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글리 시스터
어렸을 때 읽은 신데렐라 이야기에는 유리 구두에 발을 맞추기 위해서 이복자매가 자기 발가락을 잘랐다는 부분이 정말 있었습니다.
이게 동화니까 나오는 이야기지 젊은 여자가 멀쩡한 자기 발을 자른다는 건 상상하기 힘든데요. 이 영화에서는 그게 정말 가능한 이야기가 되도록 세계를 만듭니다.
예뻐지려고 얼굴뼈도 부러뜨리고, 건강에 유해한 약을 먹어서라도 날씬해지려고 하는 여자들이 흔한 현대 사회의 현실을 비추었을 때 이게 더 이상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게 된 거죠.
부엌데기가 되었어도 미모는 여전히 빛나는 신데렐라에 비해서 온갖 노력과 희생을 해도 여전히 못난 이복동생의 모습은 정말 안타깝습니다.
이 아가씨들이 세상의 인정을 받고자 원하는 상징인 왕자님이 다른 청년들과 다를 바 없는 허당이라는 걸 감추지 않아서 안타까움은 배가 됩니다.
신체 난도질은 기본이고 피와 토사물이 흐르는 후반부가 좀 힘들긴 했어도 볼 만한 신데렐라 이야기의 새 변주입니다.
케잌과 레이스와 시집이 있는 달콤한 화면 아래 벌레가 기어다니고 시체가 썩어 문드러지는 역한 느낌도 잘 살렸습니다.
모 평론가가 이야기한 것처럼 식후에 바로 보지는 마세요. 속이 불편해 질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생각할 거리가 많은 텍스트더군요. 발 자르는 씬은 좀 보기 힘들었습니다. 주인공이 이게 아플 거라는 걸 알면서도 기어이 감행하는 게 지독했습니다...
진짜로 그렇게 신체를 난도질하면 쇼크로 의식 저하에서 사망에 이를 것 같은데, 미용 성형 때부터 남용한 마약 때문에 이런 판단 상실과 폭력이 가능했다는 암시도 살짝 들어 있는게 적절한 터치였던 것 같습니다. 식칼보다 바늘을 더 무서워하는 저같은 사람은 미용 성형 장면이 더 끔찍했어요;;;;;
북유럽 쪽 영화들이 작정하고 폭력적, 불쾌하게 만들면 정말 헐리웃 탑클래스 고어 영화들 같은 건 귀여워 보일 정도로 압박이 강해지던데요. 이것도 노르웨이 영화라고 하니 어느 정도 예상이 되면서 보기 겁이 나네요. ㅋㅋㅋ 북유럽 사람들 무섭습니다...;;
예고편도 그렇고 마음의 각오를 단단히 하고 봤는데 저도 속이 좀 불편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니 배는 고픈데 밥먹으면서도 좀 찜찜한 기분이었어요.
올리신 글을 보니 보기는 괴로울 듯하지만 내용은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안 그래도 손택의 신간을 시작했는데 나이드는 여자의 외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서 관련 생각을 하게 되네요. 기억해 뒀다 봐야겠습니다. 소개 감사해요.
어려서 읽은 동화 내용들이 돌이켜 생각하면 아주 무섭고 끔찍한 부분들이 있는데, 디즈니 신데렐라 같은 순화된 버전만 보다가 이렇게 오리지널에 가까운 내용을 보니 느낌이 새롭기는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