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바낭] 현대 멕시코판 포제션이랄까요. '야생 지대' 잡담입니다
- 2016년작입니다. 런닝 타임은 100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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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장르를 말하자면 SF 호러... 라고 해야겠지만 SF스러운 장면은 별로 없습니다. 이 포스터의 신비로운 공간도 사실은 걍 헛간... ㅋㅋ)
- 쌩뚱맞게 지구로 날아오는 운석 비스무리한 걸 보여주고요. 또 쌩뚱맞게 무슨 헛간 같은 데서 느끼고(?) 있는 젊은 여성을 보여주는데... 뭐가 잘못 되었는지 갑자기 고통스러워하고 어둠 속으로 촉수 같은 것이 샤라락 사라집니다. 잠시 후 어떤 노부부가 그 여성에게 너 이놈 이제 그만 와. 새로운 사람 데려와. 같은 알 수 없는 소릴 하고 그 여성은 피가 좔좔 흐르는 옆구리를 움켜쥐고 오토바이를 몰아 떠나요.
장면이 바뀌면 평범한 서민 가정의 모습이 나오는데 아내와 남편의 사이는 겉보기만 좋고 사실은 소원한 듯 하고. 아내는 그런 상황이 맘에 많이 걸리는 듯 하지만 남편은 태연 씩씩 당당하면서 퇴근 후 바람을 피우는데 그 대상은 젊은 남성이고. 근데 조금 있다 보니 그 남성이 글쎄... 음... 암튼 이런 아침 막장 드라마 같은 상황에 도입부에 나온 촉수 괴물(...)이 도입되면서 너도 망하고 나도 망하고 다 같이 망하는 뭐 그런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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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부를 강렬하게 장식하는 요 미스테리의 여인 베로니카는 사실 주인공이 아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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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주인공이 이 분이신데. 영화 내내 저런 표정 지을 일만 생기는 참으로 팔자 사나운 분이십니다. ㅠㅜ)
- 멕시코산 스릴러/호러라길래 그냥 찜해뒀다가 봤지요. 이렇게 제게 덜 익숙한 나라들 작품들을 볼 때 얻을 수 있는 재미 같은 게 있거든요.
근데 이게... 만만치가 않네요. ㅋㅋ 나쁜 뜻 아니구요. 여러모로 상당히 독한 맛인데 이것저것 다양한 은유들을 잔뜩 넣어 버무려 놓은 것이 산만하지 않고 지루하지도 않고 좋습니다. 대체 저 촉수 괴물은 뭔지, 어쩌라는 건지, 이 캐릭터들은 왜 다 이 모양인지. 특히 도입부의 저 여자애 베로니카라는 녀석은 왜 저러고 다니는 건지... 온통 미스테리 투성이인 영화입니다만. 막막하단 느낌 별로 없이 호기심을 자극하며 끝까지 이야기를 잘 끌어 가구요. 또 영화가 끝날 때 쯤엔 아 대략 이런 이야기구나. 라고 어렵지 않게 정리 가능할 수준이어서 막 불친절하단 느낌도 안 들구요. 잘 만든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 봐야 결국 재미난 장르물이라기 보단 아트하우스 무비 스타일 쪽으로 확 기울어 있는 작품이긴 합니다만. 그런 방향으로 이 정도면 참 재밌는 영화인 걸로...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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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거 아닌 걍 숲 속 오두막집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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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묘... 하게 어둡고 으시시한 분위기와 결합하면 꽤 그럴싸한 풍경이 됩니다.)
- 말하자면 막장 드라마의 형식과 구성을 활용한 현대 멕시코 풍자 영화입니다.
자신과 자식들을 본인들 소유물 취급하는 시어머니, 사실은 게이여서 자신에게 아무 애정이 없는 남편, 어쨌든 자기가 챙겨야 할 똥싸개 어린이들... 에게 포위된 주인공 알레한드라의 깝깝한 사정을 통해서 상당히 종합적인 사회 풍자를 시도해요. 그러니까 아직도 서민들에겐 금과옥조인 멕시코의 '전통 문화'가 여성들에게 어떤 억압과 고통으로 작용하는지를 보여주고. 또 그 안에서 남성들이 가지는 폭력, 억압적 문화를 보여줌과 동시에 게이 남편 캐릭터를 통해 그게 결국 남성들에게도 족쇄이자 고통이라는 걸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요. 그 뒤에 버티고 있는 종교적 압박까지. 예상 외로 내용이 버라이어티(?)해서 그렇지 알아 듣기 쉽고 공감하기 쉽도록 잘 풀어내줘요. 그렇긴 한데...
난감해지는 것이 그 촉수 괴물과 베로니카입니다. ㅋㅋㅋ 남녀를 가리지 않고 이 분을 영접하면 극한의 쾌락을 느끼게 된다. 라는 걸 기본으로 스포일러가 될까지 적지 않을 몇 가지 설정이 더 붙어 있는데요. 저는 처음엔 마약의 비유라고 생각하며 봤죠. 누구든 걸려들면 곧바로 엄청난 쾌락을 느끼고. 거기에 중독되어 일상 생활 망가지고. 결국엔 이거 말고 다른 일들로 얻는 즐거움으론 전혀 만족을 못 하게 되고. 심지어 주변에 전도하러 다니게 되고... ㅋㅋ 게다가 이게 또 멕시코 사회 풍자 영화이니 마약 얘기 들어가는 게 그렇게 무리수도 아니니까요.
근데 계속 보다 보면 아... 마약 얘기가 아닌가? 싶은 전개도 좀 나오거든요. 그래서 뭐가 되었든 쾌락에 탐닉하는 사람들 이야긴가... 하다가. 마약이 맞는데 너무 정확하게 딱 떨어지면 은유의 재미가 없으니까 의도적으로 슬쩍 초점을 흐려 놓은 것인가... 고민을 해봤는데 뭐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애초에 정확하게 딱 맞아 들어가는 정답 같은 게 필요한 건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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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짤만 보면 마치 여성들간의 연대와 유대! 이런 이야기 느낌이지만 사실 베로니카는 걍 '참 좋은 소식' 전하러 다니는 영업사원일 뿐이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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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참 좋은 소식' 영접의 결과는 이런 표정으로...)
- 이야기도 희한하지만 그걸 살려주는 분위기도 아주 다크하고 기괴하며 불쾌한 쪽으로 근사합니다. 글 제목에서 언급한 '포제션' 비슷한 느낌이 자주 드는데 멕시코 버전답게, 그리고 영화 제목과 어울리게 날 것의, 야상의 느낌이 첨가 되어서 더 신비로운 느낌이 들구요. 그놈의 촉수 괴물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클라이막스 즈음의 어떤 장면은 크로넨버그 영화들 생각도 들고 그랬습니다. 각 잡고 따져 보면 크로넨버그식 개념과는 좀 거리가 있는데, 그냥 장면 분위기가요. ㅋㅋ 저로선 당연히(?) 뉘신지 알 수 없는 배우님들 연기도 다 적절했고. 여러모로 잘 만든 영화입니다. 그리고...
좀 야합니다. 하하. 잘 봤지만 어디 가서 잘 봤다고 말하기 아주 살짝 망설여진다!! 라는 느낌으로다가... 게다가 이게 그냥 야한 게 아니라 많이 변태스럽게 야하니까요. 정말 간단히 요약하자면 '외계 촉수 괴물과의 섹스에 중독되는 사람들' 이야기잖아요. ㅋㅋㅋㅋ 뭐 수위가 엄청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누군가와 같이 보실 분이라면 조금 고려를 해두시는 편이 좋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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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남자들끼리! 쏴나이 가는 길!!! 하다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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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문화 때문에 지 인생 말아 먹는 못난 남자의 비극을 다루는 이야기이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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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덕에 한 가족이 참으로 처참하게 망가져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 암튼 재밌게 잘 본 영화였습니다.
초반에 느리게 전개되며 잡히는 '아트 하우스 호러' 분위기만 대략 적응하고 넘기시면 참으로 여러모로 막장이면서 동시에 여러모로 효율적인 사회 풍자 스토리가 전개되구요. 그게 흥미롭기도 하고 찜찜 불쾌하게 으스스하기도 하면서 상당히 미친 듯한 분위기도 있고. 딱히 심심해질 구간 없이 잘 달려주면서 자기 할 말도 다 하는. 그리고 나름 카타르시스 비슷한 것도 적당히 던져 주며 마무리 되는 상당히 잘 뽑힌 풍자극이었어요.
대략 독특하면서 기괴한 분위기의 작품들 즐기는 분들이라면 한 번 보셔도 좋을 거에요. 저는 기대보다 만족스럽게 아주 잘 봤습니다. 끄읕.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이야기가 나름 디테일이 많아서 다는 못 적겠고 대충 거칠게 요약을.
영화가 시작되고 한참이 지나서야 주인공과 주변 사람들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짜 놓았는데요. 거두절미하고 간단히 설명하자면 알레한드라와 앙헬, 이 부부의 이야기입니다. 처음에 적었듯이 알레한드라는 본인도 밖에 나가 일해서 돈 벌면서도 애 둘 키우는 일은 당연한 듯이 본인 독박 업무로 치르며 살고 있는 인생 피곤한 사람이구요. 그 와중에 시어머니는 참으로 자길 사람 대접 안 해주는 가운데 남편놈도 자길 애정 없이 대하니 우울하고 억울합니다. 물론 그래도 그냥 참고 살겠죠.
그리고 그 와중에 그 남편, 이 마을의 진짜 쏴나이!! 앙헬씨는 바람을 피우고 있는데... 그 상대가 파비안, 와이프의 남동생입니다. ㅋㅋㅋ 그러니까 앙헬은 동성애자지만 본인 정체성을 드러낼 엄두도 못 내고 아버지와 어머니, 자기가 살아 온 세상이 가르친대로 터프 가이 가부장으로 살기 위해 결혼도 하고 애도 둘이나 만들었지만 결국엔 본인의 성적 정체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분열된 삶을 살고 있는 거죠.
그러다 앙헬과 파비안이 대판 싸운 후 헤어질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 이때 도입부에서 외계 촉수 괴물(...)에게 부상을 입은 베로니카가 병원에 들렀다가 파비안을 만나요. 자기에게 아주 친절하게 대해주는 파비안에게 호감을 느끼고 대화를 좀 하게 되는데 그러다가 파비안에게 '참 좋은 소식'을 전해주며 꼬드기고. 마침 애인(...)과 헤어진 파비안은 그게 정말 그렇게 좋아? 라며 도입부의 숲속 오두막을 찾아가고. 다음 날 거의 반죽음 상태로 인근 하천에서 발견되고 병원에 실려가지만 코마 상태가 됩니다.
아이고 내 예쁜 동생이 어쩌다가... 하고 슬퍼하던 알레한드라는 동생 집을 정리해 주러 들렀다가 거기에서 자기랑 비슷한 목적으로 나타난 베로니카와 안면을 트게 되는데. 동시에 그 곳에서 동생이 남편과 주고 받은 문자 메시지를 보게 되고. 이런 뭐 같은... 하고 망연자실해 있다가 그 문자를 증거로 남편을 경찰에 신고해 버려요. 배신감 때문일 수도 있고, 정말 남편이 동생을 해쳤을 수도 있겠다 싶었구요. 그래서 앙헬은 직장에서 사방에 쪽을 팔며 경찰서에 끌려나갈 뿐더러 강제로 커밍아웃까지 당하게 되고. 얘네 둘 결혼 망했구나... 싶어서 손주들을 챙기려는 시어머니에게 난생 처음으로 있는 힘껏, 물리력까지 동원해 싸운 후 자식들을 되찾은 알레한드라는 어떻게든 잘 버텨 보려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구요. 그때 새로운 고갱님을 영업해야 했던 베로니카의 꼬심에 넘어가 공포의 숲속 오두막을 향합니다. 그런데...
알레한드라는 아무 문제 없이 천상의 쾌락을 느끼고 돌아왔어요. 그리고는 베로니카처럼 그 촉수 괴물(...)에 탐닉하게 되구요. 아마도 이 괴물이 같은 상대를 오래 만나려 하지 않는 성질이 있는 것인지 완전히 팽 당한 베로니카는 상심해서 마을을 떠납니다. 그리고 길에서 만난 아저씨를 충동적으로 꼬셔서 섹스를 해 보지만 촉수 괴물님께서 주셨던 은혜로운 쾌락에 길들여져서 아무 것도 느끼질 못합니다. 그래도 아저씨에게 자길 좀 붙잡아 달라고. 가만 냅두면 자기는 영 안 좋은 꼴이 될 것 같다고 매달리지만 그 아저씨에게 베로니카는 어쩌다 득템한 원나잇 미녀 이상의 의미는 없었고. 거절 당한 베로니카는 우왕우왕 괴로워하다가... 결국 마을로 되돌아가는 길을 선택해요.
그때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난 앙헬은 자기 부모님 집에 가서 집안 망신 취급을 한참 당하다가는 결국 분노를 참지 못해 아빠의 권총을 거내들고 알레한드라를 찾아가 우린 다시 결합해야 한다며 개 꼬장을 부리고. 아내가 이제 당신 같은 거 필요 없다고 단호하게 나오자 아니 이것이 그새 다른 남자를 만들었나?? 라며 폭력적으로 난리를 치다가... 그만 자기 권총으로 자기 다리를 쏘고 쓰러집니다. ㅋㅋㅋ 그러고선 얼른 병원에 데려가 달라는 앙헬을 트럭 짐칸에 실은 후 알레한드라가 달려간 곳은 당연히 숲속 오두막이구요. 그런데... 집 주인 겸 촉수 괴물 매니저(...) 부부가 잠시 집을 비운 사이에 베로니카가 몰래 들어와 다시 괴물을 만났다가 시체가 되어 있는 걸 발견하는 알레한드라. 안타까워 하며 시신을 치운 후 자기 남편을 촉수 괴물이 있는 헛간에 넣어 버립니다.
장면이 바뀌면 돌아온 집 주인 부부와 함께 시체 두 구를 치우고 있는 알레한드라구요. 일을 마친 후 옷도 안 갈아 입고 여기저기 피가 묻은 차림으로 아이들 데리러 유치원에 갑니다. 사람들이 슬슬 쳐다 보지만 신경도 안 쓰구요. '엄마 옷에 묻은 그거 뭐야?' 라고 아들이 묻자 대답 없이 고개를 드는 알레한드라의 표정이 이 영화가 시작된 이래로 가장 단호하고 멋져 보이네요. 이렇게 엔딩입니다.
부부관계에 뭔가 문제가 있고 촉수괴물이 나온다는 부분에서 확실히 포제션이 연상되네요. 그건 감독님이 개인적으로 이별을 겪은 후 복수심(?)에 불타서 막 만든 거라고 알고 있는데 이건 현대 멕시코에 대한 고발, 비판 등의 성격이군요.
작품에 대한 평가도 괜찮고(관객들 반응은 갈리는 것 같지만) 주연배우님이 호감이 가서 나중에 챙겨보겠습니다. 사진들을 보니 작중에서 고생을 심하게 하시는 것 같아서 보면서 맘이 아플 것 같네요. ㅠㅠ
근데 이게 워낙 당황스럽게 전개가 되다 보니 그렇게 감정 이입이 되진 않아서 오히려 보기 힘들진 않았습니다. ㅋㅋ 본문에도 적었듯이 이야기상으론 별로 비슷하지 않은데, 분위기는 크로넨버그 스타일 바디 호러 느낌이 낭낭해서 그쪽 좋아하시면 더 좋게 보실 수 있을 거에요.
줄랍스키의 [포제션]은 자기 이야기래요!
바람 나서 자기 버리고 떠난 애인인지 아내인지에 대한 분노와 좌절과 복수감을 담아서 마구 써내려간 각본이다... 라고 들었습니다. 역시 예술엔 실연만한 연료가 없죠! ㅋㅋㅋ
요즘 제 '성공'의 기준이 점점 내려가는 느낌이긴 하지만 이 영화는 그래도 정말 재밌게 잘 보긴 했습니다. ㅋㅋ
네 뭐 사실 그냥 야한 느낌으로만 따진다면 '히든 페이스'가 더 야한 영화이긴 하고. 변태스런 느낌 역시 그쪽이 강력하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촉수 괴물과의 무엇무엇이라니 아무래도 같이 볼 사람을 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고 그렇네요.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