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잡담] 바네사 커비 원우먼쇼 '밤은 늘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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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주연 혼자 다 해먹는 작품인 것을 잘 반영한 포스터



최근 넷플에서 독점공개된 작품입니다. 경제악화, 젠트리피케이션 영향으로 봉급은 그대로인데 물가는 오르고 집세를 감당하지 못해 직업이 있어도 결국 퇴거당해 홈리스 신세가 되는 사람들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는 암울한 라디오 뉴스가 흘러나오는 미국 포틀랜드가 배경이에요.


우리의 주인공 리넷과 그녀의 가족(어머니와 다운증후군을 앓는 오빠)도 곧 그렇게 될 처지입니다. 여기저기 성한 곳이 없는 허름하고 누추한 집이지만 어쨌든 어린시절부터 살아온 보금자리이고 길거리에 나앉을수는 없으니 차라리 당장 무리해서라도 대출을 받아 아예 집을 사기로 합니다.


계약 당일 엄마가 보증금 2만5천불을 가지고와야 성사가 되는데 노쇼를 하더니 한참 뒤에 뜬금없이 새로 뽑은 고급차를 타고 나타납니다. 자기자신을 위해서 돈을 써보고 싶었다나요? 너무 얼척이 없는 와중에도 리넷은 자기가 대신 사정을 해서라도 환불하고 집계약건을 수습하겠다고 나서지만 엄마는 요지부동. 집주인은 여태까지 사정 많이 봐줬다며 내일 아침까지 입금 안하면 계약은 날아간다고 통보합니다. 이미 저녁인데 이제 리넷은 어떻게든 아침까지 2만5천불을 마련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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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티비?



결국 하룻밤 동안 절박한 상황에 놓인 주인공이 갖은 고초를 겪으며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를 다루는 그런 류의 영화입니다. 사프디 형제의 '굿타임' 여성버전이라는 비교가 많은데 여러가지 설정이 비슷하긴 합니다. 그런데 가장 큰 차이가 있다면 '굿타임'에서 로버트 패틴슨의 주인공은 처음부터 노답 비호감 인간이라는 것을 대놓고 드러내서 에휴 저 한심한 놈 어떻게 되나 지켜보자 하게 만드는데 여기서는 리넷의 성격이 딱히 모나지 않아보이고 사정이 워낙 안됐다보니 제발 돈을 마련하길 응원하게 만듭니다. 보다보니 저는 다르덴 형제의 '내일을 위한 시간' 생각이 많이 나더군요.


어쨌든 최저임금 투잡을 뛰는 리넷이 그 큰 돈을 단시간내에 마련하려면 뭔가 옳지않은 방법을 동원해야하는데 여기서부터 범죄/스릴러물이 됩니다. 의도상으로는 보는 사람들에게 오락적인 재미를 줘야하는 부분인데 아쉽게도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이 됐습니다. 리넷이 하룻밤 새에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다양한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 자극적이고 위험한 상황을 연출해내는 과정이 별로 유기적이거나 자연스럽지 못하고 반복적이이며 전개상 편의적인 장치들이 많습니다. 작중에서 리넷이 저지르는 일들의 경중을 생각하면 만약 돈을 마련해서 집을 사게 되더라도 도저히 이 동네에서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은데 알고보니 이러이러한 뒷사정이 있어서 후환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식의 핑계를 억지로 넣어준다던가 말이죠.


간간히 나오는 액션씬들의 연출도 '아니 저 상황에서 저렇게 빠져나올 수 있다고?' 하는 의구심이 드는 상황의 반복이라 감독님이 고민을 좀 더 하셨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감독이 주로 TV 시리즈에서 활동했는데 넷플릭스 '더 크라운' 연출도 했었더군요. 바네사 커비가 거기서 마가렛 공주 역할로 떴으니 아마 커넥션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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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바네사 커비의 팬이라면 챙겨봐서 후회는 안하겠다 싶을 정도로 배우 혼자서 연기 차력쇼하며 이끌어가는 작품입니다. 지난달 개봉했던 '판타스틱 4' 영화에서도 그랬지만 현재 본인의 매력은 물론이고 기량도 한창 물이 오르신 상태가 아닌가 싶어요. 판4는 적당한 호평 속에 그럭저럭 흥행도 순항중인데 '내가 이런 작은 장르물도 스타파워로 캐리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는지 제작자로도 참여한 이 영화는 전문가, 관객에게 모두 혹평을 받으며 목표 절반의 성공만 거두고 묻힐 것 같습니다.


초호화는 아니어도 제법 다채로운 조연진의 얼굴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어느정도 있기는 한데 어디까지나 주연인 커비를 받쳐주는 것이 핵심인지라 너무 오바해서 씬스틸러 연기를 하지는 않도록 잘 조율이 되어있구요. 그래도 인상적이었던 배우를 딱 하나 꼽아보자면 엄마 역할로 나온 제니퍼 제이슨 리 여사님이셨습니다. 그저 그런 하룻밤 사이의 범죄물로 끝날 수 있었던 영화가 그나마 뒷맛이 나쁘지 않았던 것이 엔딩 때문이었는데 여기서 오래 쌓인 내공으로 자연스러운 뉘앙스 연기를 보여주십니다. 우리가 그동안 봐온 영화와 주인공 리넷의 캐릭터를 다시 되돌아보게 만드는 훌륭한 씬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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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바네사 커비가 너무 좋아서 그녀가 나오는 건 뭐든지 챙겨봐야한다는 분들이라면 뭐 이미 보셨을 것 같구요. ㅎㅎ 아니시라면 딱히 추천까진 하지 않겠습니다.

    • 안 그래도 바네사 커비때문에 찜 해놓은 건데 다시금 일깨워주셨으니 봐야겠습니다.

      엄마 사고친 내용 보고 ‘아 이건 또 무슨 강력한 악당이야…’했는데 제이슨 리 여사님ㅋㅋㅋㅋ 이분이 또 복장 터트리는 연기 잘하잖아요ㅋㅋㅋㅋㅋ

      이 영화가 더 잘 되었음 좋았겠지만 어벤져스에도 나온다니 앞으로 더 성공하겠죠. 응원합니다. 바네사 커비!!!
      • 도입부 내용 써놨듯이 여기서는 그냥 당당하게 배째라고 나와서 복장이 터진다기보다 그냥 황당합니다. ㅋㅋㅋㅋㅋㅋ 아 그러고보니 본문에 언급한 '굿타임'에서도 되게 골때리는 역할로 나오셨었죠.




        뭐 어차피 이런 소품 출연작은 호평 받으면 좋지만 망해도 커리어에 크게 타격은 가지 않죠. 혹평하는 리뷰들도 일관되게 커비의 연기만큼은 칭찬하고 있으니까 체면은 건졌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이상한 얘기지만 '한참 뒤에 뜬금없이 새로 뽑은 고급차를 타고 나타납니다. 자기자신을 위해서 돈을 써보고 싶었다나요?' 이 부분을 읽는 순간 영문을 알 수 없게 제니퍼 제이슨 리가 떠올랐습니다. ㅋㅋㅋ 제게 이 분 이미지가 왜 이렇게 남아 있는 걸까요. 근데 이 분이 바네사 커비의 엄마 역할을 하실 연세가 되셨군요... ㅠㅜ




      암튼 배우는 호감이어도 영화 소감을 읽어 보니 저는 안 봐도 될 것 같습니다. 하하.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 저도 바네사 커비의 엄마 연기를 하시기엔 아직 좀 그렇지않나 싶어서 그냥 사고쳐서 일찍 낳은 설정으로 자체적으로 받아들였는데 보고나서 검색해보니 둘이 27살차가 나고 어느새 환갑 넘기셨더군요;;;




        네, 커비의 출연작을 하나도 놓치고 싶지않은 열성팬이 아니라면 굳이 보실 필요까지는 없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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