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상] 추억의 주윤발과 종초홍의 '가을 날의 동화'

674d005608f5d2738276.jpg


제니퍼(종초홍)가 이미 유학생활을 하고있는 남친 빈센트를 따라 미국 뉴욕으로 날아가면서 시작합니다. 같이 공부도 하고 연애도 하면서 자연스레 결혼까지 골인하고 영원히 둘이 행복하게 지낼 것을 기대하면서 말이죠. 다행히 이미 뉴욕에서 살고있는 먼 친척인 삼판(주윤발)이 마침 택시기사로 일하고 있어서 공항에서 태워다주고 지낼 곳도 구해놓기로 했어요.


그런데 이 남자 딱 봐도 옷차림이나 말투, 행동하는 게 영 품위가 없고 택시 꼬라지를 보니 그닥 일을 열심히 하거나 돈벌이가 좋은 것 같지도 않습니다. 미국 빈민가의 허름한 아파트를 영화적으로 매우 과장해놓은 방에서 살게 됐지만 남친과의 핑크빛 미래를 꿈꾸고 있으니 그저 좋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연락없이 서프라이즈로 다른 곳에 갔다가 뉴욕으로 돌아오는 남친을 마중나가게 되는데... 


여기서 여주와 남친이 순조롭게 잘된다면 스토리가 진행이 될리 없겠죠? 이제 제니퍼는 상처로 너덜너덜해진 멘탈을 추스려서 일자리 구해 돈도 벌고 공부도 하면서 미국생활에 적응해나가야 하는데 알고보니 속깊고 다정한 남자였던 삼판이 여러가지로 살뜰하게 챙겨주면서 둘은 조금씩 가까워지기 시작합니다.



체감상 가을은 없고 바로 초겨울로 점프한 느낌이지만 그래도 가을 느낌의 훈훈한 로맨스 영화가 보고 싶었는데 마침 이게 눈에 띄어서 보게 됐습니다. 홍콩영화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나름 어느정도 인지도가 있는 작품이고 저도 제목은 들어본지 오래됐지만 이번에 처음 감상했어요.


딱 이런 장르의 그 시절 작품에 기대할만큼 나이브하면서 풋풋하고 귀엽고 로맨틱한데 그게 너무 촌스러워서 못보겠다 할 정도는 아니고 몇가지 나이를 잘 먹지않은 부분만 제외하면(길거리 흑인들과 시비가 붙은 주윤발이 N-word를 쓴다거나 하하;) 아주 좋았습니다. 첫인상이 별로였던 남녀 주인공이 플롯의 억지가 아닌 서로 자연스레 한단계씩 가까워지다가 사랑하게 되는 과정이 잘 그려져있고 전반적인 톤이 코미디에 가까워서 내내 낄낄거리며 보다가도 후반부에 가면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절절하고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 그랬어요.


제니퍼가 어떤 곳에 취직을 했다가 요즘의 me too 시대에 비춰서 생각해볼만한 에피소드를 겪기도 하는데(보기 불편한 수위는 전혀 아닙니다.) 제작시기를 고려하면 제법 좋은 감수성으로 다뤘다고 생각했어요. 8~90년대 미국영화에서 주로 나오던 뉴욕의 풍경을 홍콩감독이 어떻게 비슷하면서도 다르게 찍었는지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구요.


무엇보다 추억의 스타들인 80년대 후반 비주얼의 주윤발과 종초홍이 너무 잘 어울리고 연기합도 좋습니다. 종초홍은 첫눈에 아주 확 들어오는 미인상은 아닌데 묘하게 계속 뚫어져라(?) 보게되고 뭔가 수수하고 맑은 사랑스러움과 아름다움이 있어요. 저우룬파 따거는 이쑤시개 물고 지폐에 불붙이고 쌍권총 쏘는 액션스타로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셨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이렇게 정극이나 코미디 장르에서 털털하고 유쾌한 아저씨 같은 캐릭터로 나올 때가 더 매력있고 연기도 좋더군요.


674d0183007fd2738276.jpg


그래서 쌀쌀해지는 날씨에 적당히 순진하면서도 훈훈한 로맨스물이 땡기시는 분들께는 망설임 없이 추천 드리겠습니다. 저와는 달리 이미 보셨던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러면 오랜만에 재감상이 어떠실지! 왓챠에서 봤는데 티빙, 웨이브에도 올라와있어요.



그시절 영화는 VHS 버전으로 봐야 제맛? 유튜브에 검색해보니 이런 게 있더군요. 테마음악도 참 아련하고 좋습니다.

    • 글 잘읽었어요. 감사합니다. 종초홍은 현지의 인기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크지 않았던거 같고요.


      이 영화는 아주 오래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해요. 하긴 다른 것도 몇개 생각 날거같지도 않아요>_< 


      데뷔작은 두기봉의 영화네요.




      "1980년대에 주로 활동하면서 임청하장만옥매염방과 함께 '하옥방홍(霞玉芳红)'이라 불리웠다..." 


      종횡사해, 가을날의 동화, 타이거맨, 귀신랑, 팔성보희, 호월적고사, 순성마 등 많은 영화에서 주윤발과 같이 나왔다..."


      종초홍 - 나무위키





      • 일찍 은퇴하기도 했고 나름 좋은 출연작들은 많지만 같이 언급된 배우들에 비해 혼자 강한 존재감을 보여준 작품이 거의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 와 신기하네요! 제가 엊그제 이걸 다시 보려고 틀어서 5분쯤 보다가 일이 생겨서 끊었거든요. ㅋㅋㅋ


      대략 10년에 한 번씩 다시 보게 되는 영화인데 뭐 세월 타서 감동이 흐려지는 느낌도 없지 않지만 그래도 마지막 장면은 언제나 좋아서 또 보고 다시 보고 그럽니다. 




      말씀하신 미투 느낌의 에피소드... 는 아마도 감독님 영향이겠죠. 영국과 미국에서 유학하고 돌아와 영화 일 하던 여성 감독이니까요. 이 영화가 꽤 크게 성공했었고 능력도 인정 받아서 한동안 기대주였는데 결국 기대만큼 크게 되지는 못하셨죠. 




      종초홍은... 음. 사실은 당시 홍콩에서 '미녀 배우'로 손꼽히던 분이었는데요. ㅋㅋㅋ jeremy님 말씀대로 한국에선 크게 인기 있지도 않았고 미모도 그리 인정 받지 못하는 편이었죠. 하하;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그립읍니다!!!



      • 최신작도 아니고 엄청 유명한 명작도 아닌데 영화감상 찌찌뽕이라니 ㅋㅋㅋ 신기하군요.


        보고나니 진작에 볼 걸 그랬다 싶었습니다. 마지막 장면도 좋고 서로 선물을 보고 뒤늦게 감정을 확인하는 그전의 클라이막스 씬도 참 좋죠. 로맨스물에서 주인공 중 한 명이 막 뛰어서 쫓아가고 이런 것도 너무 클리셰인데 여기선 표정연기도 너무 좋고 정말 효과적이었어요.




        감독님 필모를 찾아보니 그래도 항상 화려한 스타 출연진과 작업했네요. 서기, 여명이 나온 '유리의 성'은 예~전에 보긴 했는데 그땐 감독이 누군지 몰랐고 신경도 안썼었죠. 가장 최근작에는 탕웨이도 나오고 그랬네요.




        올려주신 사진도 그렇고 그냥 검색해봐도 미녀배우 맞긴한데 뭐랄까 동시기 라이벌(?) 여배우들에 비해 한눈에 확! 꽂히는 그런 화려한 스타일이 아니었던 것도 같구요. ㅋㅋ 

        • '유리의 성'은 제가 그 시절에 극장 가서 봤다가 정말 기겁을 했던 작품이라 추천하지 않습니다. 20세기 소년이 보기에 닭살 돋고 감수성 과잉이었다면 21세기에 굳이 다시 확인할 필요도 없다고 봐요... ㅋㅋㅋ




          다만 주윤발, 종초홍의 합이 보기 좋으셨다면 '타이거맨' 정도는 사알짝 추천할만 할 듯 싶기도 하구요. 시골 아낙과 시골 경찰로 나오는데 범죄물 & 순수 시골 멜로(?)의 조합이 좀 거칠게 되어 있긴 해도 두 주연 배우님은 참 귀엽게 나오고 영화도 훈훈하거든요. 아마 OTT에도 어딘가에 있을 거에요. 제가 그걸로 봤으니... ㅋㅋ


          • ci4JWoFKK6Nx9LCI1Gl5Yfu73P_rcFv3nadmOr_F




            포스터 분위기부터 확 다르긴 하네요. ㅋㅋ 검색해보니 이것도 왓챠, 티빙, 웨이브에 있네요. 밑에 언급한 설날 코미디 영화보다는 이게 더 관심이 가니 두 배우의 조합을 기대하며 감상해보겠습니다. 소개 감사해요!

    • 주윤발이 나오는 홍콩 느와르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의외로 로맨스에서 역량을 발휘하는 걸 보고 좋아진 영화입니다. 종초홍의 단발 머리가 너무 예뻐서 "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저렇게 웨이브가 안 나와!"라고 한탄했던 생각도 나고요. 당연히 영화 세트장의 전문가가 만들어줬으니 머리가 근사하다는 걸 그때는 잘 이해 못할 정도로 어리긴 했네요;;;

      • 처음엔 느와르물에서의 그런 모습들로만 익숙했다가 나중에 이런 로맨스나 코미디물에서의 모습을 보고 이런 것도 잘하는구나를 떠나서 오히려 이게 훨씬 더 잘어울리는데? 싶었어요. 




        저도 드라마, 영화속 배우들의 헤어, 옷스타일을 따라해봤다가 역시 난 안되는구나 했는데 물론 타고난 유전자도 있지만 작품의 헤어스타일리스트와 의상담당이 가장 잘 어울리는 맞춤형으로 해주는 것도 크겠죠. 평소 몸관리도 트레이너와 식단관리사가 있기 마련이구요. 물론 저는 운동도 열심히 안하는 편이지만 그렇게라도 정신승리를 해봅니다. ㅋㅋ

    • 어릴 적 봤을 때 “챠불”이 뭘까 한참 고민했었던 기억이 있었어요.

      • 주인공 이름인데 외국인인 걸 고려해도 좀 이상하게 생각했어요 저도 ㅋㅋㅋ

    • 이작품보고 너무 좋아서 둘이 같이 나온다는 이유로 팔성보희를 본 기억이 나네요 


      안보신분들은 큰 기대 하지 마시길 홍콩에서 매년 만든 설날코미디영화입니다 


      그래도 둘의 전성기 시절이라 그런지 둘다 이쁘게 나옵니다 ㅋ

      • 검색해보니 정말 둘다 더 풋풋하고 이쁘네요. ㅋㅋ 주윤발이 출연한 설날용인지는 모르겠지만 코미디 영화는 왕조현이랑 같이 나온 장단각지연을 참 좋아해요. 왕조현 이쁜 거야 말하면 입아프지만 주윤발이 참 귀엽게 나오죠.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0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37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48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3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88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27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25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5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0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24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19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2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1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49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0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