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 실화 범죄 다큐 '완벽한 이웃'

흑인들이 주로 사는 플로리다 주 교외의 한 작은 동네에 이사온지 얼마 안 된 한 백인 중년 여성 수잔이 주민들과 수시로 트러블을 겪습니다. 수잔이 주장하는 바에 의하면 동네 아이들(주로 흑인들)이 자신의 사유지에 시도 때도 없이 침범하여 시끄럽게 굴고 위협하고 한다는데 수잔을 제외한 모든 다른 주민들은 아이들은 거기까지 들어간 적이 없고 그냥 동네 공공구역에서 애들답게 뛰어노는 것 뿐이라고 합니다.
일주일에 2~3회, 간혹 더 자주 경찰에 신고를 해대는 바람에 해당관할 경찰서에서도 이미 유명하고 동네 아이들은 미국에서 진상, 컴플레인녀를 뜻하는 '카렌' 아줌마라고 부르고 있으며 어쨌든 수잔의 주장대로 사유지 침범을 당했다는 확실한 물증이 없는 상태에서 서로간의 악감정과 긴장감만 팽팽하게 이어지다가 결국 어느날 큰 일이 터지고 맙니다.
영화 상영시간 거의 대부분이 초기 신고부터 사건이 터지기까지 약 2년동안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들의 보디캠 촬영분을 편집한 영상들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일종의 파운드 푸티지물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드는 다큐입니다. 처음에는 그냥 한 진상 주민 때문에 고달픈 동네 경찰관들의 일상을 소소하게 지켜보게 되지만 점점 고조되는 텐션에 이어 오프닝에서 맛보기로 보여줬던 사건이 터진 당일의 현장 영상을 보면 무섭기도 하고 제 가슴이 확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이런 장르에서 흔히 쓰이는 나레이션이나 관계자들 인터뷰 등이 쓰이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양산형 실화 범죄물들에 비해 신선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첫 문단에서 강조한 부분에서 짐작하셨겠지만 대놓고 "인종 문제다!"라고 영화에서 말하지는 않는데 수잔의 심리/행동 동기와 이후 경찰들의 대응 등에서 역시 미국의 거의 모든 사회 이슈들은 이걸 떼어놓고 설명할 수가 없겠구나 싶구요. 우리나라도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에서 발생하는 층간소음이나 기타 여러문제들로 이웃들간의 폭력, 유혈사태가 벌어지는 건 흔하지만 역시 개인이 총기소유가 가능한 나라에서는 얼마나 더 스케일이 커질 수 있는지도 새삼 느낍니다. 단순한 자기방어, 정당방위보다 조금 더 묘한 개념인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라는 법에 대해서도 배웠어요.
사건이 터진 중반 이후부터 '이렇게 되는 게 맞아?' 싶을 정도로 보는 사람들 고구마를 좀 먹이는데 그래도 끝까지 보니 다행히 연출자가 다 계획이 있었구나 했습니다. 또 하나의 다이나믹 천조국의 넷플표 웰메이드 실화 다큐가 고프신 분들은 챙겨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어제 올라온 신작인데 변성현 감독의 국내영화 '굿뉴스'도 오리지널 영화로 같이 올라왔는데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편이었던 '길복순'에 비해 호평이 상당히 많아서 오늘은 이걸 볼까 싶네요. 또 설경구가 주연이고 조연진이나 카메오들도 꽤 초호화라고 합니다.
다큐는 안 봤지만 이 글을 읽고 폭발하는 호기심을 이길 수 없어서 구글의 힘을 빌려 버리고야 말았습니다... ㅋㅋㅋ 참으로 전형적인 미국의 인종 차별 총기 사건 같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 정의는 집행된 것 같아 그나마 다행이구요.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 법은 예전에 무슨 영화에서 보고 검색해서 대략은 알고 있습니다. 그 또한 참으로 미국스러운(...) 법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취지는 알겠지만 너무 공격적이잖아요. 실제로 오용 사례도 엄청 나와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는데도 20년 동안 버티고 있는 걸 보면 그 나라 사람들 정서에 제대로 호소하는 법이란 얘기겠죠. 제겐 참으로 가깝고도 먼 나라입니다...
저는 별다른 사전정보 없이 쭉 보면서 중반부에 상당히 똥줄이 탔는데 다행히 찾아보신대로 결과는 그런대로 정의구현이라 안심했습니다.
말씀하신 오용사례와 특히 백인이 흑인을 그걸 이용해서 살해하는 비율이 높아졌다는 통계가 엔딩에서 문구로 나오는데 참... 뭐 이러고 있는 와중에도 학교 총기난사는 꾸준히 일어나는데 여전히 총기규제는 절대 안되는 나라이기도 하고 다이나믹하면서 참 깝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