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바낭] 창작자들의 인플루언서 혐오란... '씨씨: 베스트 프렌즈' 잡담입니다

 - 2022년작입니다. 런닝 타임은 1시간 42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졸려서 본문도, 스포일러도 간단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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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 보면 괜찮은 호러들 중 상당수가 셔더입니다. 국내 서비스 할 일이 없는데!!!)



 - 20대 중반 쯤 되는 인플루언서 '씨씨'가 주인공입니다. 본인은 인스타에서 쓰는 이름인 '시실리아'로 불리길 원하구요. 암튼 뭐 팔로워가 20만 정도 되니 꽤 잘 되고 있는 중이긴 한데 아직 돈을 많이 벌진 못하는지 걍 평범한 수준으로, 어쨌든 잘 살고 있습니다만. 장 보러 들른 마트에서 초딩 시절 베스트 프렌드였던 '엠마'를 마주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합니다. 정말 둘이 죽고 못 사는 단짝 친구였다는 걸 도입부에서 보여주는데, 무슨 일인지 먼저 엠마를 발견한 씨씨는 자리를 피하려 해요. 그러다 결국 붙들리고, 약혼 파티에 초대 받아 격하게 한 번 놀고서는 주말 별장 여행까지 따라가게 됩니다. 뭐 이렇게 보면 좋은 일이긴 한데 문제는 가는 도중에야 그 별장이란 게 엠마가 아닌 다른 친구의 것이라는 걸 알게 되고. 그 '다른 친구' 알렉스는 씨씨가 지구에서 절대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 1위에 해당하는 존재였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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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랬던 주인공이 어찌저찌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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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위에 적은 대로 졸리니까. 정말 초간단 요약을 시도해 봅니다.


 1. 장르는 슬래셔입니다. 하지만 보통 '슬래셔' 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살인 장면들은 거의 안 나와요. 그런 전형적인 살인마가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거든요.


 2. 동시에 코미디이기도 합니다. 슬래셔와 결합이 되었으니 당연히 못돼 먹은 블랙 코미디겠죠. 게다가 주인공 직업이 인플루언서잖아요? 호러/스릴러 영화 속 주인공이 인플루언서다... 라고 하면 딱 떠오르는 그 공식, 그 풍자, 그 이야기들이 예상 그대로 챡챡 들어갑니다.


 3. 어린 시절 아픈 기억이 트라우마로 남아 현실 세계에서 관계를 맺지 못하고 고독과 외로움 속에 몸부림 치는 가련한 청춘을 그린 진지한 드라마... 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해요. 그런 진지한 감정을 하찮게 취급 않고 성실히 다뤄주긴 하는데, 뭐 '어쩔수가없다' 비슷한 거죠. 사정은 딱하지만 선을 후울쩍 넘어 결국 풍자의 대상이 되는 주인공의 이야기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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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좌측 배우님은 한국인이십니다. 정확히 한국계라고 해야 맞던가요. 암튼 하예린, 정확히는 예린 하 씨 되시겠습니다.)


 4.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저글링에 성공했다는 겁니다. 캐릭터 탐구를 통한 진지 드라마도, 이와 연결되는 세태 풍자도, 과장되어 웃음이 나오는 호러 장면들도 모두 준수하면서 이게 자연스럽게 연결이 돼요. 수시로 모드를 변환하며(?) 활약하는 주인공의 상태를 보면 뭔가 좀 덜컹거려야 할 것 같은데 희한하게 그런 느낌 없이 저 요소들이 다 자연스럽게 들어가 박혀 있습니다. 사실 다 '준수' 레벨이고 특별히 대단한 건 없습니다만. 그래도 이런 요소들을 위화감 없이 매끈하게 엮어내는 작품은 생각 외로 그리 많지 않으니까요.


 5. 주인공을 맡은 배우님의 연기가 꽤 좋습니다. 이게 굉장히 오락가락 튀는 캐릭터인데 대충 납득하며 보게 되거든요. 딱한 느낌, 위태롭고 조마조마한 느낌, 저리 가 이 그지야라는 느낌(...) 등등을 다 잘 살려내며 활약하셨어요. 호주 배우님이고 우리가 알만한 작품은 넷플릭스의 '애플 사이다 비니거' 정도인 젊은 배우인데 암튼 참 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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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본, 감독, 조연에 빛나는 이 분에게도 박수를. 차기작이 기대되는데 이 영화 이후론 연기도 연출도 아무 활동이 없네요.)


 6. 번호를 붙이다 보니 사실 이런 번호가 전혀 필요 없게 글을 적고 있다는 걸 깨달았지만 지우기도 귀찮아서 또 달고 빠르게 마무리하자면요.

 어린 시절 트라우마에 고통 받는 가련한 영혼 이야기 & 무시무시한 싸이코 이야기... 를 엮어서 전개되는 코믹 슬래셔 무비입니다. 장르명에 어울리게 이야기 측면에선 대충 흘러가고 덜컹 거리는 부분이 많으니 뭐 명작, 빼어난 작품. 이런 레벨의 칭찬까진 어울리지 않구요.

 하지만 또 자신이 선택한 소재와 장르에서 뽑아낼 수 있는 것들을 적절히 잘 뽑아내서 짜낸 매끈한 이야기이고 보는 동안 지루하지 않으며 조금은 남는 무언가도 있습니다. 이쪽 장르에서 이 정도면 할만큼 다 한 것이고 그래서 평론가들 평점도 대단히 높으며 저도 즐겁게 잘 봤습니다. 그러니 슬래셔 장르에 특별한 거부감이 없으시다면 한 번 보셔도 괜찮을 것 같아요. 끝입니다.




 + 철자가 Sissy인 것을 '씨씨'라고 적는 건 좀 어색합니다. 이런 부분에 그리 엄격하지 않은 거 이해는 하지만 그래도 어색한...



 ++ 제목에 적은 드립 얘긴데요. 정말로 호러나 스릴러에 인플루언서 캐릭터가 나와서 좋은 모습 보여주는 경우가 없죠. 심지어 진지한 드라마를 봐도 인플루언서는 비슷하게 하찮고 비호감에 모자란 존재들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뭐 저에게도 별로 좋게 보이는 직종은 아니긴 합니다만. 너무들 구박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요... ㅋㅋ



 +++ 가볍게 듣기 좋은 팝 노래들이 많이 나오는데 거의 호주 가수들이라서 전 하나도 모르겠더라구요. ㅋㅋ 그 중 주인공과 엠마가 카라오케에서 부르는 이 노래가 뭔가 참 20세기스럽게 좋아서 그냥 올려 보구요.


(시스터2시스터가 부릅니다. 시스터.)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초간단 요약 도전!!


 씨씨의 어린 시절 트라우마는 이렇습니다. 그렇게 죽고 못 사는 베프였던 씨씨와 엠마는 알렉스라는 이쁘장한 부잣집 여왕벌 어린이가 엠마를 채가면서 파탄이 나요. 급기야 생일 파티에 초대를 못 받는 사태까지 벌어지자 학교에서 엠마, 알렉스와 그 패거리까지 앞에 놓고 따지고 들던 씨씨는 기대를 저버리고 자기 편을 안 드는 엠마에게 맘 상하고, 신이 나서 과도한 티배깅을 시전해 버린 알렉스에게 마침 손에 들고 있던 꽃삽 풀스윙을 시전하고. 그게 볼을 자르고 들어가서 알렉스에겐 평생 남을 흉터가 생겼어요.


 워낙 어린 나이이고 하니 '본의는 아니었다'로 어떻게 수습하고 넘어간 모양입니다만. 이후로 알렉스, 엠마 모두와 관계가 끊어진 건 기본이고 아예 친구란 걸 만들지 못하며 나이를 먹은 씨씨는 자라나는 게 참으로 힘들었겠죠. 그래서 그때의 경험을 밑천 삼아 인스타에서 인생 힘든 청춘들에게 조언하고 공감해주고 잔소리하는 캐릭터로 성공. 이제 현실 세계 따위 알게 뭐람! 이란 느낌으로 인스타 속 자신의 사랑받고 성공한 캐릭터에 집착해요. 그러던 중이었는데.


 괜히 엠마를 마주쳐 버리고, 하필 엠마가 결혼 준비로 완전 기분 최고조일 때라 '옛날 일은 다 옛날 일이잖아!' 라는 식으로 씨씨에게 따뜻하게 대해주고 파티에 여행까지 초대해 버리니 씨씨는 완전히 기분이 업됐다가... 도착한 여행지의 별장 주인이 알렉스라는 걸 알고 충격과 공포에 휩싸이겠죠. 그리고 씨씨가 온다는 걸 몰랐던 알렉스 역시 충격을 받는데. (가만 보면 엠마 이 놈이 만악의 근원... ㅋㅋ) 씨씨와는 달리 분노에 불타서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망신 주는 얘길 하고, 엠마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당연히 돈 많은 여왕벌님에게 적극 동조하구요. 이만큼 망신 주고 좌절 시켰으면 그만해도 좋았을 텐데, 이걸로 멈추지 않고 급기야는 '니 팔로워들에게 정체를 폭로해주마 이 싸이코야!!' 라며 씨씨의 핸드폰을 빼앗아 영상을 찍고 업로드하려던 알렉스는... 다급했던 씨씨가 집어 들고 휘두른 커다란 짱돌에 머리를 맞고 피 흘리며 쓰러집니다. 


 당황해서 꺼이꺼이 울던 씨씨는 일단 숨기고 보자고 알렉스를 질질 끌어다 숲 속에 묻는데. 그때 하필 거기로 노상방뇨 하러 온 일행 남자애가 땅에 묻힌 알렉스를 발견. 기겁해서 씨씨를 피해 도망치다가 스스로 낭떠러지에 몰려 씨씨에게 가까이 오지 말라고 난리를 치고. 씨씨는 그걸 어떻게든 말로 설득해 보려고 하지만 그때 다른 사람들의 기척이 들리자 표정 싹 바꾸고 툭. 밀어서 추락사하게 만듭니다.


 돌아오지 않는 알렉스를 찾아 숲속을 헤매던 엠마는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가느라 한참 등장을 멈추고요. 씨씨는 별장으로 돌아와 혼자 티비 보며 놀고 있던 멤버랑 대화를 하다가... 이 녀석이 자꾸 씨씨를 불편해하고 밀어내려는 태도를 보이자 '대체 나에게 왜 이러는데!!!' 라고 화 내다 몸싸움이 벌어지고, 물이 차 있던 욕조로 넘어져 헐레벌떡 일어나려던 그 멤버는 머리카락이 욕조 바닥에 낀 걸 빼지 못하고 그대로 익사합니다. 허망하게 죽고 나서야 머리카락이 약간의 가죽과 함께(...) 뜯어져서 둥둥 떠오른 게 안타깝구요.


 엉엉 울며 별장에서 도망치려고 차를 몰던 씨씨는 갑자기 사라진 친구들을 찾다 뒤늦게 도로에 나타난 엠마의 약혼자(여성입니다)를 태우고선 혼잣말처럼 난 억울해. 난 착한 사람이야. 내가 뭘 잘못했는데? 라고 웅얼웅얼거리고. 겁에 질린 약혼자가 씨씨야 내 자리 안전벨트도 고장났는데 그냥 좀 천천히 달려주지 않을래? 라고 부탁하지만 오히려 더 화를 내며 "너 때문에 나랑 엠마는 이제 아무 가망이 없어졌잖아!!!!" 라고 외치고. 과속 질주하고. 급정거를 해서 안전벨트도 없는 약혼자가 앞유리를 깨고 날아가게 만들어요. 그리고 다가가 보니 아직 숨이 붙어 있는 약혼자 위로 자동차를 몰고 지나갑니다. 오는 길에 로드킬 당한 캥거루에게 이렇게 하며 '이게 자비로운 거야' 라고 약혼자가 말했던 걸 그대로 흉내내면서요.


 차도 망가져서 도망갈 길도 없어졌고. 별장으로 돌아와 혼자 멍하니 좌절하던 씨씨는... 그러다 자기 팔로워들을 생각하니 갑자기 살아남겠다는 의지가 불타올라서 자기 얼굴을 핸드폰으로 마구 때리고 바닥에 쓰러져 잠듭니다. 한참 후에 나타난 건 당연히 유일한 생존자인 엠마겠고. 아이고 씨씨야 내가 약이나 붕대 찾아볼게... 하고 집을 뒤지다가 씨씨가 열심히 (하지만 마치 초딩처럼 유치하게) 숨겨 둔 시체를 발견하고는 씨씨를 피해 도망치려다가 바닥에 미끄러져 쓰러지고 기절해요. 


 한참 뒤 깨어난 엠마를 이미 의자에 묶어 둔 씨씨는 둘이 어릴 때 찍은 캠코더 영상을 재생하며 혼자만 행복한 추억 놀이를 시전하고. 엠마는 간신히 손목의 결박을 풀고 씨씨에게 한 방 날린 후 경찰서에 출동 요청을 합니다. 그러고나선 당연히 장르 전통의 1vs1 개싸움을 벌이는데, 엠마가 승기를 잡고 씨씨 위에 올라 타 두들겨 패던 와중에 죽은 줄 알았는데 스스로 땅 파고 나와서 생존, 귀환한 알렉스가 다른 죽은 친구의 목발을 휘둘러 엠마를 쓰러트려요. 머리와 눈을 다쳐서 제정신이 아니었고, 방도 어두웠고, 뭣보다 당연히 씨씨가 유리한 상황일 줄 알고 쥐어팬 거였는데. 그러고 계속 쥐어패다 엠마의 숨이 끊어지자 그제서야 자기가 뭔짓을 했는지 알고 당황하는데, 그 타이밍에 딱 아까 엠마가 부른 경찰이 도착해서 알렉스를 사살합니다. 씨씨의 승리!!


 다음이야 뭐. 이 사건을 모두 알렉스에게 덮어 씌우고 (사실 말이 안 되지만 넘어가줍시다. ㅋㅋ) 전국적으로 유명한 생존자가 된 씨씨는 천만 팔로워를 돌파함은 물론 그 경험담(?)으로 책을 써서 베스트셀러 작가로까지 등극하네요. 그래서 매우매우 돈을 잘 벌며 행복하게 삽니다. 끝.

    • 새벽에 졸리셔도 1일 1바낭글은 지켜야한다는 프로페셔널리즘! ㅋㅋㅋ




      그러고보니 정말 인플루언서가 긍정적으로 묘사되는 영화나 드라마가 떠오르지가 않네요. 언급하신 주연배우님의 다른 출연작 '애플 사이다 비니거'도 잘못된 정보를 퍼뜨려 크게 사고치는 인플루언서 이야기였거든요. 본인은 그 인플루언서의 친구 역할이긴 했는데 하여간 생각해보니 인터넷이 등장했을 때도 그렇고 현재의 소셜 미디어 시대 자체를 배경이나 소재로 다룰 때는 뭔가 부정적인 악영향을 먼저 떠올리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원래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게 더 자극적이고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기에 좋아서 그런건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마침 오늘은 써주신 '앨리스 크리드의 실종'을 볼까 생각중이었는데 이것도 기본 소재도 흥미롭지만 전개가 궁금한 부분이 많아서 나중에 챙겨보겠습니다. 밑에 올려주신 노래는 제가 좋아하는 90년대 ~ 2000년대 초반 여가수 팝송 분위기가 나서 좋네요.

      • 무플 방지 위원회장으로 임명해드리겠습니... ㅋㅋㅋ 댓글 감사하구요.




        제가 재밌다고 생각하는 포인트는, 현실에선 그 '인플루언서'란 게 거의 대세잖아요. 어리고 젊은 층에겐 선망의 대상이자 돈 잘 버는 직종이란 이미지가 강하구요.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쓰고 연출하는 사람들은 거의 그 세대가 아니고 하니 이것도 일종의 세대 차이 같은 게 아닐까 싶기도 하구요. 하지만 저 부터도 솔직히 별로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진 않아서 '그래, 나도 늙었다!' 라고 생각하고 있네요. ㅋㅋ 근데 정말로, 개인적으로는 이 문화가 근본적으로 건강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그 와중에 순기능도 분명히 있겠지만, 큰 틀에서 볼 때 말이죠.




        + 노래 괜찮죠? 90년대 십대들 즐겨 듣던 아주 대중적인 팝음악 느낌... 인데 묘하게 오리지널보단 그런 컨셉을 잡았던 S.E.S 노래 같은 기분이 들어서 되게 친숙하게 좋았습니다. ㅋㅋㅋ

    • 주제에서 엇나가는 댓글 죄송합니다만 예린 하님은 어떻던가요? 브리저튼 다음 시즌 주인공이시거든요....!
      • 슬래셔 무비의 조연이라는 한계 상 딱히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줄 기회는 없었지만 외모는 매력 있어 보였고 연기는 맡은 역할만큼 무난하게 잘 하셨습니다. ㅋㅋ 저는 안 봤지만 인기 게임 원작 드라마 '헤일로'에서도 평가 괜찮았던 걸로 기억해요. 차기작 목록에 브리저튼이 떠 있는 건 봤는데 무려 주인공이시군요? 허허. 잘 해내시길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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