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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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c 헤이즈, 로가티노의 레드 소냐)




레드 Sonya는 로버트 하워드가 쓴 중세 모험물 '독수리 그림자'에 나왔던 캐릭터입니다.
붉은 머리에 한손에 총 한손에 칼을 든 무서운 누님.
달랑 한편의 단편소설에 조연으로 나온 게 다라 인물에 대해 그렇게 자세한 정보는 없습니다. 


마블 코믹스 편집부에 누군가 이 소냐를 코난의 하이보리아 세계에 대입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보냈다고 하고, 그게 그럴듯하다 생각한 코난 담당 작가 로이 토마스는 73년 연초에 '독수리 그림자'를 코난 만화의 에피소드로 각색해 발표합니다.
그렇게해서 레드 Sonja가 탄생합니다.

이 에피소드는 평이 좋아 상도 받았다는 것 같고, 새로 등장한 소냐 캐릭터도 호평을 받았습니다. 소냐의 디자인은 당시에 코난을 그리고 있던 배리 윈저스미스가 했습니다. 이 에피소드와 소냐의 캐릭터는 영화판 코난에서 발레리아 캐릭터에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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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리 윈저스미스, 73년 야만인 코난 24호 표지)


윈저스미스가 처음 소냐를 시각화한 사람이긴 하지만 그 디자인은 이후 마블 코난 사가에는 큰 영향을 주진 못한 것 같습니다.
코난이 원래 성인들을 위한 오락물로 창조되었었다보니, 그당시의 만화검열의 눈치를 봐가며 아동용으로 각색해야만 했던 토마스와 윈저스미스는 스트레스를 좀 받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마블은, 하이틴~군인정도의 연령대를 대상으로 만화잡지를 내서 성공을 거두고 있던 워렌 출판사를 본받아, 좀 더 높은 연령대를 타겟으로 하는 코난 만화 잡지 '코난의 야만검'을 74년 창간하게 되고, 이 창간호에 레드 소냐가 다시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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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발레호, 74년 코난의 야만검 1호 표지)


그사이에 있었던 가장 극적인 변화는 소냐의 복장이었습니다. 윈저스미스가 그린 소냐의 복장은 적당한 선에서 방어구 정도는 갖춰입은 모습이었는데 재등장한 소냐는 지금은 캐릭터의 상징이 된, 비키니 갑옷으로 환복하게 됩니다.
이 비키니를 디자인한 건 스페인 만화가인 에스테반 마로토였습니다. 당시에 유럽은 이미 X등급 성인만화가 활발히 나오고 있던 때라 미국보다 훨씬 과감했고, 마로토가 실용성은 1도 없지만 남성들의 눈길만큼은 확실하게 끄는 복장을 입은 소냐의 일러스트를 그려 마블에 보냈는데, 마블에선 아예 그걸 정식 복장으로 채용한 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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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테반 마로토, 73년 코믹스신에 게재된 핀업. 소냐의 비키니가 처음 등장한 그림이라고 합니다.)


로이 토마스는 다시 등장한 소냐에게 기원담과 배경이야기를 부여했습니다. 침략자들에게 가족을 잃고 강간당해 쓰러져 있던 소냐를 지나가던 여신이 보고 어엿비 여겨 수퍼파워를 부여했다는 설정입니다. 대상연령층이 높아진 만큼, 아동 만화에는 못나올 이야기죠. 지금이라면 성인대상이라도 환영 못받을 이야기일 것 같기도 합니다만....

그렇게해서 소냐는 마블 코난 세계관에 정착해 본가 시리즈에도 준레귤러로 등장하게 되었고 독자명의의 만화책 시리즈도 런칭합니다. 하지만 단독 시리즈는 그렇게 오래 지속되지는 못했고 소냐는 코난 시리즈의 캐릭터로 더 잘 알려지게 됩니다. 코난과는 라이벌이자 동료 사이로 때때로 만나 같이 행동하거나 대적하거나 해왔습니다.



70년대 후반쯤, 코난을 영화로 만들려고 벼르고 있던 제작자 에드 프레스먼은 지루하게 끌고있던 코난의 저작권 분쟁이 해결되어 드디어 영화화가 가능하게 되었을 때 내친김에 레드 소냐와 정복자 컬의 권리도 같이 구입합니다.
코난 영화는 제작도중에 이런저런 난항이 있어서 82년에야 개봉하게 되었고, 성공을 거두긴 했지만, 만들다 지쳤는지 프레스먼은 제작비를 대준 디노 데 라우렌티스의 회사(이하 편의상 DEG)에 일체의 권리를 넘겨버립니다.

DEG는 코난 2편을 만들면서 레드 소냐도 병행합니다. 초기엔 로린 랭던에게 역할을 맡기려 했었답니다. 그치만 랭던은 훈드라(영화로는 처음 나온 여자 바바리안이지만 레드 소냐를 베낀 것 처럼 보이는 캐릭터)를 했기 때문에 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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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www.djuna.kr/xe/board/14353822 )


[코난]에서 여주인공 발레리아역을 했던 샌달 버그만도 소냐 역할 강력후보였는데 캐릭터 고정되는 거 싫다고 본인이 거절했답니다. 사실 버그만도 이미 소냐 역할을 했다고 볼수도 있는게, 발레리아는 원작에도 나오는 캐릭터긴 하지만 이름만 따온 거고, 실제로는 (원작에 나오는 코난애인들중 1순위인) 벨리트와 소냐를 섞어놓은 캐릭터였거든요. 역할상 벨리트 포지션이기는 하지만 캐릭터 조형상으로는 거의 소냐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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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냐를 거절한 버그만은 악당역할을 맡게됩니다.


그밖에 여러 여배우들을 고려해보다가 결국은, 순전히 외모만 보고는 연기경험 없는 모델, 브리짓 닐센을 발탁합니다. 뭐 [코난]도 주요배역들 중 다수가 연기경험 없는 타분야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었으니 함 해볼만하다 싶었겠죠.

그치만 막상 해보니까 뭔가 이건 아니다 싶었었나봐요. 제작진은 소냐의 역할을 축소시켰다고 합니다. 
(랭던이나 버그만이나 여전사 캐릭터로는 검증된 상태고 몸쓰는 것도 잘하는 사람들이었으니까 그분들이 했으면 역할이 줄진 않았을지도...?)

그리고는 역시 아놀드만 믿고 가자...였겠지요. 아놀드는 코난 2편 이후 터미네이터 역할이 대박나면서 더이상 코난에 매달려있을 필요가 없어진 상황이었습니다. 거기다 코난 2편에서 캐릭터를 아주 바보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에 코난 역할에 회의를 느꼈다는데, 그런 아놀드를 회유하기 위해서 제작진은 꼼수를 던집니다.
"이번에는 코난 영화 아니예요. 걍 카메오로 좀 나와줘요."

아놀드는 잠깐 나오는 거라고 생각하고 수락했는데 촬영기간이 잠깐이 아니었답니다. 나중에 영화를 보니 자기 이름이 제일 먼저 나오고, 자기가 찍었던 분량보다 캐릭터 비중이 더 커져있더란.... 그렇게해서 빡친 아놀드는 DEG와 손절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놀드는 칼리도어란 이름으로 출연하는데, 이름만 다르지 누가 봐도 코난입니다. 거기다 사실상의 진주인공... 심지어 영화의 메인타이틀에 깔리는 음악의 제목까지 '칼리도어의 테마'이고(모리코네옹도 아놀드가 주인공인줄 알았는지도....), 제작자의 본국인 이태리를 비롯한 몇몇 유럽국가들에선 아예 아놀드의 캐릭터명이 영화제목이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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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나토 카사로, 85년 레드 소냐 포스터....의 프랑스어판. 제목이 '칼리도르'라고 되어있습니다)



코난의 이름이 왜 바뀐건지에 대해서는... 당시 DEG가 코난의 권리를 갖고 있지 않아서였다고 하는데, 잘 모르겠네요. 그전까지 코난 영화 두편 잘 만들어놓고 그후 속편 찍을 계획까지 있었을텐데 왜 권리가 없어졌다는 건지...
어쨌거나 사람들은 [레드 소냐]를  사실상의 코난 3편 취급을 합니다.

뭐 한 10년쯤 후에 DEG는 또다른 코난 3편 만들려다 제목과 설정을 정복자 컬로 바꿔서 내놓게 되는데, 그렇게해서 어찌어찌 프레스먼이 확보했던 캐릭터를 다 쓰기는 했네요.


감독은 원래 다른 사람이 내정되어 있었다가 하차하고, 코난 2편을 찍었던 리처드 플레이셔가 그대로 이어서 연출했습니다.
소냐의 상징인 비키니는 나오지 못했습니다. 영화의 대상연령층을 높게 잡지 않은 탓도 있고, 당시에는 마블 만화의 소냐도 비키니를 안입던 시절이라고 합니다.

그무렵 PG-13등급이 신설되었기 때문에 그 등급을 받은 아주 초기작들 중 하나입니다. 그덕에 코난 2편보다 살짝 수위가 올라갔습니다만 이번에도 여전히 아동 모험물이란 느낌이 강합니다. 코난 2편이 그래도 흥행엔 성공했으니까 노선을 바꿀 생각을 하진 않았을테고 거기다 소냐는 처음부터 만화 캐릭터였으니까요.

근데 아이들도 어른들도 딱히 환호할만한 영화는 못되었다는 게.... 스토리는 유치하면서도 딱히 재미있지는 않았고 아동 모험물 같으면서도 아동들에게 보여주긴 거시기한 면도 꽤 있었다는... 대상 타겟이 불분명한거죠. 주연 배우들은 누가누가 연기 더 못하나 경연한다는 소리를 들었고... 거기다 코난 2에 이어 이번에도 특수효과나 분장같은 게 후..어중간해서, 영화의 좋은 부분들(엔니오 모리코네의 음악--[훈드라] 음악을 재활용한 거긴 합니다만--이라든가 윌리엄 스타우트의 컨셉 디자인이라든가)이 묻혔습니다.

제목이 레드 소냐인데 소냐가 활약을 전혀 안한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설정상 하이보리아 세계에서 1,2위를 다투는 전투력인데, 영화에선 잔챙이들을 떼거리로 상대할 때 말고는 딱히 싸워서 시원하게 이기는 모습이 안보입니다. 결정적일 때 뭘 하지도 못해서 남한테 도움받는 역할. 도움을 주는 건 물론 칼리도어죠. 그니까, 사실은 (이름만 바꾼) 코난이 주인공인 영화라니까요.

어쨌든 공식적으로 코난은 안나오는 거니까 그게 타격이었던지 아님 2편까지는 참고 봐줬던 관객들이 더는 못봐주겠다고 즐 때린 건지, 흥행에는 대실패. 글고 수십년간 졸작으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뭐 지금은 나름 좋게 보는 사람들도 생겨서 평가가 올라간 것 같기도 하지만...
전 좋아하는 편이예요. 야만인 영화가 워낙 기준이 낮은 바닥이다 보니 [레드 소냐] 정도만 되도 준수한 편이라서...ㅎㅎ






레드 소냐 캐릭터는 마블이 90년대에 코난 만화를 중단한 후에 애매한 처지가 되는데, 이름 철자도 살짝 다른 하워드의 캐릭터를 하이보리아의 여자 바바리안으로 재창조하고 이런저런 배경 설정을 붙인건 로이 토마스라서 사실상 마블 캐릭터이지만 어쨌거나 바탕이 하워드의 소설에 나오는 인물이었기 때문에 마블도 토마스도 자기 거라고 하기가 애매했던 거죠. 85년도 영화의 크레딧에는 실질적 창조주인 로이 토마스의 이름은 빠지고 하워드 원작이라고만 표기하고 있는데 아마도 그때는 마케팅상 이유로 그런 것 같습니다.
결국 레드 소냐만 별도로 담당하는 회사를 만들어 권리 문제를 처리한 것 같고, 21세기에 코난과 소냐는 각각 다른 소속사에서 재데뷰하게 됩니다.
이렇게 소속사가 달라져서 이제는 둘이 같이 나오기 조금 껄끄러운 상태인듯... 

뭐 만약 둘중 하나라도 영화로 성공한다면 스크린에서 다시 만나지 못하란 법은 없겠지만.... 둘 다 최근작/신작 영화가 다 망해서....



여담으로... [레드 소냐]가 최초의 마블 영화라고 합니다. 그런 거 아무도 중요하게 생각 안하겠지만....

    • 샹달 버그만은 밥 포시의 올 댓 재즈에도 댄서로 나오고 블루문 특급에서 브루스 윌리스가 춤추는 장면에도 등장


      https://youtu.be/HXvki5MKPAI?si=3WIrhVaRoa3t7gJZ



      에드 프레스만은 크로우 시리즈도 제작했죠, 이번 리메이크도.


      블루 스틸은 에드 프레스만 외에도 코난 각본가였던 올리버 스톤도 참여
      마이클 잭슨이 80년 대에 마블을 사려고 했답니다

    • 그러고보면 요즘까지도 걍 당연한 클리셰로 받아들여지는 비키니 갑옷 여전사 캐릭터의 원조가 레드 소냐일 확률이 높겠네요.




      사실 레드 소냐라는 캐릭터가 이름도 알리고 인기도 끌었던 요인이 무엇이었는가... 를 생각해 보면 요즘 시국에 이 캐릭터를 각 잡고 부활시키는 건 그 자체로 좀 에러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최근 영화판은 아예 작정하고 새로운 의미를 담아 보려 했다지만 영화 평도 안 좋고 흥행은 궤멸 수준이고 하니 아마 이대로 추억 속으로 흘러가지 않을까 싶구요.

    • 리처드 플레이셔라면 오래전부터 꽤 재미있는 영화를 찍었던 감독인데 영화 보고싶네요.


      스티브 맥퀸을 스타로 만들어주었는데 나중에 뜨고는 촬영 도중에 플레이셔를 해고한 에피소드도 있어요.




      학창 시절  [레드 소냐] 포스터가 벽에 붙어있었는데 보고싶은 생각은 안들더군요.


    • 레드 소냐 영화를 지상파 방영으로 보고 되게 어정쩡한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뒷 사연이 있었군요. ㅋㅋ 원작 캐릭터는 파격적인 야한 의상 때문에 시대의 아이콘으로 남았지만, 역으로 시대가 바뀐 지금은 과거의 산물로 묻히게 될 것 같고요. 그러고보니 요즘 리메이크한 DC 원더우먼은 과거 의상과 비슷한 노출도를 갖고 있는데도 받아들여진 게 조금 신기합니다.




      여담인데, 얼마전 옆나라 트위터에서는 애니메이션 [환몽전기 레다]가 40주년이라면서 관련 트윗들이 돌곤 하더라고요.


      https://x.com/94ragunso11/status/1961053245478154487




      그리 특별하다고 할 내용도 없는 단편 애니메이션이 아직까지도 회자가 되는 이유는 이노마타 무츠미의 미려한 캐릭터 디자인 덕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주인공인 아사기리 요코가 입은 비키니 아머 덕이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원더우먼도 저렇게 야하고 튀는 복장이 아니면 아직까지 살아남지 못했을 것 같고... 과연 저런 요란한 섹스 어필은 과거의 산물로만 남을지 조금 흥미롭습니다.

    • 저는 1년 후에 나온 하워드 더 덕이 최초의 마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레드 소냐는 원작자가 따로 있으니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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