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영화의 복병 '굿뉴스'
봉준호, 박찬욱 신작도 개봉했었지만 의외의 올해의 한국영화 후보가 이렇게 넷플에서 갑툭튀 했네요.
넷플 오리지널 제작 영화들 평균 퀄리티가 확 떨어진지 몇년 된 느낌인데 특히 국내 넷플 영화들은 시리즈와는 달리 이렇다할 작품이 없었죠. 당장 변성현 감독만 해도 제작년 '길복순'이 전도연을 내세운 액션이라는 기대치에 비해 실망스러운 평가를 받았었고 그래서 이 작품도 공개 전까지 별 관심을 받지 못했던 것 같아요. 저도 '넷플에서 또 만드네? 또 설경구 나오네?' 이게 다였는데 지난주 금요일 공개후 반응이 심상찮길래 반신반의하면서 봤는데 무식하고 단순한 표현이지만 정말 재밌게 잘 만들었습니다.
1970년 '일본항공 351편 공중 납치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물론 캐릭터들은 실존인물들에서 이름이 바뀌었을뿐 아니라 굉장히 영화적으로 과장됐고 실제 사건 전개를 제외하면 극단적인 정치 풍자/블랙 코미디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또 다이나믹한 세상 돌아가는 정치권 뉴스들, 각종 사건들 뒤에 밝혀지는 내막들을 보면 비록 작가의 상상이 들어갔을지언정 황당함과 어이없음의 정도는 진실에서 그렇게 온도차가 클 것 같지도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게 영화의 시작과 끝에서 강조하는 메시지이기도 하구요.

그런 과장된 코미디를 제대로 살려주는 게 바로 출연진들의 호연입니다. 주연 설경구, 류승범은 커리어에서 간혹 보여줬던 코믹하고 과장된 연기들을 200% 파워업한듯한 과장된 몸짓과 대사 하나하나를 장면을 씹어먹기 위해서 열심히 해줬어요.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도 있을 것 같은데 감독의 의도라고 봐야겠죠. 그에 비해 홍경은 상대적으로 좀 가라앉히고 현실에 발붙인 주인공을 연기하는데 작중 내내 도덕적 딜레마를 겪는 모든 과정을 관객 입장에서 한껏 몰입하기 쉽게 해주는데 무리없이 자기 몫을 잘 해주고 있습니다. 외국어 연기도 상당히 자연스럽고 요즘 열일하는 젊은 훈남배우 정도라고 알고 있었고 올해 초 '청설' 리메이크에서도 봤었지만 아주 크게 인상적이거나 하진 않았는데 이번에 보니까 차세대 무비스타 포텐셜이 상당하네요.

나머지 받쳐주는 조연진들도 엄청 화려한데 이거 그냥 극장용으로 개봉했으면 출연료만으로 손익분기점이 꽤 높지 않았을까 싶네요. 후반부에 카메오로 나오시는 한 명배우님의 임팩트도 대단했어요. 최근 정치인 패러디 중에서 최고였습니다. 추가로 다루는 사건상 일본 캐릭터들 비중도 상당히 높은데 의외로 현지에서 꽤 유명하고 알아주는 배우들이 많이 참여했습니다. 그냥 일본 캐릭터들끼리 일본 코미디스러움을 연출하는 장면에서도 어색함이 전혀 없어서 한일 감독의 공동연출이라고 해도 믿었을 것 같아요.
전작 '길복순' 같은 영화들에서 재치있긴 한데 너무 과하다, 튄다 싶었던 변성현 특유의 연출색이나 편집도 여기서는 작품의 톤이랑 너무 자연스레 잘 어울려서 괜찮았습니다. 진작에 블랙 코미디 쪽으로 갔어야하는 감독이었을지도? 너무 칭찬만해서 기대치를 높인 것 같은데 그렇다고 국내 명작으로 남을 영화냐 하면 그건 또 오버일 것 같구요. 작품 완성도면에서 크게 흠잡을 구석 없이 웰메이드이면서 2시간 20분 가까운 상영시간 동안 지루하지 않게 웃으며 볼 수 있는 재미있는 대중영화인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넷플 오리지널 한국영화 한 번 기대하고 감상하셔도 될 것 같아요.
잘 뽑힌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자체가 레어 아이템인 것인데 그게 또 한국 영화라니 없던 흥미가 팍팍 생기네요. ㅋㅋ
카메오로 나온다는 명배우도 궁금하고 일본 배우들은 어떤 사람들 나오나 싶고 그렇지만 검색은 참고 일단 한 번 보도록 하겠습니다.
추천 감사합니다!
정말 '웰메이드' '넷플 오리지널' '한국 영화'를 한 문장으로 쓰는 일이 없을 것 같았는데 나름 충격적이었습니다. ㅋㅋ
저는 그냥 정보 간단히 보려고 검색했다가 카메오 누가 나오는지 미리 알고 봤는데 그래도 재밌었지만 아예 모르고 보시는 게 훨씬 더 좋겠죠.
재밌게 보셨군요.. 최고의 한국 영화라는 것에 동의 합니다. 억지가 없는 웃기는 상황, 한국 영화 같지 않은 연출, 캐릭터의 일본적인 과잉 분출 등이 재미있었습니다.
감독 전작 '길복순'만 해도 일부러 센스있게 독특한 유머를 넣으려는 상황이나 대사가 너무 튀었는데 여기서는 너무 자연스러워서 좋았습니다.
허접하긴요. 요점만 딱 잡아서 써주시는 것도 좋은 추천글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솔직히 저도 약간 더 길게 쓸 뿐이지 글들을 비교해보면 다 비슷비슷한 얘기더라구요. ㅠㅠ
봤습니다. 다들 재밌게 잘 하는 가운데 특히 류승범의 순발력은 익히 아는 연기지만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후반에 그 명배우 님 장면에서 제일 많이 웃었네요. 일본관리들이 여긴 언어소통에 문제가 없다니까라며 히히 웃는 장면 비롯해서 대사도 잘 썼더라고요.
코미디 영화이면서 시대도 섞어 버무려서 챙길 거 다 챙기고 즐겁게 봤습니다.
젊은 시절 '부당거래'에서 보여준 그런 스타일의 연기를 오랜만에 봐서 반갑기도 하고 참 효과적으로 활용됐어요. 명배우님은 역시나 이름값 하셨구요. 류승범 캐릭터가 너네는 아직도 왕을 모시니 어쩌니 하다가 이건 통역하지 마 그런 것들도 너무 웃겼죠.
너무 즐겁게 보고 실화를 더 검색해서 알아보다가 홍경이 연기한 실제인물이 이후 어떻게 됐나 등의 후일담은 참 씁쓸하더군요.
솔직히 별 기대가 없었는데, 분명히 생각보다 잘 나오긴 했다~라는 느낌이었습니다. 현실 사건을 모티브로 한 것치고는 꽤 재미있는 각색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종종 빨리 치고 넘어갈 부분에서 살짝 질질 끈다거나, 지나친 반복이 외려 웃음의 맥을 끊는 기분도 좀 들었지만, 내용적으로는 꽤 괜찮은 블랙코메디 아니었나 싶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보고 싶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ㅎㅎㅎ 개인적 의문인데 모 일본 만화 인용 부분은 과연 돈이 얼마나 들어갔을까 궁금하긴 하더군요 ㅎㅎㅎ :DAIN_
확실히 비슷한 상황 개그를 세절 뇌절하는 부분이 많았죠. 그래서 상영시간이 너무 길어진 것도 같구요. 그런데 그 개그들 타율이 너무 높아서 그냥 웃으면서 재밌게 봤습니다. ㅋㅋ
그정도 언급으로도 저작권료를 많이 지불해야 하는 건지 그 분야를 잘 몰라서;;; 뭐 일본 유명배우들까지 대거 기용하는 걸 보면 넷플에서 지원은 빵빵하게 받은 것 같습니다. 변성현이 극장흥행 성적은 약한데 그래도 그의 특유의 일정 수의 덕후들(?)에게 먹히는 연출과 관심이 가는 소재, 장르선택력은 나름 인정해줄만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