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치콕바낭] 이제 얼마 안 남았습니다! '누명 쓴 사나이', '나는 비밀을 알고 있다' 잡담입니다

1. 누명 쓴 사나이 (1956년. 1시간 46분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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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았음 '감독 성향을 갖고 농담하는 제목인가?'라고 오해했을 법한 제목이 인상적입니다. ㅋㅋ)



 - 다짜고짜 히치콕 아저씨가 튀어나와서 관객들에게 진지하게 설명합니다. 아, 이건 내가 평소에 만들던 영화들이랑은 좀 다를 거에요. 현실 사건에 바탕을 둔 이야기구요. 하지만 제가 평소에 드렸던 스릴이나 기타 등등은 거의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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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그 영화의 첫 장면이구요. 그래서 이야기 중간의 카메오 출연은 없습니다.)


 그래서 주인공은 '매니'라는 이름의 재즈 연주자입니다. 사랑둥이 남편이자 엄격하면서도 자상한 아빠이고 또 성실한 직업인이죠. 게다가 사고도 어찌나 긍정적인지 아내가 경제 사정으로 푸념을 해도 '난 우리가 정말 운이 좋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해!' 라면서 긍정의 힘을 뿜뿜 뿜어주는 모범과 긍정의 화신이에요.

 그런데 이 양반이 아내 치과 비용 마련하려고 보험 회사에 갔다가 거기 직원들에게 '저번에 왔던 권총 강도다!'라고 신고를 당해요. 갸들도 악의는 없었고 그냥 같은 사람으로 오해를 한 거죠. 그리하야 경찰이 들이 닥치고. 다짜고짜 끌려간 매니는 영문을 알 수 없는 불행 속에서도 어쨌든 난 떳떳하니까... 라는 마음 하나로 버텨 보지만 상황은 점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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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지변처럼 갑작스럽고 영문을 모르겠는데 누구 하나 탓하기도 애매해서 더더욱 억울한 불행에 처한 남자와 그 가족이 겪는 고난을 보여주는 이야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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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거리고 싶어도 좋은 장면이 떠올라서 멈칫. 막 칭찬하려고 하니 또 애매한 부분이 떠올라서 멈칫. 이 짤은 대표적인 '좋은 장면'이었구요.)



 - 원제도 번역제도 참으로 히치콕스럽지 않습니까. ㅋㅋㅋ 거의 의도적으로 드립을 치는 제목처럼 보이는데 실제 영화의 내용도 그런 내용이 맞구요. 하지만 대놓고 이런 제목을 단 요 영화가 사실은 평소의 히치콕(?)과 가장 다른 영화였다는 반전이 있네요. 시작할 때 본인이 직접 튀어나와 친절하게 설명해준 대로 이 영화는 장르물이 아닙니다. 스릴러가 아니고 액션도 모험도 없는. 그냥 궁서체로 진지한 사회물이자 드라마에요. 흥분되거나 짜릿한 순간 같은 것 없이 시작부터 하강을 시작해서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가라앉고 내려앉고 우울해지다가 뚝. 하고 끝나 버리는 이야기이고. 실화에 바탕을 뒀다는 이야기의 성격에 맞게 영상도 지금껏 히치콕이 내놓은 작품들 중 가장 현실적인 느낌을 줍니다.


 이런 분위기를 완벽하게 완성해 주는 게 주연 배우 헨리 폰다입니다. 저는 이 분이 히치콕 영화에 나온 적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요(...) 아마 히치콕도 평소와 다른 이야기를 만들다 보니 평소와 다른 배우를 써야겠다 싶었나 보죠. 그리고 정말로 적절하게 잘 골랐습니다. 연기력 얘기를 떠나 케리 그란트나 제임스 스튜어트가 이 역을 했다면 이런 느낌은 전혀 안 났을 거에요. 진짜 현실 세계의 평범한 사람 느낌을 주면서도 보는 사람의 연민을 마구 끌어내는 연기를 보여주는데, 연기 그 자체로도 좋고 영화랑도 아주 잘 어울리고 정말 완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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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느와르 느낌이 낭낭하긴 하지만 이야기는 그 쪽이 아니고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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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야기(?)입니다. ㅋㅋㅋ)



 - 그래서 뭐랄까... 우리 히 감독님이 평소랑 다르게 이런 걸 시도해도 이만큼 잘 하시는구나! 라는 구경을 할 수 있다는 게 큰 의의가 있어 보이구요.

 하지만 이야기 특성상 영화가 그렇게 '재미있는' 편은 아닙니다. 초반의 보험 회사 방문 장면처럼 본인 특기 살려 스릴 유발해주는 장면도 있고, 마지막의 디졸브 씬처럼 절묘하구나! 하고 감탄하게 만드는 장면도 있고. 그렇긴 하지만 바탕이 되는 실화가 워낙 깝깝한 이야기이고 그걸 최대한 존중하며 살리는 각본인지라 재미는... ㅋㅋ 그리고 마지막까지 보고 나면 살짝 '정말 안타까운 이야기인데... 그래서?'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구요. 오해를 불러 일으킨 그 나쁜 강도놈을 제외하곤 딱히 나쁜 사람도 없는 이야기거든요. 매우 좋게 보긴 했지만, 마지막에 그런 부분 때문에 살짝 애매한 기분이 드는 작품이었습니다. 음.



 + 제작사가 감독에게 졸라서 결말을 좀 바꿨다는 이야기도 보이던데 사실인진 모르겠습니다. 사실이라면 마지막에 뜨는 자막을 추가한 정도려나요? 그 자막에 적힌 내용과 실제 이야기 주인공의 후일담이 다르더라구요. 그리고 현실의 이야기가 훨씬 암울...;




2. 나는 비밀을 알고 있다 (1956년, 2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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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를 직역한 표현이 번역제보다 더 익숙한 느낌인 것인데요...)



 - 잘 나가는 의사 벤자민 맥케나씨와 잘 나갔던 은퇴 가수 조세핀씨는 부부입니다. 귀여운 아들래미도 하나 키우고 있고요. 이렇게 셋이 모로코에서 즐거운 가족 여행을 즐기려고 하는데... 버스에서 마주친 아주 수상한 아저씨 하나가 뭔가 수상한 분위기를 조성해서 긴장을 했는데. 이 양반이 다음 날 시내 한복판에서 등짝에 칼을 꽂고 나타나 벤자민에게 뭔 소린지 모를 유언 같은 걸 남기고 사망합니다. 알고 보니 그 수상한 남자는 정의의 비밀 요원이었고, 진짜 악당들은 다른 사람들이었으며 그들은 주인공 부부의 아들을 유괴한 후 "니네가 들은 얘기 한 마디만 흘리면 니 아들 목숨은 없단다." 라고 협박을 하네요. 그래서 현지 경찰에게 아무 것도 모르는 척 하지만 그래도 아들은 자기들 손으로 구해내겠다는 의지에 불타는 주인공 부부. 수소문을 해서 악당들이 영국으로 돌아갔다는 걸 알아내곤 헐레벌떡 쫓아가서 죽은 남자가 남긴 정말 하찮아 보이는 단서에 의존해 필사의 추적에 나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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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을 스크린 영사로 처리한 장면들이 많아서 사실 배우들이 모로코에 안 갔나? 하고 확인해 보니 가긴 갔더라구요.)



 - 정말 무식한 고백이겠습니다만. '케 세라 세라'가 이 영화 주제가로 만들어진 노래였군요? 원래 있던 노랠 갖다 쓴 것도 아니고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노래였구요. 저는 지금껏 무슨 민요 같은 걸 수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하는 건 줄 알았죠. 심지어 저 '케 세라 세라'가 외국어 잘 못하는 미국 작곡, 작사가가 쓴 제목이라 비문 표현이라는 것도 이제사 알았습니다. ㅋㅋㅋ 수백년 묵은 비슷한 표현이 있긴 한데 그게 '케 세라 세라'는 아니래요.


 암튼 이 노래가 도입부에서 그냥 듣기 좋게, 예쁘게 한 번 흘러나온 후 클라이막스의 액션에서 또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본격 음악 스릴러! 라고 해도 농담은 아닌 것이, 이 영화가 후대에 남긴 게 이 주제가 말고도 하나가 더 있는데 그것도 음악 관련이니까요. 런던의 로열 알버트 홀에서 공연이 진행되는 도중에 암살 시도와 그걸 막으려는 시도가 숨가쁘게 벌어지는 것. 그리고 그 암살 시도가 공연에서 연주되는 곡의 진행에 맞춰 벌어지는 것. 이게 말하자면 1차 클라이막스(?)인 것인데요. 장면 연출 자체도 기가 막히지만 그걸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여기에서 영감을 얻은 수없이 많은 후대 영화들이 줄줄이 떠오릅니다. 여러모로 영화사적 가치가 큰 작품이었네요.



(스포일러가 안 되는 버전의 '케 세라 세라' 장면 클립을 올려 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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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스케일!! 이란 생각이 드는 알버트 홀 장면이었습니다. 그리고 센터의 저 지휘자님은 일종의 카메오지요. 버나드 허먼님이십니다. ㅋㅋㅋ)



 - 그런데... 사실 영화 자체는 좀 많이 느슨한 스릴러입니다. 감독님 능력치와 그간의 실적들을 감안해서 평가한다면 그 중에선 평작 정도라는 느낌.

 '나는 결백하다'와 비슷하게 해외 로케로 볼거리를 쏟아주며 시작하는데 그게 좀 안 좋은 의미로 전형적인 헐리웃 블럭버스터 공식 느낌을 줘요. 별 의미는 없지만 여러분들에게 이국적인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외국까지 가서 촬영했습니다! 라고나 할까요. ㅋㅋ 그리고 '나는 결백하다'의 유럽 풍광만큼 매력적으로 보이지도 않구요. 그쪽 나라 식사 문화 농담이라든가, 스파이가 현지인인 척 하겠답시고 얼굴에 검댕이를 칠하고 나온다거나... 하는 부분들은 좀 난감하기도 했습니다.


 영국으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일이 벌어지는 단계도 역시 좀 느슨합니다. 유능한 배우들이 열심히 연기해서 캐릭터는 살려줍니다만, 주어지는 단서나 그걸 통한 추리 & 추격 과정이 유난히 부실해서 말이죠. 평범한 일반인 부부가 범죄 조직을 뒤쫓는 거야 히치콕 세상에선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라 그것 자체로 태클을 걸 생각은 없지만, 각본이 좀 안이해서 좀 싱겁다는 느낌이 자주 듭니다. 좋은 장면들은 있는데, 그 장면들이 그렇게 잘 엮여 있지는 않다는 생각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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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밥 먹는 장면이야 사실 요즘 기준으로 봐도 문제는 아닌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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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좀 당황했습니......;;)



 - 하지만 다시 한 번, 알버트 홀 장면의 긴장감과 박력이 워낙 강력해서 그동안의 허술함이 대략 잊혀지구요. 또 '케 세라 세라'를 깔고 전개되는 최종 클라이막스 장면도 아이디어도 좋으면서 충분히 잘 연출 되어서 영화가 끝날 때의 소감은 좋았습니다. 그러니까 대체로 낮은 만족도로 쭉 흘러가던 이야기가 막판에 기대 이상으로 크게 한 방 먹이고 곧이어 깔끔하게 마무리 해 버리니 불만족스러웠던 부분을 잊게 만드는 영화랄까요.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야 하고 영화도 끝까지 봐야 하고... ㅋㅋㅋ

 그래서 분명히 투덜거릴 부분이 많았는데도 못 투덜거리게 만드는. 좀 얄미운 작품이었습니다. 잘 보긴 했지만 나중에 다시 볼 생각까진 안 들구요. 그냥 알버트 홀 장면만 몇 번은 유튜브 에디션으로 반복해서 돌려보게 될 것 같고 그렇습니다. 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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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으로 정말 역할에 어울리게 무섭게 생겼지만 생각보다 총은 잘 못 쏘던 킬러 아저씨 짤도 하나.)



 + 괴상한 일이죠. 전 '앰브로즈 채플'이라는 단서가 나오자마자 응 런던에 있는 교회네... 이름 들어 봤는데? 라고 생각했는데 주인공들이 그걸 생각 못하고 헤매는 게 의아했거든요. 근데 영화를 보고 나서 검색해 보니 '앰브로즈 채플'이란 이름의 교회는 존재하지 않아요. 허구의 장소인데, 전 왜 이게 익숙한 거죠... ㅋㅋㅋㅋ



 ++ 히치콕 본인이 영국에서 만들었던 영화의 리메이크라는데, 전 원작은 보지 못했습니다. 어떤 모양일지 궁금한데 쉽게 볼 곳은 없군요.



 +++ 이번 영화의 히치콕 옹은 난이도가 아주 살짝 있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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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을 알고 나면 아니 이렇게 쉬운 걸 내가 왜 몰랐지? 싶게 나오셨어요. ㅋㅋㅋㅋ

    • 잘 읽었습니다. "나는 비밀을 안다"는 저는 히치콕 영화 중 처음으로 TV에서 봤고 비디오로 다시 빌려봤던 영화네요. 콘서트 홀 장면 하나 만으로도 존재감이 큰 영화긴 합니다. DAIN_

      • 워낙 그 장면 하나만(...) 임팩트가 강렬해서 그렇지 그 장면이 워낙 강렬해서 괜찮은. 그런 영화였네요. 하하;

    • 영화야 워낙 유명하니 할 말은 없는데------------"나는 억울한데 나는 비밀을 너무 많이 알고 있어서 나는 누명을 썼고 사실 나는 결백하고..." ??? 제목만 나열해도 감독님 영화 전체 줄거리가 나옵니다만 ㅎㅎ

      • 그래서 결국 현기증을 느끼며 북북서로 향해야 하는 것입니다. ㅋㅋㅋㅋ

    • 저는 케세라세라 노래 부르는 장면이 좀 깬달까 그랬어요.ㅎㅎ 얼마나 우렁차게 불러야 들리겠는가, 계속 반복하니 모임 사람들도 이상하겠다,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히 감독님의 영화 중에는 잘 맞는 퍼즐같은 것도 있고 쉽게 가서 양해하며 봐야하는 것도 있는데 이 영화는 뒤에 케이스였어요.


      마지막 사진 넘 쉬운데요? 유이한 양복쟁이.

      • 맞아요 저도 그것 때문에 피식 웃긴 했습니다. "저 양반은 대체 이 노래를 몇 절까지 부르는 거야? 돌림 노래인가? 그래서 청중들이 저렇게 벙 찐 표정들인가? ㅋㅋㅋ" 하면서요. 장면 연출은 좋았는데 그 부분이... 하하.




        그렇죠? 근데 이상하게 영화를 볼 때는 놓치고 사진 검색하면서 알았어요. 분하다!!!

    • 로이배티님 리뷰를 보고 '앗? 혹시?' 싶어서 찾아보니 미션 임파서블에서 투란도트 공연 중 암살 시도 장면이 이 영화를 오마주한거였군요. 상황이며 연출이며 너무 쫄깃해서 보는 동안 흥분하게 만들었었는데 거장의 오리지널이 있었다니 '그래서 그랬구나...' 생각이 드네요. ㅋㅋ

      영화 자체는 다른 히치콕 영화들에 비해 느슨하다고 하셔서 엄청 끌리진 않는데 그래도 콘서트 장면 때문이라도 언젠가 봐야겠어요. ㅎㅎ
      •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여러모로 히치콕과 연결되는 게 많죠. 1편 감독이 드 팔마에 의 기차 액션도 나오고 2편은 '오명' 각본의 액션 버전인 데다가 3편은 '토끼발' 갖고 맥거핀 놀이 하고 말씀대로 5편은 공연 장면에... ㅋㅋㅋ 




        저는 이번에 다 봤으니 유튜브 편집 버전 어쩌고 드립을 쳐놓았지만 그래도 당연히 영화를 제대로 봐야 그 장면의 느낌도 살아나겠죠. 언젠가 재밌게 보시길 미리 기원합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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