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d바낭] 성공한 덕후, 완벽한 마무리, '그리드맨 유니버스' 잡담입니다

 - 한국에선 올해 개봉했지만 2023년작이구요. 런닝 타임은 1시간 58분. 스포일러를 신경 쓰지 않고 마구 적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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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멸의 칼날과 체인쏘 맨이 한국 극장가를 장악하는 가운데 같은 해에 개봉하여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 간 바로 그 작품!!!)



 - 90년대 일본 특촬물 '전광초인 그리드맨'이란 게 있었습니다. 이걸 원작 내지는 1편으로 삼아 나온 속편이 2018년작 티비 시리즈 애니메이션 'SSSS 그리드맨'이구요. 또 3년 뒤인 2021년에 그 속편이지만 같은 세계관의 전혀 다른 이야기인 'SSSS 다이나제논'이 나왔죠. 그리고 요 '그리드맨 유니버스'는 이 모두의 속편이자 사실상 다 조금씩 다른 세상 이야기인 전작 세 편을 하나로 묶어서 완전히 마무리해주는, 뭐 그런 작품입니다.


 전에 '그리드맨'과 '다이나제논' 글에도 적었지만 원조에 해당하는 특촬물 '그리드맨'은 사실 몰라도 크게 상관 없습니다. 왜냐면 이 시리즈의 장점 중 하나가 바로 '모르고 봐도 재밌고 알고 보면 훨씬 재밌게' 잘 짜놓은 스토리이기 때문이구요.


 그래서 오리지널은 잊고 그냥 간단히 설명하자면 울트라맨과 같은 거대 초인, 혹은 거대 로봇으로 괴수들의 침공으로부터 자신의 마을(...)을 지키는 고등학생들이 서로 마음을 모아 돕고 배려하며 자신의 우울한 과거와 현재를 극복하고 성장을 이루는 갸륵한 이야기... 라는 게 또 모든 시리즈의 공통 분모이자 핵심이 되겠습니다. 그런 이야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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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그리드맨'이지만 이전 두 시리즈의 주역들이 모두 총출동해서 함께 이야기를 끌고 갑니다. 팬들아, 니들이 좋아하는 건 다 넣어 줄게... 라는 따스한 배려!)



 - 근데 어쨌거나 이 '그리드맨 유니버스'는 'SSSS 그리드맨'과 'SSSS 다이나제논'을 모르고서는 이해가 어려울 수밖에 없어요. 말하자면 마블 영화들 중 '어벤져스'와 살짝 비슷하다고 우겨볼 수 있겠는데요. 아무 것도 모르고 봐도 재미 없는 영화는 아니지만 그래도 보는 내내 '그래서 이게 뭔 소린데 x덕아?' 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는 작품이고. 애시당초 시리즈의 팬들에게 서비스하는 맥락으로 나온 작품이니 그게 단점은 아니지만 어쨌든 그런 작품인 관계로 듀게에 이 글을 길게 적어 봤자 이해할 수 있는 분은 다인님 한 분 뿐일... 뭐 그렇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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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결국 진짜 주인공은 저 빨간 머리 남학생 녀석인 것인데요. 꼭 그래야만 했던 이유가 있고, 그게 또 팬심 저격 포인트이고... 그렇습니다.)



 - 이 작품을 다 보고 나면 참 여러모로 감탄을 하게 되는데요.


 일단 제작진의 끝을 모를 원작에 대한 팬심이 대단합니다. 앞서 말 했듯이 이게 결국 90년대에 나왔다 잊혀진 특정 특촬물 시리즈에 바치는 헌사 같은 것인데요. 그냥 같은 세계관의 다른 이야기를 애니메이션 버전으로 이어갔구나... 라고 생각하며 보다가 이것저것 찾아 보면 놀라운 반전(?)이 있는 것이. 결국 요 제작진이 만든 애니메이션 버전의 이야기들이 다 원작 특촬물의 내용에서 이것저것 따 와서 발전 시키고 이어가고 그런 식이었다는 겁니다. 원작에서 에피소드 하나에 나왔다가 사라진 캐릭터의 사연이 맘에 들었다든가, 원작에서 대충 스쳐가듯 소개됐던 배경, 설정을 가져다가 발전을 시켜서 만든 게 이 시리즈의 뭐뭐였다든가. 다 이런 식이니 이 시리즈를 만드는 것 자체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원작 덕질이 됩니다. ㅋㅋㅋ 근데 그러면서 그걸 또 독립적인 이야기로 따로 설 수 있도록 잘 만들어 놨어요. 능력자 집단이 힘을 모아 덕질을 하면 이런 게 나오는구나... 라고 감탄을 했구요.


 거기에 덧붙여서 어쨌거나 자신들이 창조해낸 두 애니메이션 시리즈에 대한 애정도 인상적이었어요. 그러니까 그 두 편은 서로 독립적인 이야기이면서 각자의 스토리는 모두 깔끔하게 마무리가 되었거든요. 그런데 시리즈가 끝난 후로 팬들이 이러쿵 저러쿵 작품에 대해 이야길 하면서 '근데 이 녀석은 좀 너무 대접이 안 좋지 않아?' 라든가. '아무래도 이 부분은 좀 깔끔하지 못한 것 같은데' 라는 의견을 많이 냈던 부분들... 을 가져다가 더 이상 아쉬울 것 없도록 깔끔하게 맺어 주는 게 이 '그리드맨 유니버스'의 가장 큰 임무이자 존재 의의입니다. ㅋㅋㅋ 그래서 마지막까지 다 보고 나면 정말 까알끔하게 이전 시리즈들에게 작별을 할 수 있는. 뭐 그런 작품이었구요.


 뭣보다 중요한 건, 그러면서도 또 역시 이 '그리드맨 유니버스'에서 벌어지는 사건들, 그에 관련된 스토리는 탄탄하게 빚어져 있다는 거겠죠. 능력자놈들 같으니...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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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가요 프로 앵콜 무대 같은 상황도 당연히 등장해야죠. 전 출연 메카, 모여주세요!!)



 - 하지만 처음에 적었듯이. 어차피 이전 작들을 안 보신 분들에겐 다 못 알아 먹을 이야기가 될 뿐이겠고. 그렇다고 해서 이전 작들을 다 챙겨 보라고 권유를 할 마음까진 없으니까요. ㅋㅋㅋ 작품 소개는 여기까지 하고 요 아래 부터는 이걸 다 본 분들만 이해 가능한 시리즈 관련 뻘잡담입니다. 고로 안 보신 분들은 안 읽으셔도 좋아요. 아니, 그냥 스킵하시는 게 좋습니다. ㅋㅋㅋㅋ



 1. '그리드맨'의 세계는 결국 현실 세계에서 마음의 상처를 입고 히키코모리가 된 여고생의 마음이 만들어낸 세계였었죠. 주인공들도 모두 그 여고생의 창조물이었구요. 그리고 이야기의 마지막에 그 여고생은 주인공들의 노력으로 용기를 내서 그 세계를 떠나 현생을 살게 된다... 는 결말이었는데요. 그렇담 과연 주인공들에게 '미래'라는 건 존재할까요? 본편에서 이미 창조자의 인식 밖에 있는 것, 창조자가 만들지 않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 세계라는 걸 현장 체험 학습 에피소드로 다 보여줬는데요. 이 '유니버스'에서 주인공의 목표처럼 그 안에서 연애질 하는 정도야 충분히 가능하겠습니다만. 얘들이 자신의 '일생'이란 걸 살아갈 방법이 과연... 이렇게 생각하면 그 훈훈한 결말에도 불구하고 참 암담하고 차가운 이야기가 되어 버리는데요. 주제 파악 못하는 npc들의 망상이랄까... ㅋㅋㅋㅋ


 2. '다이나제논'의 세계는 마치 '그리드맨'의 그것과는 다른 것처럼. 그러니까 누군가의 망상이 만들어낸 게 아닌 진짜 세계인 것처럼 그려졌었는데요. 두 세계관을 하나로 통합해 버리니 또 의문이 생깁니다. 이 '유니버스'의 이야기가 그 두 세계를 동등한 레벨의 세상들처럼 취급을 해서 말이죠. 그렇다면 '다이나제논'의 세계도 주인공들이 눈치를 못 챘을 뿐 또 누군가가 만들어 낸 컴퓨터 속의 대체 현실이라는 건지. 아니면 진짜 현실 다이나제논의 아이들이 가짜 세상 그리드맨의 세계로 들어가서 교류를 나누고 오는 이야기라는 건지... 원작의 설정을 생각해 보면 전자가 좀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만 이 부분이 명쾌하게 설명되는 장면 같은 건 없었던 듯 하고. 또 '다이나제논'을 보다 보면 '그리드맨'과 비슷하게 주인공들 사는 세상에 좀 미심쩍은 부분들이 보였거든요.


 3. 이런 의문들과는 별개로 '그리드맨'의 이야기는 나름 좀 찡한 부분이 있었어요. 그러니까 이게 결국 창작자와 그가 만들어낸 창작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라고도 볼 수 있으니까요. 내가 만들어낸 창작물이 어느샌가 스스로 생명력을 갖고 살아간다는 느낌을 받고. 그 창작물에게서 창작자가 오히려 위로를 받으며 세상 살아갈 용기를 얻고. 그러니 내가 이 창작물을 떠나 현생을 살아도 갸들은 자기들끼리 알아서 씩씩하게 잘 살 것 같고.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으면서 힘을 얻고. 뭐 이런 느낌이랄까요. 


 4. 분명히 이 '그리드맨 유니버스'로 인해 두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이야기는 확실하게 닫힌 엔딩을 얻었습니다만. 워낙 튀는 세계관 덕에 여전히 설명되지 않고 빈 구석들이 많기도 하구요. 그러니 언젠가 제작진이 맘 먹으면 또 새로운 이야기가 나올 수 있겠죠. 


 5. 늘 하는 이야기지만 일본 아니메 창작자들의 이 '고등학생'에 대한 집착의 근원은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ㅋㅋㅋ 그 덕택에 일본 만화 & 아니메 속의 고등학교 생활이란 것은 정말 갈고 다듬고 갈고 다듬고를 수만, 수십만 번을 거듭해서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가 되어 버렸다는 느낌이구요. 새롭게 창작에 뛰어들 사람들 입장에선 밤하늘에 별처럼 많은 능력자 선배들이 준비해 준 고퀄 프리셋들을 잔뜩 손에 쥐고서 이리 조합하고 저리 조합하고... 하는 식으로 좀 편하게 창작을 할 수 있게 되지 않았나 싶고. 여러모로 좋은 일이긴 한데 그냥 그 근원이 궁금하더라구요. 사실 이제 닌자나 사무라이 보다도 훨씬 강력한 일본의 문화 상품이란 게 '일본의 고교 생활'일 거라고 생각해서 말입니다. 도대체 왜!!!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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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일본인들 조차도 대부분 본인들은 직접 겪어 보지 못하고 만화로만 봤을 '일본 고교 생활' 장르의 로망... ㅋㅋㅋㅋㅋ)

    • 5. 전통적으로 소년물 즉 중학생이 근간인 로봇 애니에서 고교생이란 설정은 처음부터 이 작품이 세카이물이라는 복선이 아니었을까 하네요.

      • 아하. 설득력이 있습니다! 전혀 생각 못 했던 부분인데 신기하네요. 하하.

    • 보편성이 있는 게 문화상품으로는 지속성이! 십대 시절은 누구나 겪고 고교생활도 대체로들 하잖아요. 중2병의 호르몬 분출이 줄어들며 안정화 되어가는, 그러면서도 청소년의 감성이 폭발하는 시기의 이야기와 감정 묘사는 매력이 있어요. 교복을 입고 단체 생활을 하는데다가 실제로 동호회 활동이 활발한 것도 이유 중 하나일테고요. 연애물이 계속 만들어지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작화도 취향이고 저는 한 번 보고 싶네요. 아아 결말을 직접 보고 싶어요.
      • 정말로 보실 생각이 드신다면 일단 'SSSS 그리드맨'은 티빙에서 추가금 없이 볼 수 있고 유료 vod도 있구요. 'SSSS 다이나제논'은 티비 시리즈를 대폭 압축해서 뭔 얘긴지 간신히만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총집편' 하나만 유료로 서비스 중입니다. 그리고 이 '그리드맨 유니버스'는 극장판이라 딱 한 편인데 역시 유료... ㅋㅋ 일단 혹시 티빙 계정이 있으시다면 'SSSS 그리드맨'만 한 번 시도해 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보다가 아니다 싶으면 바로 포기하시면!! ㅋㅋ

        • 왓챠에 12회차 짜리가 있어서 요걸로 시작해볼까 합니다.
          • 아 맞다. 그리드맨은 왓챠에도 있었죠. ㅋㅋㅋ 기왕 보신다면 재밌게 보시길 기원합니다!! 제발!!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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