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상...(인간가챠)


 1.모바일게임의 뽑기...가챠라는 건 일상에서도 늘 있어요. 처음 간 동네에서 한끼 하려고 식당에 들어가 제육덮밥을 주문하면? 마른 제육덮밥일 수도 있고 질척한 스타일의 제육덮밥일 수도 있죠. 양파가 들어가 있을 수도 있고 콩나물이 들어갔을 수도 있어요. 맛있을 수도 있고 맛없을 수도 있죠. 밑반찬으로 소시지나 어묵이 나오는 횡재를 누릴 수도 있고 말라 비틀어진 나물만 나올 위험도 있어요. 


 말하자면 인생의 모든 순간에 우리는 가챠를 돌리고 있다는 거죠. 그것이 일이든 놀이든 뭐든간에요.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가챠는 인간가챠예요. 사람을 마주쳤을 때 그가 매력적일지 아닐지, 잘 맞을지 아닐지는 만나봐야 알 수 있으니까요. 그게 일터든 놀이터든 말이죠.



 2.나도 서울 어디든, 인천이든 강원도든 마구 다녀요. 제육덮밥 맛집을 찾으러 다니는 건 아니고, 다 인간을 위해서죠. 인천 어딘가에, 부산 어딘가에 내가 꼭 만나야 할 사람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내가 지금까지만나본 여자의 고점을 갱신하는 여자가 있을 수도 있고요. 


 물론 SSR급 사람은 별로 없어요. SR이나 R정도만 떠도 그날은 평균이상의 소득은 올린 거죠. 그리고 SSR급 사람을 만났을 때 내가 그 사람에게 뭔가를 해줄 수 있는 능력은 되어야 할 텐데...라고 전전긍긍했던 적도 많았다죠.



 3.하지만 요즘은 그럭저럭 잘 되어가고 있어서인지 조금 여유가 생겼어요. 여유라고 해야할지 교만함이라고 해야할지 자신감이라고 해야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내가 가챠를 돌리는 동시에 나를 만나는 그들도 가챠를 돌리는 중이거든요. 


 그리고 생각해보면 그들은 운이 존나게 좋은거예요. 나를 만나는 순간 그들의 입장에선 SSR이 뜬 거니까요. 심지어는 그들이 나를 찾아온 것도 아닌데 내가 그들을 찾아온 거잖아요. 



 4.휴.



 5.그래서 요즘은 SSR을 만나도 그들이 내게 최선을 다하기 전엔 심드렁하곤 해요. 왜냐면 그런 행운을 잡는 사람은 거의 없거든요. 그들의 인생에 SSR이 먼저 나타나준 거니까요. 거기까지만 했어도 나는 이미 그들에게 퍼줄만큼 퍼준거예요. SSR을 만나는 자리를 제공해 줬는데, 그것도 못 받아먹으면 그건 그들의 탓이니까요.



 6.재미있는 건, 이게 제3자적 관점에서 보면 똑같은 일이 반복되는 거란 말이죠. 내가 좋은 여자를 만났는데 적극적으로 어필하지 못하고, 여자가 내게 연락해주길 바라는 소심한 망상을 하다가 결국 흐지부지되던 시절이 말이죠.


 그리고 남이 보기엔 지금 일어나는 일도 비슷해요. 웬 남자가 좋은 여자를 만났는데도 아무것도 못 하다가 그냥 흐지부지되는 모습으로밖에 안 보일 거니까요. 여기서 바뀐건 내 속마음뿐이고, 남이 보기엔 다를 게 없는 사건인거죠.



 7.저번 일요일날 여자들을 만나 한잔 했어요. 내가 여미새였던 시절에 대해 썰을 풀다가 이런 얘기를 했어요.


 '사실 지금도 여미새같아 보이겠지만 이젠 아니야. 이제는 여자가 그렇게 재밌지도 않고 중요하지도 않거든. 지금은 여미새인 척을 하면서 사는거지. 그래야 유쾌해 보이니까. 인생에서 제일재미있는일은 성공하는 거야.'


 정확히는, 성공하는 게 아니라 '이전의 성공을 갱신하는' 게 재밌는 일이지만 그렇게 말하면 너무 디테일한 것 같아서 줄였어요. 



 8.그 자리를 마치고 생각해보니, 나는 여전히 인간가챠를 돌리는 거긴 해요. 다만 그 가챠의 대상이 이젠 나일 뿐인 거죠. SSR의 나를 만나봤으니 다음엔 SSSR의 나, SSSSSR의 나를 만나기 위해 계속 가챠를 돌리는 거예요. 물론 여기서 SSR타령하는 건 내 기준이예요. 내가 보기에 내가 그렇다는 거지 남들이 보기에 꼭 그럴거라는 건 아니죠.


 다만 어쨌든 스스로는 그렇게 믿게 되었단 말이죠. 그렇게되니 이제는 내가 5천만명을 상대로 가챠를 돌리는 게 아니라, 5천만명의 한국인들이 나를 상대로 가챠를 돌리는 거라고 믿게 됐어요. 


 바로 오늘도요. 이따 누굴 만날지는 모르겠지만 누굴 만나든 '이 여자, 운 한번 좋네.'라는 생각을 하게 되겠죠.





 ----------------------------------------





 물론 남들이 보기엔 꽤나 자뻑이겠지만, 그래도 자뻑을 할 수 있게 됐다는 게 발전 아니겠어요? 나는 살아오면서 자뻑을 할 정도로 자신을 믿어 본 적이 별로 없으니까요.






    • 듀게의 페미니즘 인식수준을 고려하면 이런 글은 ㅈㄴ지적당해야 마땅한데
      고닉 대우인지 듀게에 친목들이 많아서 감싸주는건지 아무도 뭐라 안하네. 


      생각해보면 여은성은 듀나의 비호아래 이딴 똥글을 써도 언터처블인 존재가 되버린걸까?

    • ↑아니 듀나가 나를 비호하는 세상은 무슨 멀티버스냐? 누굴 욕하고 싶다고 해서 망상으로 똥댓글을 싸면 안되지. 그리고 아무데서나 특정 이념 타령을 해대는 버릇은 고쳐야 해.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2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37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48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4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89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0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25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6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3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27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1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3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4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0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3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