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1932)
1922년의 노스페라투도 무섭지 않았고 그 영화 제작 과정을 상상하며 윌렘 데포가 막스 슈렉 연기하는 뱀파이어의 그림자에 여름 대낮에 보고 서늘하다 정도의 인상받고 말았지만 드레이어의 뱀파이어는 보면서 으시시했습니다. 이 으시시함이 노스페라투를 개봉 당시 본 사람들의 기분이었을까요. 저는 발 루튼의 죽음의 섬을 본 사람들이 이렇게 느꼈을 거란 생각을 하며 계속 봤습니다. 그림자만으로도 무섭고 이 꿈결같고 백일몽같은 분위기는 지금 관객들에게 더 먹힐 듯 합니다. 사방이 공포고 죽음이 넘실댑니다.중간에 주인공이 유체 이탈하는 장면은 흡사 마야 데렌의 단편 영화,영혼의 카니발 같기도 했고요. 세월이 흐르고 흘러 관객들에게 익숙한 영상 언어가 된 듯 합니다.
주인공 역을 맡은 남자 배우는 생차 초보 연기자입니다. 원래 유럽 귀족으로 금융 가문 출신으로 영화에 나오고 싶어서 드레이어의 이 영화 자금을 댔습니다. 무성에서 유성 영화로 넘어가는 흔적이 있는 이 영화에 대사는 많지 않아 초짜 아마추어 연기자의 어색함이 크게 튀지는 않습니다. 각본은 우리가 흔히 아는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가 아닌 여자 흡혈귀 카밀라가 실린 단편집에 기초합니다.
기예르모 델 토로가 이 영화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델 토로가 좋아하는 또다른 영화 벌집의 정령 초반의 대화를 떠올렸습니다,"무서운 영화예요?/아름다운 영화야".무섭기도 하고 아름다울 수 있죠.
유튜브에 흥미로워 보이는 옛날 영화들이 많이 있지만 막상 보려면 뭐랄까 상당히 집중력도 필요하고 쉽지 않더군요 그런데 영화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세상이 온 거 같습니다. 어렵게 어렵게 복제 비디오테이프를 구하던 시절은 끝났으니
폴 슈레이더가 현기증을 어렵게 구해 보고 성취감이 느껴졌다고 한 적이 있죠. 마틴 스콜세지가 드 팔마에게 다리오 아르젠토 영화를 보여 주던 시대가 있었죠.
영화관에서 보는 것만 영화로 친다는 사람들이 있긴 한데 바로 그 영화만드는 사람들도 비디오로 dvd로 불법파일로도 봤을 걸요. 에드가 라이트가 유튜브로 옛날 영국 영화들 보면서 그 시대 집들이나 사람들 옷 보고 그런다고 하죠.
영화만이 아니라 축구도 옛날 경기 보면서 전술의 진화를 파악할 수 있는 시대.
맘만 먹으면 수준은 높일 수 있는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