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성 1~3회 [디즈니 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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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플러스의 한국작품 취향은 한마디로 ‘촌스럽다’입니다. 제목부터 고루하고 며칠전 폭로된 미군특수부대의 북한침투작전이 없었으면 소재도 시대착오적이라고 느껴졌을겁니다. 이게 상식적으로는 말도 안되지만 디즈니 플러스 고유의 필터같은게 있는듯 화면 땟깔부터 묘하게 KBS스러움이 있습니다.


정서경 각본 + 김희원 연출이지만 작은 아씨들 생각하면 안됩니다. 심지어 저는 그 작품을 그리 높게 평가하지도 않습니다만….

유머를 빼고 정색하는 빈센조나 사랑의 불시착에 가깝습니다. 남은 건 노골적인 멜로톤이라서 감독의 전작들과 달리 대중적이기엔 호불호가 있을듯합니다.


정치 스릴러 혹은 첩보 액션물로 보이기 위해 그리 노력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이야기 구조상 기본 얼개는 분명 그러한데도 톰 클랜시류의 빠른 화면전환이라든지 막 어려운 용어쓰는 회의라든지 하는 클리셰따위도 없습니다. 이야기 템포도 느리고 묘하게 안정적입니다.


유력한 대권후보가 암살당하는 나름 충격적이면서도 전형적인 스릴러의 오프닝으로 시작하는데 그 후부터는 진행이 기묘합니다. 응당 있어야할 사건의 반작용, 예를 들면 정치권, 미디어의 반응이나 경찰, 국정원같은 수사기관의 개입 혹은 하다못해 죽은 후보의 장례식 장면같은 것도 안나옵니다. 대신 갑자기 재벌가의 상속다툼으로 시작해서 사건뒤에 숨어있는 미국과 현정권의 음모, 정체를 알수없는 미스테리한 경호원 이야기가 되게 헝크러진체로 나열됩니다. 이런 배경설명같은 진행이 3회초반까지 계속되다가 서문주가 대통령이 되기로 결심한 순간 갑자기 이제까지 막혔던 정치드라마가 이제사 시작됩니다. 뭔가 미스테리를 추적해나가는 쾌감따윈 아예 없고 초반 어느 지점에서 대충 음모가 드러나고 이제 남은 비밀은 강동원이 맡은 백산호에게 경호를 의뢰한 사람의 정체 정도입니다. 대권후보가 간첩이라는 부분에선 ’설마 미국스파이라구?‘했던게 민망할 정도입니다.


제일 열받는 부분은 오히려 김희원과 어깨를 나란히한 ‘연출 허명행’입니다. 유머, 코믹 파트를 빼고 그 빈자리를 액션으로 채운건가 싶지만 일단 웃음기를 빼고 나니 액션 파트를 웃으며 볼 수가 없게됩니다. 초반 암살 장면에서 권총 한자루 든 암살자에게 후보가 살해된후 백산호가 그의 팔을 꺾기 전까지 경호팀이 무력화되다못해 아예 접근조차 못합니다. 이유는 당연히 남주가 여주를 구하는 예쁜 장면을 위한 것이겠지만 좀 과합니다. 본격적인 첫 액션씬에선 수사복을 입은 암살자와 백산호가 맨손대결을 하는데 몇컷후에 갑자기 암살자가 옷을 벗고 있고, 던져져서 벽을 부딛히자 세트가 덜렁거리고 난리입니다. 액션연출 자체의 문제인지, 작품 전체에 영향력이 없는건지 모르겠지만 공동연출로 이름을 올린 것 치고는 영 별로입니다.


대통령역의 김해숙과 전지현의 대화장면이 그나마 유일하게 작가의 예민함이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트럼프집권의 미국행정부와 한국 민주당정부가 북한 공습을 작당하는 이 거대한 음모에 맞서 서문주가 처음 하는 액션은 시아버지의 검찰 캐비넷을 이용해 검찰 시동생을 대권후보 경쟁에서 날려버리는 일입니다. 참 소소하고 시의적절하고 거시기하고 그렇습니다.

3회 클라이막스인 서문주의 대권도전 연설장면은 이걸 계속 봐야할지 결정할 초반부의 마지막 거대한 허들입니다. 

아마도 특별출연인 존조의 덕택에 미국 백악관 장면이 그나마 그럴듯해 보이고 북한 지도자역의 엄태구는 아직 대사 한줄 없는데도 제일 눈길이 갑니다.


어차피 진짜 첩보전의 세계란걸 알리 없는 우리가 한국 드라마에 막 엄청난거 바라는거 아니잖아요? 그냥 적어도 프로 용병이면 팔뚝에 애플워치말고 하다못해 가민이나 순토같은거라도 찰 수 있잖아요?

    • 유머를 뺀 사랑의 불시착이라니 그러면 뭐를 기대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글 행간까지 읽은 결과 중심 잡고 이끌어간 구심점이 없었나 좀 파트별로 제각각 움직여서 흐름이 자연스럽지 않았을까요. 작가가 느릿하게 쌓아가는 스타일인 것 같던데 뒤로 가며 나아질지도요. 두 주연 배우의 견인하는 매력은 있었는지 궁금하네요. 

      • 좋게 말해 멜로 드라마톤의 테크노 스릴러이어서 두 요소가 이질적으로 충돌하는듯 느껴지거나 아님 그냥 별로이거나 입니다. 사실 두 사람은 가만히 놔둬도 그림이 된다는걸 누구나 다 알고 제작진도 그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듯 합니다.

    • 뭐,,,,톰 크루즈도 아이패드 들고 작전하러 감..

      • 그럼 밀 스펙 케이스라도 좀…

    • 근데 정말로 그런 느낌 저도 받습니다. 넷플릭스 대비 유독 디즈니 플러스에 올라오는 한국 컨텐츠들이 뭔가 좀 별로랄까. 애매하달까... 그런 게 있어요. ㅋㅋ 괜히 반갑네요.




      검색을 해 보니 작가님이 인터뷰로 '작은 아씨들' 할 땐 연출 김희원이 완전히 자길 위해 맞춰줬으니 보답으로 이번엔 자기가 완전히 김희원에게 맞춘 이야기를 쓰려고 노력했다... 라던데. 그쪽으론 재능이 부족하셨던 건지 아님 김희원씨가 별로 좋지 않은 걸 바랐던 건지(...)




      암튼 한국에서 이런 소재, 장르로 뽑아낸 드라마들 중에 괜찮았던 게 별로 없었던 것 같긴 해요. 갑자기 '아이리스' 생각이 나는군요. 하나도 안 보던 걸 어쩌다 마지막 화만 보게 됐는데 정말 집에서 혼자 깔깔 웃으면서 즐겁게 봤었죠.

      • 김희원은 디즈니플러스의 사운드트랙 시리즈에서도 뭔가 자기 장기를 봉인하고 핸디캡 플레이하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더 젊은 배우들을 기용했지만 ‘구닥다리’라는 촌스런 표현을 안쓸수가 없는 드라마였죠.


        사실 정서경 작가가 최선을 다하든 못하든 테크노 스릴러나 첩보 액션물에 뭐 그리 조예가 깊겠어요? 아마 ‘지리산‘의 김은희 작가나 ‘더 킹: 영원의 군주‘때의 김은숙 작가도 나름 최선을 다 하셨을것 같거든요.


        ‘아이리스’류보다는 화인가 스캔들이나 대물같은 작품들이 먼저 떠올랐습니다만 그게 더 문제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어요.

    • 허명행감독은 넷플로 직행한 콘크리트 유니버스 영화인 황야와 범죄도시 4편을 연출했었죠...과연...첩보 시리즈인 줄 알았는데 기대를 접어야 겠네요.

      • 허명행의 액션 연출은 그 허접한 데몬헌터스에서조차 나쁘지 않았어요. 문제는 모든 마동석 캐릭터가 일률적으로 복싱스타일로 변한거같은 큰 결정이 감독 허명행의 선택이 아닐거라는 것이에요. 이 드라마에서도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액션 코레오를 하지만 그 이상의 연출에 참여를 하고 있는지 걱정과 의문이 여전히 있습니다.

    • 어떤 면에서 세련미가 떨어진다 생각하시는지는 알 듯 합니다. 북극성이 유독 옛스러운 분위기가 있기도 하고요(내용과 상황을 생각하면 제목부터가). 그래도 전 디즈니가 꾸준히 우리나라 드라마 내줘서 좋고 종종 재밌게 봐요. 그 화면톤이나 가끔 어색하고 부족한 듯한 미술이 생경해서 외려 재밌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그래서 뭘 재밌게 봤냐 하면 또 추천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습니다만(이런). 북극성은 재벌 회장도 이미숙, 대통령 후보도 전지현, 대통령도 김해숙인데 모두 똑똑하고 능력 있는 설정인 게 일단 마음에 듭니다. 그리고 존조를 우리나라 작품에서 볼 수 있으니까요. 애초에 첩보물이나 정치물로서의 무엇을 크게 기대하지 않아서 관대하기도 할테고요. 전지현과 강동원이 나온다기에 오 오랜만에 멜로인가! 했거든요.
      • 문주의 연설 마지막은 예전 서울대총학 김보미씨의 연설문 생각도 나서 살짝 찡한 부분도 있었어요. 정치 스릴러로서의 기대를 포기하면 여전히 한국인이면서 또 이방인이기도한 산호와 문주 두사람이 서로가 서로의 길잡이별이 되는 멜로드라마로서 기대하는 면도 없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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