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반쯤 졸면서 본 것들 잡담


안녕하세요, 

그냥 반쯤 졸면서 본 것들 잡담입니다.


지난 주말에 건강 검진을 받았는데 헬리코박터 균인가 치료약을 먹어야 한다고 해서 약을 먹기 시작했는데 이게 아주 괴롭네요…

속이 울렁거리고 정신이 몽롱해서 뭘 틀어놔도 집중하기도 힘들고 반쯤 졸면서 1주를 보냈습니다. 

그래서 뭔가 정신 없는 와중에 반쯤 졸면서 이것저것 틀어놨는데 머 대충 기억나는 데로 적어봅니다. 


 - [얼굴 없는 눈]

 1960년 유럽 영화인데 문득 트위터에서 왓챠인가 국내 OTT 들에서 내려간다는 글을 보고 케이블 VOD에서 찾아서 틀어봤습니다.

 어떻게보면 같은 60년작 히치콕의 [싸이코]의 노골적인 정반대 느낌으로 갔는데 내용은 묘하게 미친 박사의 여자 감금 내용이 되어버려서… 현기증이나 가스등 등등에 이런저런 감금물 영화가 떠오르는 전개네요.

  히치콕의 [싸이코]가 별 상관없는 범죄로 도주하는 여자로 시작한다면, 이 [얼굴 없는 눈]은 박사의 조수가 젊은 여자 시체를 강에 던지는 걸로 시작합니다.  

  얼굴 치료를 위해서 어쩌고 하는 식으로 사람을 돕고 싶다는 미친 의사가 있는데, 실험 대상은 그 딸이고 딸은 집에 반쯤 감금되서 나가지고 못하고 항상 얼굴은 눈만 나오는 가면을 쓰고 있고…

 사고를 당한 젊은 여자들을 납치해서 얼굴 피부를 벗기고 딸내미에게 덧 씌우는 식인데…

 어쨌든 당연히 갈등이 일어나고 파국으로 흘러갑니다. 

  묘사나 그런건 분명 옛날 영화 답긴 한데 결말은 나름 여자의 승리.

 막판에 탈출 계획 성공 후 개들을 풀어서 자기를 감금한 의사를 공격하게 하고 어딘가로 떠나듯이 사라지는 여주인공의 결말은 의미가 있었다고 하겠습니다. 



 - 극장판 [마르코] '엄마찾아 3만리' 


  [플란더스의 개] 라던가 [엄마찾아 3만리]라던가 [작은 아씨들] 에다가 [소공녀 세라] 등등 유명한 서양 작품 각색물 전문이던 일본의 '세계명작동화' 시리즈 애니메이션은 국내에 대부분 들어와서 아시는 분도 많을 것입니다. 

  1990년대 후반에 니혼애니메이션의 세계명작동화 시리즈는 사실상 막을 내렸지만, 중간에 어떻게든 다시 시작하기 위해 극장용으로 재편집한 극장판 버전들이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이 중에서 [빨강머리 앤] 극장판 '그린 게이블스로의 길'은 국내에도 소규모 개봉되기도 했었죠. (이것도 VOD나 OTT 등에 있긴 한데, 그냥 원작 1~5화를 압축한거라 신규 추가 삽입곡이 있는 것 빼면 원작 TV애니를 보는게 나을지도요)

  21세기에 들어서 빨강머리 앤의 프리퀄 격인 '안녕 앤' 시리즈가 나오긴 했지만 지금은 다시 끝이 난 상태긴 합니다. 

  일단 하여튼 세계명작동화 시리즈의 재시작을 위해 1999년에 개봉한 '엄마 찾아 3만리'의 리메이크 극장판인데, 작화는 정말로 거의 다 뜯어 고쳤다고 해도 됩니다. 

  국내에선 개봉은 안하고 VOD 직행이었는지 모르겠는데 일단 2022년인가에 케이블 채널에서 방송을 하고 현재 Btv+ 등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일단 오프닝에 어른이 된 마르코가 '그런 일이 있었지' 하고 회상하는 식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시작부분과 초반부분에선 제법 차이가 있습니다. 

  54화인가 1년을 풀로 썼던 원전 TV판의 내용을 100분에 압축하다보니 대충 휙휙 지나가는 기분입니다만, 나이를 먹은 뒤에 다시 보니까 이건 내용이 문제가 아니라 추억보다 더 진한 감정이 일어난달까요…

옛날 봉준호의 [괴물]을 장례보험사 무료 티켓으로 온 노인네들과 보는데 딸내미 잡혀가는 씬에서 할머니들이 "아이고 저걸 어째"하는 합창을 하는 기분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할까요. 


 어쨌든 TV판의 작화를 90년대 후반에 맞춰서 손을 본지라 분명 원전보다 그림은 나은데, 등장인물들의 인상이 조금 변했어요. 

 마르코는 뭔가 불만이 쌓인 듯한 찌푸린 얼굴의 풀빵 순둥이에서 90년대 소년만화 주인공스러워졌고, 피오리나는 묘하게 미간이 좁아져서 옛날보다 안 예뻐보이는데…

  지금 국내에서 볼 수 있는 VOD는 우리말 더빙판 뿐인데 성우는 당연히 옛날 성우가 아니고… 

  주연 성우는 분명 엄청 연기 잘 하시는 분임에도 온갖 힘을 담아 울고불고 하는 모든 열렬한 감정 표현을 넘어서서, 그냥 기억하던 옛날 목소리와 다른 자체로 느낌이 확 달라진 기분이 듭니다.  

  아니 사실 무엇보다 전설급(?)인 그 주제가가… 으음.


 어쨌든 이미 익히 아는 내용임에도 색감이 바뀌고 디테일이 좋아진 작화로 다시 보는 건 나쁘지 않은 체험이긴 했습니다. 

 미치도록 질질짜는 신파극이라고 할 수 있지만 어렸을 때 울고불고 보던 기분과 나이 먹어서 다시 보는 기분이 그리 멀지 않고 여러가지 위화감 조차도 다시 보는 자체로 즐길 수 있었습니다. 


하여튼 생각 난 김에 유투브 링크 하나 가져와 봅니다. 

세계명작극장 in 클래식  (유투브 플레이 리스트) : 정확히는 클래식 소규모 오케스트라라기 보다는 현악 4중주 정도겠지만요…?

맨 앞의 [플란다스의 개]하고 [엄마 찾아 3만리] '초원의 마르코'는 너무 유명하니 다들 쉽게 들으실 수 있을 겁니다. 

다섯번째 빨강머리 앤의 일본판 주제가는 한국판과는 다르지만 분위기는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에고고 이것저것 적을 게 많았던 것 같은데 지금 몽롱한 상태에선 제대로 뭘 적을 수 없을 것 같네요.

오늘은 이 정도로 도망갑니다. 

다들 좋은 주말 밤 되시길…


 :DAIN_

      • 댓글 감사합니다. 얼굴 바꿔치기 하는 이야기는 이후로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도 꾸준히 계속 나왔지만, 그 작품들 앞에 이 영화가 있었다고 생각하면, 한번 볼 가치는 충분하고도 남겠다 싶습니다.  :DAIN_

    • '얼굴 없는 눈'은 이어지는 수많은 비슷한 이야기들의 원조로서도 가치가 있지만 제게는 말씀하신 그 마지막 장면의 느낌 하나만으로도 정말 만족스러운 영화였습니다. 옛날 영화라 묘사가 리얼하진 않아도 되게 칙칙하고 흉악한 이야기인데 그런 시적인 분위기의 마무리라니 의표를 찔린 느낌. 멋졌어요.




      사실 '엄마 찾아 삼만리'는 분명히 보긴 봤는데 제겐 주인공 생김새와 주제가만 뇌리에 박혀 있는 작품입니다. 아마 방영분을 제대로 달리질 못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 전설의 주제가는 뭐... ㅋㅋㅋㅋ 왓챠에 시리즈가 다 올라 있었던 걸 엄두를 못 내고 있었는데 초간단 요약 버전 극장판에다가 DAIN님 설명을 보니 퀄리티도 괜찮은 것 같아 관심이 생기네요. 어디에 올라와 있나 한 번 찾아봐야겠습니다.




      헬리코박터균 얼른 이겨내시길 빌구요! 편안한 밤 보내시길.

      • 댓글 감사합니다. '얼굴 바꾸는 이야기' 계열은 타카하시 루미코의 인어 시리즈에도 비슷한 에피소드가 있었던 걸로 기억하고요, 여기저기서 계속 나온 이야기긴 하네요. 좀 오래되긴 했어도 충분히 볼 가치가 있었다 생각합니다.


        엄마찾아 삼만리 극장판은 일단 반쯤 졸면서 본거라서 별로 정확한 감평은 못되니, 너무 큰 기대는 마시고 ㅎㅎㅎ 왓챠에는 TV시리즈 뿐이고, 극장판 마르코는 티빙하고 라프텔에는 있네요. https://www.tving.com/contents/M000360278 https://laftel.net/item/14507 아이들이 좋아할지 좀 궁금하긴 하네요. ㅎㅎㅎ :DAIN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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