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톡식 어벤저]

[톡식 어벤져]를 이야기한다면 이 괴물 어벤져가 무엇을 하는지를 봐야할 것이다. 주인공이 정말 못난이 약골남자로서 다른 이들에게 무시당했던 울분을 풀어야 한다면, 멜빈을 괴롭혔던 보조 일행을 먼저 응징하는 게 맞는 순서다. 영화는 보조 일행에게 쳐죽여도 시원치않을 악당의 혐의를 이미 등록해두었다. 그들은 멜빈을 괴롭히는 것 뿐 아니라 대로변에서 아이들을 뺑소니쳐서 즉사시키는 취미를 가지고 있는 흉악범들이다. 그러나 영화는 멜빈이 보조 일행에게 복수를 하는 사건이 나중에 나온다. 그 전에 멜빈은 경찰을 괴롭히는 악당들을 해치우고, 그 다음에는 타코 가게에 쳐들어온 강도들을 해치운다. 이것은 조금 이상한 일이다. 멜빈이 복수를 하려고만 한다면 그 헬스장에 찾아가 보조일행을 박살내주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들에 대한 응징은 멜빈이 영웅이 된 다음에 이뤄진다. 즉 이 영화에서 멜빈이 톡식 어벤저가 된 것은 복수를 하는 게 아니라 영웅이 되는 것이 먼저이다. 개인적 원한에 대한 복수조차도 영웅으로서 밟아나가야 하는 과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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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 멜빈은 단지 약한 남자가 아니라 '약하고 한심한' 남자였다. 그는 그 짧은 묘사 안에서 별의별 민폐를 다 저지르는 사람이다. 이 영화가 정말 무고한 멜빈을 그리고자 했다면 멜빈이 헬스장 수영장에 밀걸레를 철푸덕 담그며 주변 사람을 경악시키는 그런 묘사를 넣지는 않았을 것이다. 멜빈은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남자다. 영화는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영화는 이 못나고 무시받는 남자가 세상의 인정을 받는 투쟁이다. 그러나 그 투쟁을 '잘생기고 몸좋은 남자'가 되는 방식으로 하는 건 거부한다. 만약 그렇게 갔다가는 가혹한 외모지상주의 아래에서 'jerk'들이 영원히 사랑받을 수 없다고 선언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못생기고 못나도 사랑과 존경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못난이들의 자기긍정이 "부분적"인 이유는 이 영화가 신체로 구현되는 남성성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못생겨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근육질의 커다란 덩치만큼은 도저히 포기할 수 없다. 아니,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멜빈이 자신을 희생해서 얻어낸 결정적 힘일지도 모른다. 여기서 이 영화는 신화적 구조를 띄고 있다. 멜빈이 유독물질 드럼통에 빠진 것은 불의의 사고가 아니라, 그가 신체적 힘을 얻기 위해 자신의 정상적(잘나진 않았었지만) 외모를 제물로 바쳐 소원을 이루는 선택이다. 이후 영화는 멜빈이 힘을 얻어 그 힘을 사용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멜빈은 강한 남자가 되고 싶고, 누군가를 괴롭히는 사람들을 응징해주고 싶어한다. 왜냐하면 강한 남자가 되어 다수의 주목과 인정을 받고 싶기 때문이다. 관객은 멜빈이 원래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 길이 없다. 길을 건너는 할머니를 도와드리고 악당들을 쓸어버리는 이 모든 선행(?)은 그가 톡식 어벤져로 변이한 후에 발견되는 행적이다.


이 영화가 가리키는 남성성은 굉장히 전통적이다. 아이, 여성(할머니), 선량한 시민들에게 친절할 것, 그러나 타인을 괴롭히는 남성들은 가차없이 응징할 것이다. 약자를 보호하고 강자와는 맞선다는 이 클리셰적 구도에서 톡식 어벤져는 괴랄한 폭력을 마구 뽐낸다. 그 와중에도 톡식 어벤져는 총기는 절대 쓰지 않으며 오로지 신체적 괴력으로 악당들과 맞선다. 이 부분에서 톡식 어벤져의 액션은 유아적 순수성마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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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신체에 대한 [톡식 어벤져]의 맹종은 종종 게이혐오로도 번져나간다. 영화는 종종 게이들을 마초적 관점에서 혐오스러운 존재인 것처럼 묘사해놓는다. 경관을 괴롭히는 3인방 중 게이 악당은 치마를 펄럭이며 신경을 분산시키는 방식으로 싸우고 헬스장에서 커플로 보이는 게이는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있다. 그런 점에서 마이너리티의 인정투쟁을 다루는 이 영화의 주제의식은 퇴색되는 부분이 있다. 못생기고 힘없는 이성애자 남자는 사랑받아야하지만 게이 남자들이 혐오를 받아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동시에 이 영화는 어쩔 수 없는 인셀 스토리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원동력은 힘없는 남자가 괴롭힘을 당하는 게 아니라 이성에게 인기가 없고 연애하는 사람들을 시기하는 감정처럼도 보인다. 주인공을 괴롭히는 게 백인 이성애자 "커플"이라는 점, 그리고 주인공이 당한 괴롭힘이 단순한 모멸이 아니라 억지로 짜여진 "연애의 실패"라는 점, 괴물처럼 변모했음에도 아름다운 맹인 여성과의 연애를 성공한다는 점이 그렇다. 영화 후반부 톡식 어벤져가 무고해보이는 할머니를 세탁소 세탁기에 넣고 돌려버리는 장면은 인셀 스토리의 의혹을 더 강하게 만든다. 톡식 어벤져가 하필 폭력충동을 참지 못한 상대가 늙은 여성인 건 과연 우연일까. 그를 톡식 어벤져라고 부르는 이유는 그가 자신의 폭력으로 누군가를 해한다는 그 유독함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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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가장 큰 빌런인 보조 일행을 톡식 어벤져가 응징할 때도 그렇다. 멜빈을 제일 적극적으로 괴롭히고 위협하던 건 이 그룹의 대장격 남성인 보조였다.  멜빈이 공범인 여자들에게 그렇게까지 한을 품을 이유가 없다. 그러나 멜빈이 톡식 어벤져로서 제일 지독하고 끔찍하게 복수하는 건 보조 일행의 여자들이다. 특히 탈의실 의자 아래에서 불쑥 등장하며 쥴리를 위협하는 장면은 상당히 공포스럽다. 평상시에는 그저 '추남' 정도로 그려지던 톡식 어벤져가 이 장면에서만큼은 '몬스터'로 확실하게 관객들을 놀래킨다. 이후 이어지는 추격씬은 완벽한 호러영화의 장면이다. 이 장면에서 멜빈의 약자성은 전혀 대두되지 않는다. 겁에 질려 도망치는 여자를 어둠 속에서 계속 뒤쫓는 슬래서 물의 악역만이 보인다. 물론 이것이 도덕적으로 대단히 실패했다는 것은 아니다. 이 영화의 악취미적인 면모가 여자들에게 복수할 때는 지나칠 정도로 터져나오는 건 영화가 선행으로 숨기는 본심이 흘러나오는 부분이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영화 또한 이를 인지하고 있다. 톡식 어벤져는 자신의 충동을 알고 있으며 이 때문에 마을을 떠날 것을 도모한다.


유독한 남성성으로 종횡무진하는 이 영화는 정치적인 면에서는 의외로 진보적이다. 도시의 악당들을 전부 소탕하고 그를 괴롭힌 보조 일행마저 다 해치운 톡식 어벤져는 시장과 군인들에게 위협받는다. 영화는 이 시장이 얼마나 타락했는지 그를 히틀러에 비유하는 농담씬들을 넣고 마지막에는 수많은 총부리를 톡식 어벤져에게 향한다. 이런 면에서 톡식 어벤져는 공권력과 맞서 싸우는 민주적 투사이기도 하다. 총과 대포 앞에 시민들이 몸을 던져 그를 지키는 장면은 톡식 어벤져가 단지 인기인이 아니라 법을 초월한 민중의 지지를 받는 영웅이 된 것처럼도 보인다. 군인들은 너무 쉽게 이 시민적 투쟁에 감화되어버리고 톡식 어벤져는 시장의 내장을 뜯어내버린다. 사람들은 톡식 어벤져를 둘러싸고 다같이 하하호호 웃는다.


높은 완성도를 위해 다듬은 영화라면 이런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영웅과 괴물, 한계와 도약이 뒤섞인 가운데 모든 현실성은 시궁창에 처박아버리고 이 영화는 괴작답게 욕구를 마음껏 분출한다. 이 뻔뻔함과 자유로움은 B급 영화에서만 맛볼 수 있는 아름다움일 것이다. 한편으로는 남성성에 대한 탐험이라 흥미롭다. 



    • 제가 읽는 책의 내용과도 통하네요? 톡신 어벤저가 외모는 포기해도 근육질 힘만은 포기 못한다는 것이요. 남성에게는 인간으로서 여러 선택지가 있지만 여성에게는 아름다움이라는 선택지만 있다, 어렸을 때의 아름다움이 지나가고 나이들면 남성은 경험에서 나오는 중후함이라는 새로운 매력이 재발견되지만 여성은 어렸을 때와 같은 아름다움만이 요구된다...이런 내용이 있거든요.    

      • 여성에게는 아름다움이란 선택지만 있다... 정말 의미심장한 문장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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