해야 하는데 방법을 잊어서;;;;)
앗 감사합니다! 원래는 소프라노 아리아였다는데 피아노 곡의 여리고 부드러운 느낌이 영화 내용과 딱 맞아 떨어지는 기가 막힌 선곡이었어요.
제 감상글에도 썼지만 이렇게 멋부리는 연출 없이 투박한 것 같으면서도 부족함 없이 만드는 게 대단했어요. 근데 음향은 제가 봤던 상영관이 시설이 좋았는지 한국영화답지 않게 대사가 잘들려서 놀랐었습니다.
그렇죠. 영화를 보면서도 기대치를 넘어서는 대단한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결말에서 특유의 선명한 시야와 깊은 이해를 보여주는데 거장의 면모가 느껴졌습니다.
이 영화 상영관을 알아 보려고 네이버 검색을 하다가 스포일러를 밟았어요. ㅋㅋ 막 치명적인 것까진 아니어도 상당히 중요한 부분 같은데, 당당하게 기사 제목에다 적어 놓았더군요. 그래도 보고픈 맘은 변함이 없으니 어떻게든 도전은 해보겠습니다. 하하;
하긴 스포일러없이 이야기하기 어려운 영화긴 합니다. 저는 로이배티님이 이 영화를 꼭 보았으면 좋겠는게 아주 쿨~한 담임선생님이 나와서 보통은 좀 못나게 그려지는 학교선생님의 스테레오 타입을 뒤집은게 좋아서 입니다.
게을러서 미루었는데 지금은 몸살이 와서 또 미루고 있습니다. 어린이들 나오는 영화를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꼭 보겠다는 생각은 안 했는데 너무나 평이 다들 좋으셔서 극장에 가고 싶네요. 저도 '우리들'만 보고 '우리집'은 안 봤어요.
가을 날씨가 들쑥날쑥 하는데 건강 조심하시고요. 극장에서 놓치더라고 영화는 꼭 감상하시길 바랍니다. 2020년대 한국 영화 중에 최고급으로 꼽을 수 있고요. 특정 소재를 다룬 영화 중 국제적으로도 정상급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