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잡담

1. 넷플릭스에서 '빅 쇼트'를 다시 보려고 틀었습니다. 극장에서 본 영화인데 경제 용어가 난무하는 내용은 이해가 안 된 채로 배우들 연기 위주로 감상하고 끝냈던 영화였어요. 자세한 내용이 이해 안 돼도 배우 연기 구경뿐만 아니라 어쩐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영화였지만요. 다시 보니 본 기억이 나는 장면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 완전히 처음 보는 것 같고, 여전히 세부 내용은 이해가 안 됩니다. 크리스찬 베일이 채권이 어찌됐느니 하면서 엄청 똑똑한 티를 내며 사야 한다는데 무슨 말인지 여전히 모르겠어요. 사실 전에 몰랐던 경제 분야 돌아가는 사정을 제가 십 년 사이에 공부한 것도 아닌데 영화를 다시 보면 세부를 알 거라는 기대를 한 게 우습죠. 영화를 보다가 말았습니다.

  

문득 현실에서 나의 경제적인 부분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돌아가는 사정은 모르는 채로 그냥 은행예금만 하면서 요즘 같은 증시 활황에는 의문의 1패를 당하는 느낌이지만(느낌만도 아니지만) 알려고 시도하지 않습니다. 이 자본주의 세계에서는 가만히 있는 것이 가장 나쁜 것인지도 모르겠어요.(나태의 죄) 어디로 뛰는지는 몰라도 일단 뛰어야 된다는 분위기 속에서, 게을러서든 번잡한 것을 혐오해서든 동전 하나가 되어 일희일비하는 것이 싫어서든, 무슨 이유로든 가만히 있겠다고 마음 먹는 것은 바보 취급 당하지 않으려면 나름의 이유를 잘 다듬어야 할 거 같네요. 


2. 거의 친척들을 만나지 않고 살고 있는데 최근에 만날 일이 있었어요. 개인의 선택은 좀 다양해졌지만 친척들로 묶이면 오래 전에 하던 대로, 구습과 구태의연함이 그대로 남아 있는 거 같습니다. 결혼식이나 장례식 같은 일, 특히 장례식의 경우에는 그 절차 속에 끈질기게 가부장의 요소가 강하게 남아 있네요. 장례 절차 제도를 이용하자면 그 영향 아래 들어갈 수밖에 없는 거 같습니다. 그 걸 유지하려는 사람의 말빨이 세다고나 할까요. 그렇게 해야 돼? 라고 의문을 말하는 사람은 경박한 사람이 되고요. 흠...과거 대로 하는 게 유리한 사람들이 과거 대로 하고 싶은 것이겠죠. '이 자리에서야 내가 폼 좀 난다'라는, 의식하든 못 하든 이런 심리도 있을 거 같아요. 

오, 더욱 경박한 사람이 됩시다. 저는 좀 경박한 사람이거든요.(급 고백을ㅎ)


3. 마틴 스코세이지의 다큐를 보면서 참 굴곡 많은 인생이셨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친구이자 경쟁 관계였던 브라이언 드 팔마가 '분노의 주먹'을 처음 본 후에 '졌다' 비슷한 한탄을 했다는 것이나 스필버그의 진심어린 경탄을 보면서, 또 아침에 눈 뜨면서 바로 f로 시작하는 욕을 연속했다는 이사벨라 로셀리니의 증언을 들으면, 저는 이 감독님이 성실파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는데 천재과 쪽이었구나란 생각을 하게 되네요. 영화 속에서 누군가 지나가듯 한 말인데, 신부가 되려고 했던 사람이 세속에 있으면서 생기는 불협화음(이 표현이 정확한진 모르겠어요) 같은 게 있다고 하더군요. 오랫동안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을 찍고 싶어했고 드디어 찍었고, 토론의 장이 열릴 줄 알았는데 비난과 가열찬 성냄이 이어졌다고. 저는 이 영화를 못 봤는데 다큐 속에 몇 장면을 보니 주제는 익숙한 것이지만 그 표현 방식이 참 감독님의 다른 영화와 같은 피범벅의 노골적 느낌이니 교인들이 흥분할 만했겠습니다. 모르던 걸 꽤 알게 되었습니다. 드니로가 배우 역할만 했던 게 아니고 '분노의 주먹'이나 '코메디의 왕' 같은 영화를 만들게 만든 인물이었고 대사도 많이 넣었더군요. 또 폴 슈레이더가 주요 영화 여러 편의 각본 담당이셨다는 것도 이제 각인되었습니다. 저는 잘 봤습니다. 자료 화면과 같이 직접 보면 흥미로우실 거예요. 

모쪼록 건강하셔서 작품을 더 하시길 빌게 됩니다.



   







    • 1. 저도 아주 디테일한 부분들은 이해가 어려웠지만 그 쇼트가 일반적으로 당연히 주식이 올라야 나도 돈을 버는데 반대로 베팅하는 개념이라는 것만 알면 큰 줄기를 따라가는데 무리는 없더군요. 스티브 카렐이 연기하는 캐릭터가 미드 오피스의 마이클 스캇과 그렇게 큰 차이가 없는 눈치없는 괴짜같은 사람으로 보여졌는데 이걸 이렇게 활용할수가 있구나 싶었어요.




      2. 그래도 요즘은 그런 '경박함'이 나름 강세를 보이는 집안들도 생겨나고 있다고 합니다만 역시나 아직 유지하려는 쪽이 더 강하고 수가 많겠죠. 이 글을 본김에 저도 경박해지려고 노력하겠습니다! ㅋㅋ




      3. 폴 슈레이더가 스콜세지의 필모 초반을 다지는 중요한 작품들을 많이 쓰셨죠. 그래서 본인도 나름 좋은 커리어를 보낸 감독이지만 '스콜세지의 각본가'라는 이미지가 강한 것 같아요. 이미 잘 알려져있지만 편집자 셀마 스쿤메이커와의 작업에 대한 썰들도 새롭게 알게된 부분들이 많아서 재밌었어요.

      • 저도 그런 모양이다, 라고 큰 줄기만 어림짐작했습니다. 스티브 카렐은 여기서는 살짝 변주였지만 '폭스캐처'는 충격적 변신이어서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라이언 고슬링도 이 영화에서 쓰임새가 재미있었어요.


        경박에 호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제가 본 폴 슈레이더 감독의 영화는 스코세이지와 많이 달라서 연결이 잘 안 되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여성 편집자는 감독님의 영화를 가장 잘 아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말은 가려하셨으나 아마도 사생활도? ㅎ

        • 에단 호크가 주연한 카톨릭 신부 이야기 '퍼스트 리폼드'나 오스카 아이작이 주연한 다소 최근작 '더 카드 카운터' 등을 보시면 '택시 드라이버'랑 공통점이 많이 느껴집니다. 슈레이더가 평생동안 탐구하는 주제 같아요. 고독하고 고통스러운 사회성 떨어지는 남자들 이야기 ㅎ

          • 네 그러고 보니 다 고통 속에 있는 외로운 남자가 나오네요. 결국은 폭력에 의지해서 그걸 푸는...주제는 비슷한데 표현 방식이 많이 달라서 그랬던가 봐요.

    • 1. 일단 빅 쇼트 찜해두었습니다ㅎㅎ 영화는 금방 볼 수 있어서 찜 목록이 막 길어지진 않더라구요.

      저도 경제 몰라요. 한때 지인의 권유로 공모주를 좀 해서 이익을 좀 내기도 했었는데요, 팔 때마다 심장 두근거려서 못하겠더라구요(여기서도 쫄보ㅋㅋㅋ)

      금이나 사뒀어야 했다. 라고 생각만 하는 사람입니동ㅎㅎㅎ


      3. 어제 싱어게인 마지막에 고3 아가가 나왔는데, 진짜 뭐 저런 애가 다 있냐. 그런 무대를 했어요. 심사위원들 다 극찬하고요. 코드 쿤스트가 “저런 거 볼 때마다 재능의 벽을 느껴”라고 했던 말이 생각나네요. 노력형도 대단하지만 창작자들은 다 어느 정도 천재성이 있는거겠죠. 게시판에 글 쓰는 것도 어려운 저는 그런 분들이 진짜 부럽고 대단해 보여요.
      • 제가 주식상품을 사면 내릴 것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이 있는데, 이것도 쫄보의 특징이겠죠?ㅎ


        재능의 벽이라는 건 어떤 분야에서 제대로 하려고 노력해 보면 바로 남들을 통해 발견하게 되는 벽이죠. 그래서 제대로 하려고 안 하는지도 몰라요. 그냥 궁시렁거리기만 하려고...ㅠㅠ

    • 1. '인터스텔라'를 보면서 비슷한 생각을 조금 했는데요. ㅋㅋ 그래도 예전에 읽어 둔 SF 소설들 덕에 아예 못 알아 듣는 건 없었지만 종종 '음? 이건 뭐지?' 하는 부분들이 있었죠. 그래도 결국 큰 그림은 이해하면서 보긴 했는데, 그게 국내에서 천만 흥행을 해 버리는 바람에 '완전 재밌나 보다!' 하고 얼떨결에 본 10대 관객들 중엔 정말 주요 설정들을 거의 이해 못 하고 본 경우도 많았더라구요. 하지만 그래도 마지막 장면에선 감동 받았다니 크리스토퍼 놀란도 능력자는 능력자였나보다 싶구요. 덧붙여서 '빅 쇼트'는 관심만 갖고 있던 영화였는데 이 글을 보고 그냥 미련 버리기로 했습니다. 저도 경제 몰라요... ㅋㅋㅋ






      2. 요즘 부모님께서 장래 대비(...) 차원에서 본인들 부모님 묘를 정리하고 계신데요. 자식들에게 부담 주지 않으시겠다는 취지죠. 근데 그래서 생각해내신 방법이란 게 화장을 해서 납골당에 모시는 것인데... 그 납골당이 현재 묫자리랑 같은 곳에 있습니다. '아니 그럼 관리비 좀 저렴해지는 것 말곤 달라지는 게 없잖아요?'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냥 입 다물고 있지요. 어르신들 가치관이란 게 있고, 일생 동안 그 가치관을 갖고 살아 오셨는데 제가 나서서 뭐라 할 일은 아닌 것 같더라구요. 말씀하신 경우와는 결이 다르지만 그냥 생각이 나서 적어 봤습니다. 하하;






      3. 예술 쪽으로 그냥 평범한 재능을 갖고서 부단한 노력 파워로 스콜세지 급까지 올라가기란 거의 불가능하겠죠. 우주 명작급으로 평가 받는 작품을 그만큼 많이 남기신 분이니까요. 하다 못해 반짝 히트작 몇 편 남기고 시들어간 상업 영화 감독들을 봐도 그 짧은 리즈 시절에 내놓은 작품들은 남들이 쉽게 따라갈 수 없는 포인트들이 있고 그런 걸 보면 역시 예술은 재능. 잠시 스쳐 지나가는 재능이라 하더라도 재능이 필요한 것입니다!! ㅋㅋㅋ

      • '인터스텔라'나 놀란의 다른 영화도 그렇기는 하네요. 그런데 이분은 워낙 시각적인 즐거움을 줘서 그런지 '테넷' 빼고는 전문 지식의 부족을 큰 문제로 여기지 않고 마구잡이로 본 거 같아요.ㅎ


        부모님께는 뭐라고 말하기 어려운 지점이 많죠. 이번에 제가 친척들 만남에서 저런 생각을 한 것은 저의 나이가 많아졌다는 또 하나의 증거였습니다. 예전에는 일단 관심이 없었거든요.


        이 다큐를 보면서 뭔가 만드는 일이란 게 쉽게 되는 일이 없다는 생각도 했지만 감독님의 타고난 재능을 제대로 들여다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잠시 스쳐가는 재능이라도 조금만 쫌 제 근처로 지나가 주면...ㅎ 그리고 안주하지 않고 평생을 지속해 오신 것도 좀 감동이었습니다.

    • 1. 헉 저랑 비슷하시군요 저도 주식을 안하고 사는, 재테크를 안하고 사는 게 과연 제 생존에 맞는 선택인가 싶어서 고심하고 있습니다... 그게 옳다는 게 아니라, 이런 흐름의 시대 속에서 노동임금으로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려고 쎄빠지게 투쟁하는 것도 아닌데 이런 현실을 외면하면서 사는 게 맞는지...




      2. 제가 겪었던 경험과 참 유사하군요 물론 제가 남자라서 수혜를 받은 것과는 일대일 비교가 안되겠습니다만. 그 안에서 겪은 불편과 부조리함이 어떠셨을지. 경박함이 잘 먹혀들었길 바랍니다.

      • 저는 나이들어 덜하지만 노동 임금으로만 미래를 계획하기가 어렵고 그나마 쥐고 있는 것도 물가를 고려하면 깎여 나가는 상황이네요. 전국민이 주식장을 의식하게 하는 현 상황이 맞나 싶고 그렇습니다. 


        친인척이 모이는 경우에 확실히 눈에 들어오는 부분이 있어요. 하던 대로 하는 것이 모두의 감정을 불편하지 않게 하는 것이기도 해서... 

    • 1.    
      경제를 따라갈 생각은 꿈도 못 꾸지만 은행을 통한 자산 관리는 누구나 하니까 하고 별 생각
      없이 맡긴 종자돈이 반토막 나는 사태를 한번 겪고 나니까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원인을 찾다 보니
      주거래 은행이 그리 믿을만한 기관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고요. 그래서 몇십년 거래하던 은행과 인연을
      끊고 다른 은행으로 갈아탔는데, 예전보다 훨씬 보수적으로 투자하게 됐습니다. 그래도 은행 권유로 올 하반기부터 시작한 코스피 관련 펀드 수익율을 보니 입이 벌어지긴 하네요^^



      2.    
      나이가 들어서 나쁜 점도 많지만 좋은 점도 있어요. 원래
      보수적/가부장적인 집인데 구성원들이 나이가 들면서 어쩔 수 없이 변해 버렸습니다. 영원히 이어질 것 같던 제사는 받아야 할 사람이 걷어차면서 순식간에 끝나버렸고, 질기게 끈끈해 보이던 남성 중심 가족 관계들도 제사의 종말과 함께 없어졌습니다. 친척들이 그냥 남이 되고 보니 애초에 우리를 묶어주던게 뭐였나 궁금해지네요.

      • 음. 귀가 솔깃해지네요. 은행 상담을 적극적으로 받아봐야 하나 싶은 글입니다.ㅎ 


        그렇죠. 나이가 드니 저절로 결정할 수 있는 순위권에 들어가게 되었고요. 제사 받을 분이 걷어찼다는 거 그게 큰 것 같습니다. 저는 변화가 느린 지방이라 아직 하던 대로 하는 부분이 많아요. 앞으로는 더 나아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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