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정뚝떨 모먼트 -1-
집 근처에 7~8년 정도 알던 식당이 있었습니다. 저는 잘 안 먹는 메뉴지만 가족이 좋아해서 가끔 따라가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주방장이 연세가 많이 드시니 이제 못하겠다고 하셔서 폐업한다고 하더라고요.
단골은 아니었지만 이제 힘이 부쳐서 잘 되던 가게도 그만 둔다고 하니까 약간 서글퍼지기도 했습니다.
꽤 오래 봐왔으니 조금 슬프네, 나도 무슨 일이든 계속 하고 싶어도 나중에는 몸이 안 따라줘서 못하겠지......ㅠㅠ 하며 울적해 하기도 했고요.
얼마 후에 새로운 가게가 들어오는지 이전 설치물 등을 뜯어내며 인테리어 공사를 시작하는데
어느 날 지나가다가 가게 앞에 뭔가 커다란 게 놓여 있는 걸 봤는데요,

(대충 이런 상황)
시커먼게 언뜻 보고는 뭔지 짐작이 안되어서 거대 초코 브라우니 모형인가?했을 정도였는데
가까이서 보니 주방 레인지 후드였습니다. 기름때로 뒤덮인- 우엑.
스테인레스 스틸의 은색은 손톱 끝 만치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전체가 흙색이었습니다.
갈색이라고 할 수도 없고 그냥 흙색. 또 다시 우엑.

일 이 주 정도 동안 섭섭해 했던 내 마음 씀이 휘발되는 순간이었습니다. 휘리릭!
신라 시대에는 해골물~ 21세기에는 초코렛 주방 후드~ 이 세상 미련 둘 것 없도다~라는 계시인가 싶었습니다.
며칠 전에 (수술 전)수술실처럼 깨끗한 30년 된 중국집 주방 사진 보고 생각나서 썼습니다.
이제 반년쯤 되어 가는 에어프라이어 내부를 들여다보기 두려운 사람으로서 0.001 정도 이해를 해볼까... 하다가 그래도 남들에게 돈 받고 장사하는 곳이 그러면 안 되지! 하고 정신줄을 부여잡았습니다. ㅋㅋ 초콜렛 후드라니. 정말 안 보고 싶은 아이템이네요. 정 떨어질만 하셨어요. ㅋㅋㅋ
에어컨처럼 주방 후드도 전문 청소 업체가 있는 것 같은데 일 년에 한 번 정도라도 하셨으면 그렇게 숙성한? 후드가 나오지 않았을 거예요.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