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치콕바낭] '열차 안의 낯선 자들' 차례입니다

 - 1951년작입니다. 드디어 50년대! 런닝 타임은 1시간 41분이고 스포일러는 그냥 안 적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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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집착남 히치콕 할배님...)



 - 제목 그대로 열차가 출발합니다. 테니스 유망주 가이 해닝스에게 참으로 말 많은 브루노 앤터니라는 남자가 접근해서 미칠 듯한 수다를 떨다가... 결국 가이에 대해 참 열심히 조사하고 의도적으로 접근했다는 게 드러납니다. 그 목적은 교환 살인이구요. 난 쪼잔한 갑부 아빠가 사라지길 바라고 넌 새 애인과의 재혼을 가로막는 와이프가 걸림돌이니 서로 죽여주면 어때? 우린 서로 아무 관계 없는 사이니까 완전 범죄가 가능할 걸? 이라는 제안을 던지지만 가이는 저리가 이 미친 놈아! 를 시전하고 헤어지구요. 하지만 그 날 밤, 그러거나 말거나 가이의 아내를 살해해 버리고선 '자, 이제 너도 우리 아빠 죽여 줘야지?'라고 압박해 오는 미친 자 브루노씨. 과연 우리 훈남 테니스 선수의 앞날은 어찌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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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놓고 무례한 인간에게 맘 약한 주인공이 무르게 대응을 하니 계속해서 치고 들어오는... 그런 느낌으로 단번에 캐릭터 둘을 잘 설명해 주던 도입부였구요.)



 -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데뷔작을 원작으로 삼아 레이먼드 챈들러의 각색으로 뽑혀 나온 각본이라니 대단해 보이지 않습니까? 

 근데 각색 과정에서 이야기가 대폭 변경되었고 클라이막스와 결말도 달라졌어요. 게다가 챈들러가 죽어라 고생해서 써 온 각본을 또 히치콕이 바로 그 자리에서 쏘쿨하게 뜯어 고쳐서 챈들러를 열받게 만들었다니 이 무시무시한 작가 군단에 그렇게 큰 의미는 없어 보이구요. 그냥 히치콕 영화입니다. ㅋㅋㅋ


 뭣보다 난감한 부분은 이게 '교환 살인'을 소재로 삼는 이야기인데 이야기가 그쪽으로 흘러가질 않는다는 겁니다. 역시 히치콕의 선택이겠죠. 관객들이 보면서 주인공이라고 이입하고 응원할 주인공이 필요하니까. 벌어지는 상황 상황마다 자꾸만 대놓고 아주 집요하게 주인공에게 면죄부를 던져 주는데 솔직히 이게 너무 티가 나서 설득력이 사라집니다. ㅋㅋ  뭐 히치콕이야 70년 전 관객들을 기준으로 삼았으니 이게 당연하겠지만, 2025년에 보기엔 좀 그렇단 얘기겠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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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요 주인공의 아내를 표현하는 장면들이 참 대박입니다. 어찌나 얄밉고 재수 없고 끔찍하게 그려냈는지. ㅋㅋ 관객들이 주인공 미워하지 말라는 의도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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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전에도 이런 구도를 써먹다니 역시 센스쟁이 감독님!)



 - 그래도 재미는 확실하게 있습니다. 

 다 뜯어 고쳤다지만 요 '교환 살인'이라는 소재를 갖고 두 남자 간에 긴장감을 자아내는 솜씨는 훌륭하구요.

 원작엔 비슷한 것도 안 나온다는 클라이막스의 그 공포의 회전목마 씬 같은 건 첫 순간엔 황당해서 웃음이 나오지만 계속 보고 있노라면 그래도 히치콕 아저씨답게 연출이 절묘해서 상당한 볼거리가 되구요.


 결정적으로 빌런 캐릭터가 탁월합니다. 아마도 챈들러와 히치콕이 뜯어 고친 후에도 하이스미스가 만들어낸 디테일들이 살아 남은 게 아닌가... 싶은데요. 분명 싸이코에 미친 놈인 건 맞는데 요즘 기준으로 봐도 상당히 개성적이고 입체적인 면모가 이야기에 재미와 긴장감을 만들어 냅니다. 돌아이 스토커인데 어떻게 보면 좀 딱하기도 하고, 거의 동성애 코드로 보일만큼 주인공에게 집착하는 모습이라든가. 자꾸만 예상에서 벗어나는 행동, 대사들을 조금씩 던져 주는데 그게 꽤 흥미롭고 그렇습니다... 만. 이 기막힌 배우님은 뉘시길래 내가 이름도 몰랐는가! 하고 찾아보니 실제로 그때 정신적으로 많이 힘드셨다고. 그리고 이 영화 찍은 후에 상태가 더 안 좋아지고선 의사가 오진을 해서 요절을 하셨다고... 이런. 명복을 빕니다. ㅠㅜ

 

 반면에 주인공 캐릭터는 그냥 그렇습니다. 히치콕 아저씨가 너무 본인 스타일 누명 쓴 남자 스타일로 바꿔 놓았는데 빌런 대비 존재감도 떨어지는 데다가 맡은 배우님이 그렇게 반짝반짝 하시는 것도 아니고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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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해닝스를 향한 브루노의 일편단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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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결국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슬픈 운명인 것이지요.)



 - 그래서 본격 추리물이라든가, 원작 소설의 느낌이 낭낭하게 살아 있는 충실한 각색물이라든가... 그런 쪽으로는 기대하지 마시고요.

 그냥 원작의 흔적 덕에 독특한 맛이 가미된 평소의 히치콕 스릴러입니다만. 그런 평소의 히치콕 스릴러로서 충실하게 잘 만들어졌으니 아쉬울 건 전혀 없었구요.

 오히려 아주 재밌었습니다. 아직은 '의혹의 그림자'가 더 멋진 영화라고 생각하지만 이것도 충분히 훌륭했어요.

 특히나 직전에 '패러다인 부인의 재판'과 '염소좌 아래' 두 편을 보며 느꼈던 난감함이 씻겨 내려가는 상쾌한 기분으로 즐겁게 잘 봤습니다. ㅋㅋㅋ

 그랬습니다!!!




 + 여기 빌런님도 마마 보이 악당인 것인데요. '싸이코'를 만들기 하안참 전부터 이미 감독님은 이런 악역 캐릭터에 꽂혀 있었나 봅니다. 왜죠. 정신분석학 때문에?



 ++ 히감독님은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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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장면에서 등장하시는데... 몇 편의 영화들에서 계속 악기를 들고 등장하시네요. 취미라도 있으셨나...

    • 본문과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이게 뭐...자꾸 등장인물들 발을 비춰준다...남주 둘이 뭐 그런 관계냐...이런 말을 들은 것 같네요 그것도 듀게에서 들은 건가? ㅋㅋ 제목 자체가 <교환 살인>이라는 책이 있고 이 영화 원작보다 나중에 나왔기에 표절 시비는 없었나 찾아보니 이 소재가 그냥 흔하게 쓰였던 모양입니다.

      • 적어도 브루노 쪽에선 주인공에게 그런 의심(?)을 가질만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긴 합니다. 히치콕 영화들에 은근 이런 코드들이 자주 들어가는 듯 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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