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치콕바낭] 히치콕 묶음, '스펠바운드'와 '오명' 잡담입니다

- 어차피 제가 뭘 적어 봐야 딱히 영양가 있는 얘기도 못 나오는데 남은 히치콕 영화가 20편이 넘어서요. 걍 두 편씩 묶어서 떠들기로 했습니다. ㅋㅋㅋ



1. 스펠바운드 (1945, 1시간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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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사랑이다!!! 라는 카피가 참 그 시절스럽고 좋읍니다. ㅋㅋㅋ)



 - 남자 의사들만 바글거리는 한 정신병원에 홀로 절세 미모를 뽐내는 의사 콘스탄스가 있습니다. 오히려 남자들보다 훨씬 학구적이고 이성적, 논리적인 쪽에 매진하는 우리의 멋진 박사님... 의 모습을 흐뭇하게 좀 보고 있노라면 곧 에드워즈라는 새로운 의사가 부임해 와서 순식간에 콘스탄스의 마음을 빼앗고 사랑 밖에 모르는 바보(...)로 만들어요. 그런데 이 잘 생긴 에드워즈 박사님은 대충 봐도 정상이 아니며 조금 더 보면 대놓고 수상한 인간이었고. 어쩌면 살인자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미 사랑의 바보가 된 콘스탄스는 어떻게든 내가 이 인간을 고쳐서 누명을 풀어주겠다며 들고 튀어 버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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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주인공 각자의 영화 속 역할이 참으로 잘 요약된 짤입니다. 펙은 그냥 짐짝이고 주인공은 버그만인데 얘가 하는 일은 펙 돌보는 거...)



 - 그레고리 펙이 나옵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잉그리드 버그만이고 펙이 하는 일은 별로 없어요. ㅋㅋ 보아하니 버그만에게 히치콕과의 첫 작업이 이 영화였던 듯 하고. 이미 나이는 30이 넘었지만 상대적으로 굉장히 뽀송뽀송 앳된 버그만의 미모(+ 역시 젊은 그레고리 펙!)를 구경할 수 있다는 게 나름 큰 의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긴 한데... 솔직히 지금 봐서 막 재미나게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왜냐면 특이하게도 이게 정신분석학을 테마로 잡고 있는 이야기에요. 그래서 배경도 병원이고 주인공도 정신과 의사이고 그런 것인데. 문제는 소재를 다루는 태도입니다. 그러니까 그레고리 펙은 사실 에드워즈가 아닙니다. (초장에 밝혀지니 스포일러는 아니에요) 하지만 에드워즈와 몹시 큰 관련이 있는데 기억상실증으로 그걸 기억 못해요. 대신 이것저것 발작을 일으키게 만드는 키워드가 있고 중반에 설명되는 반복되는 꿈이 있습니다. 그래서 콘스탄스가 그 꿈을 풀이함으로써 미스테리를 해결! 이런 식인데요. 말하자면 명탐정의 추리 과정을 정신분석학에 입각했다... 고 주장하는 꿈풀이로 대체한 미스테리물인 거죠. 당시 관객들이야 정신분석학이 워낙 핫하던 시절이니 '아 정말 이런 건가??' 하고 속으면서 신기한 기분으로 볼 수 있겠지만 요즘 관객의 입장에선 그저 웃음벨일 뿐... ㅋㅋㅋㅋ


 게다가 이야기가 이렇게 되다 보니 실질적인 액션이 거의 없습니다. 눈길을 잡아 끄는 액션은 부족한데 그걸 대신할 추리는 말도 안 되는 사이비 정신분석학이라 웃음이 나오고 또 결국 대부분의 이야기가 의자에 앉아 상담하고 수다 떠는 걸로 채워집니다. 막 재밌게 보기는 어렵겠죠 아무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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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고리 펙은 참 잘 생겼고 억울하고 불쌍한 캐릭터에도 대충 어울리지만 영화 특성상 '속 모를 위협적인 느낌'에는 어울리지 않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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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달리의 작품 구경 쪽이 더 즐겁습니다. ㅋㅋ)



 - 그래도 역시 펙과 버그만은 뽀송뽀송 예쁘고. 중간에 의무적으로 들어가는 도망씬이나 몽유병 펙의 위협 장면 같은 건 히치콕 영화답게 훌륭합니다. (심지어 그레고리 펙이 잠시나마 위험한 남자로 보입니다!) 그리고 살바도르 달리가 디자인했다는 펙의 꿈 장면들은 지금 봐도 꽤 근사해요. 이렇게 부분부분은 괜찮은데 그 총합은 내용상으로 시대에 많이 뒤떨어진 느낌에 전개가 루즈한 면도 있어서 막 추천해드리진 못하겠습니다. ㅋㅋ 

 게다가 크리티컬이... 왓챠의 서비스 퀄리티네요. 화질도 구릴 뿐더러 자막이, 평범한 성적의 고등학생에게 영상 없이 대본만 던져 주고 번역 시킨 듯한 극악의 퀄리티를 자랑합니다. '그녀는 그것을 알지 못할 거에요!' 같은 어색한 직역투에다가 오역이 만발해서 차라리 유튜브에서 영어 자막으로 보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을 정도. 유튜브 에디션 쪽이 화질은 훨씬 좋은데, 불행히도 자막은 다 막혀 있네요. 음...;

 그래서 일단 비추천입니다. 왓챠에 히치콕의 다른 재미난 영화들 많으니 그것 다 보시고 마저 보고 싶으시면 그때 보셔도 무방할 듯 하네요.


 + 그래도 마지막에 최종 빌런을 상대하는 버그만 캐릭터의 당당함은 멋졌어요. 그 전까지 너무 맹목적인 사랑에 미친 자였어서 그렇지(...)


 ++ 히치콕 아저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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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장면에서 엘리베이터에서 담배 피우는 나아쁜 사람으로 나옵니다. ㅋㅋ



2. 오명 (1946,  1시간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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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연속 버그만! 그리고 아래 조그맣게 끼어 들어간 클로드 레인스의 그림이 깜찍합니다. ㅋㅋ)



 - 나치에 협조한 혐의로 할배 하나가 유죄 판결을 받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이 집 딸래미인 알리시아는 재판을 보다 돌아와서 술 먹고 놀며 심란한 마음을 달래는데요. 이때 홀연히 나타난 손님 데블린과 사이 좋게 음주 운전을 하며 즐기는데... 곧 밝혀지지만 데블린의 정체는 정부의 정보 요원이었고. 곧장 본론으로 들어가 알리시아가 아빠의 정체를 이미 알고 있었다는 증거 녹음을 들이대며 새 임무에 협조하라고 협박을 하죠. 그리고 그 새 임무란 아빠랑 동료였던 나치 잔당 세바스찬을 유혹해서 함께 살며 이놈들이 뭘 꾸미고 있는지 일거수 일투족을 보고하라는 참으로 거북스런 것이지만 알리시아 입장에선 선택의 여지가 없을 뿐이고...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그게 아닙니다. 알리시아가 그동안 데블린에게 완전히 반해 버렸고, 데블린도 표현은 안 하지만 사실 같은 마음이라는 거죠. 이걸 도대체 어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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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골적으로 달려드는 버그만과 철벽 치며 정색하고 튕겨내는 그랜트 커플의 관계가 신선했구요.)



 - 원래도 충분히 유명하지만 덤으로 미션 임파서블2 스토리의 원본으로도 유명했던 영화죠. 1편은 지구 1등 히치콕 덕후가 감독을 하고 2편은 히치콕 작품 스토리를 베껴다 튜닝해서 만들고... '알프레드 히치콕에게 바칩니다' 라는 자막이라도 한 번 넣어줬어야 하는 게 아니었나 싶구요. ㅋㅋ


 근데 이 영화와 미션 임파서블2 스토리와의 유사성은 좀 재밌는 점이 있어요. 그러니까 이 '오명'에서 그 스파이/첩보물이란 설정은 좀 훼이크입니다. 히치콕 영화니까 '맥거핀'이라고 불러야 하려나요. 아무튼 이 영화는 엄밀히 말해서 스파이물이 아닙니다. 그냥 3각 관계 멜로죠. ㅋㅋ 그래서 '히치콕 스릴러'라는 장르에서 일반적으로 기대하게 되는 그런 부분들은 별로 (당연히 적당히는 있습니다) 없고 삼각 관계의 꼭지점들을 담당하는 세 인물들의 얽히고설킨 심리와 감정들을 풀어내는 게 메인 요리가 되는, 그런 영화였습니다.

 그래서 '미션 임파서블2'는 혹이 이 영화에 걸쳐져 있는 소재들을 재활용해서 액션 버전으로 탄생 시킨 스토리가 아니었나... 이런 뻘생각을 해 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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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 - 190 - 175. 세 분의 키가 이렇습니다. 고로 레인스에게 키높이가 집중되는데 가끔 그런 트릭을 쓰지 못할 땐 홀로 노골적으로 작아 보여요. 그것도 캐릭터엔 어울립니다만.)



 -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캐릭터는 뜻밖에도 클로드 레인스가 연기한 나치 아저씨 세바스찬입니다. 평소 히치콕 영화에서 자주 보긴 어려운 캐리 그랜트의 차갑고 야멸찬 남자 주인공의 모습도 흥미롭지만, 이 나치 아저씨는 빌런인 주제에 사실상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거든요. 분명히 나쁜 놈이지만 여러가지로 모자라고 짠한 구석을 꾸준히 드러내고, 뭣보다 알리시아를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그래서 일종의 '이룰 수 없는 사랑' 스토리의 비극적인 주인공이 되는데... 이 영화의 마지막 씬을 장식하는 것도 두 커플 놈들이 아니라 이 아저씨이고. 그렇게 모자란 악당인 주제에 마지막엔 인간적이면서도 나름 강렬한 모습을 보여주며 끝나요. 굳이 그렇게 마지막을 장식시킨 건 히치콕 아저씨도 이 캐릭터에 애정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었을까. 하는 뻘생각도 들었구요. 또 '구명 보트'에서 그 정도 캐릭터로 나치 편든다고 욕 먹었던 히치콕이 어떻게 이런 캐릭터로 영화를 만들고도 욕을 안 먹었을꼬... 하는 생각에 당시 미국 사람들 생각이 궁금해지기도 하고. 뭐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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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코'를 연상 시키는 모자 관계도 등장하구요.)



 - 그렇게 삼각 관계 멜로 영화인 와중에도 역시 히치콕은 은근슬쩍, 티를 많이 내지 않고 본인의 장기를 열심히 뽐내 줍니다. 복작거리는 파티 와중에 세 인물의 동선과 시선을 어지럽게 교차 시키며 상황과 심리를 진행 시키는 테크닉이라든가. 마지막 계단 씬에서 발산되는 긴장감이라든가. 아주 어려운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치워 내는 명감독님의 포스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었구요. 히치콕 영화들 중에 흔치 않은 정통파 멜로(?)라는 점에서도 한 번 봐 둘만한 가치는 충분했구요. 다 보고 나니 '미션 임파서블2'를 다시 보고 싶어진다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ㅋㅋㅋ)이 있긴 했습니다만. 어쨌든 재밌게 잘 봤어요. 이 작품은 추천... 하겠습니다만 불행히도 왓챠엔 없습니다. 저는 지니티비 vod로 봤고, 유튜브 에디션(...)의 경우엔 화질도 깨끗하고 자동으로 꽤 훌륭한 영어 자막 생성도 가능하니 영어 되시는 분들은 이쪽으로 보셔도 괜찮을 듯 하네요.



 + 그래서 또 히치콕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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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장에 나타나 시원하게 원샷하고 카메라 밖으로 사라지십니다. 저러고서 곧바로 감독 의자에 앉아 현장 지휘했을 거 생각하면 괜히 웃음이.

    • 요즘 히치콕 영화 리뷰 시리즈 잘 보고 있습니다. 덕분에 지난번에 의혹의 그림자 유튜브에서 잘 봤고요. 이번 영화들은 둘다 유명해서 예전에 보긴 했는데 유튜브에 찾아보니 있어서 또 봐도 좋을 것 같아요. 전 오명을 보고 전에는 그저 잘 생겼다고만 여겼던 잉그리드 버그만이 참 매력적이었구나 느꼈는데 지금 봐도 또 그럴지 모르겠네요.

      • 버그만은 '스펠바운드'에 비해서는 '오명'에서 훨씬 연기력을 보여주고 자연스레 더 매력적으로 나옵니다. 다만 맡은 캐릭터가 전형적인 비련의 여인 캐릭터라서 제 취향엔 스펠바운드의 똑똑이 박사님 쪽이 더 좋긴 했어요. ㅋㅋ

    • [오명]에서 캐리 그랜트틀 계속 게리 쿠퍼라고 쓰셨습니다 ^^;;

      • 하하하. 제가 이유 없이 맨날 이름을 바꿔 부르다 고민하는 커플(?)이 이 두 분입니다만. 최근에 캐리 그랜트 나온 영화를 연달아 보면서도 이렇게 틀려 버리니 할 말이 없군요. ㅋㅋㅋ 감사합니다! 덕택에 수정했어요!!

    • 히치콕은 총 다섯 번 감독상 후보에 올랐는데, [레베카], [싸이코], [이창], 그리고 [라이프보트]에 비하면 [스펠바운드]는 좀 평범한 편이지요. 




      같은 해 나온 빌리 와일더의 [잃어버린 주말]에서처럼 테레민을 두드러지게 쓴 미클로시 로자의 음악은 그에게 첫 오스카를 안겨주었습니다.




      여주인공의 스승으로 나온 마이클 체호프는 본 영화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지요. 다음 해 후보에 오른 [오명]의 클로드 레인즈에 비하면 덜 인상적이지만 그래도 좋은 조연 연기였지요.   

      • 스승님 캐릭터 기억에 남고 연기도 괜찮아서 인상적이긴 했는데 조연상 후보까지 올랐었군요! 비중이 좀 애매했던 것 같은데... ㅋㅋ


        말씀대로 클로드 레인즈는 정말 인상적이고 좋았습니다. 사실상 주인공이라는 느낌!

    • 결국 나중에 어빙 G. 탈버그 공로상을 받으신 히치콕 영감님... 





    • 오래 전에 tv로 본 거 같기도 하지만 기억은 하나도 안 나니 기회되면 봐야겠어요. 특히 추천하신 '오명'을 보고 싶네요. 

      • 본지 오래 세월 흐른 좋은 작품들의 좋은 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ㅋㅋ 다 까먹어서 다시 봐도 재밌어!


        네 저도 둘 중 하나라면 단연코 '오명'을 추천하겠습니다. 클로드 레인즈 캐릭터랑 연기만 봐도 재밌어요.

    • 듀나님 옛 리뷰가 기억이 나서 찾아보니 4점 만점 영화였군요! 히치콕의 컬러영화들-'새', '현기증', '이창'을 더 좋아하기 때문인지 자주 잊어 버리는 흑백 영화인데 잉그리드 버그만 연기가 훌륭했던 건 기억 납니다. 시작 무렵의 무책임 파티걸과 막판의 비련 여주인공이 동일 캐릭터로 존재감을 유지한 건 건 사실 버그만 연기력의 승리였어요.   

      • 저는 이창을 짱짱 매우 많이 좋아합니다. ㅋㅋㅋ 히치콕 영화들 중에 가장 많이 봤을 거에요. 


        버그만이 미모도 압도적이지만 연기도 참 잘 하는 배우였더라구요. 경력이 매끄럽게 계속 이어졌다면 더 좋았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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