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라스트 오브 어스1 , 잡담입니다.
이 드라마는 조엘로부터 시작해서 엘리로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입니다. 조엘은 장년의 남자이고 엘리는 열네 살 소녀인데 이 표현이 말이 될까? 그러니 이 드라마가 자꾸 뒤통수를 당기는 재미있는 지점이 있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어요.
시리즈가 시작될 때는 조엘 캐릭터 입장에서 보게 됩니다. 1회에 나오는 곰팡이 재난의 시작 지점과 20년 세월이 흘러 도달한 망한 세상에서의 본격적인 이야기 지점에 조엘 가족과 조엘을 두었으니 우리가 그의 입장에서 보게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 인물이 겪은 상실과 그로인해 내면이 붕괴된 채 반쯤 죽은 듯이 살아온 배경이 드라마 시작에서 우리가 가진 정보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엘리의 경우, 조엘이 엘리를 모르는 상태에서 동행하게 된 것과 같이 우리도 얘가 어떤 아이인지 정보가 없는 상태로 대면합니다. 하지만 엘리는 여정의 초반에 곧 자신을 표현합니다. 끝없이 질문하는 아이, 똑부러지고 한 마디도 지지않고 기죽지 않는 아이임을 드러냅니다. 엘리는 망한 세상에서 그 중에서도 한정된 공간에서 또래와 집단 생활을 하며 자라서, 거의 모든 것을 책으로 배웠으므로 인간 관계에서 예의나 상하 관계 같은 것에는 의식이 별로 없어요. 금기나 당위나 관습을 수긍하지 못하고 왜 그래야 하는지 의문을 표합니다. 엘리는 정형화 되어 있지 않고 항상 열려 있으며 새로운 정보를 얻으면 스스로 경중을 따져서 판단합니다. 조엘 입장에서 보자면 '말을 전혀 듣지 않는' 아이입니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그런 건 엘리 사전에 없어요. 조엘은(우리도) 열네 살 여자 아이에 대한 자기 경험을 벗어나는 이러한 엘리가 낯설고 밉살스럽기도 했네요.
이 작품은 에피소드마다 내공 있는 감독들이 맡아서 공을 많이 들였고 그 결과 완성도 있게 만들어졌음을 두루 인정을 받고 있는 거 같습니다. 원작 게임 제작자와 훌륭한 드라마였던 '체르노빌'의 작가가 뭉쳤다는데, 명성이 괜한 것은 아닙니다. '체르노빌'도 제가 본 중에 손꼽는 드라마인데요.
어제는 구독 중인 김혜리 기자의 팟빵 '조용한 생활'에서 이 드라마를 '게임 각색의 희귀한 성공사례'라는 제목으로 다루는 것을 보고 반가웠어요. 인상적인 부분을 강조하며 줄거리를 소개하는 식이었는데 특히 1시즌의 에피소드 3은 극찬을 했습니다. 지금까지 드라마 중 최고 수준이라고 말한 듯해요. 이 3회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결정적으로 이 드라마에 묶어놓은 것 같습니다. 김혜리의 말대로 독립적인 한 편의 드라마로 봐도 무방할 정도의 완결성을 지닙니다. 저의 경우에도 이 에피소드가 마무리되며 린다 론스타드의 'Long Long Time'의 볼륨이 높아질 때 눈물이 흘렀어요. 이후 다른 에피소드에서도 시야는 자주 흐려졌으니...흑흑 이 시리즈 종말액션드라마 아니었던가요.
마음을 끄는 엘리의 특별한 점은 이런 부분입니다.
조엘과 엘리 두 사람의 입장이 갈릴 때 나중에 결과는 엘리의 판단대로 전개되곤 합니다. 이것은 이야기 초장부터 확인이 돼요. 테스의 일이 있고 나서 둘만 남아 여정을 시작하는 산에서의 장면에서 엘리는 슬픔과 알 수 없는 분노로 뚱해 있는 조엘을 상대로 그 감정 상태를 분명히 정리하고 넘어가죠. 똑똑함을 타고 난 듯한 엘리의 지적을 조엘은 꼼짝없이 수용합니다. 이후로도 조엘은 생존전문가로서의 자신의 능력으로 엘리의 보호자 역할에 최선을 다하지만 엘리에게 배우는 듯한 포인트가 나타나곤 합니다. 조엘의 나이 들어가는 신체적 조건도 영향이 있겠지만 그보다는 위에도 썼듯이, 틀에 넣어 사고하지 않는 열린 자세 때문에 엘리가 한 수 위로 보입니다. 조엘 역시 일이 생길 때마다 관성으로 막아서곤 하지만 엘리의 사이즈를 자신과 빗대어 보았지 않았을까요. 에피소드 4, 5회의 두 형제들과 만남에서 보이는 엘리의 친화력, 6회에서 토미와 가는 게 낫다는 조엘에게 '나를 걱정한다면서 무엇이 그리 두려운가'라고 하는 엘리.
엘리는 '어떻게 해야 한다', '어떻게 되어야 한다'라는 식으로 소극적인 목표를 가지고 정형화 시키는 사고를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는 이성적으로 문제 해결을 한다거나 하는 기능적인 영리함을 넘어서 있는 경지로 보입니다. 위태로운 여정 사이에, 불안한 잠에 들기 전에 말장난 개그 책으로 마음을 누그러뜨리는 시전을 하는 것도 어른인 조엘이 아니고 엘리입니다.
엘리는 공감 능력이 뛰어나 약한 것들을 사랑하고, 자신이 마음을 연 대상에 전적으로 헌신하는 기질을 갖고 있어요. 엘리는 똑똑하기만 한 것이 아니고 상상력과 투지가 있네요. 에피소드 8에서 철창을 사이에 둔 빌런과의 대화 장면과(손가락을 부러뜨리고 자신의 이름을 밝히는 엘리), 에피소드 9의 기린을 내려다 보며 조엘과 대화를 주고받는 아래 사진의 장면은 조엘이(우리가) 엘리를 존경할 수밖에 없는 많은 것들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장면이었습니다.
조엘이 엘리에게 갖는 사랑은 자신에게 부족한 것을 가지고 있어서 다른 지대를 보여 주는 인간에 대한 존경이 깃들어 있는 사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마도 조엘에게는 전혀 새로운 사랑의 마음 아니었을까.
이 드라마에서 조엘과 엘리가 갖고 있는 폭력성이 2시즌에서 더 확장되어 나타나는데 저는 이 문제에 대해서는 대가를 치룬다는 정도 이상으로 다룰 능력은 없네요. 그래서 1시즌 중심으로 엘리 예찬만 해 보았어요.

그냥 점점 자신의 죽은 딸과 겹쳐보이면서 정도 들고 하면서 못 이기는 척 따라준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관점에서 해석할수도 있겠네요. 재밌게 읽었습니다.
저도 3화는 그냥 독립적인 중편영화로 쳐줘도 될만큼 완성도가 대단했다고 생각해요. 두 배우의 연기도 참 감동적이었구요. 현지에서는 게이 얘기를 왜 이렇게 비중있게 다뤘느냐고 징징대는 애들이 있었던 모양입니다만... 김혜리 기자님 팟캐는 그냥 필름클럽만 듣고 있는데 '조용한 생활'도 구독해야겠어요.
시즌 2는 한참 흥미진진해질 타이밍에 끝나서 시즌 3까지 한참 기다려야한다는 것이 단점이네요. 시즌 1도 히트했는데 그냥 애비가 주인공인 파트까지 다 찍어놓고 두 파트로 약간의 텀만 두고 공개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시간이 가며 정이 든 것도 있지만 엘리 캐릭터가 독특해서 다른 면이 눈에 들어왔어요.
'체르노빌'도 플래시백이라고 하나요, 시간 순으로 따라가지 않고 여러 에피소드들이 독립적으로 들어가 있었던 기억인데 이 드라마도 그런 기법을 쓰고 있었지요. 체르노빌만큼의 필요성은 없었을지 모르지만 이 드라마에서도 결과적으로는 매우 잘 살린 구성이 아닌가 합니다.
'조용한 생활'은 이제 몇 년째라 장수프로라 할만하네요. 초기에 비해 좀 내용 충실도가 떨어지는 감은 있으나 산책하며 들을 거리로 계속 구독 중이에요.
3화가 뭔가 했더니 그 난리 법석 났던 에피소드로군요. ㅋㅋ 국내 플레이스테이션 커뮤니티를 폭발 시키고 불타는 저주를 받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몇 번 말씀드렸듯이 저는 게임만, 그것도 1편만 했는데요. 적어주신 내용을 보면 확실히 드라마 버전이 게임보다 많은 대사, 소소한 장면들을 갖고 캐릭터들을 더 깊이 파고 발전시킨 게 맞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게임 1편 기준으로 엘리는 그렇게 깊이 같은 걸 따져 볼만한 캐릭터는 아니었거든요. 그냥 입 걸지만 착하고 씩씩한 소녀인데 그 시절 엘렌 페이지의 비주얼을 하고 있었죠. 하하;
사실 중장년 남자가 소녀를 돌보고 동행하는 이야기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구조라 참 많이 울궈먹는다 싶은 생각도 들어요. '레 미제라블'부터 최근 영화들까지 세기 힘들 정도로 많죠. 창작물이 새롭게 느껴지고 재미있게 느껴지는 게 어려운 일이면서도 한편 하늘 아래 새로운 이야기가 없는데 기존에서 이렇게 시대 반영하고 변주하고 고민하니 훌륭한 결과물이 또 나올 수 있구나 생각해 봅니다.
저도 저번에 쓴 적 있는데(아마 로이배티 님 후기 올라올 때까지 이 말 반복하는거 아닌지...) 드라마상 엘리의 비주얼도 저는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벨라 램지 최고!
중장년 남자가 소녀를 구하고 중장년 남자가 젊은 여성과 진심으로 사랑하고... 이런 얘기들이 하도 많아서 듀나님이 투덜거리신 것만 모아도 한 트럭은 되겠죠. ㅋㅋ 그래도 이 이야기에선 나중에 소녀가 남자를 구하기도 하고, 드라마는 그걸 또 더 멋지게 잘 살려주고 그런 듯 해서 다행이구요.
엘리의 외모 얘길 하자면... 게이머들 사이에선 유명한 얘깁니다만, 게임 1편이 나올 당시에 엘렌 페이지가 아주 잘 나가고 있었고 그래서 예고편이 딱 떴을 때 팬들은 좋아했는데, 문제는 배우에게 허락을 안 받고 그냥 매우 닮게 만들어 버렸던 거라서 결국 법적 문제가 우려됐는지 게임 본편이 나올 땐 좀 덜 닮게 얼굴을 고쳐서 나오고 그랬습니다. ㅋㅋ 암튼 이렇다 보니 드라마 제작 소식이 떴을 때 팬들은 난감했었죠. 엘렌 페이지의 비주얼을 원하지만 이미 배우님이 나이도 한참 먹은 데다가 이름과 성별까지 바뀌어 버린 상태라 택도 없었고. 결국 최종 낙점된 벨라 램지는 전혀 닮은 구석이 없어서... ㅋㅋㅋ 그래도 연기력으로 우려 다 잠재우고 호평 받고 있지만 아직도 삐짐이 덜 풀린 게임 팬들은 여기저기서 투덜거리고 있답니다.
게임의 인기와 그에 따른 분란이 엄청났던가 봅니다. 그런데 배우에게 허락없이 외모를 갖다 썼다는 건 문제 같아요.
어제 밤에 대니 보일 감독의 감염으로인한 종말물 '28일 후'(2002)를 보다가 음....엄...했던 장면이 있었습니다. 휴게소에서 한 명이 다른 차 기름을 빼는 동안 다른 인물은 식당 안에 들어가 보고 그러는 장면이었는데 이 구도나 인물들 행동이 라스트 오브 어스의 어떤 장면과 너무 유사해 가지고요. 장르물 내에서 유사한 면이 있는 건 당연하지만 구체적인 디테일이 너무 딱 닮아서 씁쓸했습니다. 게임에서부터 있었던 장면 아닐까, 짐작을 하게 되네요. 만들다 보면 자기 생각인지 다른 작품에서 본 인상적인 장면인지 혼동할 수도 있겠다 싶지만 엘렌 페이지 외모 쓰는 건 경우가 아닌 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