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비 1.66:1

1953년에 최초의 플랫 와이드스크린 영화인 [쉐인]이 상영되었습니다.
추억의 명작으로 유명한 그 서부영화요.
당시 헐리우드는 TV의 보급 때문에 위기를 맞고 있었고, TV에 대항하기 위해 여러가지 살 궁리를 하고있던 참이었습니다. 그중에 하나가 와이드스크린이었죠.
TV와 극장 스크린의 크기 차이를 강조하기 위해 양옆으로 더 확대한 거였습니다.
파라마운트는 [쉐인]을 상영하기 위해 더 확장된 대형스크린을 설치했고 [쉐인]은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데 성공합니다.

근데, 사실은 사기였습니다. [쉐인]은 애초에 와이드스크린으로 제작된 영화가 아니었어요.
그당시 폭스에서는 시네마스코프를 실험중이었습니다. 폭스보다 먼저 와이드스크린을 선점하기 위해 파라마운트는 와이드로 만들지도 않은 영화를 와이드라고 선전하며 개봉한 거였습니다.

파라마운트가 평범한 스탠더드 화면으로 제작된 영화를 와이드로 만든 비결은 간단했습니다.
잘랐어요.
필름에 4:3으로 찍혀있는 그림의 위아래부분을 버리고는 영사기 조정해서 그림을 확대해 상영한 거였죠. 명백한 사기지만, 이게 먹혔어요. 관객들은 와이드화면(과 더 커진 스크린)을 좋아했습니다. 그 후로 다른 회사들이 너도나도 따라하면서 이 사기술에는 플랫 와이드스크린이라는 이름까지 붙어, 걍 영화제작의 표준기법이 됩니다.

[쉐인]의 화면비율이 1.66:1이었습니다.
필름 한프레임의 종횡비가 1.33:1이고, [쉐인]은 처음부터 와이드를 염두에 두고 촬영된 영화가 아니라서 위아래로 너무 많이 자를 수는 없어 적당히 타협한 게 아마 1.66:1이었던 것 같아요. 영화가 사람들을 크게 클로즈업한 장면이 많지 않아서 그정도 잘라내고도 큰 무리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파라마운트가 그래도 일말의 양심은 있었던지 단순 사기였던 [쉐인] 이후 진짜로 새로운 프로세스인 비스타비전을 개발합니다.(사실은 비스타비전은 영화를 확대해서 상영했더니 화질이 떨어지게 된 거에 대한 보완책이었다고 합니다만...) 비스타비전에서는 화면비율이 1.85:1로 늘어납니다.
[쉐인] 이후 폭스가 선보인 진짜 와이드스크린-시네마스코프 영화 [성의]의 화면비율이 2.55:1이었으니 1.66:1로는 면이 안선다고 생각했나보죠.

비스타비전은 화질보완 프로젝트였는데, 예나 지금이나 화질 더 좋다고 극장에 사람 더 많이 드는 거 아니잖아요. 그래서 영화업자들은 비스타비전이 돈 들어가는 거에 비해 딱히 사람들을 극장으로 오게만드는 효과는 크지 않다고 판단했고, 얼마지나지 않아 사장됩니다.
다만, 1.85:1이라는 비스타비전의 화면비율 만큼은 플랫이 이어받아, (몇번의 개정을 거쳐 2.39:1로 결정된) 스코프와 더불어서 미국 영화의 양대표준이 되었죠.

비스타비전은 오래 전에 영화계에서 사실상 퇴출되었지만 사람들은 1.85:1 화면을 지금도 습관적으로 비스타비전이라고 부릅니다. 마찬가지로 시네마스코프도 영화촬영현장에서 퇴출된지 한참되지만 여전히 2.35(2.39):1 영화를 시네마스코프라고 부르고요. 아마도 플랫, 스코프 보다는 비스타비전, 시네마스코프가 더 폼나서겠죠.

플랫 화면비는 일반적으로 1.85:1이지만 [쉐인]에서 썼던 편법화면인 1.66:1도 꽤 많이 쓰였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유럽영화들이 1.66:1을 즐겨서 썼습니다. 유럽이라고 다 1.66:1을 쓴 건 아니고 스페인이나 이탈리아는 1.85:1 영화가 꽤 많은 것 같은데 뭔가 아트필름으로 분류되는 영화들이 1.66:1이 많은 것 같다는 느낌이네요.
미국의 영향을 심하게 받을 수 밖에 없는 영국은 1.85:1 영화가 많지만 그동네도 뭔가 아트영화 비슷한 분위기 풍기는 건 1.66:1이 많지 않나 싶은 느낌적 느낌...

그니까 대충... 미국이나 한국, 일본등에선 1.85:1이 거의 절대다수지만 그외 국가들에서는 1.66:1과 1.85:1이 혼용되고, 대략적으로 유럽지역에선 1.66:1이 우세했던 것 같습니다.

근데, 디지탈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이유는 모르겠지만, 1.66:1은 표준으로 지정되지 못한 것 같네요. 극장용 디지탈 영화의 표준은 1.85:1하고 2.39:1 두개뿐인 것 같거든요. 이 둘중 하나에 해당하지 않으면(70mm의 2.2:1이라든가) 극장에서 볼때 불편을 감수해야 합니다. 마스킹도 그 둘에만 맞춰져 있어서 1.66:1이나 2.2:1 영화는 마스킹 해도 화면이 조금 비어있는 걸 봐야하죠(요샌 아예 마스킹이란 걸 안해주니까 별 의미는 없지만...)

그렇게 디지탈에서 버림을 받게되면서 이제는 유럽이고 뭐고 1.66:1 영화는 거의 소멸되었고 감독이 "나는 1.66:1로 만들래"하고 작정하고 만드는 경우를 제외하면 그냥 1.85:1로 통일되어 버렸습니다. 그런 소수의 영화들은 마스킹이 안되니 관람시에 약간의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죠.(제일 큰 문제는 키스톤 때문에 찌그러진 화면을 봐야한다는 거...)

그렇게 극장용 영화에서 1.66:1은 거의 사라졌다 싶은데...
홈비디오 쪽에서는 16:9 TV와 DVD 시대가 열리면서 1.66:1이 조금 다른 방향으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DVD는 처음 지정되었을 당시에는 아날로그 1.33:1 TV에 맞춤제작된 매체였습니다.
근데 16:9 TV가 보급되면서 와이드스크린 영화들을 16:9 TV에 맞춰서 아나모픽 처리하면 대폭 정보량을 올릴 수 있다는 꼼수가 개발되서, 그렇게 해서 아나모픽 DVD는 일반 DVD에 비해 화질이 뛰어나다는게 마케팅 포인트가 됩니다.

그러자, 아나모픽 처리가 불가능한 1.33:1인 영상들까지도 아나모픽이라고 광고하면서 팔아먹기 시작했어요. 파라마운트의 [쉐인]이 그랬던 것처럼, 1.33:1에서 위아래를 자르고는 강제로 와이드로 만들어서 아나모픽이라고 팔아먹은 거죠. 너무 많이 자를 수는 없으니까 1.66:1로 잘라서.....


디즈니 같은 경우는 극장용으론 1.85:1로 제작되었던 애니메이션 작품들의 DVD를 거의 다 1.66:1로 냈습니다. 케이스바이케이스이긴 한데 [알라딘]의 경우는 1.66:1인 DVD가 1.85:1인 블루레이보다 양옆으로 더 짧습니다.

TV 표준이 16:9로 완전히 바뀐 뒤에도 1.66:1은 1.33:1인 작품들을 16:9 화면에 맞추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었습니다. 국내에 VOD로 제공되는 디즈니 고전(비와이드) 작품들이 대충 1.66:1에 맞춰서 화면이 잘려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1.33:1을 16:9(1.78:1)에 맞춰서 잘라내는 걸 아주 당연시하고 있어서 1.66:1로 자른건 그나마 손실이 덜한 편이라고 해야할 판이죠.

여담...으로 극장용 DCP와 가정용 HD/UHD는 가로해상도에 차이가 있기땜에 화면비를 제대로 맞추려면 극장용 화면을 살짝 축소해서 가정용으로 재조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1.66:1 영화는 DCP와 가정용 버전의 해상도가 똑같기 때문에 극장에서 상영된 영화를 원본 그대로 가정에서도 볼수있습니다.

    • 화면비를 신경쓰기 전에는 다 그러려니 했는데 신경을 쓰기 시작하니까 엄청 거슬리더라구요. 특히 마스킹 안해줘서 생기는 블랙바 말이죠... 듀나님이 공론화 시킨 이후였던 것 같아요.




      제가 사는 동네에 차타고 금방 갈 수 있는 영화관이 CGV 둘인데 거기서 제대로 스코프 비율로 볼 수 있는 상영관이 딱 하나입니다. '헤어질 결심' 개봉했을 당시인데 하필 그 상영관이 동시기에 '토르: 러브 앤 썬더'로만 배정해놔서 피눈물을 흘리며 블랙바로 봤었더랬죠... 그래서 최신 개봉작들은 제발 1.85:1로 제작됐길 기원하는 지경입니다;;




      넷플릭스 외 스트리밍 시대가 오고나서는 유니비지엄인가 하는 2:1 화면비 작품들도 늘어난 느낌입니다.

      • 전 옛날에는 티비와 극장의 화면비가 다르다는 것도 몰랐어요. 그걸 인식하게 된건 매트릭스 디비디를 보고난 다음부터였습니다. 극장에서 봤을 때보다 화면이 훨씬 더 길어서 깜짝 놀랐었어요. 그시기에는 극장들이 스크린에 영화를 맞춰서 화면을 잘라먹고 상영했었으니까요. 그나마 원본비율은 살리면서 블랙바 생기는 형태로 상영하는 지금이 그때보단 나아진 것 같긴 하지만....

        • 옛날에는 구식 티비로 팬앤스캔한 스코프 영화들도 재밌게 잘만 보고 어떻게 그랬나 싶어요. ㅋㅋ

        • 제가 직장에서 업무용으로 울트라 와이드 모니터를 구입한 후 시험 삼아 틀어 본 게 매트릭스였죠. 그 비율에 딱 맞아서 기분이 좋더라구요. 완전 저렴이 모델이라 화질은 엉망이었지만 그 비율이 꽉 차는 게 기분 좋아서...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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