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돈 잡담...
1.'돈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말은, 돈을 좀 벌어보니 슬슬 폼도 한번 잡아보고 싶을 때 지껄이는 소리긴 해요.
요즘 친구를 만나서 역시 '돈이 전부가 아니지'라고 말하자 그가 한 소리 했어요. '무슨 소리야. 돈이 전부지. 사람들의 연봉을 생각해 보게. 그게 1년 동안 모든 시간을 바쳐서 받아내는 그들의 성적표야.'
2.그 말을 듣고 보니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내가 요즘 폼 한번 잡아보려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많이 한 것 같더라고요. 그래요. 친구의 말이 맞아요. 돈이 전부죠. '돈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말은 천억원 정도의 성적표를 찍고 나서 지껄이던가 건강이 나빠진 사람이나 지껄이면 되는 거예요.
3.나는 저 말의 진의에 대해 논하려는 게 아니예요. 나는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산다는 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이예요. '돈이 전부다.'라는 말을 할 수 있다는 건 그 사람이 그만큼 행복하다는 뜻이거든요. 오늘의 본인이 건강하고, 아직 놀러다닐 수도 있고, 어머니도 건강하시고, 속 썩이는 문제나 그런 놈들도 없다는 뜻이니까요.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인생에 당장은 하나도 없다는 뜻인 거예요.
속썩이는 문제들 중 하나만 겪고 있어도 그 사람 입에선 절대로 '돈이 전부야'라는 말 따윈 안 나오거든요. 그런 골칫거리를 하나만 안고 있다면 '정말이지 돈이 전부가 아니군.'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되니까요.
4.휴.
5.이것저것 따지고 시비걸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돈이 전부라고 말하다니 수준이 낮군!'이라고 일침하길 좋아하지만 글쎄요. 잘 생각해 보면 정말이지 감사한 일인 거죠. 돈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겪고 있다는 건 그만큼 인생이 힘든 시기로 넘어갔다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어떤 사람이 돈을 좋아하고 아니고를 가지고 그 사람을 판단할 필요는 없어요. 요즘에도 또 그런 꼬투리 잡는 사람 때문에 짜증이 난 적이 있다죠.
6.말하자면 나는 돈으로 다 되는 구간에서 살고 있는 지금의 인생에 감사해요. 몸 건강하고, 사람들과 두루두루 화목하게 지내고 있는 지금의 인생 말이죠. 이렇게 제반조건이 훌륭하게 마련되어 있으면 다른 걱정 없이 돈만 열심히 벌면 되거든요.
반대로말하면 이런 인생이기 때문에 돈이 그렇게 필요가 없기도 해요. 밤에 파라다이스 호텔 풀빌라에 있지 않고 공원 벤치에 함께 앉아 있어도 나름 행복하거든요. 테판 요리에 돔페리뇽 먹지 않고 그냥 김밥 한줄 같이 먹어도 행복하고요. 왜냐하면 화목한 사이니까요.
하지만 역시...화목한 사람들에겐 좋은 거 먹이고 좋은 곳 데려다 주고 싶은 마음은 드니까요. 그렇게 생각하면 돈은 역시 중요한 것 같기도.
7.어쨌든 감사한 일이예요. 돈 말고 다른 건 다 가지고 싶은 만큼 가지고 있으니까요. 생각해보면 내가 가지고 싶은 만큼 가지지 못한 건 돈밖에 없거든요. 그러니까 '돈이 전부야'라는 말도 서슴없이 할 수 있는 거죠.
만약 내가 어느날 듀게에 '돈이 전부가 아니네요'라고 쓰기 시작한다면 내게 꽤나 어려운 일이 생겼다는 뜻이겠죠. 그런 일은 없어야겠죠.
물론 가끔 폼잡으려고 할 수도 있겠지만...글쎄요. '돈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말을 진짜로 하려면 그 말엔 진정성이 있어야 해요. 나같이 건강한 몸과 좋은 친구들을 다 가진 사람이 '돈이 전부가 아니다'라고 말한다면 그건 말의 무게도 모르면서, 있어 보이려고 한번 해보는 헛소리일 뿐이 아닌가 싶거든요. 아직은 그런 말을 할 나이도 아니고 그런 말 할 자격도 없지 않나? 라고 생각하게 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